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하늘이다!!”
“네크로맨서!!”
“저주받을 놈!!”
그들은 하늘에 떠 있는 요한을 향해서 무차별 욕설을 퍼부었다.
“그곳에 있다고 우리가 못 잡을 줄 아느냐!”
해룡족의 생활이 보통 땅이라고 해서 그들이 헤엄을 못 치는 게 아니었다.
원래 그들은 야만적이고 포악하며 잔인한 해룡족.
거대한 몸이 작아지긴 했지만, 헤엄치는 방법을 잊은 게 아니었다.
“저 녀석만 죽이면 모든 게 끝난다.”
“죽어!!”
촤아악-!
물살을 가르며 튀어 오르려던 해룡족 전사들.
하지만 그들은 곧 어둠과 마주해야 했다.
쿠궁-!
"흥!"
요한은 콧방귀를 뀌었다.
데스 스태프가 한 번 더 휘둘러 지자.
“억!”
그들은 제대로 된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뼈 무덤에 갇히고 말았다.
요한이 스킬을 사용해 둘러싼 본 월을 덮어 버린 것이었다.
물론 이대로 죽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다급한 전쟁터에서의 이탈은 아주 짧은 시간만으로도 치명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요한은 사방을 돌아 다니며 시체 폭발을 일으키고, 적들이 교묘하게 뭉쳐 있는 곳은 본 월을 통해서 떨어트리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온갖 공격 스킬과 저주 스킬을 퍼부어서 적을 적절하게 교란했다.
특히 그들이 가장 힘든 것은 전사가 1명, 1명 죽을 때마다 구울로 다시 살아나 적이 된다는 것이었다.
한때 동료였던 자를 죽이는 게 힘들다는 게 아니었다.
해룡족의 시체로 깨어난 녀석들이다 보니 전투력도 매우 우수했다.
리바이브로 깨어났을 때보다는 못 해도 구울의 힘은 엄청났으니까.
띵-!
‘응, 또?’
이번에도 역시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알람은 늘 좋은 소식만 전해 줬기에 기대 어린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열어 보았다.
[네크로맨시의 새로운 확장 스킬이 등록되었습니다.]
-> 확인.
‘이야, 드디어 네크로맨시의 새로운 스킬이 생겼구먼?’
그가 최초로 얻은 스킬이자 아직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범용성 높은 스킬 트리였다.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뚜렷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 최강급 헌터가 한계라고 하니 남이 들으면 허탈한 웃음이 나올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힘을 다루는 요한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좀비와 스켈레톤, 구울은 분명히 범용성이 뛰어난 것은 맞았지만, 하급 언데드를 부르는 스킬론 한계가 확실했으니까.
‘과연 어떤 스킬이려나?’
한창 전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요한은 팬텀 스티드의 기수를 돌려서 전투 현장에서 살짝 벗어났다.
평소였다면 이럴 수는 없겠지만, 이미 오토 전투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가 참여한다면 좀 더 확실히 전투를 끝낼 수도 있겠지만, 없다고 해서 못 할 건 없었다.
▶ 애니메이트 데드: 광범위한 언데드 소환술. 이 스킬을 사용하면 스킬 레벨이 높을수록 뛰어난 수준의 언데드를 시체의 생전에 가졌던 힘을 계산해 부를 수 있는 범위 스킬. 이 스킬로 일으킬 수 있는 언데드는 제한이 없으며 스킬 레벨에 따라서 강력한 언데드가 될 수도 있다. 애니메이트 데드로 소환한 언데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소멸하며 그 시체는 재활용할 수 없다.
‘오, 괜찮은데?’
드물게 재활용 제한이 있는 언데드 소환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런 조건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언데드 종류를 제한 없이 소환 할 수 있다니. 일으킬 수 있는 숫자 제한도 없다니까, 전쟁터가 커질수록 더욱 효과적이겠군.’
아주 운이 좋게도 그것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무대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쾅-! 쾅-!
척척척-!
해룡족의 요새는 요한의 압도적인 공세 앞에서도 겨우지만, 틀을 유지하고 있었다.
“젠장 막아!!”
피슝-! 피슝-!
“흥, 귀찮게 굴기는!!”
본 스파이더를 탄 류페이가 선두에서 검을 휘두르며 맹활약했지만, 뛰어난 해룡족 전사들이 전담 마크 하면서 속도가 줄어들었고, 어디선가 계속 전사들이 지원을 오는 통에 화끈하게 끝낼 한 방이 부족했다.
위잉-! 위잉-!
[저기 파동 보이시죠? 요새를 무너지지 않게 든든하게 지탱해 주고 있는 거예요.]
“저게?”
요새의 뒤는 단단한 암벽으로 되어 있었다.
그저 후방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면 헤엄을 칠 수 있는 해양 몬스터를 상대론 물 위로 넘기지 않는 이상 벽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그렇군, 무엇인가를 숨기기 위해서 마치 벽처럼 보이게 해 둔 것이었어.’
“저 안에 들어 있는 건 뭐야?”
[에너지 공급기라고 하는 건데. 저희 인어 종족이 개발하고 실전 배치까지 했던 장비예요. 저것만 있다면, 주변으로 끊임없이 마나를 주입할 수 있고 통신 기능까지 있어서 광범위한 지역으로 지원 요청도 가능해요. 아, 제일 중요한 게 저게 이동 장치 기능까지 있어서 아마도 저기를 통해서 해룡족 전사들이 계속 몰려오는 걸 거예요.]
“그렇단 말이지.”
요한은 오드리에게 그런 말까지 들었음에도 딱히 벽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에너지 공급기를 피해서 공격하라는 명령을 입력했을 정도였다.
[저…… 요한 님, 저 에너지 공급기 파괴 안 하세요?]
의아한 오드리는 조심스레 되물었다.
“저 유용한 걸 왜 부수겠어. 오히려 더 오라고 해. 안 그래도 이번에 본격적으로 녀석들을 조질 생각이었는데. 괜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놈들 하나하나 깨부술 생각에 머리가 아팠는데 오히려 잘됐지. 안 그래도 시험해 보고 싶은 스킬도 있는데 정말 잘됐어.”
[아…….]
오드리는 질린 눈으로 요한을 보았다.
‘이 미친 인간!’
그르릉-!
암벽의 문이 열리면서 이번에도 수십 명의 해룡족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엔 요새 내부의 예비대가 나온 줄 알았던 병력은 다른 곳에 있는 전사들이 지원 온 것이었다니.
놀라면서도 유용한 사냥감을 발견한 것처럼 눈을 빛냈다.
‘여기서 해룡족의 전력 절반은 날려 주겠어.’
귀찮은 일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 되어 러키라고 생각했다.
“자, 이제 뒤로 가 있어. 전투에 방해되니까.”
[네…….]
시무룩해진 오드리는 빛이 되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가자.”
“이히히힝-!!”
요한이 다시 전투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네크로맨서가 온다!!”
“저 녀석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피슝-! 피슝-!
“오우!”
휙-!
순간적인 속도를 마하로 낼 수 있는 팬텀 스티드도 깜짝 놀랄 만큼 강력한 화력의 집중 공격이었다.
순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피한 탓에 요한의 몸도 크게 요동쳤다.
“크으, 화끈하구먼.”
잠시 위험하긴 했지만, 그래도 놀이 기구를 타는 것처럼 재밌다고 생각했다.
‘자, 화끈하게 놀아 볼까. 애니메이트 데드!’
말 그대로 죽음의 주문이 발동됐다.
솨아아아-!
요한의 몸에서 죽음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사방을 덮치기 시작했다.
“응?”
“저건 또 뭐야?”
요새엔 아직도 방치된 시체가 많았다.
네크로맨서를 상대하려면 시체를 내버려 두면 안 되고 재빨리 태우거나 정화 스킬로 정화를 해야 언데드로 되살아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간단한 이치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쉽게 알 수가 없었다.
해룡족 전사들이 그런 부류였다.
네크로맨서가 시체를 일으켜 언데드를 다루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단순히 알고 있는 것과 경험해 보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이곳 해저엔 네크로맨서라는 클래스는 오직 기록에만 적힌 존재였으니까.
후드득-!
“젠장, 녀석이 또 언데드를 일으켰어!”
“괜찮아, 단순한 녀석들이야. 2명이 합동해서 처리하면 편해.”
“모두 집중해!!”
해룡족으로 일으킨 구울은 까다롭긴 했지만, 그렇다고 상대할 수 없는 적은 아니었다.
집중만 하면 쉽게 상대할 수가 있었다.
턱-!
서서히 일어나는 해룡족 전사의 시체들.
“어?”
“저것들은 또 뭐야?”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에 전사들은 당황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시체의 모습이었다면, 지금 일어난 시체들은 단순한 시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무장을 한 채 깨어 난 1명의 전사나 마찬가지였다.
“크아아아아!!”
“구오오오오!!”
깨어나자마자 크게 포효했다.
‘와우.’
그 모습을 본 요한은 휘파람을 불었다.
‘데스나이트로 깨어났네?’
물론 같은 데스나이트라고 해서 다 같은 데스나이트는 아니었다.
지금 류페이는 깨어났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진 몸이었지만, 깨어 날 당시만 보면 해룡족 데스나이트가 훨씬 강해 보였다.
“저들은 위대하신 죽음의 군주이신 김요한 님에 반하는 존재들이다. 죽여라!!”
100% 데스나이트는 아니었고 중간중간에 다른 언데드도 보였다.
하지만 듀라한이 가장 많았다.
‘흠, 해룡족 전사 중에서도 강한 녀석들은 데스나이트고, 그렇지 못한 녀석은 듀라한이나 다크 나이트로 부활했네.’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데스나이트로 깨어난 그들은 곧 바로 주변의 언데드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뛰어난 지휘관이자 기사였다.
“돌격!!”
“크아아악!!”
주변에 있던 스켈레톤 워리어, 해룡족 구울들도 반응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막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요새는 사수해!!”
“공급기는 어떻게서든 지켜!!”
“우와아아악!!”
해룡족 전사들은 죽을힘을 다해서 싸우고 또 싸웠다.
전황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었다.
애니메이트 데드가 없을 때만 해도 그나마 힘겹게 버티던 요새의 방어선이 쭉쭉 밀리기 시작했다.
“죽어!”
챙-!
“어, 어?”
삼지창을 힘껏 휘둘러 봤지만,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푹-!
“커헉!”
옆에 있던 다른 데스나이트가 그대로 창을 휘둘러 해룡족 전사의 가슴을 꿰뚫었다.
데스나이트는 삼지창은 다룰 수가 없었다.
은으로 만들었는지 언데드의 힘을 억제하고 살갗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요한이 내뿜는 죽음의 기운은 언데드에게 새로운 힘과 무기를 부여 했기 때문이다.
“제, 제기랄.”
촤악-!
해룡족은 가슴이 꿰뚫렸음에도 힘을 내서 반격해 보려고 했지만, 곧 이어서 듀라한이 휘두른 칼에 목이 잘렸다.
휘적-! 휘적-!
목을 잃은 육체는 허공에 손을 휘두르다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크으, 다음.”
언데드는 시체엔 관심이 없었다.
더 많은 죽음을 만들기 위해서 생명체를 찾아 움직였다.
들썩-!
쓰러진 시체는 이번에도 죽음의 기운에 반응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깨어난 시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멀찍이 떨어진 목을 들었다.
촤아아악-!
목을 들자 그의 주변에선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빠르게 온 몸을 장악하고 갑옷과 철퇴를 만들었다.
“죽이자, 죽이자. 생명체를 죽이자!! 듀라한, 준비됐습니다.”
목이 잘려 죽은 탓에 듀라한으로 깨어난 것이다.
하늘에서 요한이 스킬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흠, 이걸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으면 편하겠는데?’
이미 코딩할 부분까지 다 계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트 데드의 코딩식도 천천히 확인하고 있었다.
전쟁인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