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괜히 의심하면 죄인이 될 것 같은 압도적인 외모가 아니었던가.
물론 요한이 그것 때문에 그녀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처음에 그녀를 봤을 땐 호감보다는 꺼림칙함을 느꼈던 그 였을 정도니까.
그저 그녀의 독특한 성격과 저돌적인 성향에 걸크러쉬에 카리스마까지.
좋아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어마 무시한 매력을 보유한 사람이다 보니 이성적으로 끌린 것이었다.
예전이야 엘레노아가 러셀 가문이라는 배경, 그리고 S급 헌터라는 능력, 압도적인 외모로 요한이 훨씬 부족한 상대였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세계 최강의 네크로맨서로 우뚝 선 그였다.
아무리 러셀 가문이 대단하고 그녀의 배경이 좋고 S급이라고 해도, 요한은 천공의 방어 요새를 소유한 국가급 능력자였다.
세계 최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과 중국조차 건드릴 수 없는 거물로 성장한 것이었다.
그런데 겨우 유럽에서야 짱이지 국제무대로 나오면 경쟁자가 가득 한 가문에 밀릴까?
그럴 리가 없었다.
요한이 당장 방어 요새를 가동하면 유럽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가 있을 것이었다.
물론 헌터까지 가세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긴 할 것이다.
유럽엔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 같은 명문 길드와 최강의 S급 헌터를 보유한 강대국이 많았다.
어떻게 될지는 붙어 봐야 알겠지만, 단일 국가와만 싸운다면 어렵지 않게 국토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끼릭-!
“응?”
오늘도 평소처럼 천공의 방어 요새를 돌면서 혹시 고장 난 곳이나 파손된 곳이 없는지 점검 중이던 마크는 갑자기 느껴지는 간지러운 감각에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살펴 보았다.
“뭐지, 누가 내 욕하나?”
귀라는 기관이 없는 마크였지만, 흔히 인간이나 동물들이 가진 귀라는 기관이 어디 붙었는지 알기에 정확히 그곳이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
귀도 없고 간지러움도 느낄 수 없는 메카닉 골렘인 그였기에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흠, 연구해 볼 가치는 있겠어.”
푸숙-!
마크의 주변엔 스팀 펑크 특유의 스팀이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재료를 전부 구한 요한은 안전한 구역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해저에도 산 같은 곳이 많았고 요한이 머무는 곳도 그런 해저 산악 지형 같은 곳이었다.
육지의 산처럼 나무나 풀이 무성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양한 수초와 암석들이 많았고 해저 동굴도 깊고 길어서 몸을 숨기기엔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었다.
‘다만, 워낙 숨기 좋으니 의심하기 시작하면 뒤지기 딱 좋은 곳이기도 하지.’
즉, 오래 숨기엔 적합하지 않은 곳이었다.
빠르게 치고 빠져야 하는 상황이니 딱히 문제는 아니었다.
‘어디 보자…….'
산속 동굴은 굉장히 복잡한 형태로 되어 있었다.
원래는 이곳에 갯지렁이 같은 몬스터들이 다수 서식하고 있었는데, 언데드 군단에 무참히 짓밟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 이곳은 언데드 군단이 지배하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흠…….'
커다란 동굴 하나를 홀로 차지한 요한은 잔자클 남작의 시체를 고민 가득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덜그럭-.
물론 홀로라고 해서 진짜 요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주변엔 스켈레톤들이 바쁘게 오가며 요한이 구해 온 귀한 재료들을 나르면서 정리까지 하고 있었다.
쿠당-!
“야, 인마!!”
이번에도 스켈레톤 1기가 재료를 나르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다.
잔뜩 화가 난 요한은 곧바로 달려가 녀석의 해골을 강하게 후려쳤다.
퍽-!
“정신 안 차리냐. 재료 하나하나 구하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망가지면 네가 다시 구해 올래?!”
딱딱.
시무룩해진 스켈레톤은 놓친 재료를 얼른 챙겨서 가야 할 곳으로 향했다.
“어휴, 저 답답이!!”
짐꾼으로 쓰는 스켈레톤은 늘 똑같은 스켈레톤이었다.
어차피 전투에 참여도 잘 하지 않기에 바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 한 놈만 주야장천 사고를 치냐. 지가 노진구야?’
인간도 아니고 만들어진 언데드인 스켈레톤이 사고를 치니 조금 어이가 없었다.
‘언데드라도 생전에 맹한 놈으로 언데드를 만들면 맹한 건가.’
진지하게 저놈을 갈아 버리고 다시 일으켜야 하는 건가, 고민이 됐다.
짐꾼은 별도로 코딩을 해 주었다.
전투 외에 능력치를 올려야 했기에 귀찮았지만, 귀찮음을 감수하고 따로 해 준 것이다.
즉, 사고뭉치 스켈레톤을 갈아 버리면 다시 처음부터 코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귀찮아, 귀찮아. 사고는 치지만, 큰 사고는 아니니까 그냥 어떻게든 정신 차리게 해 봐야지.’
그리고 짐꾼 스켈레톤은 단순히 코딩으로 끝난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학습으로 일반 스켈레톤보다 훨씬 더 똑똑한 녀석들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멍청하게 구는 스켈레톤이 더욱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다.
‘뭐, 사고만 안 치면 괜찮은 녀석이니까.’
그렇게 이해하는 게 마음 편했다.
어쨌든 그런 사소한(?) 사고를 제외하면 별다른 일은 발생하지 않고 준비를 끝낼 수가 있었다.
‘좋아, 망설일 거 없지. 바로 리바이브 스킬을 사용해 주겠어.’
요한은 정신을 집중하고 잔자클 남작의 시체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주변으로 상당한 아이콘과 메뉴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들이 뜻하는 바는 1가지에 불과했다.
[필요한 모든 재료가 존재합니다.]
[잔자클 남작을 리바이브 스킬로 일으키시겠습니까?]
‘일어나라, 잔자클 남작.’
지이잉-!
요한의 몸에서 강력한 죽음의 마나가 뿜어져 나와 리바이브 재료를 감싸더니 재료를 흡수한 다음에 잔자클 남작의 시체를 감쌌다.
후두둑-!
‘오, 드이어!’
잔자클 남작의 시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방심할 수는 없었다.
리바이브 스킬은 아주 낮은 확률로 좀비나 스켈레톤 같은 허접쓰레기 같은 언데드로 태어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공통점이라면, 요한이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코멘트는 적혀 있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저 그런 공통점이 있었기에 조심하는 것이었다.
쿠궁-!
잔자클 남작의 시체가 되살아났다.
“쿠오오오오!!”
후드득-!
'응?'
잔자클 남작의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갔다.
뼈만 남은 채 거대한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서, 설마 보, 본 골렘은 아니겠지?’
만약에 그렇다면 요한은 고혈압으로 쓰러질 수도 있었다.
본 골렘은 그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언데드긴 하지만, 그렇게 효율이 좋은 언데드는 아니었다.
덩치가 큰 만큼 움직임이 굼뜨고 공격력도 높지가 않았다.
물론 본 스파이더처럼 강력한 본 골렘도 있지만, 본 스파이더도 생전의 공허 간수 때와 비교하면 훨씬 더 효율이 떨어지는 언데드였다.
‘아…… 제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본 골렘만 아니길.
# 본 드래곤 - 잔자클 남작
종족: 언데드
소환자: 김요한(네크로맨서)
소환 등급: ★★★★★★★
코드 등급: D
보유 스킬: 잔자클의 포효 Lv.10 잔자클의 지배 Lv.11 파멸의 파동 Lv.10 어스 퀘이크 Lv.13 독액 생성 Lv.9 잔자클 생성 Lv.20
‘……보, 본 드래곤?’
언데드로 태어난 잔자클 남작의 능력치를 본 요한은 기가 막혔다.
뼈밖에 안 남았기에 본 골렘이라고 추측했다.
어찌 보면 그 추측은 당연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본 드래곤이 태어날 거라곤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본 드래곤은 상식적으로 드래곤족을 언데드로 일으켰을 때 만들어질 거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드래곤과는 3만 광년은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외형인 잔자클 남작이 본 드래곤이라니.
대단한 소환에 성공한 요한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이가 없는 것과 소환에 성공한 성취감은 다른 것이었다.
‘와, 스탯 봐봐. 완전 개사기네. 아니, 무슨 코딩을 아무것도 안 한 녀석이 코드 등급이 D야?’
그만큼 무코딩 상태라도 기본기가 탄탄하단 뜻이리라.
‘와, 타이밍 정말 좋네. 수에트 같은 괴물을 상대하려면 나도 숫자 보다는 괴물이 필요했는데, 딱 좋게 본 드래곤이 깨어나고 말이야.’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었다.
쿵-!
본 드래곤은 요한을 보더니 고개를 내렸다.
충성을 다하겠다는 표현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언데드라도 창조 주인 네크로맨서를 감히 거역할 수는 없었다.
소환 취소 한 방에 골로 보낼 수도 있지만, 야생 언데드가 아닌 네크로맨서에 의해서 탄생한 언데드가 가지는 본능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언데드라도 본능은 거스를 수가 없었다.
“좋아, 아주 좋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
본 드래곤의 합류는 언데드 군단의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쿠오오오-!!"
촤악-!
흔한 본 드래곤 설정과는 다르게 잔자클 남작은 비행은 불가능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생전에도 날 수 없었는데 날개도 없는 본 드래곤이 어떻게 날겠는가?
하지만 일반적인 용 중에선 지룡이라고, 날 수 없는 용도 존재했다.
잔자클 남작이 꼭 이상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투력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리바이브 스킬로 태어난 언데드는 생전과 똑같은 수준의 힘을 낼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요한의 코딩과 네크로맨서의 언데드 버프를 통하면 생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언데드가 되었다.
잔자클 남작도 마찬가지였다.
언데드가 되면서 생명력이 더욱 강력해졌고, 스킬도 생기고 조금이지만 코딩도 받으면서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뽐내었다.
퍽퍽-!
“크엑!”
“크악!”
“저건 또 뭐야?!”
요한을 사냥하기 위해서 철저히 준비해서 주변을 탐색하던 해저인 부대였다.
평소와 달리 훨씬 더 고성능의 무기를 잔뜩 준비해 힘을 단단히 줬는데, 그런 준비가 무색하게도 잔자클 남작에게 허무하게 학살당하고 있었다.
“자, 자, 자, 잔자클 나, 남작!!”
“뭐?! 그 괴물이 왜 여깄는 건데!!”
뼈만 남은 잔자클 남작임에도 몇 명의 해저인은 녀석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알아봤다고 해서 전황이 바뀌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촤악- 푹푹-!
“커헉!”
생전엔 미끌거리는 거대한 촉수였다면, 지금은 연골로 되어 있지만, 날카로움은 증가한 뼈 촉수가 잔자클 남작의 주력 무기였다.
부드러운 연골이었지만, 본 드래곤의 연골은 약하지 않았다.
질긴 연골의 끝은 그 어떤 것보다 날카로웠기에 해저인의 단단한 갑옷을 꿰뚫어 한 번에 10명의 해저인을 꼬치로 만들어 버렸다.
“게르갑!!”
“젠장!”
“어서 화력을 집중해!!”
피슝-! 피슝-!
해저인들은 레이저 총 같은 것을 무력 무기로 사용했다.
다양한 색깔의 광선이 뿜어져 나와 본 드래곤을 가격했지만, 워낙 단단한 녀석이다 보니 제대로 공격이 통하질 않았다.
오히려 레이저 총을 쏜 해저인이 본 드래곤의 타겟이 되어 그대로 꼬치가 되어야 했다.
“후, 후퇴하라!!"
“도망쳐!!”
남은 해저인들은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이미 준비하고 있던 요한이 스왈라우를 사냥했던 방식인 본 월을 통한 퇴로 차단을 사용해 남은 해저인도 모조리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갈 땐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