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마크는 천공의 방어 요새를 다루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네.’
이 거대한 나는 요새를 다루는 방법 치곤.
치이익-!
사방에선 스팀도 뿜어져 나왔다.
“야, 마크.”
“예, 마스터.”
“지금 요새는 어딜 향하고 있는 거야?”
“아닙니다. 따로 명령이 없으셔서 제자리에 가만히 떠 있습니다.”
“음, 그래?”
“예.”
고개를 끄덕인 요한.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만, 혹시?’
그는 얼른 스마트폰을 켜 보았다.
그리고 메뉴 화면을 넘겨서 확인해 보았다.
‘역시!’
혹시나 했던 어플리케이션이 정말로 있었다.
요새 모양의 요새 관리 어플이 말이다.
‘허허, 진짜로 이게 있다니.’
얼른 어플을 작동시켜 보았다.
그러자 요새 전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창이 떠올랐다.
어플 하나로 요새 전체를 관리할 수가 있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응?,
그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확인해 보니 화면이 뜨면서 어떤 곳을 비추었는데, 그곳에서 미국산 전투기 수십 대가 몰려오고 있었다.
‘아…… 이 근처에 하와이가 있었지?'
태평양 함대의 기지가 있는 곳 근처다 보니 요새가 등장하기 무섭게 미군이 등장한 것이었다.
스팀펑크로 이질적인 모습인 것은 확실했으나 몬스터라기보다는 미국 땅에 나타난 정체 모를 비행체였다.
정체 확인 혹은 격추를 위해서 출동한 것이리라.
“어이, 마크.”
“예스, 마스터.”
“요새가 저런 전투기가 쏘는 미사일에 격추될까?”
만약에 격추가 된다면 그냥 이대로 격추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재래식 미사일에 격추되는 거라면 굳이 마석을 하루에 1,000개씩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지.’
“그럴 리가요. 한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오, 자신감 넘치는데?”
“자신감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요새의 유일한 약점은 엔진입니다. 엔진이 무사하면 그 어떤 것도 요새를 파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그대로 둔다?”
“실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요한은 딱히 큰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한번 보고 싶었다.
미국이 자랑하는 신형 전투기이자 세계 최고의 전투기라고 불리는 F-33K 전단이 요새와 붙으면 누가 이길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큰 부담은 없었다.
선제공격은 저쪽이 먼저 하는 것이고 어차피 F-33K는 100% 무인기였다.
몇 대를 격추해도 인명 피해는 0.
물론 F-33K는 워낙 비싼 기체라 물질적인 피해는 많이 입을 것이었다.
‘내가 그것까지 책임져 줄 필요는 없지. 선제공격은 미국이 먼저한 것이니까.’
엄연히 정당방위였다.
치익-!
[너희는 미국 영공을 침략했다. 어서 기수를 돌려라, 그렇지 않으면 당장 격추하겠다. 반복한다.......]
F-33K에서 보내는 무선 통신이 요한의 스마트폰에 잡혔다.
하지만 애써 무시했다.
충분히 문제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행동이었지만, 이쪽에서 발뺌하면 어쩔 텐가?
지금은 호기심이 먼저였다.
[귀하는 우리의 경고를 3회 무시했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일에 이쪽의 책임은 없다. 교전에 들어간다.]
치익-!
무전이 끊기는 동시에 F-33K 편대가 일제히 미사일을 쏘았다.
헌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국의 전력은 군이 아니라, 헌터가 담당했다.
군대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주력에서 헌터 보조로 그 위상이 격하된 것이었다.
대부분 국가가 군대를 축소하고 군비를 대량 삭감했다.
하지만 미국만큼은 여전히 막대한 예산을 군대에 투자하고 있었다.
명분은 여전히 위협적인 테러와 혹시나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 넓은 땅을 헌터만으로 방호하는 건 무리라는 것.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군비 삭감이 어려운 건 방위 산업체 카르텔 때문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국은 전 세계에 무기를 팔아먹을 정도로 막대한 무기 시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군비를 삭감한다면?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올 게 분명했기에, 정부로서도 쉽게 군비를 삭감할 수가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군비는 여전히 막대한 예산을 잡아 먹었고, 그래도 오랜 연구 끝에 F-22를 대체할 최신예 전투기 F-33 그리고 F-33 의 개량형인 F-33K가 실전 배치된 것이었다.
실전 배치된 이후 처음으로 교전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콰가강-!
F-33K가 발사한 미사일은 정확히 요새에 적중했다.
[예스!]
무인기 조종사들은 주먹을 쥐며 기뻐했다.
미사일은 단순히 화력만 강한 것이 아니라, 터지는 순간 사방으로 약하지만, EMP 역장을 만들어내는 최첨단 미사일이었다.
만약에 이 미사일이 헌터 시대가 아니라, 여전히 정보화 시대였다면 무적의 미사일이 됐을 것이다.
현대전에서 EMP는 적수가 없는 최악의 무기였으니까.
요새도 얼핏 보면 헌터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정보화 시대의 산물로 보였으니 착각하는 건 당연했다.
기뻐하는 그들과 달리, 요새 내부는 여전히 차분했다.
치이익-!
엔진룸이 스팀을 뿜어내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나 상실률 1%, 파괴된 곳 없음. 가동률 75%. 마스터로 인해서 파괴된 15%는 복구 중. 빠른 복구를 원할 시 중급 마석 200개 충전 바람.”
마크가 자동으로 현 상황을 브리핑했다.
“……현질이냐?”
그 말을 들은 요한은 어이가 없었다.
마치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건물을 짓거나 발전을 가속하려면 아이템을 써야 하는 것과 똑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 어차피 처음인데 써 볼까?’
이게 또 현질이란 게 무서웠다.
처음엔 한두 푼만 있으면 될 것처럼 굴지만, 하다 보면 돈 쓰는 맛에 계속 쓰게 되는 법.
결국, 현질 중독에 걸리는 것이었다.
가난할 때야 이게 무서웠지만, 지금 그는 절대 가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쓸 곳이 없어서 아쉬운 상황이었는데, 알아서 쓸 곳이 나오다니.
‘뭐, 이건 단순 소모라 경제의 순환 원리가 통하는 소비는 아니지만.’
뭐 어떤가.
자기가 번 돈을 자기가 쓰겠다는 데.
“오케이 어이, 짐꾼!”
딱딱-!
처음엔 커다란 배낭 1개를 든 스켈레톤 1기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30기가 넘는 스켈레톤 워리어가 짐꾼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중급 마석 200개 꺼내.”
짐꾼 스켈레톤 1기가 얼른 배낭에서 중급 마석 200개를 꺼냈다.
요한은 사냥하고 남은 마석을 100% 팔지 않았다.
어차피 현찰이 급한 것도 아니었고, 언제 어떻게 마석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비상용으로 꽤 많이 비축해 두었다.
드디어 비축한 마석을 쓸 일이 생긴 것이었다.
“이거면 되냐?”
“충분합니다. 마스터.”
마크는 중급 마석 200개를 소모해 순식간에 파괴된 모든 것을 정비해 냈다.
‘와우.’
스마트폰으로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는 요한은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치 마법처럼 모든 게 수리됐기 때문이다.
‘마석만 꾸준히 공급하면 절대 추락하지 않는 요새구먼.’
그야말로 철옹성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어울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휘이잉-!
[메이데이, 메이데이. 미확인 비행체는 멀쩡하다. 아무런 타격이 없어 보인다.]
[다시 미사일을 발사해라.]
[Roger.]
피슝-!
F-33K 편대는 다시 한번 더 미사일을 쏘았다.
“야, 어차피 타격은 없겠지만. 맞고만 있으면 재미없으니까. 반격 좀 해 봐.”
“예스, 마스터.”
마크는 엄밀히 따지면 조종사가 아니었다.
천공의 방어 요새는 엄연히 몬스터였다.
스팀 머신 형태였지만, 자아를 가지고 있었고 마크는 외부와 소통을 할 수 있는 부품에 불과했다.
즉, 요한이 마크를 통해서 요새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지, 마크가 명령을 받아서 요새를 조종하는 게 아니었다.
위잉-!
100% 복구된 방어 요새의 포문이 일제히 미사일과 전투기로 향했다.
쾅쾅쾅광-!
별도의 신호 없이 알아서 일제히 불을 뿜었다.
요한을 타격할 때는 겨우 몇 문이 뿜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거의 절반에 가까운 대포가 일제히 불을 뿜으니 날아오던 미사일은 단숨에 격추되었고, 뒤에 있던 F-33K 편대도 위협했다.
휘잉-!
[으악, 미확인 비행체가 공격합니다!]
[선회 비행합니다. 비행 물체의 화망이 너무 촘촘해 피할 수가 없습니다!!]
[아, 안 돼!!]
쾅-! 쾅-!
방어 요새의 포격에 미국이 자랑하는 최신예 전투기인 F-33K가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엔 옛날 방식의 공격이라 얕보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엄연히 마나를 다루는 몬스터였다.
겉보기와 진짜 힘은 완전히 달랐다.
‘진짜 평범한 대포였으면, 내가 그렇게 쫄았을까.’
쇳덩이를 화약의 힘으로 날리는 공격은 요한에게 절대 위협이 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방어 요새의 공격은 어디 까지나 마나를 이용한 일종의 스킬과도 같았다.
빠르고 강력했다.
시이익-!
“모든 타겟 정리 완료.”
“오호, 포격 3분 만에 미국이 자랑하는 F-33K 3개 편대를 모두 떨어트리다니, 제법인데?”
“감사합니다. 마스터.”
“뭐, 위력 테스트는 여기까지 하고."
요한은 곧바로 엘레노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엔 이런 공해상에서도 전화는 빵빵하게 터졌다.
비행기 안에서 전자 기기 쓰지 말라는 것도 이젠 과거의 유산이었다.
[네, 요한 씨.]
“레아, 너 혹시 미국 정부나 군 관련 인맥 있어?”
[네, 아버지 친구분들이 꽤 있어요. 지금 국방부 장관, 국무부 장관 아니면 공화당 상원 대표도 있고요.]
“아, 아하하. 많네?”
역시 세계를 지배하는 재벌 가문 다운 인맥이었다.
[네, 그런데 왜 그러세요?]
“아니, 별일은 아니고. 살짝 문제가 생겨서 그쪽에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음, 국방부 장관한테 연결 좀 해 줘.”
요즘엔 스마트폰 통화에서도 전화를 넘기는 게 가능했다.
마치 사무실에서 다른 책상에 전화를 넘기듯이 말이다.
[네.]
뚜루루루-!
전화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곧 전화를 받았다.
[퍽!!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레아의 번호가 떠서 받는데, 간단하게 용건만 말해. 바쁘니까!]
‘워후, 괄괄한데?’
세계 최고 국가의 군대를 담당하는 장관다운 박력이었다.
‘아, 맞다. 나 영어 못하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전화를 하는 통에 잠시 잊고 있었다.
늘 엘레노아가 붙어서 통역해 주다 보니 잊어버린 것이었다.
“두 유 스피크 코리안?”
[왓 더! 알 유 크레이지?]
국방부 장관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곧 요한은 꽤 놀라야 했다.
[너 뭐야, 대뜸 전화해서 한국어를 아느냐고 물어, 대가리 깨지고 싶어?!]
“오, 한국어 할 줄 아네?”
[너 뭐야 새X야!!]
“당신들이 지금 보고 있는 미확인 비행체 주인.”
[뭐, 뭐?!]
국방부 장관은 할 말을 잃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장난 전화나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확인 비행체라면 아직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은 극비 사항이었다.
그들의 상황실에서만 확인하고 있었고, 마나 반응이 일어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란 뜻이었다.
[당신 누구야?]
“오, 이제야 대화를 할 수 있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