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96화 (196/250)

20화

이건 일종의 무력 시위였다. 누구에게 하는 무력 시위냐고? 누구에게나.

영국 정부일 수도 있고, 러셀 가문일 수도 있고, MUK일 수도 있고.

누구든 요한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도전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무력 시위였다.

나에게 도전하려거든 요새와 대적할 생각을 하라는 무언의 시위.

이 단순하고도 무식한 시위는 효과가 매우 좋았다.

뜨억-!

특히 브루마 러셀은 입이 찢어지기 직전이었다.

‘이, 이, 이 미친!!,

요한이 천공의 방어 요새라는 특이한 보스 몬스터를 펫으로 삼았다는 소식은 들었다.

하지만 최근 러셀 가문의 가주가 갑자기 쇠약해지는 통에 가문의 세력 구도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비상사태.

이 비상사태에 허우적대다 보니, 자세한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이 빌어먹을 S급 헌터가 또 사고를 쳤나 싶었을 뿐.

자세한 내용은 바빠서 보질 못했다.

런던 상공에 천공의 방어 요새가 나타나자 그는 미치기 직전이었다.

‘서, 설마 모, 모르겠지?’

얼마 전 그를 암살하기 위해서 테러리스트를 고용해 보낸 적이 있었다.

그 일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최악의 테러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만큼 막대한 피해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테러리스트 3명 모두 죽었다는 점.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아무런 발표가 없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괴물 같은 김요한이 영국에 없다는 점 덕분에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불안감이 되살아 나고 있었다.

‘불안해. 왠지 모르겠지만, 정말 불안해.’

혹시라도 요한이 안다면?

알고 있지만,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 참고 있는 거라면?

꿀꺽-!

브루마는 천공의 방어 요새에 달린 대포를 보았다.

마치 자신을 향해서 당장이라도 불을 뿜을 것 같았다.

“으으.”

안 그래도 후계 구도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 요한까지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니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으득-!

“김……요한!!”

그의 눈빛이 분노에 희번덕거렸다.

***

천공의 방어 요새가 런던 상공에 나타난 것은 영국으로서도 기분이 나쁜 일이었다.

마치 국토를 침략당한 것 같았기 때문.

하지만 별 소용도 없던 국제법 때문에 막을 수가 없었다.

딱히 적대적인 스탠스를 취한 것도 아니고 그냥 방문한 것이기 때문.

특히 요한은 영국의 의뢰를 받고 행동하는 헌터였다.

국제법에 더 알맞은 적용 대상이었다.

“하아.”

“미치겠군.”

영국 정부는 그야말로 돌기 일보 직전이었다.

문제는 요한이 스카이 포탈을 공략하기 전까지는 요새가 어디 가지 않을 예정이라는 것.

“조금이라도 빨리 그 빌어먹을 스카이 포탈을 공략하길 바라야겠군요.”

“죄송합니다, 총리님.”

“그대가 죄송할 게 뭐 있나요. 사자를 들인 우리 잘못이지.”

“총리님.”

그야말로 초상집이 따로 없었다.

다행히 요한은 방어 요새를 런던에 띄워 두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일은 다 끝났어?”

“네, 요한 씨. 요한 씨는요?”

“나야 뭐, 보시다시피.”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으로 요새를 가리켰다.

[오랜만이다.]

“오, 템테이션. 나 없는 사이에 때깔 엄청나게 좋아졌네?”

[살 만하다. 행복하다. 늘 이랬으면 좋겠다.]

“변태 말 같으니라고.”

“이히히힝!!”

둘은 오랜만에 만났어도 여전했다.

엘레노아는 반짝이는 눈으로 요새를 올려다보았다.

“저도 타 봐도 돼요?”

“하핫, 안 될 거 뭐 있겠어. 세인트 포탈로 갈 때 같이 타고 가자.”

“네, 고마워요.”

“고맙긴 무슨. 그냥 차 태워 주는 거랑 비슷한데, 뭐.”

“그런가요?”

“그럼.”

전혀 달랐다.

방어 요새는 차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용을 가진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가진 자의 여유랄까?

요한에겐 방어 요새는 이미 잡은 물고기였다.

딱히 대단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요한은 엘레노아를 태우고 세인트 포탈로 향했다.

역시나 방어 요새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도 함께 따라왔다.

유난 떨기로 유명한 영국의 삼류 찌라시지 몇 곳에선 아예 방어 요새 전담 기자도 세워 둘 정도였다.

그만큼 방어 요새가 보여 주는 위용은 어마어마했다.

“쩝."

요한은 세인트 포탈 앞에서 입맛을 다셨다.

이곳에 또 들어가자니 영 내키질 않았기 때문.

하지만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어 정신을 다잡았다.

‘아무리 귀찮아도 이곳은 스카이 포탈이야. 조금이라도 쉽게 생각했다간 내가 죽어.’

다짐 또 다짐했다.

“가자, 레아.”

“네, 요한 씨.”

“자, 가자!!”

“그어어어!!”

류페이가 신호를 내리자 언데드 군단이 화답했다.

죽음의 기운을 풀풀 풍기는 언데드 군단이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영국 공격대는 멀찍이 떨어져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담이 큰 헌터라고 해도 죽음의 기운을 풀풀 풍기는 언데드 군단 곁으론 도저히 다가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콱, 저곳에서 죽었으면.’

‘넌 너무 강해. 다시는 만나지 말자, 제발!!’

몇몇 질투심 강한 영국인 헌터들은 속으로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다만, 속으로 끝내야 했다.

이게 만약 입 밖으로 나온다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것이었다.

헌터 중에선 요한을 찬양하는 헌터도 만만치 않게 많았기 때문이다.

‘이 바닥에서 소문 잘못 나면 끝이지. 사냥을 접거나 블랙 헌터로 직종을 바꾸거나.’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그들은 얇더라도 길게 사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끄응, 역시 밖에 나갔다가 왔더니 영 적응이 안 되네.’

포탈에 진입한 요한은 물의 저항에 미간을 찌푸렸다.

엘레노아는 몇 번 몸을 푸는 것으로 적응을 끝마쳤지만, 몸을 쓰는 데 영 별로인 요한은 불편할 따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네크로맨서 하길 잘했어.’

기본적인 스탯이 올라갔음에도 이렇게 몸 쓰는 데 잼병인데, 아무리 피지컬이 상승했다고 해도 재능이 꽝이니 좋은 클래스를 얻었어도 몸 쓰는 클래스였다면 이렇게까지 유명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래서 사람은 타고난 대로 살아야 한다더니.’

물론 이건 결과론적 이야기였다.

“우리가 할 일은 잔자클을 싹 쓸어서 군단을 모아서 해구 아래로 내려가는 것……. 아차차, 잊고 있었네. 나와.”

요한은 품에서 구슬 하나를 꺼내 바닥으로 던졌다.

쨍그랑-!

수정 구슬이 박살 나면서 아름다운 인어 오드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아, 그래.”

오드리는 물 밖에서 얼마 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어항에 넣어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드리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구슬화시킬 수가 있었다.

‘이게 진정한 해저인들 휴대폰의 위용.’

덕분에 별 고민 없이 녀석을 구슬로 만들어서 품에 넣고 다닐 수가 있었다.

만약에 그런 능력이 없었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 좀 많았을 테니까.

‘물론 돈으로 바르면 못 할 건 없지만.’

거대한 어항에 넣어 두고 어디다 보관하면 그만.

아니면 수족관을 하나 인수하든가.

‘음, 진짜 그럴 생각이 없긴 하지만. 아쿠아리움에 오드리를 넣어 두면 손님이 미어터지겠지?’

세상에, 인어라니.

그 어떤 아쿠아리움이 진짜 인어가 있는 요한의 아쿠아리움과 상대가 되겠는가?

아무리 희귀종의 어류라고 해도 그래 봤자 물고기.

하지만 인어는 몬스터이면서 환상의 종족이기도 했다.

돈을 가져다 바치려고 환장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요한은 그럴 마음이 단 0.0001 만큼도 없었다.

‘굳이 왜?’

스카이 포탈 공략이 끝나면 모를까.

‘아니, 그래도 안 돼.’

공략이 끝나면 인간은 이곳 해저인들과 정식으로 교류를 체결할 터.

요한이 먼저 해저인들의 권리를 박살 내 버리면 다른 이들도 똑같이 따라 한답시고 인어나 해저인들을 잡아다가 아쿠아리움에 전시할 게 분명했다.

그들의 권리는 알 바가 아니었지만.

‘내가 굳이 타 종족 권리를 파괴하는 선두주자가 될 이유는 없지.

네티즌들의 악플이나 환경 단체 혹은 새롭게 생길 타 종족 권익 단체의 비난은 정중히 사절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버는데, 굳이 돈 벌려고 욕먹을 짓을 왜 해?’

“수에트한테 별도로 연락 온 건 없지?”

[예, 주인님. 없습니다.]

“오케이, 그러면 연락 올 때까지 사냥이다.”

[.......]

“크흐흐, 사냥, 사냥. 즐거운 사냥. 학살을 시작하자!!”

류페이는 근본 없는 노래를 부르며 검을 들고 앞으로 이동했다.

“아 참, 너도 나와.”

지잉-!

“이히히히힝!!”

팬텀 스티드가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었다.

[난 저 녀석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살았을 때나 언데드일 때나!]

템테이션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으싸.”

팬텀 스티드에 올라탄 요한은 곧 바로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잔자클 서식지를 향해서 나아갔다.

해저인들도 어지간하면 근처에 얼씬도 안 하는 잔자클 서식지였다.

하지만 요한에겐 아주 풍부한 사냥터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언데드 군단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녀석이지.’

“캬아아악!!”

“쿠에에엑!!”

잔자클은 이번에도 역시나 요한을 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류페이.”

“키히힛, 맡겨만 달라고.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썰어 버릴 테니까!!”

스릉-!

검을 뽑아 든 류페이가 앞으로 쏜살같이 쏘아져 나갔다.

“캬아아아!!”

“흐아압, 데스 블레이드!!”

콰가가강-!

엄청난 죽음의 기운이 주변에 몰아쳤다.

“크에에엑!”

십수 마리의 잔자클이 그대로 피떡이 되어 뒤로 튕겨 나갔다.

몇 마리는 몸이 갈기갈기 찢겨졌다.

요한은 굳이 뭐라고 하지 않았다.

‘재료는 많으니까.’

잔자클은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숫자가 많은 종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체가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아무리 시체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요한이라도 지천으로 널렸으면 무덤덤해지기 마련이었다.

잔자클이 딱 그랬다.

“자, 일어나라. 라이즈 구울!”

우드득-!

류페이의 검에 쓰러졌던 잔자클이 온몸을 뒤틀며 천천히 일어났다.

“그에에엑!!”

“구에에엑!!”

잔자클은 더 끔찍한 모습인 잔자클 구울로 되살아났다.

원래도 참 대단한 녀석들이었지만, 잔자클 구울은 정말 차원이 달랐다.

“휩쓸어.”

“그에에엑!!”

잔자클 구울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자 잔자클 서식지는 그 야말로 잔자클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

잔자클 구울을 수백 마리나 모으고 나서야 잔자클 사냥이 끝이 났다.

정확히는 주변에 잔자클이 더 보이질 않았다.

잔자클의 서식지는 이곳만은 아니겠지만, 이 근처에 있는 잔자클은 대부분 소탕했다고 보면 되었다.

‘오호, 정말 많은데?’

알아서 양이 불어나는 녀석들이다 보니 정확한 숫자는 알 턱이 없었다.

그냥 대충 눈대중으로 많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지잉-!

“응?”

인어 오드리의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40장. 인어 해방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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