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흠…… 스왈라우는 뭐 하는 몬스터지?’
다른 물건들은 다 요한이 1번씩은 다 구경해 본 것들이었다.
하지만 스왈라우의 알은 무려 12,000개나 필요한데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템이었다.
“오드리.”
[네, 요한 님.]
어느새 오드리는 요한을 구원자라 아니라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구원자란 표현에 치가 떨린 요한이 구원자라고 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덕분이었다.
‘구원자란 표현 딱 질색이거든!!’
그냥 편하게 사냥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곳은 현실이고 게임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해방 이벤트인가 뭔가도 게임 퀘스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하고 싶었다.
‘나한테 책임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누구보다 게으르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은 영혼이었다.
평생을 사냥 -> 휴식 -> 연구 -> 휴식 -> 사냥을 반복하며 평범한 삶으로 장식하고 싶은 게 그의 소망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서 이 빌어먹을 스카이 포탈부터 어떻게 공략 좀 하자.’
여전히 한참 더 해야 하는 이곳이었다.
그가 현재 필요한 것은 스왈라우의 알이었다.
“스왈라우라는 몬스터는 어디에 있는 거야?”
[스왈라우라……. 여기서 꽤 떨어져 있는 곳에 무리를 짓고 살아가는 녀석들인데, 왜요?]
“하아, 젠장.”
‘또 고생해야겠네.’
벌써 한숨부터가 흘러나왔다.
멀리 떨어져 있다니, 지금도 빡 센데 사냥이 더 빡세질 것 같은 예감에 두통이 생길 정도였다.
‘어쩔 수 없지.’
수에트 같은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선 이쪽도 그에 못지않은 괴물이 필요한 법이었다.
그 괴물 첫 번째가 잔자클 남작이 될 게 확실하니까 포기할 수가 없었다.
“짜증 나지만…… 어쩔 수 없지. 오드리,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어요.]
“안내도 해 줄 수 있고?”
[네.]
“좋아, 일단 그곳으로 가서 스왈라우의 알부터 얻어야겠어.”
[아, 알이요?]
“응, 왜?”
[아, 아니에요. 알이 좀 징그럽게 생겼거든요. 그 생각이 나서요.]
“그래?”
[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바로 안내해.”
[네.......]
오드리는 진심으로 싫은 듯 안내하라는 말에 빠르게 시무룩해졌다.
그녀도 요한을 따르는 처지라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했다.
***
오드리가 안내한 스왈라우 서식지는 조금 특이한 구조였다.
‘저것들은 말미잘?’
말미잘은 말미잘인데 보통 말미잘은 아니었다.
본 골렘 정도 되는 거대한 말미잘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잠깐만, 스왈라우의 알? 말미잘은 알을 낳는 생물이 아니잖아. 설마?!’
요한의 머리에 한 어류가 스쳐 지나갔다.
촤악-!
“키긱!”
그와 동시에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흰동가리는 흰동가린데. 그 흰동가리가 아니네?’
애초에 평범한 어류가 아니었다.
파바박-!
헤엄을 쳐야 할 흰동가리의 몸엔 대나무로 이어진 것 같은 다리 3쌍이 자리해 있었다.
그 다리를 이용해 헤엄이 아니라 땅 위를 걷고 있었다.
“오드리, 저 녀석이 스왈라우야?”
[네, 그리고 참고로 스왈라우의 알은 저기 보이는 말미잘 안에 숨겨져 있어요.]
‘뭐야, 흰동가리는 스왈라우고 말미잘은 왜 그대로 말미잘인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작명 규칙이었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어차피 흰동가리든 말미잘이든 뭐든 사냥해서 재료만 얻으면 그만이었다.
“자, 다 조지자!”
“돌격!!”
“크아아악!”
“끄어어억!!”
류페이를 선두로 해서 언데드 군단이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흰동가리들은 독침 같은 것을 쏘며 언데드 군단에 대항했다.
촤차착-!
그야말로 고슴도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날카로운 가시를 끝없이 뿜어냈다.
거기에다가 스왈라우의 숫자도 많아서 가시로 공간이 가득 찰 정도였다.
하지만 요한도 다 방법이 있었다.
“스켈레톤 워리어, 방패 진형!! 본 골렘이 앞장서!”
쿵쿵쿵-!
커다랗고 단단한 본 골렘과 튼튼한 방패를 착용한 스켈레톤 워리어가 앞장서서 가시를 전부 막아 냈다.
처음엔 가시 때문에 주춤하던 군단은 그런 탱커들의 활약 덕분에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갈 수가 있었다.
“키겍?”
초반에 엄청난 기세를 보이던 스왈라우도 언데드 군단과 섞이면서 백병전에 들어가자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거리를 두고 가시를 쏠 때는 꽤 강력했지만, 붙어 버리자 가시의 위력이 1/3로 감소해 버렸기 때문.
사방으로 쏘는 가시는 같은 스왈라우에도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정작 고통을 모르는 언데드 군단에겐 머리를 타격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언데드는 머리를 파괴하거나 태우거나 정화를 해야 완전히 쓰러지기 때문.
본 골렘 같은 경우엔 뼈로 단단히 보호하고 있는 마나석이 파괴돼야 무너지는 무지막지한 탱커였다.
퍽-!
“푸엑!”
본 골렘이 발로 짓밟자 스왈라우는 그대로 노란 피를 뿜어내며 말 그대로 터져 버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름 기세 좋게 요한을 막아섰던 스왈라우 무리가 학살을 당하기 시작했다.
촤악-!
“푸엑!”
요한도 팬텀 스티드를 탄 채로 하늘을 날면서 스킬을 퍼부었다.
‘시체 폭발!’
쾅-! 쾅-! 쾅-!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폭격기 같은 위용이었다.
몇 마리의 스왈라우가 반격을 해 본다고 하늘을 향해서 가시를 쏘기도 했다.
파바박-!
‘음?’
그러나 순간적인 속도가 마하에 이르는 팬텀 스티드를 맞추는 건 불가능했다.
반대로 순간적으로 목표가 되며 그곳에 시체 폭발이 크게 터졌다.
쾅-!
“푸에엑!!”
스왈라우들은 오히려 하나, 둘 도망치기 시작했다.
적을 죽이여 한다는 본능대로 움직이는 몬스터였지만, 본능이 소리 치고 있었다.
도망가라고, 여기서 있으면 다 죽는다고.
파바박-!
‘어딜!’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보내 줄 요한이 아니었다.
“유령 부대, 녀석들의 배후를 막아!”
[키히히히!]
[꺄아아악!!]
적을 직접 공격하는 것보다는 교란하고 괴롭히는 데 전문인 유령 부대가 움직였다.
그리고 지금껏 잘 숨겨 두었던 엘프 밴시 부대도 꺼내 들었다.
“가라.”
“존명.”
파바박-!
엘프 밴시는 이제 추가적인 수급이 어려운 언데드였다.
다크 엘프는 이제 그의 수하에 가까운 존재들이었는데, 그들을 죽이고 언데드로 만드는 것은 참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런 거 보면 다크 엘프랑 괜히 동맹 맺은 거 같아.’
살짝 후회되기도 했다.
프링고만 휘하로 두고, 나머지 다크 엘프는 잡아서 언데드로 만드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하여튼 나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라니까.’
어쨌든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마신 엘프 밴시들은 빠르게 아래로 내려가 유령 군대가 견제 중인 스왈라우의 위로 뛰어내렸다.
퍽- 푸욱-!
“푸에에엑!!”
공중에선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타고난 전사 출신인 엘프 밴시는 능숙하게 몸을 비틀어 정확하게 스왈라우의 위로 뛰어내렸다.
물속이라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서 별로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다.
스왈라우의 위로 떨어진 엘프 밴시들은 각자의 무기로 목덜미를 찔렀다.
파닥파닥-!
대나무로 된 다리가 있는 녀석들이지만, 결국 어류는 어류.
특유의 파닥거림 이후에 곧 움직임을 멈추었다.
엘프 밴시 부대가 도주하는 스왈라우를 노렸지만, 그들만으론 부족했다.
언데드 군단도 만만치 않았지만, 스왈라우도 숫자가 엄청났기 때문.
‘좋아, 그렇다면.’
지잉-!
심장에 마나를 가득 몰아넣었다.
그러자 요한의 시야로 맨땅에 녹색 빛깔의 범위가 형성되었다.
처음엔 작았던 녹색의 빛이 점점 크기를 키워 갈수록 심장이 더 격하게 반응했다.
‘좀 더, 좀 더!’
하지만 요한은 격하게 뛰는 심장을 최대한 억제했다.
녹색의 범위가 거의 이 땅의 주변을 둘러쌀 정도가 되자 스킬을 사용했다.
‘본 월!!’
쿠구구구궁-!
엄청난 뼈의 장벽이 주변에서 생겨났다.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벽이었다.
“후아, 지친다.”
아무리 요한이라고 해도 주변 지형을 씹어 먹는 엄청난 벽을 만들고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하늘.”
[응, 여깄어.]
[어어어어!!]
하늘은 익숙하게 그녀가 다루는 영혼 중에서 악질의 살인마 헌터 영혼 하나를 꺼내 주었다.
헌터 출신이다 보니, 말은 못 하지만 의식은 뚜렷한 살인마 헌터의 영혼은 어떻게든 요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그 어떤 영혼보다 격이 높은 하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영혼 흡수.’
[끄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일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5~6세의 소년.소녀를 납치, 살해한 1급 범죄자인 블랙 헌터의 영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의 존재는 오직 요한의 몸속의 마나를 보충한 것으로 완전히 소멸한 것이다.
‘이것도 자비로운 거지.’
더 악질 영혼은 여전히 하늘의 몸속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류페이, 난 쉴 테니까. 알지?”
“키힛, 걱정하지 말라고.”
류페이는 신나게 검을 휘두르며 스왈라우 10마리를 한큐에 썰어 버렸다.
‘저 녀석은 점점 더 강해지네.’
류페이나 엘라드 같은 일종의 엘리트 언데드들은 요한이 굳이 코딩 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성장하고 강해졌다.
물론 코딩해 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강해질 수가 있었다.
하지만 깜빡하고 코딩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강해지니 손이 참 덜 가는 언데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스왈라우 무리는 류페이가 학살을 시작했고, 요한은 말미잘을 향해 움직였다.
“팬텀, 내려가.”
“이히히힝!”
팬텀 스티드를 풀네임으로 부르기엔 귀찮은 점이 많았다.
그래서 간단하게 팬텀이라고 불렸고, 팬텀 스티드도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요한의 생각이었지만.
휘익- 툭!
팬텀이 요한의 지시에 따라서 땅에 내려왔고 그는 말미잘 주변에 섰다.
‘흠…… 얘들, 공격하려나?’
진짜 말미잘은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었다.
무척추동물로 분류되며 뿌리가 없고 중앙에는 입도 존재했다.
다만, 식물로 보일 만큼 움직임도 적고 생김새도 해양 식물처럼 생겨서 구분이 어려웠다.
동물인 것을 알기에 요한은 말미잘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막 공격하는 거 아니야?’
말미잘엔 독성이 있었다.
흰동가리는 그 독성에 면역이 있어서 흰동가리와 말미잘은 공생 관계였지만, 요한은 독에 내성이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대뜸 공격하기엔 알이 정확히 어딨는지 모르니 괜히 공격했다가 알이 부서지면 이쪽이 손해였다.
[하아, 요한 님.]
“응?”
[제가 알을 가져올게요. 말미잘은 주변 생명체를 공격하진 않지만, 저 촉수엔 강력한 독이 있어서 닿으면 순식간에 죽을 수가 있어요.]
“너는 괜찮냐?”
[네, 인어는 독 자체가 안 통하는 몸이거든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알이 징그럽다며.”
[아…… 참아 봐야죠.]
“뭐, 부탁할게.”
[하아, 네.]
오드리는 정말 싫은 표정으로 말미잘의 촉수 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