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18화 (218/250)

18화

시시시식-!

해룡족의 요새엔 더는 생명체를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요한을 따르는 생명체를 제외하면 모두 언데드가 되어 버렸기 때문.

아, 몇 명 있긴 했다.

푸욱-!

“크아아악!!”

“와, 징한 것. 아직도 입을 안 여네?”

류페이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목소리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생명체를 죽이는 것 다음으로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게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

요한은 현재 류페이를 시켜서 해룡족 전사를 고문하고 있었다.

“어이, 왜 더는 저 에너지 공급기에서 해룡족 전사가 오지 않는 거지?”

그의 계획대로라면 좀 더 많은 전사가 이쪽으로 넘어와서 그들의 전력을 깎아 먹었어야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원병이 뚝 하고 끊기더니 더는 에너지 공급기에서 전사들이 나오지 않았다.

다 죽이고 1명만 남겨서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했다.

살려 준다는 거짓부렁은 하지 않았다.

“말하면 고통을 덜어 주지.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킥킥.”

류페이의 섬뜩한 목소리가 해룡 족 전사를 자극했다.

“퉤! 더러운 종자들 같으니라고. 감히 너희들이 우리 영광스러운 해룡족 전사를 공격해? 지금껏 그 더러운 손에 죽은 우리 전사들의 영혼이 이미 너를 저주하고 있을 것이다!”

해룡족 전사는 온갖 고통스러운 고문에도 끄덕도 하지 않았다.

고통을 못 느낀다는 게 아니라, 그 어떤 고통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은 멀쩡한 상태로 눈을 부릅뜨고 요한을 노려보았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지쳐 갔을 것이다.

하지만 해룡족 전사는 꿋꿋하게 버텼다.

“푸핫! 영혼이라고 영광스러운 영혼? 니들은 죽어도 그냥 영혼이야. 아, 물론 좀 다른 영혼에 비교 해서 끈질기긴 하더라. 물론 그렇다고 특별하다는 소리는 아니야. 표면이 질겨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너희가 죽는다고 다른 종족과 다를 것 같아? 천만의 말씀이지.”

요한은 해룡족 전사를 마음껏 비웃었다.

감히 누구 앞에서 죽음을 논한단 말인가?

해룡족 전사들의 영혼은 이미 요한이 흡수했거나 하늘을 시켜서 고통을 가하고 있었다.

워낙 끈질긴 녀석들이라 아직도 입은 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언데드로 활용하지 못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위대한 전사의 영혼을 무시하지 마라!!”

“큭큭큭, 위대한 전사의 영혼이라.”

튼튼한 의자에 묶여 있는 해룡족 전사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고 한쪽을 가리켰다.

샤아아아-!

그러자 그곳엔 멍한 눈빛의 밴시 1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 저게 너희들이 자랑하는 전사의 영혼이란 건데 말이야. 어이쿠, 내가 영혼을 좀 다뤄 봐서 말이야. 딱히 다를 게 없네?”

[어어, 여기가 어디지? 난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영혼 언데드의 힘은 육체의 강력함보다는 마법적인 재능을 더 쳐주는 언데드였다.

그러니 해룡족 전사로 만든 유령 언데드는 그다지 다른 일반적인 생명체보다 딱히 나은 점은 없었다.

오히려 마법적 능력이 뛰어난 일반 몬스터보다 약하기도 했다.

다크 엘프가 엘프 밴시로 태어난 것은 다크 엘프는 마법적 재능이 무척 뛰어났기 때문.

'하지만 왜 검을 주로 쓰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그래서 요한은 그의 직속 조직인 프링고들에겐 마법을 배우도록 지시해 두었다.

다른 다크 엘프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우호적인 세력은 맞지만, 그 우호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녀석들이었다.

굳이 신경을 써 가면서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자, 봐. 얼마나 멍청해 보여. 이게 너희들이 말하는 전사의 영혼인가? 큭큭.”

“크아아악, 우리를 모욕하지 마라. 빨리 날 죽이란 말이다!!”

“어이, 어이. 죽으면 고통이 없어지지 않아. 네크로맨서 앞에서 죽음은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일 뿐이라고. 너도 저렇게 멍청한 밴시가 되어서 계속 고통받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크윽!”

죽어서도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해룡족 전사의 눈빛이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질문에 대답만 해 주면 편안하게 죽여 주겠어. 밴시로 만들지도 않고 영혼을 괴롭히지도 않는다고 약속하지.”

해룡족 전사가 고문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강인한 육체도 육체지만, 해룡족 전사는 죽으면 전사의 무덤이라는 저승에 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삶의 고통은 그곳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 진짜 삶을 그곳에서 시작한다고 전해졌다.

그래서 어떤 고통도 수련이라고 여겼으며 죽음은 새로운 단계라고 생각해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한이 보여 준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영혼을 다루며 영혼까지 잡아먹는 진짜 괴물은 해룡족 전사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시련이었다.

어떤 육체적 고문도 견뎠던 해룡족 전사의 눈빛이 순해졌다.

“저, 정말로 편하게 놓아줄 거냐?"

“아, 그렇다니까. 어차피 영혼은 많아. 너 하나 놔준다고 해서 내가 딱히 손해 볼 건 없지.”

“미, 믿을 수가 없다.”

“흠…… 좋아. 밴시, 너는 지금 이 순간부터 해방이다.”

[아아..!! 아아.!!]

요한이 해룡족 전사의 영혼으로 만든 밴시 1기를 향해서 외쳤다.

그러자 고통에 찌들어 있던 밴시의 눈빛이 풀리면서 환희에 가득 찬 상태로 황금빛으로 빛나더니 마찬가지로 황금빛의 가루가 되어 흩날리며 사라졌다.

“아아……! 아아……!”

그 모습을 본 해룡족 전사는 환희에 차올랐다.

그가 지금껏 어른들에게 들은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

〈육신이 죽으면 황금빛이 우리를 전사의 무덤으로 안내할 것이다.〉

‘이게, 전사의 무덤으로 가는 길!!,

해룡족 전사는 이제 요한을 경외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마치 요한이 전사의 무덤으로 보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알겠다. 비록 긍지엔 어긋나지만, 그대의 약속을 믿고 모든 것을 실토하겠다. 대신, 약속은 지켜 주길 바란다.”

“당연하지. 너는 결국 나한테 수 많은 영혼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후우.”

결심하긴 했지만, 긍지를 어기는 행위였기에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투항한 해룡족 전사는 의외로 일반 전사가 아니라 상급 전사에 해당하는 고급 전력이었다.

‘어쩐지.’

아무리 육체적으로 뛰어나다고 해도 죽음의 기운을 다루는 류페이의 고문이었다.

일반적인 고통이 아니었을 텐데 꿋꿋하게 버틸 정도로 뛰어난 전사란 소리였다.

“흠, 그래서 그렇군.”

“그렇다. 에너지 공급기를 통해서 더는 이곳에 넘어오지 말라는 통신이 전해졌고. 우리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보내진 지원병이었다. 이미 수많은 전사가 목숨을 잃었고 진짜 정예는 잔자클과의 전쟁으로 빠져 있으니까. 이 이상 전사를 잃으면 현재 유지 중인 전선도 무너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아, 그래서 수에트 녀석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거였네.’

요한에게 완전히 배신당한 그였다.

만약에 그였다면 분노에 가득 차 곧바로 배신자를 응징하러 나타났을 것이었다.

때문에, 코빼기도 안 보이는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지.’

이제야 의문이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그렇다면, 돌아오기 전에 본진을 쳐야겠군.’

해룡족 전사의 증언에 따르면 본진엔 아직도 수많은 전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예병은 쏙 빠진 전사들이며 이번 전투로 꽤 많은 전사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다른 곳도 지켜야 했기에 전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최근 인간 종족이 사방에서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꽤 많은 병력을 빼놓았지.”

‘크으, 통했구먼.’

의도했던 작전이 제대로 먹히자 요한은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 이후로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해룡족 전사는 처음에만 어려웠지 시간이 지나자 나중에는 물어보지도 않은 정보를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엘레노아는 옆에서 묵묵히 들으며 기록할 건 수첩에다가 기록해 두었다.

스윽-!

‘저건 또 언제 꼈데?’

어느새 엘레노아는 빨간색 뿔테 안경까지 끼고 있었다.

S급 헌터가 시력이 나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단순한 패션 안경이란 뜻이었다.

꿀꺽-!

‘와, 예쁘다.’

요한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자신이 안경 쓴 여자에게 굉장한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말이다.

짜릿한 느낌이었다.

두근두근-.

‘엘레노아가 예쁜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더 예쁘네.’

그동안 쭉 함께 있으면서 외모에 익숙해졌고 요한이 점점 강해지면서 자존감도 쭉쭉 상승한 탓이 컸다.

하지만 안경을 쓴 엘레노아를 보니 오랜만에 처음 그녀를 봤을 때가 떠올랐다.

‘정말 언덕 위의 꽃이라는 느낌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언제나 자신과 꼭 붙어 다니는 귀여운 존재였다.

‘내가 그만큼 거물이란 뜻이겠지.’

엘레노아처럼 아름다운 존재가 오히려 함께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니까.

‘음, 엘레노아라면 내 마음을 열 수도 있겠지?’

언젠가 그럴 것이고 엘레노아 말곤 딱히 끌리는 이성은 없었다.

끌리긴커녕 가끔 여자를 보고 있는 건지, 남자를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무감각했다.

오직 그의 심장은 엘레노아에만 반응하고 있을 뿐이었다.

“요한 씨.”

“아, 응, 왜?”

“심문 다 끝났어요.”

“벌써?”

요한은 고문까지가 할 일이었다.

나머진 엘레노아에게 모든 것을 맡겨 둔 상태였다.

“얘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덕분에 빨리 끝낼 수가 있었어요.”

“자, 이제 날 편하게 해 다오. 약속하지 않았는가!”

“뭐, 좋아. 난 약속은 지키니까.”

해룡족 전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슥-!

요한이 턱짓을 했다.

“흐읍!”

촤악-!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류페이가 순간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해룡족 전사는 고통도 느끼지 못 하고 자신이 죽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생을 마감했다.

적극적으로 참여한 전사에 대한 배려였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영혼이 바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

툭툭툭.

발을 굴리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간은 곧 금이었고 지금은 사소한 일에 낭비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스윽-!

[아아.......]

해룡족 전사의 영혼이 비교적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런 고통도 없었고 평온한 상태로 죽었기에 원혼으로 갈 여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힘든 이승에서 수고가 많았다. 이제 편히 쉬도록.”

[아아……!]

요한의 말이 떨어지자 해룡족 전사의 영혼이 환희에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서서히 금빛에 물들어 갔다.

[아아!!]

정말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밝아진 표정으로 서서히 사라졌다.

‘음, 이거 괜찮은데?’

이건 그냥 평범한 현상이었다.

금색으로 빛나는 게 좀 멋지긴 했지만, 절대 특별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모르는 상대에게 쓰면 정보가 힘이 되는 법.

‘놈들이 이게 전사의 무덤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맞는 거지.’

충분히 녀석들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큭큭큭.'

요한이 조용히 웃기 시작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흔히 웃는 방식이었다.

‘좋아, 좋아. 이걸로 화끈하게 처리해 보자고.’

엘레노아는 한창 메모한 것을 정리하다가 요한을 보곤 살짝 고개를 저었다.

‘요한 씨는 다 좋은데 가끔 너무 엉큼하신 거 같아.’

그래도 그런 게 매력인 남자라고 생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