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22화 (222/250)

22화

갑자기 요한의 머리 위에서 하늘이 등장했다.

그것도 평소처럼 평범하게 등장하는 게 아니라, 정말 오랜만에 그녀의 종족인 밴시답게 비명을 지르며 등장한 것이었다.

“뭐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요한!!]

“뭐!!”

심장이 떨어질 뻔한 요한이 화가 나 소리를 지르며 대답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하늘은 그런 요한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가 소리를 지르든 말든, 하늘의 눈은 여왕이 잠들어 있는 봉인 구슬에 콕 박혀 있었다.

그제야 요한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진지한 표정이 되어서 하늘의 옆에 붙었다.

“하늘,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그래?”

[요한, 그거 나 주라.]

“봉인 구슬?”

[응! 바로 그거!]

“응?”

하늘은 정확히 손가락으로 여왕이 봉인된 구슬을 가리켰다.

“여왕이 봉인된 구슬을?”

[응응!!]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인 하늘.

요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갑자기 하늘이 인어 종족 여왕이 봉인된 구슬을 왜 원하는 거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1개이자 2개였다.

‘여왕의 영혼을 원하거나, 아직 남아 있는 힘을 원하거나.’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그거였기에 1개이기도 했고 2개이기도 했다.

그런 추측이 들자 두 번째 고민이 생겼다.

‘과연 저 여왕이 봉인된 구슬을 하늘에게 주는 게 이득일까, 아닐까.’

하늘은 분명히 요한의 언데드였다.

어쨌든 둘은 계약을 했고 지금까지 충실한 부하로서 잘 지내 왔다.

하지만 요한은 계약한 이후 단 한 번도 마음을 놓은 적이 없었다.

다른 언데드는 격이 낮고 그가 탄생시킨 언데드였다.

하지만 하늘은 일반적인 언데드와는 다른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단계 높은 격을 가진 하늘이 더는 강해지지 않았기에 안심하고 있었다.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는 언데드를 품에 넣지 못하는 것에 아쉽기도 했지만, 흑암 여제의 악명은 현재의 요한도 살짝 두려울 정도였으니까.

홀로 북한 정권을 무너트렸다.

당시 북한은 한국 못지않은 헌터 강국이었고, 특히 그 억압적인 정권은 헌터에게도 매우 효율적이었다.

상급 헌터는 무조건 당에 가입할 수 있었고 헌터는 귀족에 가까운 대우를 받았으니까.

구석기 유물과도 같았던 진짜 신분제가 부활한 곳이 북한이었다.

일반인은 평민, 하급 헌터는 하급 귀족, 상급 헌터와 노동당 간부는 상급 귀족.

김씨 일가는 왕족.

헌터 시대가 되면 무너질 거로 예측했던 한국 전문가들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북한은 오히려 빠르게 안정됐고 오히려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핑크빛만 존재할 것 같았던 북한은 치명적인 고의 및 실수로 나라 자체가 지도에서 지워졌다.

여전히 북한 땅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검은색 얼음이 존재했고, 호기심에 북한 탐험에 나섰던 많은 탐험대가 검은 얼음의 저주에 걸려서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북한은 인간도 몬스터도 식물도 살 수 없는 아무것도 없는 땅이 되었다.

솔직히 요한도 혼자 당시 북한을 상대하라고 하면 꽤 피곤할 것 같았다.

방어 요새가 있으니 지금은 좀 낫겠지만, 흑암 여제는 순수하게 혼자 힘으로 북한을 멸망시켰다.

물론 폭주 탓이 컸겠지만, 북한을 멸망시키고도 세계 연합이 파견한 최초이자 최후의 헌터 연합을 상대로도 일주일을 버텼던 그녀.

그런 그녀가 만약에 기억을 찾거나 각성해 버리면?

지금이야 언데드와 네크로맨서 관계로 주종 계약을 맺었지만, 영혼의 격이 워낙 높아서 스스로 풀 수도 있을 것이었다.

네크로맨서와 언데드의 계약은 절대적이었지만,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뭐든지 예외가 있으며 별종이나 돌연변이 같은 것이 존재하지 말란 법도 없었다.

‘하늘이 차원 최초로 스스로 주종 계약을 깬 언데드가 될 수도 있지.’

만약에 흑암 여제가 부활했는데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면?

안 그래도 잠시 후 해룡족과 마지막 전투를 벌여야 하는데 자칫 흑암 여제라는 지구 최강의 괴물과 싸워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

‘안 되지. 절대 안 돼. 이긴다는 보장도 없지만, 설사 이기더라도 내 전력의 2/3 이상 깎일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하늘의 부탁을 무조건 쳐내기도 어려웠다.

다른 언데드였으면 모를까 그래도 하늘이었으니까.

‘끄응.’

고민에 고민이 더해지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

요한의 주변만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만큼 요한이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에만 빠져 있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고민만 할 수는 없었다.

그의 눈이 떠졌다.

[요한?]

하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요한의 앞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누가 보면 정말 순수한 1명의 소녀 같은 외모였다.

지켜 주고 싶고 무슨 말을 해도 진실일 것 같은 외모.

‘저런 얼굴에 속지는 않지만.......'

외모에 속기엔 그의 의심병은 매우 짙은 편.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나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무엇에게도 잘 속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도박해 보는 수밖에.’

솔직히 그는 해룡족과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더 있으면 모를까, 이미 해룡족 본진은 친 상태였다.

엄청난 숫자의 인어 종족이 해방 될 예정이었다.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

하지만 요한이 생각하기엔 수에트 같은 괴물을 여럿, 상대하기엔 부족한 전력이었다.

수에트 1명도 골치가 아픈데, 그의 형제들과 그들을 따라간 정예 전사들까지.

인어 종족 전사들도 돕기는 하겠지만, 근위대라는 정예 전사들은 전부 사망하거나 봉인되어 생명력을 갈취당한 상태.

사망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즉, 요한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 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하고 계산해 봐도 전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만약에 하늘이 각성해 준다면? 각성했는데도 나의 언데드로 남아 준다면?’

흑암 여제의 부활이라도 좋고 새로운 언데드로의 진화도 나쁘지 않았다.

그저 요한을 주인으로 계속 따라 준다면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었다.

만약에 마지막 전투가 자신이 있었다면 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그는 결정했다.

“알겠어.”

[꺄아, 요한 최고!!]

하늘은 요한의 허락이 떨어지자 양손을 들고 미친 듯이 기뻐했다.

"......."

그런 하늘을 본 요한의 표정은 복잡했다.

기대 반, 걱정 반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줘, 줘!]

물리력이 없는 하늘이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선 요한을 향해서 건네받을 수밖에 없었다.

요한의 힘은 유령 언데드도 만지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니까.

“자.”

[히히, 고마워!]

요한은 큰맘 먹고 여왕의 봉인 구슬을 하늘에게 건네주었다.

하늘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구슬을 받아 들었다.

샤악-!

순간 하늘의 눈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맑았던 눈은 사라지고 새하얀 눈동자로 변했으며 사방에서 깨질 것 같은 냉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주군.”

그림자 속에 있던 엘라드가 나타나 요한과 그녀의 몸을 마나로 보호했다.

닿으면 모든 것을 얼리고 찢어 버릴 것 같은 강력한 기운 때문이었다.

저적-! 저적-!

휘이이이잉-!

공간 전체가 얼어붙기 시작했으며 분명히 건물 내부인데도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동반된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수호자들은 어서 이곳에서 나가!!”

엘레노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 네, 네!!”

“서둘러!!”

“갈 때 저 인어 종족도 데리고 가!”

“예, 알겠습니다!!”

수호자들도 조금 전부터 요한을 지켜보고 있어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가 있었다.

그들은 재빨리 신전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났다.

명령 체계가 확실하고 이런 일에 대한 훈련이 잘되어 있는 덕분이었다.

수호자들이 재빨리 대피한 신전 내부의 상황은 여전히 최악이었다.

카강-! 카강-!

얼음 입자가 더 커졌고 모든 것을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지?’

눈빛이 완전히 변한 하늘은 입을 쩍 벌렸다.

‘오우씨.’

그냥 벌린 게 아니라, 누가 유령 언데드 아니랄까 봐 일반적인 입으론 벌어질 수 없는 크기로 벌어졌다.

그리곤 서서히 여왕이 봉인된 구슬을 삼키기 시작했다.

그극-! 그극-!

동시에 정말 이상한 소리까지 울렸다.

꿀꺽-!

요한은 긴장되는 표정으로 그런 하늘을 지켜보았다.

파앙-!

여왕이 봉인된 구슬을 완벽하게 삼킨 하늘을 중심으로 빛의 기둥이 생겨났다.

‘와, 미친!’

그야말로 압도적인 장관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늘의 모습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소녀였던 하늘의 머리는 새하얗게 탈색이 되었고 은은하게 은빛이 돌았다.

또렷했던 갈색 눈동자도 푸른빛으로 변했다.

평범했던 복장도 드레스를 개량한 전투복 같은 모습이 되었다.

띵-! 띵-! 띵-!

스마트폰도 폭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한은 마른침만 삼킨 채로 하늘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

혹시라도 모를 만일 사태에 대비 해야 했다.

그러니 한순간이라도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

‘제발, 제발!!’

그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콰앙-!

“크윽!”

하늘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후드득-!

동시에 날카로운 얼음 조각과 서리도 함께 날렸다.

띵-!

어느 알람보다 더 경쾌한 스마트폰의 알람이 울렸다.

요한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확인해 보았다.

[〈퀸 스피릿〉이 현세에 강림했습니다. 최강의 언데드의 등장에 죽음의 기운이 격렬하게 그녀를 맞이합니다.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이 괴물이 과연 나약한 차원에 어울리는 존재일지는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일 거 같습니다.]

'.......'

떠오르는 알림 메시지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퀸 스피릿? 차원에 어울리는 존재?'

그야말로 압도적인 메시지가 아닐 수 없었다.

[꺄아아아아!!]

‘아오씨, 깜짝이야.’

벌써 두 번째 하늘의 비명에 놀라고 말았다.

이번엔 진짜 진심으로 놀랐다.

퀸 스피릿의 존재에 이미 등골이 서늘해져 있었기에 그녀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과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샤아아-!

하늘은 서서히 요한에게 다가왔다.

"......."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퀸 스피릿이 요한에게 적대감을 내뱉는 순간 요한은 목숨을 걸고 그녀와 싸워야 했다.

과연 최강의 언데드를 상대로 이길 수나 있을까?

그래도 쉽게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요한, 내 모습 어때?]

“푸하!”

“흐읍!”

“하아!”

사방에서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큭큭큭, 크흐흐."

[응, 왜 그래. 요한, 실성했어?]

하늘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오직 외형뿐이었다.

말투, 목소리, 순수한 눈빛은 밴시였던 때 그대로였다.

요한은 안도가 되면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안도 및 허무함이 교차하는 감정 때문이었다.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

[히히! 고생은 무슨. 그래도 신기하네. 몸에서 힘이 넘쳐 나. 아주 익숙한 기운으로 가득하고 말이야.]

“아…… 그래?”

[응!]

분명히 하늘이었는데 어쩐지 대하기가 좀 어려워진 느낌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