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정부, 협회 대리인은 정말 빠르게 전화를 들었다.
“예, 국장님. 크, 큰일 났습니다.”
“예, 예. 차관님. 이거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건인데요. 저희 선에선 도저히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큭큭, 당연하지. 자칫 스카이 포탈 공략에 대한 지분을 너희들이 증오할 정도로 싫어하는 독일과 프랑스에게 뺏길 수도 있을 테니까.’
스카이 포탈은 공략한 쪽에 소유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분이 있도록 하는 국제법이 얼마 전에 통과가 되었다.
일종의 꼼수였는데 헌터 전력이 약한 후진국의 스카이 포탈의 지분을 헌터 전력이 강한 선진국이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스카이 포탈이 막 발생했을 때는 그저 자국에 있는 스카이 포탈을 감당하는 것도 벅찼다.
하지만 요한이 최초로 베트남의 스카이 포탈을 클리어하고 그곳을 안정시킨 후 완벽하게 소유하자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자원과 확장에 욕심이 많은 선진국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아~주 오래전 역사였지만, 열강 시절의 버릇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지구라는 행성이 포화가 됐고 전쟁을 벌였을 경우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았기 때문에 정복 전쟁은 무리였다.
하지만 스카이 포탈은 달랐다.
자국의 땅에 발생한 것이기에 어느 나라의 간섭도 필요가 없었다.
또 상대는 몬스터였기에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아니었다.
스카이 포탈은 선진국에 있어서 기회의 땅이었다.
다만, 요한 혼자서 클리어한 것에 현혹되어 너무 만만하게 본 탓에 대규모 원정대를 꾸렸다가 엄청난 피해를 본 국가가 속출하고 있었다.
일부 국가는 겉으론 표현을 못 하지만, 요한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존재했다.
하지만 자기들이 생각해도 그게 요한의 탓이란 게 어이가 없으니 대놓고 표현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런 국제법으로 인해서 정말 요한이 프랑스와 독일에 협조를 구하고 그들이 요한의 요청대로 영국에 헌터를 파견해 만약에 포탈을 클리어한다면, 영국의 스카이 포탈의 지분을 빌어먹을 프랑스와 독일이 나눠 가질 수가 있었다.
정보에 따르면 요한은 스카이 포탈을 클리어하고 보상만 챙긴 다음에 한국으로 돌아갈 거란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 영국은 마음 편하게 요한에게 스카이 포탈을 맡길 수가 있었다.
설사 지분은 좀 나눠 줘도 실질적인 지배권만 영국이 소유하면 그만이었기 때문.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사정이 달랐다.
그들이 만약에 스카이 포탈의 지분을 얻게 된다면 영국이 싫어서라도 적극적으로 참견하고 방해할 게 분명했다.
‘절대 그럴 수는 없지!!’
‘빌어먹을 프랑스, 독일 놈들이 감히 어딜!!’
프랑스와 독일은 아무런 짓도 안 했지만, 애초에 그들을 싫어하는 영국이었기에 과잉 반응을 하고 있었다.
영국 정부와 협회에서 각각 고위직이 온 건 전화가 끝난 지 30분도 흐르지 않은 후였다.
런던 시내의 상황을 생각하면 전화 받자마자 헬기를 타고 날아온 것이었다.
물론 협회 부회장은 이곳에 있었기에 금방 도착했지만.
협회와 정부의 고위직이 오자 이번엔 요한도 직접 나섰다.
그전엔 루터가 직접 말했다면, 지금부턴 요한이 대화를 주도했다.
“미스터 킴, 그 말이 정말입니까. 우리한테 일을 맡기시겠다고요?”
“뭐, 네. 사실 제가 다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솔직히 귀찮아서요. 필요한 성장은 다 했는데, 쓸데없이 반복 사냥은 제 취향은 아니고 빨리 끝내고 집으로 가고 싶어서 말이죠.”
정확히는 방어 요새를 타고 세계 일주나 하고 싶었다.
“그, 그렇다면 지도를 제공해 주겠다는 것도 정말입니까?”
“네, 뭐. 당연하죠. 제가 일을 맡기는 것이니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끔 스카이 포탈 내 지도를 제공하겠습니다.”
“감……."
“단!”
"?"
“배당된 지역의 지도 정보만 드릴 겁니다.”
“그, 그런……."
뭔가 애매한 조항이었다.
배당된 지역에 대한 지역 정보만 제공한다니?
물론 지역 정보는커녕, 깜깜이 탐험만 하는 그들로썬 그런 정보도 귀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정부와 협회 관계자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저…… 저희가 적당한 가격에 살 테니까 모든 정보를 주실 수는 없을까요?”
“에헤이, 아마추어처럼 왜 이러실까. 내가 돈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여요?”
“아, 아니, 그게…….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실언을 했습니다.”
세상에 누가 감히 요한을 돈으로 매수할 수 있단 말인가?
요한이 설립한 K&S에서 막대한 돈이 실시간으로 들어왔다.
과거 사사가 컴퓨터를 팔 때마다 회사에 얼마씩 찍힌다는 말이 돌았는데.
그것보다 훨씬 막대한 자금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컴퓨터도 필수품이긴 했지만, 그래도 하나 사면 몇 년은 충분히 쓸 수 있고 또 가짜 프로그램도 많았다.
하지만 스크롤은 소모품이었다.
과거 스크롤이 미친 듯이 비쌀 때는 아무리 위험해도 돈이 걱정돼 타이밍을 놓쳐서 허무하게 희생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도 소모품치곤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효과가 확실했고 목숨값은 훨씬 더 비싼 법이었다.
이젠 조금만 위험해도 스크롤을 써 버렸고, 헌터의 희생도 전보다 무려 1/50로 줄었다.
협회와 정부에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S급이 아니면 헌터가 내는 세금은 어마어마했다.
물론 세율은 혜택을 받지만, 워낙 버는 액수가 많다 보니 F급 헌터도 활발하게 활동만 하면 일반인 고소득자 이상으로 세금을 내니까.
이렇게 스크롤은 소모품이었고, 비쌌지만 정작 생산 비용은 정말 적었다.
요한의 충실한 수하들인 프링고가 마석을 자체 조달해 주었다.
또 제작도 프링고 마법사들이 알아서 해 주었다.
물론 완전히 공짜는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인력보다는 훨씬 가격이 저렴했다.
생산비는 저렴하고, 가격은 비싸니 돈을 쓸어 담지 않는 게 이상했다.
K&S의 지분 100%를 소유한 요한의 재산은 이제 그도 모를 만큼 엄청나게 많아졌다.
덕분에 한국 정부는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K&S는 초거대 기업이자 유니콘이었지만, 요한이 주인으로 있기에 법인 세율은 없었다.
개인 재산에 대해선 1%의 세금이 붙지만, 훨씬 막대한 돈이 오가는 기업이었기에 그 1%도 없었다.
짧은 시간에 수조 원을 이익금으로 번 유니콘 기업이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있었다.
간접세라도 내야 할 텐데 요한이 한국에 없어서 그러지도 못하고 현금으로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었다.
한국 정부로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 족족 창고에만 넣어 버리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김요한 헌터야, 제발 좀 빨리 와!!’
그저 애만 태우고 있을 뿐이었다.
“뭐, 실언이고 뭐고 상관없고. 싫으면 마시든가요.”
“아, 아닙니다. 싫은 게 아닙니다. 그냥 저희는 지도가 꼭 필요해서……."
스카이 포탈은 물론 모든 포탈을 클리어하는 데 지도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다.
지도만 있으면 꼭 필요한 곳만 돌면서 사냥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스카이 포탈은 너무 위험하고 넓어서 일반 포탈처럼 무식하게 돌아다니면서 직접 지도를 만드는 게 불가능했다.
물론 지금까지 꽤 많은 헌터가 돌아다니며 지도를 만들긴 했지만, 범위가 너무 좁았다.
스카이 포탈은 일반 던전 포탈보다도 훨씬 더 넓은 또 다른 세계.
겨우 조금 돌아다니면서 작성한 지도로는 턱도 없이 부족했다.
“에헤이, 제가 영국 정부와 협회에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100% 제공해요. 제가 하기 귀찮아서 하도급을 드리는 건데요. 제가 편의를 봐줄 필요는 없죠.”
“……후우.”
‘젠장, 우리가 실수한 건가?’
요한은 처음부터 그럴 예정이었긴 했지만, 이쪽에서는 실무자를 보낸 것에 대한 보복성 행위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방법이 없으려나?’
그 후로도 몇 번이고 요한을 설득하려고 해 봤지만, 결정을 번복 시킬 수는 없었다.
***
이 소식이 영국 헌터계를 강타했다.
“뭐, 뭐?”
“스카이 포탈 내부의 퀘스트와 지도 정보를 공유해 준다고?”
“정말이야?!”
특히 영국의 명문 길드들이 술렁거렸다.
어차피 일반인과 일반 헌터들은 하도급을 받아도 할 수가 없었다.
스카이 포탈 자체의 수준이 너무 높았기에 일반 헌터가 들어갔다간 몬스터의 밥이 되기 딱 좋았으니까.
하지만 명문 길드는 클리어를 위해선 힘들어도 일반적인 사냥은 어느 정도 가능했다.
보통 던전 포탈보단 힘들겠지만, 워낙 보상이 좋으니 명문 길드는 꼭 참여하기를 원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워낙 위험한 데다가 정보도 적어서 협회에서 인정하고 허가를 내준 길드만 출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한이 나선 이상 상황은 180도 반전되었다.
“뭐, 입찰제라고?”
“킹이 원하는 아이템을 구해다주는 조건만 지켜 주면 된다고?”
“반드시 참여해!!”
“당장 현금 나가는 것도 아닌 데, 그냥 질러. 스카이 포탈 공략에 참여만 할 수 있으면 무조건 이득이야!!”
“어서 제출해!!”
이번 입찰엔 엉덩이가 무거운 영국의 명문 귀족 가문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젠장, 귀족들까지 참여하다니.”
“퉤! 평소처럼 조용히 있지, 젠장.”
아무리 엉덩이가 무거운 귀족 가문이라도 이번 스카이 포탈 공략은 너무 미끼가 좋았다.
러셀 가문, 포터 가문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불타는 경쟁을 예고했다.
“흠…… 정말 그래도 되겠어?”
“네, 복수잖아요. 이건 복수의 시작일 뿐이에요. 전 러셀 가문의 일원이기 이전에 러셀 길드의 마스터이고, 요한 씨의 마스터이기도 하죠.”
“큭큭, 그러네. 나, 여전히 러셀 길드 소속이지?”
“2팀 팀장이시죠. 원하시면 부마스터 자리 드릴게요.”
“에헤이, 귀찮게 감투는 무슨. 애초에 2팀장이라는 것도 이젠 거의 유명무실하잖아.”
“그래도 연봉은 받아 가시잖아요.”
“고럼, 고럼. 아무리 그래도 받을 건 받아야지.”
돈이 많아도 합당한 대가는 아무리 적게 느껴져도 받는 게 나았으니까.
엘레노아로서도 받는 게 더 마음이 편했다.
연봉이라는 고리로 여전히 묶여 있는 사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었으니까.
요한과 엘레노아는 현재 러셀 가문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말 러셀 가문은 입찰 제외 통보한다?”
“네.”
“오케이.”
요한은 루터를 불러서 러셀 가문에 입찰 제외 통보를 하라고 지시했다.
“제, 제가 말입니까?”
“왜, 내가 할까?”
“아,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쓰읍, 요즘 애들 왜 이렇게 말을 한 번에 안 듣지?”
“죄, 죄송합니다!”
루터는 혹시 자신을 해고라도 할까 봐 얼른 스마트폰으로 제출 된 서류에 적힌 번호로 연락을 넣었다.
[Hello.]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요한 헌터님의 변호사 루터 콜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아…… 저 그게 이번에 스카이 포탈 입찰 관련해서 러셀 가문은 제외라는 공문이 내려와서요. 그걸 알려 드리고자 연락 드렸습니다.”
[.......]
“여보세요?”
분명히 통화 중이었는데, 반대편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여보세요?”
몇 번이고 더 말해 봤지만, 여전히 무응답이었다.
콰앙-!
“으각!”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허, 헉!!”
루터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보곤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가, 가주님?!”
무려 서류에 적힌 번호는 직원이 아니라 가주의 것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왜 우리가 명단에서 제외돼!!”
“할아버지.”
“어서 설명해 보아라!!”
러셀 가주의 분노가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아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