2화
촤아악-!
왕자들은 각자의 삼지창에 마나를 모았다.
해룡족 전사라면 기본 중의 기본기로 삼지창을 받으면 가장 먼저 배우고 익히는 게 이 삼지창에 마나를 모으는 방법이었다.
“죽어라. 이 열등한 종족!!”
해룡족이 아니면 다 열등하다는 중국식 마인드를 가진 해룡족 중에서도 특권층인 왕자다운 호통과 함께 삼지창을 휘둘렀다.
‘확실히 일반적인 해룡족 전사와는 격이 다르긴 하네.’
강력한 힘과 스피드는 물론이고 엄청난 마나 보유량은 확실히 예전에 상대했다면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압도적인 파워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저런 왕자들의 공격에도 요한의 표정은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하늘, 쟤들 상대하고 있어. 나는 저쪽 애들 상대할 테니까.”
“응, 맡겨 줘!!”
그 카랑카랑한 류페이가 하늘이 왕자 2명을 단독으로 상대하게 내 버려 둔 것은 다 이것 때문이었다.
따로 상대할 대상이 있었기 때문.
“가자.”
“오케이 얘들아, 북을 울려라!!”
“우리 북 없거든?”
“뭔 상관이야. 북을 울려라. 낄낄낄!!”
류페이는 그저 즐겁다는 듯이 낄낄댔다.
척척척-!
왕자들은 언데드 대군이 자신들을 무시하고 그대로 지나치자 미간을 찌푸렸다.
“저런 건방진!!”
왕자들은 어차피 네크로맨서가 죽으면 허수아비나 다를 바 없는 언데드는 무시하고 네크로맨서를 곧바로 타격할 생각이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교육을 충분히 받은 이들로 네크로맨서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네크로맨서가 존재하지 않는 해저 필드에 왜 네크로맨서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지식의 저주가 걸린 것처럼 그들은 그냥 배워서 알고 있었다.
솨아아-!
[키키키, 어딜 가려고?]
하지만 하늘이 왕자들의 앞길을 막아 세웠다.
우우웅-!
그녀의 주변엔 강력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쓰레기 같은 언데드 따위가 감히 우리 앞길을 막아?”
“오냐, 네놈부터 처리하고 다음은 네 주인인 네크로맨서를 처리해 주마.”
“뭐, 1마리 정도야.”
손 풀기 혹은 경고 용도라면 별 쓸데없는 행동이었지만, 언데드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키키키.]
그 모습을 본 하늘은 조용히 비웃었지만.
***
하늘이 왕자 2명을 상대하는 사이에 요한은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왕자 2명과 메가 잔자클 남작이 싸우고 있는 현장으로 향했다.
‘저 3마리를 어떻게 구워삶을까?’
물론 당장 녀석들을 어떻게 할 필요는 없었다.
하늘이 2명의 왕자를 죽이고 오는 사이까지 시간만 벌면 되니까.
하지만 은근히 욕심이 났다.
현재 3마리는 전부 정상적인 상태가 절대 아니었다.
꽤 오랜 전투로 인해서 마나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즉, 100% 상태가 아니란 뜻이었다.
거기에다가 3마리는 2:1 적.
즉 1:1:2의 구도가 형성되었다는 건데, 문제는 요한의 1은 단수형 1이 아니라, 절대 복수형 1이었다.
요한이 곧 군단이고, 군단이 곧 요한이었기 때문.
‘어디 보자, 어떻게 한담?’
느긋하게 상황을 관망해 보았다.
“……저건 또 뭐야?”
“미친 거 아니야?”
해룡족 왕자 2명은 어이가 없었다.
하찮은 인간 주제에 마치 절대자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들을 내려다 보았기 때문.
그것도 여유 만만한 태도로.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해룡족 왕족으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쿠오오오-!!”
쾅- 콰가가강-!
하지만 주변 상황이 어떻든 메가 잔자클 남작과는 하등 상관없었다.
메가 잔자클 남작이 조용했던 것은 수에트와의 전투로 인해서 지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서였지.
해룡족처럼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피아를 구분하기 위해서가 절대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회복력도 미친 듯이 좋았기에 단 몇 분을 쉰 것만으로도 꽤 많은 마나 보충에 성공하고 다시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휘유! 엄청난데?”
저번에 사냥했던 잔자클 남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박력이 넘쳤다.
크기도 거의 3배는 컸기에 요한이 데리고 있는 본 드래곤이 마치 새끼 드래곤 같은 위용이었다.
‘마음에 들어. 저 녀석을 어떻게 본 드래곤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시체만 사라지지 않으면 리바이브로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긴 했지만, 문제는 저 압도적인 괴물을 다시 살리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원이 소모될지 솔직히 감당되질 않았다.
특히 해저 몬스터는 대부분 해저에서만 나는 걸 원하는데 요한이 그만큼 이곳에서 싸웠지만, 아직 이곳 세인트 포탈의 1/1,000도 다 가보지 않았다.
그만큼 넓은 필드다 보니 인어 종족이 생산하지 못하거나, 혹은 멀리 떨어져 있는 재료를 요구하면 가져올 방법이 별로 없었다.
‘나중에 인어 종족이 다시 해저를 지배하면 교역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정말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전해 볼 가치는 있었다.
“그러니 조져!!”
“크하핫, 그 말만 기다렸다고. 요한!!”
팍-!
류페이는 곧바로 왕자 2명을 향해서 나아갔다.
그녀는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왕자 2명이 훨씬 강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본 스파이더와 본 드래곤의 조력을 제대로 받았다.
“건방진!!”
왕자 2명도 네크로맨서를 노려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류페이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형님, 여긴 제가 맡을 테니까. 가 보쇼.”
“부탁하마.”
“흥, 나보다 오래 걸리지나 마쇼.”
“그럴 리는 없을 거다.”
네크로맨서를 상대하기 위해서 또 전력이 나뉘었다.
‘그래, 좋아.’
요한이 딱 원하던 구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전력 분산.
물론 덕분에 요한도 전력이 분산되었지만, 시간은 어디까지나 그의 편이었다.
샤악-!
해룡족 왕자는 요한의 앞으로 다가와 바로 삼지창을 휘둘렀다.
조금의 시간도 허비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챙챙-!
왕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앞을 2명의 까맣고 푸른 존재가 막아섰기 때문이다.
“절대 주군의 곁을 내줄 수 없다.”
“약속했다. 인간은 지켜 주기로.”
바로 요한의 비밀 경호원이자 최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엘리트 언데드 엘라드와 존재감은 희미했지만, 언제나 함께하고 있던 엘프 경호원 엘리니아였다.
둘은 언제나 요한을 바로 옆에서 경호하며 그림자에 숨어 있었다.
특히 엘리니아는 언데드도 아니면서 약속 하나로 쭉 붙어 있는 충성심이 매우 높은 다크 엘프였다.
‘쩝, 엘리니아도 엘프 밴시로 만들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정작 요한은 여전히 엘리니아를 언데드로 만들 기회를 엿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이것을 알면 엘리니아는 기겁할 터였다.
“무엄한!”
끝까지 자신을 방해하는 언데드의 존재로 화가 단단히 난 왕자는 순간적으로 마나를 다량 방출해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려고 했다.
챙챙챙-!
하지만 엘리니아와 엘라드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방어적으로 나섰다.
“크아아아, 빌어먹을 언데드가 감히!!”
왕자는 단단히 화가 났다.
기세 좋게 덤볐지만, 겨우 벌레 같은 언데드 둘을 압도하지 못해서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었으니까.
다만, 엘라드와 엘리니아만으론 화가 난 왕자를 상대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둘은 매우 뛰어난 실력자였지만, 상대는 해룡족 최강 실력자 중 1명인 왕자였다.
파앙-!
“크윽!”
“큭!”
요한이 건네준 활 덕분에 한층 더 강력해진 엘라드였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했다.
이런 부분도 예상했기에 요한은 손을 들어서 신호를 했다.
“크아아악!!”
“크억! 크억!”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 군단이 일제히 움직였다.
“안내인 씨.”
솨악-!
붉은 머리의 안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패턴은?”
“파악 완료했습니다. 전투가 짧아서 100%는 아니지만, 원하는 시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부탁해.”
“네.”
이런 계산적인 전투는 이제 요한 보다도 안내인이 훨씬 더 뛰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요한이 할 일이 없어진 건 아니었다.
“가자!”
“이히히힝!!”
‘본 스피어!!’
촤자작-!
오히려 그는 더 날아다닐 수 있었다.
복잡하고 힘든 군단 지휘는 이제 안내인에게 맡겨 버리고 오로지 언데드 스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약화!!”
온갖 저주가 해룡족 왕자를 향해서 쏘아졌다.
“크아아아, 빌어먹을 네크로맨서!!”
왕자는 그렇게 원하던 네크로맨서인 요한과 마주 보게 되었지만, 상황이 영 좋지가 않았다.
‘큰일이다. 흥분한 나머지 힘을 너무 사용해 버렸어.’
이미 메가 잔자클 남작과 싸우느라고 큰 힘을 소모한 그.
금방 끝낼 생각에 힘을 조절하지 않고 사용해 버렸다.
거기에다가 흥분까지 해 버리는 바람에 마나 소모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한 것도 문제였다.
‘골치 아프다.’
상황이 점점 더 꼬이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가 있었다.
‘후퇴해야 한다. 어떻게든 아틀라스로 돌아가 상황을 수습해야 해.’
사실 그곳은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 도시가 된 지 오래였기에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에너지 공급기를 요한이 통제하는 이상 그가 아틀라스로 갈 방법은 직접 헤엄치는 게 전부였다.
현재 그의 몸 상태론 가다가 잔자클에게 죽기 딱 좋은 상황.
그것을 알 리가 없는 왕자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래, 나머지 저 3명을 미끼로 던지면 내가 왕이잖아?’
그의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했다.
5명의 왕자 중에서 그나마 머리를 좀 쓰는 인물이었기에 가능했다.
다만, 문제라면 그 머리가 비열한 곳에 더 잘 쓰였지만.
‘지금이 절호의 기회군.’
요한을 죽일 생각에 흥분하던 왕자의 기세가 일순간 가라앉았다.
‘응, 설마?’
눈치 하면 누구에게도 질 수 없는 요한이었기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느낄 수 없는 게 더 이상했다.
왕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변했기 때문.
‘저거 설마 튀려고?’
눈알만 굴리는 게 딱 그가 회사 생활할 때 교육하던 인턴의 눈과도 비슷했다.
‘풉.’
요한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막을 수 있었다.
‘끝났군.’
이미 기세가 꺾인 이상 그들이 버틸 방법은 없었다.
‘진짜 마무리를 지어야지. 이제 이 지긋지긋한 스카이 포탈과는 안녕이네.’
이미 수에트를 죽인 시점에서 요한의 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요한은 방심하지 않고 있었다.
아직 왕자가 4명이나 남았고, 최악의 몬스터라고 불리며 이곳을 공포에 몰아넣은 메가 잔자클 남작도 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복했다고 해도 메가 잔자클 남작은 여전히 엉망진창의 상태였다.
조금만 더 왕자 5명과 싸웠다면 패배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만큼 수에트가 이끄는 왕자들은 강력했다.
하지만 수에트가 죽고 왕자 중 1명이 전의를 상실했다.
전투를 더 이끌어 가는 게 불가능했기에 요한은 이 빌어먹을 악연을 끊고자 했다.
우우우웅-!!
요한의 몸에서 마나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