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일단 요한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녀석의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찍은 사진을 이용해 정밀 분석 프로그램을 돌려 보았다.
천공의 방어 요새
종류: 요새 몬스터
위험도: ???
설명: 몬스터 자체가 포탈의 존재이자 몬스터. 보스 몬스터는 요새 그 자체다. 요새 어딘가에 존재하는 엔진을 파괴해야 클리어할 수 있다. 외부엔 비행체, 내부엔 메카닉 골렘이 지키고 있다.
‘와, 그나마 분석 프로그램 덕분에 클리어 방법을 알 수가 있는 곳이네.’
만약에 일반적인 헌터나 공격대였다면, 멘붕에 빠졌을 것이었다.
저 거대한 몬스터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죽거나 도망쳐야 할 것이었다.
구구궁-!
‘어, 헉?!’
요새는 요한을 인지했는지 대포 몇 문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을 배회하던 비행체 몇 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젠장, 이거 계속 여기 있다간 대포에 맞아서 벌집이 되겠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그 수밖에 없겠어.”
“까아악-!”
“흐흐흐, 나야 싸우러 가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지.”
류페이는 그저 좋다고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요한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이곳에 나오는 몬스터들 다 기계족 같은데. 언데드로 못 일으키는 거 아니야?’
언데드는 어디까지나 시체를 일으켜 만들어 내는 종족이었다.
애초에 생명체도 아닌 기계를 어떻게 언데드로 일으킨단 말인가?
‘이거 아무리 봐도 노골적으로 네크로맨서 저격 포탈인데…….'
뭔가 강력한 힘이 견제하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일까?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포탈의 수준이 어떻든 언데드를 일으킬 수 없는 사냥터는 기분이 나빴기 때문.
하지만 이미 늦었다.
요새의 대포가 요한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로 도망치는 건 죽여 달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조준 당한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최선이었다.
쾅-! 쾅-! 쾅-!
대포 3문이 정확히 삼족오 키메라를 노리고 포격을 시작했다.
“까아악!”
삼족오 키메라는 공중제비를 돌며 어떻게든 포격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대한 체격이었다.
빠른 편이긴 했지만, 워낙 큰 체격이라 포격을 피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요새로 가까이 다가가질 못하고 있었다.
구우웅-!
그사이에 다른 대포들도 하나, 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3문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대로 두면 감당하기 힘든 집중 포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됐으면!’
요한은 곧바로 언데드 1기를 추가로 불러냈다.
“이히히히힝!!”
지금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언데드 팬텀 스티드였다.
삼족오보다 훨씬 더 빠르고 크기도 작아서 피하기도 쉬웠다.
팬텀 스티드에 올라탄 요한은 곧 바로 요새로 날아갔다.
“류페이, 삼족오를 부탁해!”
“여긴 걱정하지 말고 내가 싸울 공간이나 마련해 달라고!”
‘저런 피에 미친 언데드 같으니라고.’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가자!”
“이히히힝!!”
팬텀 스티드가 빠르게 선회하며 요새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쾅쾅쾅쾅쾅-!
삼족오를 노리던 3문의 대포 말고도 추가로 2문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오는 적을 자동으로 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느려.’
팬텀 스티드는 단순 속도만으로 따지면 유니콘보다도 한 수 위였다.
유니콘은 엘리트 몬스터였고, 페가수스는 보스 몬스터였다.
희귀하기론 유니콘이 한 수 위였지만, 엄연히 비보스 몬스터.
보스 몬스터인 페가수스의 스펙이 더 좋았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포격을 전부 피한 팬텀 스티드는 요새에 가까이 접근할 수가 있었다.
위이잉-!
요새 근처엔 대포를 호위하는 것 같은 비행선도 날아다니고 있었다.
배에다가 풍선을 달아서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스팀펑크 고유의 비행선이었다.
비행선들도 수문의 작은 대포를 달고 있었다.
요한이 일정 거리 안으로 다가오자 일제히 불을 뿜어 댔다.
콰가가강-!
요새가 쏴 대는 대포만큼 강력한 위력은 없었다.
게다가 여러 문을 동시에 뿜어 대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팬텀 스티드,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이히히힝!!”
샤아아아-!
팬텀 스티드 전체가 검게 변하면서 더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그닥다그닥-!
마치 중세 유럽의 거침없던 기사 돌격을 보는 것 같았다.
‘본 스피어!’
뼈로 된 강력한 창을 그대로 비행선에 날렸다.
콰강-!
한 번에 박살이 나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걸 바라고 날린 것도 아니었다.
요한이 원한 것은 최소한 대포의 무력화.
그의 생각대로 비행선에 달려 있던 대포는 완전 박살이 나 버렸다.
거대한 몸체도 아니고 대포 정도야 어렵지 않았다.
몇 번이고 본 스피어를 반복해서 날리자 비행선의 모든 대포를 무력화시킬 수가 있었다.
“이젠 비행선으로 다가가. 바짝 붙어.”
“이히힝!!”
팬텀 스티드는 요한의 말에 순순히 이동해 요새 위로 바짝 붙었다.
‘저 정도 대포는 본 스피어론 무리야.'
그랬다.
비행선의 대포는 소구경으로 비교적 공략이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요새가 쏴 대는 대포는 돔 형태로 위가 덮여 있는 대구경 대포였다.
다른 S급 헌터의 공격 스킬이라면 모를까, 견제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본 스피어로는 파괴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바로 폭격기 네크로맨서 버전이지.’
요한은 팬텀 스티드를 조종하며 사방으로 시체 수집으로 모아 두었던 시체를 뿌리기 시작했다.
적당히 잘 뿌려서 양념 묻히듯이 골고루 잘 묻게 만든 다음에 스킬을 발동했다.
‘시체 폭발.’
콰가가강-!
모든 시체를 폭발시켰다.
꽤 많은 시체를 뿌려 둔 상황이라 대포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까지 모조리 날려 버릴 수 있는 치명적인 폭격이었다.
시이이이-!
폭격은 딱 한 번이었지만, 요한과 삼족오를 노리던 대포는 물론이고 다른 대포들마저도 작동 불능 상태가 되었다.
‘워후, 생각보다 효과가 더 좋은데?’
다만, 시체를 공급받을 수 없는 이곳에서 시체 소모는 꽤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위험한 상황에 무작정 시체를 아끼는 것도 바른 판단은 아니었다.
불을 뿜던 대포는 다 제압이 되었다.
“자, 이때야. 빨리 들어와!”
“까아아악-!”
요새는 가만히 있지 않고 조금씩 회전을 했다.
마치 지구가 자전하듯이.
그러니 다른 대포가 이곳으로 향하기 전에 얼른 요새에 내릴 필요가 있었다.
요한과 류페이는 얼른 요새 갑판 정도로 보이는 곳에 안전하게 내릴 수가 있었다.
위이잉- 덜컹! 치이익-!
요새에 발이 닿기 무섭게 사방에서 뭔가가 작동하는 소리와 스팀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스팀까지 뿜어져 나오니 이건 아무리 봐도 스팀펑크이야.’
다시 봐도 어이가 없었다.
“음, 적은 어딨지?”
“조용히 해 봐. 내가 생각 중이잖아."
요한의 까칠한 반응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흠흠, 이쪽이 아닐까?”
“쩝, 일단 가보자. 이곳은 요새 내부라 하늘을 함부로 보낼 수도 없으니 일일이 찾아보는 수밖에.”
유령 언데드는 무적이 아니었다.
마나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으면 유령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요한은 늘 유령을 보조용으로 사용했다.
괜히 나대다가 쉽게 소멸되면 손해가 막심했으니까.
류페이가 앞장섰고 요한은 언데드를 소환하며 뒤를 따랐다.
‘아껴서 잘 써야 해.’
추가가 어려운 소중한 언데드들이었다.
‘후우, 정말 이런 사냥터는 싫다니까.'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엘라드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고 기합이 단단히 들어가 있었다.
“제발 좀, 그래 주라.”
“예.”
요새 내부엔 분석 프로그램의 설명대로 기계 골렘이 등장했다.
덜컹-! 드르륵- 컹!
하나, 둘 사방에서 기계 골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모습도 제각각, 무기도 제각각, 크기도 제각각인 기계 골렘들이었다.
하나, 둘 등장하는 모습이 꽤 박력 넘쳤다.
대충 녀석들의 이름은 기계 골렘이며 끝에 몇 음절 더 붙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크게 능력의 차이는 없었다.
‘다행히 그렇게 강하진 않아.’
크라켄과 싸웠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탓도 있겠지만, 수가 많아서 그렇지 크라켄과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후우, 다행히 덩치만 요란했지, 별로 어렵진 않네.’
수준보다는 요한이 훨씬 더 강해진 게 더 크게 작용했지만 말이다.
“흐아압!”
쾅- 콰직-!
류페이의 검에 기계 골렘들은 우후죽순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박살이 났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사방에 톱니바퀴와 기계 조각이 뿌려졌다.
기계 골렘을 움직이게 하는 원료인 기름도 줄줄 흘렀다.
‘여기에 불붙으면 대형 화재가 터지겠는데?’
다행히 화염 마법은 요한의 주력이 아니었다.
스켈레톤 메이지도 화염 마법을 쓸 수는 있지만, 주로 쓰는 마법은 아니었다.
불이 날 위험은 매우 적은 편이었다.
그때였다.
쿵쿵쿵-!
‘응?’
한쪽에서 골렘이 무리를 지어서 다가오고 있었다.
‘헉, 설마?!’
요한이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무리를 지어서 다가오는 골렘들이 들고 있는 무기가 바로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총이었기 때문이다.
일정 거리를 두고 멈춘 기계 골렘들은 총을 지향 사격 자세로 들었다.
치이익-!
총 뒤에서 증기가 일제히 뿜어져 나왔다.
“젠장, 본 월!!”
워낙 다급하게 반응해 본능적으로 스킬명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파바바방-!
기계 골렘 무리가 발사한 총알은 다행히 타이밍 좋게 올라온 본 월에 막혔다.
‘후우, 다행이다. 아니, 미친. 아무리 스팀펑크라도 총이라니!!’
지금까지 총을 사용하는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헌터도 총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거너 클래스의 각성자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각성자는 존재했을 수도 있지. 내가 아는 건 헌터 클래스니까.’
어쨌든 헌터도 없던 클래스가 몬스터로 등장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꽤 흥미가 동했다.
‘음, 아깝다. 쟤들이 생명체였다면, 언데드로 만들어서 거너로 사용할 수 있는가 확인해 봤을 텐데.’
치이익-!
다시 스팀이 뿜어져 나왔다.
‘아무래도 저게 재장전인 거 같지?’
이때가 기회였다.
“류페이, 엘라드!”
“오케이, 나한테 맡겨!”
“명령대로!”
류페이와 엘라드가 빠르게 이동해 총잡이 기계 골렘을 휩쓸었다.
확실히 근접전엔 취약한 녀석들이었다.
몇기의 골렘은 근접에서 총을 쏴 봤지만, 소용없었다.
총이란 무기는 초인들 사이에선 극도로 비효율적인 무기였다.
총알 자체는 음속보다 살짝 느려서 피하기 힘든 건 사실.
하지만 총알이 발사되는 타이밍만 잡을 수 있으면, 총구의 방향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쉽게 피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일제 사격이 무서운 것이었다.
일제 사격은 피할 각도 주지 않고 강력한 총알이 쇄도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근접전으로 가 버리면 제대로 장전도 못 한 거너들은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거너 클래스 기계 골렘도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빠르게 이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