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23화 (223/250)

23화

솨아아아-!

퀸 스피릿으로 진화한 하늘은 여전히 공중에 떠다녔는데 전과 차이점은 그녀가 지나간 곳에 서리가 낀다는 점이었다.

요한은 스마트폰으로 퀸 스피릿에 대한 정보를 추려 보았다.

뀐 스피릿은 유령 언데드의 정점에서 군림하는 존재로 그 근원이 뭔지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인 신급 언데드였다.

특성은 언데드답게 살아 있을 때의 육체를 따르기에 딱 이렇다고 정해진 건 없었다.

하늘은 생전에 흑암 여제라고 불리었던 냉기 스킬 마스터였다.

그것도 저주 특성이 붙어 있는 블랙 아이스를 사용하는 극악의 존재.

괜히 제(帝)가 붙는 게 아니었다.

그런 격이 높은 존재가 퀸 스피릿이 됐으니 뿜어내는 기운 자체가 절대 가볍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다행히도 여전히 나에게 우호적이다.'

퀸 스피릿은 차원을 관통하는 최강의 언데드.

그런 그녀가 여전히 요한의 언데드로 남아 준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히히, 기분 좋다. 이제야 좀 살 것 같아.]

“그래?”

[응!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다고. 맞지 않은 옷을 꽉 껴입고 있던 기분이었어. 이제 제대로 된 옷을 입은 기분이라 너무 좋아. 히히!]

요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그저 순박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 그래……."

요한은 몇 번이고 하늘과 대화에 집중해 보았다.

다른 할 일도 많았지만, 현재로선 하늘과 대화를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도 그 속을 정확히 아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

“몸은 좀 괜찮아? 갑자기 변해서 혹시 문제가 생기진 않았고?”

[까르륵, 뭐야. 마치 환자를 대하는 것 같잖아. 난 아무렇지 않아. 음…… 뭔가 변한 게 있긴 해.]

“뭔데?”

[빨리 생명체를 죽이고 싶어. 영혼을 얼려서 내 컬렉션으로 삼는 것도 좋겠어.]

이번 대화는 짧았지만, 요한은 그 짧은 기간에 하늘의 상태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물론 100% 대화로 파악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최강의 언데드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언데드였다.

스마트폰에서 그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화를 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안심할 수가 있었다.

‘후우, 다행히 하늘은 배신할 생각이 없네.’

그녀의 충성도는 여전히 최고였다.

장난이 많은 거야 원래 그녀의 성격이기에 문제 될 건 없었다.

의심이 풀리자 요한의 표정은 다시 가벼워졌다.

특유의 틱틱거리는 성격으로 돌아왔다.

“킥킥, 하긴. 그동안 좀 뜸했지?”

[당연하지, 그동안 얼마나 몸이 무거웠던 줄 알아? 전투는커녕 요한을 도와주는 것도 버거웠다고!]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그녀는 지금까지 정말 많은 영혼을 괴롭혀 왔다.

지금도 그녀의 비밀 공간엔 수많은 영혼이 고통받고 있었다.

그것만으론 부족한 듯했다.

[맞거든!!]

“아, 예. 그렇다고 쳐줄게.”

[흥!]

퀸 스피릿은 아무 탈 없이 요한의 언데드로 녹아들 수가 있었다.

***

퀸 스피릿의 등장은 요한의 마음을 완전히 뒤흔들어 주었다.

해룡족 왕족과 본격적으로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컸다.

수에트의 강력함은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 콕 박혀서 떠나가질 않았으니까.

하지만 퀸 스피릿이란 압도적인 언데드의 등장은 그의 자신감이 가득 차도록 만들어 주었다.

더는 망설일 것도 고민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메가 잔자클 남작을 사냥하고 있을 해룡족의 뒤를 칠 거야.”

“……좋은 생각이에요. 저들과 전면전을 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부담이 크죠. 하지만 저들이 싸우고 있을 때 뒤를 노린다면 훨씬 더 쉽게 이길 수도 있을 거예요.”

엘레노아는 요한의 작전에 찬성 했다.

그녀가 생각해도 전면전은 살짝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퀸 스피릿이란 규격 외 존재를 보았음에도 상대의 전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확신할 수가 없으니 위험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는 게 전략의 기본이었기 때문.

그녀는 현재 군사 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마치 『삼국지』 의 제갈량이나 가후가 된 기분이기도 했다.

참고로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삼국지연의』 였다.

요한은 그런 엘레노아를 묘한 눈빛으로 보더니 입을 열었다.

“천하 삼분지계 같은 거?”

“네, 바로 그거요!”

엘레노아가 그녀답지 않게 격하 게 반응했다.

전형적인 『삼국지』 덕후 같은 행동 패턴이었다.

“뭐, 그렇다고 치자.”

이때는 삼분지계보다는 이이제이 같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긴 했다.

‘다른 표현도 있는데 기억이 안 나네.'

이런 사소한 문제는 넘어가는 게 좋았다.

***

대충 모든 준비를 끝낸 요한은 다시 한번 더 에너지 공급기 앞에 섰다.

그의 주변엔 언데드로 가득했다.

“요한 씨, 긴장 안 되세요?”

마지막 전쟁을 하러 가는 사람치고 얼굴이 무척이나 밝았다.

엘레노아는 정말 오랜만에 식은 땀이 흐르는 긴장이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당사자의 표정은 여유 만만 그 자체였다.

여전히 손에 땀이 흐르는 그녀로선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장 긴장해야 할 사람이 여유만만이라니.

“긴장은 무슨. 아, 물론 조금 전까진 긴장이 됐지. 정말 죽을 맛이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내 전력으론 해룡족의 진짜 전력은 상대하기 힘들거든.”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해룡족 본진을 초토화한 지금.

그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후퇴한 상태에서 주변에 있는 잔당들만 처리해도 해룡족을 훌륭하게 견제할 수 있을 것이었다.

아틀라스라는 거대한 도시답게 엄청난 인어 종족을 구할 수가 있었다.

이런저런 힘을 바탕으로 꾸준한 소모전으로 간다면 큰 피해 없이 해룡족을 말살시킬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야.’

죽음의 기운을 가진 그의 본능이 시간이 없다고 외치고 있었다.

무슨 시간이 없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껏 100%의 적중률을 보였던 감각이었다.

절대 무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가자.”

“네, 요한 씨!”

꽈악-!

요한의 뒤로는 수호자들과 이번에 구원을 받은 인어 종족의 전사들이 함께했다.

그들은 진짜 실력자들은 아니고 치안이나 담당하던 삼류 전사들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들을 억지로 원정대에 참가시켰다.

‘설사 진짜 도움이 안 된다고 해도 자신의 종족을 해방하는 전쟁이야. 짐꾼을 하든 뭘 하든 참여를 해야지. 피해자랍시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말이 돼?’

물론 이 결정으로 인어 종족 전사가 꽤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참여로 인해서 좀 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으리라.

‘뭐, 아니면 말고.’

딱히 관심은 없었다.

“안내인 씨, 해룡족들 위치는 파악됐어?”

촤악-!

세인트 포탈 전용 안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머리가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네, 좌표까지 확인했습니다. 가동하시겠습니까?”

“응, 가동해 줘.”

“알겠습니다.”

위이이잉-!

드디어 에너지 공급기에 전원이 들어왔고 거대한 공간이 열렸다.

“가자.”

[꺄하하, 나 먼저!!]

쉬잉-!

“야, 인마!”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늘이 먼저 빠르게 공간에 몸을 던졌다.

맨 선두는 늘 류페이 차지였는데, 갑자기 선두를 뺏기자 불같이 화를 내었다.

류페이도 얼른 하늘을 따라서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에휴, 쯧쯧. 우리도 가자.”

“네, 요한 씨.”

요한도 엘레노아와 함께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이라면 언데드를 앞장세워야 안전하겠지만, 이미 류페이와 하늘이 들어간 상태.

그리고 엘라드도 그의 곁에 꼭 붙어 있었기에 문제 될 건 전혀 없었다.

솨아아-!

포탈을 지날 때와는 또 다른 감각이 요한의 온몸을 감쌌다.

이미 한 번 겪어 봤지만, 정말 묘한 감각이 아닐 수가 없었다.

공간을 지나쳐 새로운 공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방에서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이곳 에너지 공급기를 지키던 해룡족 전사 10명은 각자 목이 베이거나 선 채로 얼어서 사망한 상태였다.

[오예, 내가 7명, 류페이가 3명. 킥킥킥!]

“제기랄.”

그야말로 상황 역전이었다.

지금까지 요한의 대표 엘리트 언데드라면 하늘, 류페이, 엘라드였다.

그중에서 가장 약체는 하늘.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요한을 도와서 전투 보조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건 하늘이 원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전투에 직접 활약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녀도 당당한 언데드인데 왜 피를 바라지 않겠는가.

언데드라면 누구나 피를 원하는 법이었다.

“휘유, 그 짧은 시간에 10명을 다 죽인 거야?”

요한은 감탄했다.

이곳에 있는 해룡족 전사는 일반 전사가 아니라, 정예 중의 정예였다.

물론 입구를 지키는 전사들이 진짜 정예인지는 요한도 알 길이 없었다.

이미 죽어 버렸으니까.

하지만 정예가 이곳으로 왔다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쉬웠어.]

“쳇.”

류페이는 여전히 혀를 차며 자신의 검을 가다듬었다.

“2번은 안 져.”

[헤헷, 얼마든지.]

하늘은 사슬이 풀린 야수처럼 야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어이, 군인.”

[충성! 부르셨습니까.]

이제 하늘은 수색•정찰 임무에 투입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늘과 수색•정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던 군인 유령을 투입했다.

“정찰해.”

[예, 알겠습니다. 충성!]

휘잉-!

평소에 하던 일이었기에 군인 유령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힐끔, 하늘의 눈치를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늘은 원래도 엄청난 유령 언데드였는데 퀸 스피릿이 된 이후엔 정말 언터처블이었다.

유령들은 이제 하늘의 기운만 느껴져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하늘을 두려워했다.

하늘과 류페이를 필두로 한 언데드 군단이 밖으로 나갔다.

무조건 기다릴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군인 유령이 지나간 자리는 스마트폰으로 지도 어플을 통해 확인할 수가 있었다.

또 해룡족 전사는 전투 중이었기에 강력한 마나를 따라가면 녀석들을 볼 수 있으리라.

그런데도 군인 유령을 보낸 것은 혹시나 모를 매복이나 잔당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깔끔하게 처리해야 해. 만약에 왕족을 1명이라도 놓쳤다간 이 전쟁이 길어질 수도 있어.’

요한은 아틀라스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음에도 장로들은 모두 살려 두었다.

그들에게 원하는 정보가 있어서였는데,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성불하는 모습을 보여 주자 늙은 장로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먼저 정보를 주겠다고 난리를 쳤다.

옆에서 오드리가 귀띔을 해 줬는데 그들은 전사가 아니었기에 전사의 무덤에 갈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요한이 전사의 무덤으로 보내 줄 수 있다고 하자, 어차피 죽은 목숨 전사의 무덤이라도 가기 위해서 저러는 것이라고 해 주었다.

덕분에 요한은 장로들에게 모든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비록 인어 종족의 여왕은 마나 배터리로 사용됐지만, 그녀의 유일한 핏줄이 아직 남아서 수에트의 손에 있다고 했다.

‘역시.’

수에트 정도의 해룡족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만한 성격으로 보아서 좋은 것이라면 먼저 차지하지 않고선 못 버틸 녀석으로 보였으니까.

그리고 메가 잔자클 남작 사냥에 떠난 모든 해룡족이 봉인 구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대략 1,000여 명의 전사들이 참여한 대규모 원정이었기에 그들을 다 죽이면 1,000여 명의 인어 종족을 구할 수가 있다는 뜻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