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93화 (193/250)

17화

[혹시 헌터십니까?]

점점 더 정중해졌다.

“오, 정확히 맞추셨네.”

[당신은 누구십니까. 왜 미국의 영공에 들어온 것입니까?]

“아, 여기 미국 영공이었어요? 몰랐네.”

[그, 그게……!!]

요한의 뻔뻔한 태도에 장관은 막 화를 내려다가 겨우 진정할 수가 있었다.

“푸하핫, 너무 그렇게 뻣뻣하게 안 굴어도 돼요. 농담이니까.”

[뭐……!!]

지금이 비상사태가 아니었다면, 쌍욕 100번은 더 박았을 것이었다.

“나 한국인 헌터 김요한인데요. 가만히 있는 우릴 왜 건드린 거예요?”

[뭐, 미스터 킴?]

정체를 밝히자 요한의 예민한 귀로 주변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흠, 스피커폰으로 변경했나 본데.’

요즘 스마트폰은 주변 소음을 들리지 않게 처리해 주는 기능은 기본이었다.

국방부 장관이란 사람이 그 기능을 쓰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주변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스피커폰이란 소리였다.

“막 하늘에 열린 포탈을 정리하고 보상으로 이 녀석을 얻은 순간, 미군이 공격해서 반격했는데. 책임 안 져도 되죠?”

[허, 참.]

이젠 어이가 없는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아, 내가 원래 미국으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이거 타고 미국으로 갈 거예요. 이해 좀 해줄 수 있죠?”

[……일단 하와이에서 만나세.]

“네?”

[이대로 그 거대한 요새가 미국 본토에 온다면, 엄청난 소요 사태가 벌어질 테지. 하와이에서 간단하게 발표를 해 준다면 그 요새가 본토에 들어오는 걸 허용하겠네.]

거의 협박과도 같은 말이었다.

“흠 뭐. 그 정도야 어렵지 않죠. 그러면 하와이에서 보자고요.”

[끄응.]

일단 그렇게 협의는 했지만, 미국으로선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요한은 하와이 근처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미국은 급하게 하와이 전역에 긴급 뉴스와 비상벨을 사용해 모든 이들에게 상황을 간단하게 전달해 주었다.

하와이 인근에 거대한 비행체가 나타나면 그건 헌터의 것이고, 몬스터가 아니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오오, 저게 뭐야?”

“정부에서 개발한 새로운 비행체인가?”

“대단한데?”

정부의 긴급 소식이 100% 전파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미국인들은 그렇게 공포에 떨지 않았다.

다만, 비행체를 미국이 만든 것으로 확신하고 신기해할 뿐이었다.

요한은 갑판에 나와서 하와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현재 그의 주변엔 대부분의 언데드는 보이지 않았다.

간단하게 그를 경호할 엘라드와 류페이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호오, 저게 그 유명한 하와이인가?”

“류페이, 너 생전에 미국에 가 본 적은 있어?”

“큭큭, 그럴 리가. 난 평생을 중국에서만 살았다. 물론, 생전의 기억이 100% 있는 건 아니지만, 하나 확실한 건 난 그 어떤 외국도 가 본 적이 없지.”

“그렇구먼, 죽어서라도 여행 다니니 다행이네.”

“뭐, 많은 녀석과 싸울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 죽은 자든 산 자든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러세요.”

언데드니까 할 수 있는 소리였다.

언데드가 되면 생전의 기억은 남아 있더라도 인격 자체가 달라졌다.

모든 기억이 100% 남아 있더라도 이성은 언데드 그 자체였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떤 사람이 죽어서 언데드로 깨어났을 때, 이성이 그대로라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버티겠는가?

네크로맨서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이성이 개조되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마스터, 저기 내려갈 땐 이거 타고 가면 된다.”

위이잉-!

요새의 갑판 위로 비행선 1대가 부드럽게 착륙했다.

팬텀 스티드, 삼족오 키메라가 있는 요한이기에 굳이 이런 비행선은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보여 주기 식 행사엔 이게 제격이었다.

‘그래, 어차피 보여 주고 홍보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얼핏 보니까 공항 주변엔 기자들도 잔뜩 깔려 있었다.

‘이런 거대한 요새를 몰래 소유할 수는 없지. 그럴 바에야 화려하게 터트리는 거야.’

숨길 수 없다면 화려하게.

그렇게 되면 귀찮게 구는 똥파리가 훨씬 더 줄어들 게 분명했다.

‘그 어떤 재래식 무기도 방어 요새를 건드릴 수는 없지.’

이젠 국가 단위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가 태어난 것이다.

요한은 비행선을 타고 하와이 공항에 착륙했다.

정식 절차를 거쳐서 하와이 공항 출구를 나섰다.

촤차차차차착-!

출구를 나서자마자 기자들의 셔터 세례가 쏟아졌다.

‘이건 뭐, 어딜 가도 기자들이 줄을 서는구먼.’

귀찮으면서도 이렇게까지 성공한 자신이 뿌듯했다.

요한은 가볍게 포토 타임을 가졌다가 미국 정부에서 준비한 기자 회견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일단 간략하게 브리핑의 시간을 가졌다.

원래 요한의 일이었으나 굳이 그가 브리핑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거기에다가 이곳은 미국.

대부분 기자가 미국인이었다.

아무리 한국이 G3로서 한국어의 위상이 올라간 건 사실이었지만, 미국인이 굳이 알 만한 언어는 아니었다.

한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장관이 이상한 것이었다.

그래서 요한은 미리 제임스에 연락해 한국어와 영어가 능통한 통역가를 불렀다.

그리고 꽤 자세히 내용을 적어 주었고, 통역가는 팔자에도 없는 기자 브리핑을 해야 했다.

처음엔 곤란스러워했지만, 보너스를 주겠다고 하니 오히려 시켜 달라고 할 정도였다.

‘요즘엔 일반인이면 다 어려운 시대지.’

헌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반인의 노동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모든 일반인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자리나 소득 수준이 옛날 같지가 않았다.

“……이렇게 된 겁니다.”

통역가도 요한이 건네준 대본을 읽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통역가는 헌터 마니아까진 아니더라도 헌터에 대한 뉴스는 챙겨 볼 정도로 정보에 예민한 사람이었다.

특히 통역가는 단순히 통역뿐만이 아니라, 고객을 즐겁게 해 줘야 일이 붙는 직업이라 박학다식은 기본이었다.

고객으로선 어차피 같은 통역가라면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더 찾을 테니까.

그렇기에 통역가는 요한이 건네 준 대본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알 수가 있었다.

중간에 목소리가 떨리면서 경악하기도 했다.

"......."

웅성웅성.

기자들도 난리가 났다.

“저거 진짜야?”

“안 믿을 수 있나. 증거가 저렇게 떡하니 있는데.”

여전히 하와이 인근 상공에서 제자리 비행 중인 요새였다.

처음엔 그저 괴짜 과학자 헌터가 만든 장난감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대한 크기와 압도적인 위용에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헌터 과학자가 뛰어나도 저런 괴물을 만들어 내기엔 많이 일렀기 때문이다.

가능했다면, 이미 몇 대는 나왔어야 했다.

누구보다 정보에 빠른 기자들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기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

“정말, 미스터 킴은 놀랄 만한 일만 하는 헌터야.”

“아무리 S급 헌터라지만, 저거 너무 밸런스 파괴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저게 사람이야. 헌터의 신이지, 헌터의 신!”

“허허.”

미국 기자들도 할 말을 잃었다.

평소였다면, 손을 번쩍 들면서 동시에 질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이가 없으면서도 놀라워 뭐라고 질문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브리핑으로 대충 내용은 듣긴 했지만, 일반적인 상식에서 훨씬 벗어난 일이었다.

그래도 의지가 강한 기자 1명이 손을 들었다.

“저 비행체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통역이 질문을 요한에게 전달해 주었다.

“아, 그걸 말하지 않았네. 천공의 방어 요새라고 알려 드려.”

“네.”

통역가는 바로 통역해 주었다.

“천공의 방어 요새입니다.”

“오오, 이름 한번 거창한 게 멋있구먼.”

“생긴 것과 잘 어울려.”

기자 1명이 질문을 시작하자 다른 기자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요새의 위력은 얼마나 되는 겁니까?”

“글쎄요. 바로 몇 시간에 전에 얻은 녀석이라 비교군이 부족하네요. 음, 그래도 몬스터는 몬스터답게 일반적인 재래식 무기로는 절대 추락시킬 수 없죠. 아마, 헌터가 없다는 전제하에 군대끼리 붙으면 전 세계와 맞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그, 그런?!”

“그런 엄청난 병기가 일개 헌터의 손에 넘어갔다고?”

“이거 UN에서 문제 삼아야 하는 거 아니야?”

기자들은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처음엔 그저 요한이 새로운 장난감이나 소환수를 얻은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 세계와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는 요새 몬스터라니.

이건 밸런스 파괴도 미친 밸런스 파괴였다.

"......."

기자 회견은 어영부영 끝이 났다.

요한의 엄청난 발표에 넋이 나가 더는 제대로 된 질문이 들어오질 않았기 때문이다.

요한은 질문이 마음에 안 들면 아무리 약속된 시간이 있더라도 기자 회견을 깨는 것으로 유명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그랬다면, 욕이나 엄청나게 먹고 사라질 텐데 헌터는 아니었다.

오히려 기자들이 알아서 기어야 할 정도였으니까.

천공의 방어 요새에 관한 이야기는 곧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R 사이트 커뮤니티]

- 이제 김요한 헌터는 세계급 헌터야. 그를 단순히 S급이라 부를 수 없어. 새로운 단계인 SS급이나 더 위인 R 등급을 만들어야 해.

- 너의 말에 100% 동감하긴 해. 하지만 나는 실제로 그런 건 좀 회의적이야. 이미 미스터 킴은 규격 외 헌터야. 또 한국에 묶여 있지도 않지. 그에게 다른 등급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제 혜택? 그는 K&S 설립으로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무소불위의 금력도 얻게 됐어. 일개 국가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야. 그에게 등급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 너의 말도 틀리지 않아. 하지만, 꼭 모든 게 눈에 보이는 이득이 있다고 하고, 안 하고를 정하는 게 아니야. 예우잖아, 예우. 당신의 강함과 헌신에 감사드리는 그런 예우!

- 맞아, 김요한 헌터는 이젠 범 국제적인 헌터가 됐어. 국제 헌터 연맹은 어서 그를 R등급으로 정하고 국제 관계에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야 해. 지금만 해도 누가 감히 그를 건드릴 수 있겠어?

모든 커뮤니티에선 요한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

이건 당연한 현상이었다.

기사와 함께 공개된 천공의 방어 요새의 위용에 사진과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입이 찢어지듯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천공의 방어 요새는 거대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거대했다.

저런 무식한 게 어떻게 떠 있을 까 할 정도로 거대했는데, 그 주변에 날아다니는 비행선과 거대한 요새에 빼곡하게 박힌 대포들까지.

그야말로 상상만 했던 날아다니는 항공모함이었다.

아니, 더 업그레이드돼서 자체적으로 방어와 공격도 되는 엄청난 녀석이었다.

밀리터리 덕후들은 열광했다.

게임 덕후들도 찬양했다.

스팀펑크 덕후들도 난리가 났다.

천공의 방어 요새는 그들이 상상만 하던 환상적인 기계였기 때문이다.

‘기계 골렘까지 이야기하면 넘어 가겠는데?’

천공의 방어 요새는 육군과 공군이 골고루 배치된 전쟁 병기였다.

기자 회견에서 전 세계와 맞짱을 떠도 이길 수 있다는 게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다.

‘마석을 꾸준히 공급만 해주면 무한대로 병력을 양산할 수도 있으니까. 마석이 떨어지지 않는 한 질리가 없지. 즉, 전쟁 준비만 철저히 하면 지려야 질 수가 없어.’

요한도 이 녀석을 공략하는 데 꽤 애를 먹었을 정도였으니까, 헌터가 개입해도 쉽지 않을 것이었다.

‘오, 그러고 보니 정말 괜찮은 녀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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