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99화 (199/250)

23화

데이터의 바다는 정말로 광활했다.

‘와, 이 정도 데이터양은 각성 이후 처음 보는데?’

물론 프로그래머로 쭉쭉 갈릴 때는 이보다 더한 데이터 홍수에 시달린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곳 각성몽에서 별도로 작업하는 코딩은 일반 코딩 식과는 차원이 달랐다.

0과 1이 아니라 해석은 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 같은 문자로 코딩을 진행해야 했다.

이 방대한 데이터에 가끔은 멀미가 나기도 했다.

‘진짜 이 능력은 프로그래머가 아니면 절대 감당할 수 없겠어.’

뒤늦게 프로그램을 배우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론 무리였다.

프로그램을 좋아해 공부할 때 말고도 취미로 프로그램에 푹 빠져 있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취미로 하는 프로그램을 그만두기 전엔 종일 프로그램만 돌린 적이 있었다.

전공이 아니라도 뭐든지 해보고 만들어 보며 심심할 땐 해킹까지 했었다.

즉, 그렇게까지 했어도 프로그래머로서 제대로 인정받는 데까지 아마추어 포함 10년이 넘게 걸렸다.

일, 취미 전부 프로그램으로 했음에도.

하지만 헌터가 되려면 최소 20살은 되어야 하니 특성을 보고 뒤늦게 프로그램을 배우면 익숙해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취미도 아니고 억지로 배우는데 과연 열정이 생길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한창 패기 넘칠 어린 나이에 지겨운 프로그램 공부나 하고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사냥도 하겠다며 던전을 전전하다가 전투의 재미를 느끼고 점점 프로그램 공부를 등한시할 게 분명했다.

즉, 이 특성을 얻는다고 해도 프로그래머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특성 1개가 뜨기도 어려운데, 3개의 특성이 뜬 사람이 프로그래머일 확률은?’

아무리 양보해도 번개를 3일 연속으로 맞아도 생존할 확률과 비슷할 것이었다.

‘자자, 잡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해킹에 집중하자.’

촤악-!

요한이 양손을 쫙 벌리자 엄청난 정보가 더욱 확장했다.

‘어디 한번 제대로 놀아 볼까?’

해킹은 그에게 일이 아니라 놀이였다.

회사에서 상처를 받고 잠시 손을 놓았지만, 그 열정이나 실력이 어디 갈 리가 없었다.

프로그램을 역순으로 한 게 해킹이었으니까.

샤사삭-! 샤사삭-!

그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 인어. 너의 모든 것을 알려 줘.’

요한은 이번 해킹으로 단순히 해룡족의 통신만 감청할 마음은 없었다.

‘날 그렇게 봤으면 너무 순진한 거지.’

이번 기회에 인어에 대한 정보를 살살이 다 파헤쳐 볼 생각이었다.

‘인어가 나한테 그런 의뢰를 하긴 했으니까. 일이 다 끝나면 어찌 될 줄 알고 100% 믿어? 미리미리 파악해 둬야지.’

그래야 나중에 배신당하더라도 미리 파악해 둔 정보를 바탕으로 역관광을 시켜 줄 수 있을 테니까.

***

‘후우.’

거의 24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해킹에만 몰두했다.

아니, 정확히는 해킹이라기보다는 인어의 텔레파시 메커니즘을 이해하려고 했다.

‘이거 단순히 해킹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야.’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단순한 텔레파시가 아니었다.

‘이걸 스킬화할 수 있다면? 그래서 내 언데드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느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군단이면서 하나인 초 강력한 군대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여럿이면서 하나.

이 얼마나 황홀한 표현이란 말인가.

특히 언데드처럼 숫자로 밀어붙이는 존재에겐 정말 최고의 능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걸 적용하는 데는 확실히 시간이 필요해.’

이제 막 실마리를 찾았을 뿐이었다.

‘일단은 해킹부터 해야지.’

텔레파시 메커니즘은 언젠가 얻으면 좋은 것이지만, 해킹은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이었다.

텔레파시 능력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만큼 해킹도 거의 다 끝나 가고 있었다.

지잉-! 지잉-!

‘흠…….'

팔짱을 끼고 눈앞에 펼쳐진 코딩 식을 빤히 쳐다보았다.

‘인어……. 확실히 특이한 종족이야.’

종족 메커니즘 자체가 굉장히 특이했다.

‘흠, 1마리 정도는 납치해서 실험해도 되겠지?’

벌써 그런 계획까지 세워 둔 상태였다.

지잉-!

‘어, 된 건가?’

[뭐야, 3조 녀석들 아직도 복귀 안 했어?]

[전투는 끝났을 텐데 뭐지?]

[빌어먹을, 어디서 술이나 퍼마시고 있는 거 아니야?]

[계속 부재중이야. 아니, 2개는 꺼져 있고 1개는 신호는 가는데 받질 않아.]

[위치는 어디야?]

[어디 보자, 위치가…….]

해킹이 성공한 기쁨을 느낄 틈도 없이 요한은 곧바로 각성몽을 종료 해야 했다.

“오드리!!”

[네, 네?]

“어서 저 녀석도 봉인 해제해. 어서!!”

[네, 네!]

잠만 잘 자더니 갑자기 일어나 소리치는 영문을 알 턱이 없는 오드리였지만, 붉어진 눈으로 소리치는 요한의 박력에 겁이 나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어차피 그녀가 하려던 일이었다.

‘후우, 다행히 이상한 실험에 동원되지는 않았구나.’

그렇게 안심하며 마지막 인어 1명도 봉인을 풀어 주었다.

샤아악-!

“으, 응? 여기는 어디지? 난 왜?"

봉인에서 해제된 인어는 지금까지 창백하고 무표정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핏기가 돌아와 창백한 게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오랜 시간 저주에 걸려 있던 여파인지 몸은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됐어요.]

“레아, 녀석들은 인어를 추적할 수가 있어. 봉인을 풀어서 추적을 끊긴 했지만, 녀석들은 이미 이곳은 알 거야.”

“아, 그러면 맞네요. 일단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요.”

“그래, 류페이. 서둘러서 이동하자!”

“오케이! 가자, 이 멍청한 언데드들아!!”

‘쯧, 제대로 벗어날 수 있을 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변 지형을 이미 전부 파악해 두었다는 것이었다.

“하늘.”

[응, 요한.]

“우리를 안전하고 후미진 곳으로 안내해.”

[응, 알았어. 마침 괜찮은 곳이 있더라.]

요한은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하늘이 안내한 곳에 숨어서 시간을 보냈다.

하늘도 보내지 않았다.

‘정찰에 특화된 녀석들이라면, 하늘의 기척도 느끼고 공격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해.’

아직은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 줄 때가 아니었다.

싸우려면 싸울 수 있겠지만, 저번에 만났던 수에트를 생각하면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멀었어, 사냥하면서 전투하면서 내가 더 강해져야 해. 언데드를 질 과 양, 양쪽으로 다 늘려야 해. 베트남 포탈과 다르게 접근해야 해.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이건 전쟁이야.’

전쟁의 상책은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장은 상대방이 나보다 더 강하다면?

전면전은 최대한 피하고 유격전 위주로 적을 끌어들여서 내가 원하는 곳, 원하는 시간, 원하는 방법으로 싸워야 승산이 있었다.

그 높았던 격의 수에트를 이기기 위해선 요한도 그만큼 성장이 필요했다.

“레아.”

“네.”

“본격적으로 가보자.”

“맡겨만 주세요.”

“이제부턴 너랑 수호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그래도 돼요?”

“응, 지금은 내 성장이 아니라 모두의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야.”

“네!”

“다만, 너는 참모로서 전투보다는 전체를 책임져야 하지만.”

"......."

어쩐지 풀이 죽은 토끼 같은 건 요한의 착각일까?

***

요한은 본격적으로 인어 종족 해방 작전을 시행했다.

정보에 따르면 수정 구슬, 일명 인어 구슬을 가진 종족이 해룡족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 잔자클이 아닌 변이 잔자클도 가지고 있었고 해저인들도 다수 가지고 있었다.

‘인기 아이템인가 보네.’

요한은 그래서 한 가지 더 아이디어를 냈다.

수정 구슬이 공통으로 내뿜는 파장을 분석해 그 파장만 전문적으로 탐지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하루 만에 뚝딱 만든 게 아니라, 사냥하며 틈틈이 각성몽에 들어가 열심히 만든 것이었다.

오랜만에 회사 생활이 떠오를 정도로 빡빡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사냥 -> 휴식 -> 각성몽 잔업.

이 루트가 무한 반복된 것이었다.

요한은 한없이 진지했다.

‘조금만 비틀려도 난 죽을 테니까.’

특히 수에트 같은 괴물에게 잡히면 생존하는 게 문제였다.

‘절대 그럴 수는 없지.’

유나가 밖에서 오매불망 오빠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절대 동생보다 먼저 죽고 싶지 않았다.

“꾸륵, 너, 너희는 뭐냐?!”

해저인 몇 명이 밖에 나왔다가 요한의 레이더망에 딱 걸렸다.

“죽여.”

“크에에엑!”

“으, 으아아악!!”

“살려 줘!!”

그들도 뛰어난 전사였지만, 숫자 앞엔 장사가 없었다.

10명의 해저인이 그 자리에서 죽고 3개의 인어 구슬을 토해 냈다.

“오드리.”

[네.]

오드리는 곧바로 봉인을 풀어 주었다.

“허업!”

“여, 여긴?”

그렇게 봉인이 풀린 인어들은 오드리가 직접 잘 달래 주었다.

괜히 징징댔다간 요한에게 찍힐 수도 있으니까.

그들은 요한을 따라다니며 안전하게 보호를 받다가 숫자가 많아지면 임시 아지트에 수용되었다.

“주니?”

“오, 레시! 살아 있었구나.”

“와아!”

오랜 시간 봉인되었던 그들이었지만, 구슬로 있던 긴 시간은 기억에 없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지만, 봉인되기 전 기억은 마치 어제처럼 생생했다.

헤어진 줄 알았던 친구 혹은 가족을 만난 인어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사무엘, 잘 챙기고 있지?”

[물론입니다. 위대한 네크로맨서시여. 단 1방울의 낭비도 없이 완벽하게 챙겨 두었습니다.]

“오케이, 좋아.”

또르르록- 데구르르르-!

눈물은 금방 굳어서 보석이 되었다.

인어의 눈물은 아주 유용한 보석이었다.

그래서 사무엘과 스켈레톤 메이지를 시켜서 단 1방울도 놓치지 않고 받아서 모으라고 지시했다.

아예 전투에도 빼고 오직 인어의 눈물만 모으도록 해 놓았다.

스켈레톤 메이지는 훌륭한 전력.

특히 사무엘처럼 고급 언데드까지 따로 빼놓을 가치가 있을까?

결론은 있었다.

그는 리바이브 스킬로 확인했다가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해룡족이나 해저인을 리바이브 하려면 인어의 눈물이 필요하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재료였다.

만약에 요한이 인어 퀘스트를 받지 않았다면?

멀쩡한 인어를 볼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휴대 전화 상태인 인어가 전부인 것인데, 그들은 살아 있지만 사는 게 아니었다.

모든 감정과 감각을 잃고 오직 휴대 전화 기능만 있는 인형이었으니까.

‘미친, 일이 또 이렇게 흘러가네.’

늘 그랬지만, 오늘은 더 어이가 없었다.

어쨌든 언데드 전력을 늘리기 위해선 리바이브 스킬이 꼭 필요했다.

‘뭐, 좋게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이지. 리바이브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선 이곳에 있는 재료를 써야 한다는 거니까. 다른 녀석들처럼 이상한 걸 많이 요구하지 않잖아.’

즉,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이건 기회였다.

문제는 인어의 눈물이 매우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인어를 더 많이 구출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요한은 이유와 목적이 생기면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자자, 서두르자고. 아직 구해야 할 인어가 많아!!”

“뭐야, 웬일로 그렇게 열을 내?”

류페이가 묘한 표정으로 요한을 보았다.

“뭐 해, 시간 없다니까?”

“네이, 네이. 여부가 있겠습니까. 위대한 네.크.로.맨.서.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