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탕탕탕-!
현재 방어 요새는 열심히 새 단장 중이었다.
요한이 방어 요새 내부 공사를 위해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자마자 미 대륙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이건 기회라고, 우리 같은 일반인이 초거대 몬스터에 타서 일할 절호의 기회!!”
“맞아, 페이가 높은 것도 있지만. 절대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난 한 푼도 안 준다고 해도 반드시 참여하겠어!!”
“절대 포기할 수 없지!!”
요한은 뉴욕 항구 근처 해변을 통으로 빌려서 그곳에 사람을 모았다.
이곳에 몰린 인파만 수백 명.
그들은 1차 서류 심사에 통과한 우수한 인력이었다.
“자자, 요새 공사에 참여할 마지막 관문으로 간단한 면접이 있을 예정이니 호명하는 번호대로 나오시길 바랍니다.”
러셀 매니지먼트 직원이 외치자 기술자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뛰어난 사람들이고 오히려 고객들이 공사 좀 해 달라고 빌어야 할 거장들도 다수 섞여 있었지만, 여기선 그저 평범한 기술자 중 1명에 불과했다.
특히 명성 높은 거장일수록 이번 공사 경험이 커리어를 떠나서 개인에 얼마나 큰 값진 일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오히려 거장들이 더 이번 일을 따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무게감이 떨어지는 기술자들은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웅성웅성-.
“저것 봐, 로봇 설계 세계 1위인 마크 모하임이야.”
“저긴 또 어떻고, 최근 새로운 자동화 기기 모델을 발표한 엔버시 그룹의 사장 에머리라고!”
“허허, 이거 우리가 일을 딸 수나 있을지.”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기술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불안은 의미 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다 채용해.”
“예, 그래도 됩니까?”
매니지먼트 직원은 단호한 요한의 말에 살짝 당황했다.
“응, 면접 심사는 핑계고 어차피 거를 사람은 1차 서류 심사에서 다 걸렀어.”
“그러면 굳이 왜 이곳에서 면접을?”
“혹시나 이상한 종자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거 확인하느라고 모이게 했지. 예를 들어서 스파이?”
“아, 그것도 확인할 수 있으십니까?”
“뭐, 100%는 아니고 적어도 꺼림칙한 녀석들 정도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록 러셀 매니지먼트 북미 지사에서 근무하는 지사장이었지만, 어느 지사의 일이든 러셀 매니지먼트 일이라면 꾸준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 대상에는 당연히 요한도 들어가 있었다.
그는 야망이 큰 인물로 북미 지사장뿐만이 아니라, 영국의 본사로 영전하는 게 꿈이었다.
그러니 더욱더 요한에게 지극했다.
‘그래, 자칫 요한 헌터님의 적 혹은 잠재적 적이 방어 요새에 이상한 장치라도 해 둘 수 있을 테니까. 조심해야겠지.’
지사장은 빠르게 움직였다.
“자자, 통과.”
“시간 없습니다. 통과.”
“예스!”
기술자들은 별 질문도 하지 않고 합격 처리되자 처음엔 어안이벙벙 하다가 곧 기쁨의 주먹질을 날렸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원하는 일을 쟁취할 수 있었으니까.
애초에 요한은 1차 서류 합격으로 이상한 놈이 아니면 다 공사를 맡길 생각이었다.
‘저 거대한 기체를 바꾸려면 10~20명으론 턱도 없지.’
수백 명이 붙어도 족히 몇 달은 걸릴 작업량이었다.
다만, 요한에겐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급한 부분만 빠르게 처리하고 아예 프리랜서 기술자들은 자체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이미 싹수가 보이는 몇 명에겐 고액 연봉을 제시해 아예 이곳에서 상주하며 관리자로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저, 정말로 이곳에서 상주하면서 관리하는 일을 맡겨 주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요한 헌터님은 귀하의 실력과 인성을 높게 보셔서 정식으로 요새의 관리자로 일해 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독일계 미국인인 크라치머는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이, 이건 내 생애 최대의 기회야!!’
그는 일류 기계 기술자이면서 실내 디자인 및 인테리어도 가능한 능력자였다.
방위 산업체에서 잠수함 개발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망상증이 심하다는 정신과 의사의 소견서 1장 때문에 10년을 일하던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가 꿈꾸던 기술은 하늘을 날아 다니는 항공모함이었다.
SF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그런 하늘을 나는 항공모함.
그건 일부 영화에서도 보였을 정도로 망상증까지는 아니었지만, 정신과 의사는 유대인이었는데, 독일계인 크라치머를 싫어했다.
그래서 일부러 거짓 소견서를 발부했고, 어느 부서보다 기밀이 중요한 잠수함 핵심 설비를 담당하던 크라치머였기에 곧바로 해고된 것이다.
그 이후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낀 크라치머는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사무실을 열었고, 기술이 필요한 곳에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당연하지만 큰돈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또 회사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기에 이미지도 꽝이었다.
그나마 실력은 진짜였기에 중소 기업 같은 곳에서 기술자가 필요하면 비교적 저렴한 그를 초빙해서 자문했다.
근근이 먹고살던 그에게 일생일대 최고의 기회가 온 것이었다.
꿀꺽-!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마지막 질문을 했다.
“제, 제가 사무실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곳에 딸린 직원이 좀 있습니다. 제자 같은 녀석들인데 같이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아, 원래 그렇게 제의하려고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 거대한 기체를 크라치머 씨 혼자 관리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신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 번 비행에 들어가면 몇 달은 있어야 합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하하하!!”
퍽퍽-!
크라치머는 가슴을 북처럼 치며 우렁차게 웃었다.
“제 사무실엔 가족이 없는 녀석들뿐입니다. 어쩌다 외롭게 버림받은 녀석들만 골라서 고용하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됐습니다. 지금도 제 사무실에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 녀석들 천지입니다. 월세가 아깝다나 뭐라나.”
때문에, 크라치머의 사무실엔 아예 숙직실을 크게 개조해서 마치 진짜 방처럼 꾸며 두었다.
꽤 큰돈을 들인 작업이었는데, 이젠 곧 필요가 없어질 터였다.
사실 이 모든 것도 다 이미 조사된 바였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기에 의례상 물어본 것이었다.
“좋군요. 그러면 급한 공사가 끝나는 대로 아예 사무실을 요새로 옮기시죠.”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크라치머가 요새 관리자로 정식 고용됐다.
그와 사무실 직원들은 시간이 부족해 미흡한 부분을 꾸준히 관리 및 보수하고 좀 더 쾌적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임무였다.
짧은 공사가 끝나고 기술자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부럽다.’
‘크라치머 녀석. 어떻게 저런 자리를!!’
그들은 동시에 크라치머를 부러워했다.
이쪽 바닥 소문은 매우 빠른 편이라 그가 요새 관리자로 정식 채용됐다는 소식은 업계를 요동쳤다.
단기간 공사한 것만으로도 신세계를 보았던 그들이었다.
현대의 과학이 아닌, 상상 속의 스팀펑크의 과학이었다.
하늘에 뜬 요새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운가.
실내 디자인을 맡았던 이들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요한이 요구한 공사는 최대한 편의성을 살리라는 것이었지만, 차마 그들은 100% 뜯어고칠 수는 없었다.
실내 디자인 자체의 감각을 살리면서 동시에 편의성도 높이는 방법으로 공사를 했다.
덕분에 예산이 많이 늘어났지만, 요한은 예산 한계선을 두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예산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그들은 계약 조건에 심하면 몇 년간은 집에 갈 수 없다는 조건에 고개를 저어야 했다.
이곳에 온 기술자들은 대부분 안정적이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일도 물론 훌륭하지만, 차마 가족을 버리고 갈 수는 없었기에 아쉬운 입맛만 다셔야 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개조는 거의 다 끝이 났다.
전체적인 개조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꼭 필요했던 것은 최대한 많은 인력을 투자해 빨리 끝낸 덕분.
돈은 꽤 많이 깨졌지만, 지금도 스크롤 판매 대금이 그의 지갑에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었다.
워낙 투자금이 많아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멀었지만, 당장 들어오는 현금이 어마어마했다.
“자, 출발합니다.”
“끄응,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가 이기적이고 게으른 편이긴 했지만,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양아치는 절대 아니었다.
영국과 스카이 포탈 관련 약속을 했으니 해결하러 영국으로 향해야 했다.
요새를 몰고 영국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대서양 위를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름다워.’
요한은 요새에 마련된 자신만의 방에서 창문을 통해 대서양을 바라 보았다.
정말 넓고 아름다운 바다였다.
허락만 된다면, 이곳에서 시간을 쭉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망망대해, 그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유람선 여행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게 바로 요새 여행이리라.
‘일 다 끝나면 대서양 위에서 휴가를 보내야겠네. 그러면 아무도 방해 못 하겠지.’
설사, 무슨 일이 터져도 모른 척 할 예정이었다.
‘미국 빼고.’
그곳은 유나가 있으니 절대 무슨 일이 발생하면 안 됐다.
그런 점에서 대서양은 훌륭한 여행지였다.
미국과 인접한 바다였기에, 미국에 무슨 일이 터지면 곧바로 날아갈 수가 있었다.
한국보다도 더 알맞은 장소였다.
후루룹!
요새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놀라운 사실은 방어 요새는 자체적으로 전기도 생성할 수가 있었다.
‘하긴, 발전기만 설치하면 되니까. 운동 에너지야 널리고 널렸으니.'
덕분에 요새 안에서도 모든 게 가능했다.
인터넷, WI-FI, 무선 통신 등등.
‘진짜 집이 필요 없네.’
진심이었다.
한국에 있는 집 팔고 그냥 요새에서 사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
영국 런던.
평소와 똑같이 인적으로 붐비던 거리가 갑자기 그늘이 생겼다.
“음, 뭐지?”
“저, 저길 봐!”
“우, 우주선이다!!”
“꺄아악, 도망쳐!!”
막 혼란이 펼쳐지려던 상황.
[아아, 런던 시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지금 런던 상공에 있는 것은 UFO나 외계인의 우주선이 아닙니다. 스카이 포탈을 공략하기 위해서 파견된 미스터 킴의 개인 비행선인 천공의 방어 요새입니다. 모두 진정하시고 생업에 집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무, 뭐?”
“지, 진짜야?”
런던 시민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들 말고도 다른 부류의 사람도 있었다.
“쯧쯧, 이 멍청한 것들아. 지금이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뉴스 같은 거 안 읽어?”
“이건 국제 뉴스가 아니라, 전 세계에 공통으로 보도된 건데. 그걸 모르고 난리를 치다니.”
“이래서 무식한 것들이랑은 상종도 하면 안 돼.”
“뭐야?!”
“너 이 새X 일로 와!!”
“뭐 인마!?”
“죽여 버리겠어!”
일부 시민들은 주먹질까지 오갔다.
이미 천공의 방어 요새에 관해 뉴스로 접한 시민들이 그러지 못한 시민들을 무시하면서 벌어지는 소요 사태였다.
영국 경찰들이 빠르게 진압하지 않았으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후후.”
요한은 요새 갑판에서 런던 시내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영국 정부 방광이 짜릿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