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16화 (216/250)

16화

“가자.”

[응!]

“킥킥, 다 죽여 주겠어.”

류페이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때였다.

띵-!

'응?'

갑자기 울린 스마트폰.

‘울릴 게 딱히 없는데?’

이제 막 스카이 포탈에 진입해 앞으로 걸어갔을 뿐이었다.

보통 때와 다를 게 전혀 없었기에 스마트폰이 울리는 게 더 이상했다.

얼른 확인해 보았다.

[데스나이트 류페이가 새로운 각성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수많은 살생으로 인해서 다음 단계의 힘을 깨달았습니다. 둠나이트로서의 자각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조건을 완수하시면 데스나이트 류페이는 둠나이트로 다시 태어납니다.]

‘뭐, 뭐 이런…….'

놀라우면서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솔직히 요한은 류페이에게 한해선 기대하는 게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데스나이트에 본 스파이더라는 공허 간수 출신의 사기급 언데드를 보유한 존재.

뭘 더 바라야 할까?

하지만 그러니 오히려 그녀는 스스로 발전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게 요한이 그녀에게 준 죽음의 권능과 코딩이라는 사기 급 능력이 부여된 덕분이긴 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에서 둠나이트로 나아간다는 것에는 오직 순수하게 그녀의 의지와 힘이 작용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뛰어난 암살자의 육체로 만든 언데드인 것은 맞았다.

능력은 A급이지만, S급 헌터를 암살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철두철미함, 그리고 똑똑함과 미인계 같은 내적인 철저함 덕분이지 그녀의 재능은 A급에 불과했다.

결국, 그녀의 재능을 결정한 건 육체보다는 영혼, 정확히는 육체와 영혼의 결합.

‘뭐, 상관없긴 하지.’

지금은 데스나이트 류페이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어쨌든 그녀는 안 그래도 강력한 데스나이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둠나이트가 되려고 하고 있었다.

‘나도 힘내야지.’

그래도 덕분에 긴장됐던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

‘류페이한테 질 수는 없지.’

언데드에 불과했지만, 존재하는 것 자체는 언데드 그 이상인 존재였다.

그래서 단순한 언데드라기보다는 동료에 가까웠기에 의지가 되기도 했다.

“어이, 류페이!”

“어, 왜 불러?”

정작 류페이는 생전의 기억 때문인지 습관 때문인지, 생기지도 않는 코를 후비적대고 있었다.

아무리 잘 쳐줘도 그냥 한량이었다.

“야, 코도 없는 녀석이 코는 왜 파?”

“먼지는 있거든?! 그리고 코가 없긴 왜 없어 여기 있는 구멍은 옹이구멍이냐!”

발끈하는 류페이.

살점 없이 뼈만 있는 코는 동그란 게 먼지가 쌓이기 딱 좋은 모양이긴 했다.

***

그 시간.

영국의 명문 길드이자 샐러맨더라는 불의 정령을 다루는 검사를 길드 마스터로 둔 샐러맨더 길드는 한창 거대한 거북이 몬스터와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광범위한 땅을 영역으로 삼는 레서 터틀은 거대한 덩치만큼 느린 움직임을 보였지만, 껍데기로 몸을 숨기고도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방어력이 매우 우수한 몬스터였다.

콰가가강-!

“퉤, 젠장. 이래서 여길 입찰받고 싶지 않았는데.”

샐러맨더 길드의 마스터인 Mr. 샐러맨더는 가래침을 뱉곤 미간을 찌푸렸다.

본명은 따로 있었지만, 그의 능력이자 파트너인 샐러맨더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덕후였다.

그래서 본명을 숨기고 Mr. 샐러맨더라는 예명을 사용하는 그의 샐러맨더 사랑은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했다.

“어이, 카메라맨. 영상은 잘 찍고 있겠지?”

“아, 예!!”

“좋아, 몬스터가 좀 빡빡하고 단단하긴 하지만, 그래도 킹이 공략법까지 상세하게 제공했으니까. 브리핑한 대로 움직인다. 알겠나?!”

“예!!”

요한은 생색이란 생색은 모두 내면서 지도 정보에 공략 정보까지 세세하게 제공했다.

아, 물론 이건 요한이 직접 기록한 게 아니라, 엘레노아가 기록한 것을 그대로 정보로 옮긴 것이었다.

기본적인 공략은 분석 프로그램이 다 제공하기에 요한에겐 딱히 필요가 없는 정보들이었다.

하지만 영국 공격대엔 이런 기록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했다.

공략 방법만 있으면 어떻게든 길을 찾아내는 게 인간이란 존재.

지도와 공략 정보를 기초로 해서 각 공격대는 스카이 포탈을 빠르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요한의 안배는 완벽했다.

해저인과 해룡족은 갑작스러운 타 차원 종족의 빠른 움직임에 당혹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입에서 쉽게 길을 잃거나 잡몹조차 제대로 공략법을 몰라서 허둥대기 마련이었던 녀석들이 정말 갑자기 미친 듯이 성장하더니 크나큰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해룡족과 해저인은 이곳 스카이 필드의 주인.

평소였다면 대포탈 시대가 된 지 100년도 안 된 인간이 수백, 수천 년이란 시간 동안 몬스터와 싸우면서 성장하고 문명을 발달시킨 그들의 적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비상사태.

죽음의 기운을 풍기며 종족의 존폐를 위협하는 네크로맨서가 존재 했기 때문이다.

최근 며칠간은 그나마 조용했는 데, 바로 조금 전부터 다시 공격이 시작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다시 공격을 시작한 네크로맨서의 공격은 정말 거셌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맹공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약간 간을 본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공격은 그야말로 전면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디가 주공이지?”

가장 위협적인 건 역시 네크로맨서였다.

하지만 이번에 들어온 인간들의 공격도 워낙 광범위에 숫자도 많았다.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이유였다.

“젠장, 하필이면 이때 왕자님들이 메가 잔자클 남작과 싸우러 가실 줄이야.”

“빌어먹을 뭐라고 판단이 안 서는군.”

“젠장, 젠장!”

보통 때였다면 가장 강력한 왕자들이 나서서 금방 일을 해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왕자들은 왕위를 얻기 위해서 자격시험인 메가 잔자클 남작을 사냥하러 가기 위해서 움직였다.

이 시험에서 살아남은 딱 1명이

해룡족의 보물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얻고 해룡족을 지배하는 진정한 왕으로 등극하게 될 것이다.

포세이돈의 삼지창은 과거 인어 종족 왕의 주 무기이며 인어 종족의 보물이기도 했다.

포세이돈의 삼지창만 있다면 바다를 지배할 수 있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전대 왕은 이 포세이돈의 삼지창으로 이곳 해저 전체를 호령 했으니까.

잔자클의 진정한 대장 격이었던 잔자클 로드도 전대 왕이 봉인한 것이었다.

다만, 잔자클 종족도 만만치 않았기에 죽지 않고 봉인으로 끝나며 그나마 미래를 기약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아 참, 들었어?”

“뭘?”

“이번 네크로맨서인가 뭔가 하는 인간 종족이란 놈. 인어 종족을 부흥시키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뭐, 말도 안 돼. 인어 종족은 끝났어. 그리고 무슨 부흥이야. 봉인이 장난이야? 이 멍청한 인형들로 뭘, 어쩐다고.”

“그렇지? 너도 헛소문 같지?”

“그래, 인어 종족 부흥은 무슨. 빨리 순찰이나 가자고.”

“그래, 네 말이 맞아.”

해저인들에게 들은 내용을 전해 줬지만, 대부분 해룡족 전사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바로 비웃음.

이미 사라진 지 수백 년은 더 된 인어 종족이 부활한다니?

믿는 게 더 바보 같은 일이었다.

***

쾅쾅-!

“커헉!”

“젠장, 저 빌어먹을 네크로맨서. 어, 언제 여기까지 온 거야!!”

“이곳은 완전히 후방인데?”

스카이 포탈 안쪽에 있는 해룡족 요새.

해양 몬스터 몇 마리가 며칠 전에 요새를 공격했다가 3분 요리가 된 것 말곤 딱히 이렇다 할 이벤트가 전혀 없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였다.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뜨거워, 뜨거워. 난 지옥이 싫어!!]

요새 하늘에선 유령들이 빼곡하게 차서 날아다니며 곳곳에 저주와 착란을 뿌려 댔다.

하늘에서만 문제가 아니었다.

척척척-!

요새 밖에선 그야말로 중무장한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오와 열을 맞추고 접근하고 있었다.

요한이 상당히 신경을 쓴 부분이었다.

슈욱- 쾅!!

“제기랄, 이건 또 뭐야!!”

“하늘에서 폭발하는 시체가 마구 쏟아지고 있습니다!!”

구궁-!

본 골렘들이 요한이 공급한 시체를 탄환 삼아서 마치 자주포가 된 느낌으로 시체를 던지고 있었다.

시체는 땅에 닿는 즉시 폭발해 사방으로 뼈를 발산하며 근처에 있는 해룡족 혹은 건축물에 큰 타격을 주었다.

‘흐흐흐, 이게 바로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 오토 기능이다!!’

코딩이 가능해진 이후로 요한은 쭉 이 오토 기능을 연구해 왔다.

류페이의 지휘력은 뛰어난 편이나 그 한계가 뚜렷했다.

그리고 요한이 직접 지휘하자니 그의 다른 스킬을 쓸 여력이 없어졌다.

그래서 요한은 코딩이 가능해진 이후로 오토 기능을 연구하며 관련 데이터도 쭉 저장해 두었다.

딤러닝 기술까지 동원해 지금까지 전투했던 모든 것을 배우게 했다.

저장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다양한 전투 방식을 익힌 인공지능을 드디어 선보이며 요한이 굳이 지휘하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알아서 모든 상황에 맞게 전투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 중심엔…….

[왜 제가 이걸 하고 있어야만 하는 거죠?]

바로 안내인이 있었다.

붉은 머리의 건강미가 넘치는 안내인은 마치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오토 기능의 핵심이 되어 직접 언데드를 조종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내인은 언데드 군단의 특성과 주변 지형 그리고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을 철저히 계산하여 상황에 맞게 전투를 벌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히히히힝!!”

“어휴,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요한은 하늘에서 팬텀 스티드의 등에 타서 여유롭게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

드디어 큰 제약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이제 좀 진짜 제대로 된 전투에 임할 수 있겠네.’

그동안 언데드 지휘에 묶여 있느라 직접 전투에 참여한 경우가 손에 꼽았다.

하지만 지금부턴 아니었다.

‘어디 나서 볼까.’

요한은 팬텀 스티드를 이끌고 요새로 향했다.

“홀드!!"

"......."

꿀꺽-!

해룡족 전사들이 마른침을 삼키고 기다렸다.

조장의 지시는 반드시 지키도록 훈련받았기 때문.

척척척-!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열을 맞추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위압 그 자체였다.

어느 정도 스켈레톤 워리어 부대가 다가오자 조장이 삼지창을 들었다.

“쓸어버려!!”

콰가가강-!

해룡족 전사들은 마치 삼지창을 레이저 총처럼 들어서 마나를 방출했다.

그러자 일제 사격처럼 마나가 쏘아져 다가오던 스켈레톤 워리어를 싹 쓸어버렸다.

"우우!"

“화끈하군!!”

위풍당당하게 다가오던 스켈레톤 워리어 300기가 그대로 소멸해 버린 것이다.

“어떠냐!!”

“이 기세로 싹 쓸어버리자!!”

“와아아아!!”

잔뜩 기세가 오른 해룡족 전사들이 막 앞으로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콰가강-!

“으아악!!”

“크헉!!”

갑자기 하늘에서 날카롭고 강력한 뼈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쿠구구궁-!

“이건 또 뭐야?!”

그들의 앞으로 단단해 보이는 뼈로 된 벽도 함께 솟아났다.

쿠구구구궁-!

앞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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