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26화 (226/250)

1화

샤아아아-!

“어, 어?!”

죽어 가는 수에트의 모습에 요한은 기겁했다.

“왜 사라지는데!!”

그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든 수에트를 언데드로 만들 날만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얼마 전까지는 정말 확률이 낮은 소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퀸 스피릿인 하늘을 얻고 나서는 그 흐릿했던 소망이 점점 현실이 되어 간다는 느낌을 팍팍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기대는 수에트를 잡자 마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수에트가 죽은 그 자세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한은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게 뭘 뜻하는지 누구보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수, 수에트가 언데드로 만들 수 없는 몬스터였다니…….'

가끔 이럴 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몬스터는 납득할 수 있는 각자의 이유가 존재했다.

하지만 수에트는 그런 이유가.......

‘아, 있구나. 보스 몬스터.’

공허 간수가 그랬듯이.

공허 간수는 정상적인 방법으론 언데드로 만드는 게 불가능했다.

대부분 포탈 보스 몬스터가 그랬듯이.

그나마 류페이의 고유 능력으로 만든 본 스파이더가 전부였다.

‘아,이거 곤란하네. 수에트가 진짜 보스였다니. 설마, 다른 왕자들도 다 보스인 건가?’

아틀라스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해룡족의 왕위 쟁탈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깐만, 이거 내가 들어오니까 왕위 쟁탈전이 시작된 느낌이잖아. 설마……. 진짜로 왕자들이 보스야?!’

이거 제대로 엿을 먹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다.

수에트가 진 보스고 나머진 준 보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에 의하면 절대 아닐 확률이 압도적이었다.

“젠장, 젠장!!”

진심으로 화가 난 요한이 드물게 소리를 치며 화를 냈다.

“..흠흠!”

류페이는 검술 실력만 A급이 아니라, 눈치도 A급이었기에 왜 화를 내는지 순식간에 눈치채고 얼른 자리를 떴다.

요한의 분노를 직방으로 맞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게 나았으니까.

“다 죽었어!!”

파바박-!

그녀의 재빠른 움직임에 뒤늦게 다른 지능이 높은 언데드들도 요한의 상태를 얼른 깨닫고 하나, 둘 알아서 전투에 참여했다.

“제기랄……!!”

활화산 같은 분노가 폭발했다.

“후우, 후우.”

하지만 영화나 만화같이 분노한 주인공이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폭주 같은 것은 없었다.

애초에 그의 본체는 세계 최강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

뭐, 그렇다고 해서 그의 가치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 소설이나 만화에서처럼 주인공이 폭주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가 마음먹고 명령을 내리면 언데드들이 그보다 더한 폭력성을 보일 것이었다.

언데드는 겉보기엔 얌전해도 요한의 절대 의지로 인해서 얌전하고 오히려 귀여워(?) 보일 뿐, 실제론 그 어떤 존재보다도 생명체를 증오하는 게 언데드였다.

친근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언제고 살아 있는 생명체의 목을 뜯어 버릴지 모를 일이었다.

다행히 요한은 인간 친화적이었고(정확히는 별로 관심이 없음) 딱히 악당이 될 마음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살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음껏 폭주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후우, 참아야지. 내가 폭주하면 진짜 지구 망해.”

오만한 생각이었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었다.

세계 정부가 요한을 막을 방법이 핵밖에 없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핵을 터트리면 진짜 지구는 망할 테니까.

‘핵이라, 내가 막을 수 있을까?’

아니 정확히는 천공의 방어 요새가 막을 수 있냐, 없냐가 키 포인트리라.

‘쩝, 내가 왜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냐.’

하도 짜증이 나서 별 이상한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요한은 최대한 화를 삭이고 정신을 차린 뒤에 고개를 들었다.

콰가가강-!!

“크하아압!!”

“아악!!”

“끄어어억!!”

“어어억!!”

“키에에엑!!”

전쟁터는 그야말로 개판 5분, 아니 1분 전이었다.

비명과 피가 난무했고 시체 썩은 냄새와 피가 탄 냄새 등등, 온갖 종류의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죽어라, 더러운 잔자클 쓰레기들!!”

“부모님의 원수!!”

“키에에에엑!!”

특히 해룡족과 잔자클의 전투는 미친 듯이 격렬했는데, 두 종족의 대립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종족의 대립은 해룡족이 거대 생물체였던 때까지 올라가야 했다.

‘자, 그러면 이제 마무리 지어 보실까.'

진짜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왕자 중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인 수에트가 죽었다.

그것도 너무나도 쉽고 어이없게.

우드득-!

그는 목뼈를 시원하게 풀었다.

표정은 어느새 거만함 그 자체가 되었다.

‘자, 이제 제대로 놀아 볼까?’

물론 평범한 상황에서 왕자들이 협공한다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왕자들은 메가 잔자클 남작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쾅-!

“젠장, 아무리 메가라지만, 잔자클 남작 따위가!!”

수에트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유리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그만큼 수에트의 힘이 나머지 형제들과 비교해도 강했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형님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시끄러, 수에트 형님이 없을 때가 기회야. 수에트 형님이 있으면 무조건 뺏긴다고.”

이미 죽어서 연기가 되어 사라진 수에트를 경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싸워도 모자랄 판에 혹시라도 수에트가 다시 낄까 봐 제대로 전투에 집중하지 못했다.

메가 잔자클 남작은 아직 로드는 아니었지만, 곧 로드로 될 정도로 강력한 존재.

잔자클 로드는 과거 강인했던 해룡족 왕도 겨우 제압한 괴물 중의 괴물.

아직 미숙한 왕자들이 포세이돈의 삼지창도 없이 쉽게 여길 존재가 절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콰가강-!

“크아아악!!”

“빌어먹을!!”

“이 괴물!!”

그런데 메가 잔자클 남작과 죽을 힘을 다해서 싸우던 왕자들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지금까지 풍부했던 부하들의 생명력이 잘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뭐지?”

조금 전까지 풍부한 물의 기운을 느끼며 싸우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희미하게만 느껴졌다.

잔자클의 기운도 마찬가지.

하수관 냄새와도 비슷한 불쾌한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왕자들은 전사들이 방해된다고 메가 잔자클 남작을 이끌고 좀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까.

물론 진짜 먼 거리는 아니고 지형 때문에 이쪽과 저쪽이 분리되어 있어서 육안으론 파악할 수가 없었다.

수에트가 곧바로 요한의 기운을 느낀 이유였다.

“잠깐만, 이건?”

왕자 1명이 뒤늦게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을 느꼈지만, 이미 늦었다.

콰앙-!

“크오오오오!!”

그들이 있던 지형은 분지 지형으로 주변이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넓은 평지라 격렬하게 싸우기 적합했다.

그 거대한 절벽의 한 부분이 우르르 무너지더니 그곳에서 거대한 커다란 괴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오오오!!”

피잉-!

거대한 존재는 등장하자마자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했다.

“크윽, 저건 또 뭐야!!”

“저건 또 뭐 하는 잔자클이야!!”

거대한 존재는 보통 잔자클과는 달랐지만, 어쨌든 기본 틀은 잔자클과 흡사했다.

기운이 조금 다르고 외형도 조금 일반적인 잔자클 남작과는 다르긴 했지만, 잔자클이야 워낙 이상한 생물이라 그러려니 했다.

어쨌든 틀 자체는 잔자클 남작이었으니까.

그냥 메가 잔자클 남작처럼 별종이 나타난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들의 착각은 곧 와장창 무너졌다.

우르르르-!

바로 거대한 잔자클이 만들어 낸 구멍으로 새까맣게 몰려나오는 언데드 떼를 보았기 때문이다.

“마, 말도 안 돼!!”

“수에트 형님이 나섰잖아!!”

그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 중 최강은 수에트였다.

다만, 4명의 왕자가 협공하면 수에트도 감당하기 힘들어서 그나마 혼자 왕 하겠다고 날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4명이 함께 있으니 괜찮지 않냐고?

콰앙-!

“크윽! 제기랄!!”

“앞뒤로 난리다!!”

현재 상황은 해룡족 왕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이미 그들은 격렬하게 전투를 하던 중이었고 여전히 전투는 진행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전투에서조차 제대로 된 승기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뒤에서 큰 적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전사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이곳으로 오기 전에 막았어야지!!”

“쓸모없는 것들, 아틀라스로 돌아가면 싹 다 목을 벨 것이야!!”

수에트는 오만했지만, 그렇다고 경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형제들은 하나같이 비열하고 경솔했으며 생각을 그리 깊게 하지 않으려고 했다.

언데드 군단이 뒤에서 나타났다는 것은 곧 전사가 모두 죽었다는 소리가 되었다.

해룡족 전사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대로 통과시켰겠는가?

“제기랄, 어떻게 하지?”

“일단 2명씩 나뉘어서 싸워야겠다. 빨리 언데드를 처리하고 합류하는 게 맞아.”

“내가 하지.”

“……알겠다.”

그들은 언데드를 상대하는 게 메가 잔자클 남작을 죽이기보다 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2명이 재빨리 언데드 공격을 지원했고 나이가 적은 둘은 떨떠름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빨리 처리하고 도와주러 와.”

“30분만 기다려라. 금방 오지.”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를 만한 말을 나누며 2팀으로 나뉜 왕자들.

파박-!

언데드를 상대하기로 한 2명이 빠르게 움직였다.

‘후우, 이제 좀 살겠군.’

안 그래도 메가 잔자클 남작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던 상황이었다.

또 싸우러 가는 것이지만, 이렇게라도 숨을 돌리니 훨씬 나았다.

촤아악-!

둘은 무려 언데드 군단을 향해서 헤엄쳐 가는 것이었지만, 여유만만이었다.

“적당히 하자. 메가 잔자클 남작 짜증 나니까.”

“너나 적당히 해. 너무 놀지 말고.”

“흥!”

대(對)수에트 전선에선 동맹이었지만, 원래 둘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해룡족 왕자 전부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그저 필요에 따라서 잠시 손을 잡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공동의 적이 있었기에 그나마 투덜거릴지라도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응? 쟤들 뭐니? 설마 2명이 다야?”

요한은 이곳으로 헤엄쳐서 오고 있는 2명의 왕자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쟤들 뭐야. 6학년이야? 어이가 없네.”

“뭔 개그야. 요한?”

“큼큼, 있어. 옛~날에 아주 유명했던.”

“그러면 요한은 아재야?”

“푸핫! 야, 류페이. 너 그 말, 어디서 배웠어?”

“TV?”

“제기랄, TV가 사람 아니 언데드를 망치네.”

“킥킥.”

시답지 않은 개그를 치는 사이 2명의 왕자가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다.

[꺄아아악!!]

그런 둘을 향해서 곧바로 날아가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류페이의 최강 자리를 뺏은 퀸 스피릿 하늘이었다.

저적-! 저적-!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주변이 꽁꽁 얼면서 그녀가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제대로 보여 주었다.

“저건 또 뭐야?”

“뭔 상관이야. 그냥 죽여!!”

“흥, 나한테 명령하지 마!!”

왕자들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