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89화 (189/250)

13화

K&S 오픈 행사는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특히 행사 후반부에 요한이 직접 코딩한 특별 스크롤을 공개했을 때는 참가한 모두가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그만큼 특별 스크롤의 효과는 대단했기 때문이다.

단, 특별 스크롤은 좀 비싸게 받았다.

만드는 방법이나 소모되는 비용은 같았지만, 그래도 무려 S급 헌터가 직접 특성까지 사용해 가며 만든 제품이지 않은가.

그리고 요한이 사냥하러 떠나면 팔 수도 없는 희귀 제품이었다.

애초에 싸게 받을 이유도 전혀 없었다.

오픈 행사가 끝이 나고 SNS에 이 모든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헌터 중에서 SNS를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

이건 의도적으로 제임스가 그런 헌터를 초빙한 것이었다.

한 헌터는 스크롤을 산 바로 직후 포탈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스크롤 가격이 기존과 비교해서 많이 내려가긴 했지만, 그래도 고가는 고가였다.

과거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엄청난 가격이었다면, 지금은 그나마 여분의 목숨으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의 가격으로 바뀐 것이었다.

그런 스킬 스크롤을 사용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 그 헌터는 사냥에 나선 것이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 촬영 때 위험한 장면이 몇 개 있어서 스크롤을 2개나 소모했다.

엄청난 출혈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출혈은 오히려 그에게 복으로 돌아왔다.

그전까지 구독자 70만 명의 한국에서는 좀 잘나가는 올튜버였던 헌터는 순식간에 세계적인 명성을 쌓을 수가 있었다.

이례적으로 조회 수 1,000만을 넘게 찍었고(아직도 가파르게 상승중) 구독자도 160만을 넘겨서 엄청 난 성장 속도를 보여주었다.

뭐, 그렇다고 스킬 스크롤을 사용한 손해를 메꿀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좀 더 좋은 올튜버로써 성공할 기회를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해당 헌터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했다.

K&S에 대한 간접 광고도 충분히 이루어졌다.

[EE 헌터 커뮤니티]

- 세상은 바뀌었다. 이제 여분의 목숨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 스크롤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온 거야!!

- 올레!!

- 그런데 우리 나란 언제 출시되는 거지?

- 어, 그러게?

- 문의해 보자, K&S가 정식 회사면 문의 번호가 있을 거야.

- 내가 1등으로 감. 수고.

K&S 고객 센터엔 세계 모든 언어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번에 새롭게 K&S의 CEO로 취임한 마크 엔버스는 각국에서 밀려오는 제안서에 제대로 잠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인원은 넉넉한 편이었지만, 아직 숙달된 고급 사무 인력은 부족했다.

매일같이 특채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런 업무는 아무나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맡기기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가 과로까지 해 가며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혀 힘들거나 불평불만이 생기지는 않았다.

‘K&S는 역사적인 회사야. 내 이름을 역사서에 기록할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물론 거액의 연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그는 다양한 회사에 전문 경영인으로 활동하며 막대한 부를 쌓아 둔 후였다.

굳이 돈 때문에 이역만리 한국까지 와서 CEO를 하지 않아도 거액의 연봉을 제시할 회사는 넘쳐났다.

그가 필요한 건 바로 명예.

오죽하면 정치까지 해 볼까 생각했지만, 재계보다 똥물이면 더 똥물인 그곳에서 명예를 찾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에다가 정치인의 사회적 이미지까지 생각해 보면 돈이 많은 그가 굳이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대학교 동문이자 후배인 제임스에게 CEO 제의를 받았다.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다.

제대로 된 길도 정하지 않았는 데, 후배란 이유로 CEO직을 맡아 주긴 그랬으니까.

하지만 제임스의 말이 이어질수록 그의 식었던 심장이 빠르게 예열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크, K&S는 세계 최초이자 세계 질서를 바꿀 제품을 판매할 업체야. 미스터 킴이 직접 설립하는 회사고. 그야말로 역사적인 회사인데 한번 맡아 봐. 늘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았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제안이었다.

그리고 CEO로 취임한 이후 보람이 느껴졌다.

세계 각국에서 K&S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처음엔 김요한 헌터에 대해서만 언급하다가 김요한 헌터가 뒤로 빠지고 그가 세계 순방을 돌면서 각국과 협의를 거치다 보니 K&S 대표이사로 그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국빈 대우를 받으며 극진한 대접도 받을 수가 있었다.

일반 기업의 CEO일 때는 결코, 벌어질 수가 없는 일이었다.

재벌가라도 돈놀이나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정치인들이니까.

그는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2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반드시 K&S를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으로 키우겠어!!’

스킬 스크롤 제작 판매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

모든 게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요한은 금방 손을 떼었다.

돈을 무작정 벌어들일 목적이었다면, 조금 더 남아서 특별 스크롤을 마구 찍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스크롤로도 충분했다.

굳이 그가 직접 나서서 특별 스크롤을 찍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지 않았으니까.

요한은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동생 유나가 공부하고 있는 대학교에 들렀다가 영국으로 갈 생각이었기 때문.

"음......."

눈을 감고 비행기 내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음미했다.

사냥으로 지친 두뇌와 마음을 달래는 데는 은은한 클래식이 최고였다.

특히 요즘엔 음악 관련 각성자도 나와서 음악의 질이 순식간에 올라갔다.

어떤 독일의 피아니스트는 굉장히 특이한 각성자였다.

어떻게 보면 네크로맨서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달랐다.

바로 영혼을 불러오는 능력이었다.

전투 헌터론 0점이었다.

영혼을 불러온다고 해도 딱히 전투력이 변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막 각성한 그 독일인은 무명 삼류 음악가였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좋아해서 열심히 치긴 했지만, 재능이 부족해 유명해지질 못했다.

근근이 피아노 강습으로 생활비를 벌며 살았다.

하지만 각성 이후 영혼을 부르는 능력을 얻게 되고 처음으로 부른 영혼이 바로 베토벤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능력이 강해질수록 베토벤, 모차르트, 파가니니 등등.

당대는 물론 역사적으로 최고의 음악가 영혼을 불러내 음악을 제작해 유명해졌다.

현재 세계적인 클래식은 독일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일인 음악가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독일인이 만드는 음악은 요한도 참 좋아했다.

물론 최근에 즐겨 듣기 시작했지만.

한창 음악에 심취해 있을 때였다.

구구구궁-!

‘음? 아, 이거 설마?’

눈을 감고 있던 요한의 감각에 마나의 파동이 감지되었다.

‘미치겠네, 진짜. 저번엔 바다더니 이젠 하늘이야?’

삐익-!

[아아, 지금 구름 속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었습니다. 바람이나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김요한 헌터님, 조종실로 오셔서 확인해 보십시오.]

부기장의 목소리였다.

‘젠장.’

안 그래도 갈 생각이었다.

자연 현상이 아닌 건 확실했으니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그냥 마나 이상 현상이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쾅-!

“젠장!”

하지만 조종실에서 본 모습에 저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이건 아무리 봐도 포탈이었다.

비행기가 진행하는 방향에서 생성된 거대한 포탈 구멍.

이게 요한이 느낀 막대한 마나의 정체였다.

“어, 어떻게 할까요?”

부기장이 물었다.

기장은 현재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조종간을 꼭 잡고 있었다.

나이가 좀 있는 기장에겐 이 현상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제가 내릴 테니까, 두 분은 기수를 돌리세요.”

“고, 공중에서 말입니까?”

“네, 이대로 갔다간 다 죽어요. 어쩔 수 없죠.”

“아, 알겠습니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둘이었다.

정작 요한은 둘에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여기서 전용기를 잃으면 인도될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해. 그럴 수는 없지.'

그리고 사람도 다시 뽑아야 했다.

기수만 돌리면 사는데 굳이 희생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비상 탈출구 앞에 선 요한.

“나와, 류페이.”

“으흐흐, 또 전투야?”

“이번엔 화끈하게 공중전 예감.”

“에엑, 나 날 줄 모르는데?”

“몰라, 일단 날면서 생각해 보자.”

“아, 그 발 3개 달린 까마귀?”

“그래.”

“뭐, 나야 어떻게든 싸울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면 되는 거니까.”

“그래, 이기기만 하자. 몬스터가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킥킥.”

“아 참, 그리고 꽉 잡아 줘. 문이 열리면 바람 엄청나게 세질 거야.”

“알았다고.”

덜컹-!

문이 열리고 엄청난 돌풍이 요한을 끌어당기려고 했다.

꾸욱-!

하지만 류페이의 강한 악력이 그를 빨려 나가지 않게끔 해 주었다.

“나와.”

지잉-!

공간이 열리고 삼족오 키메라가 등장했다.

“까아아아악!!”

“가자.”

“오케이.”

류페이와 요한이 삼족오 키메라 등에 올라타고 전용기를 벗어나자 전용기는 조금 무리해 가며 U턴을 해 한국으로 돌아갔다.

“킥킥킥, 하늘에서 포탈이 생성되다니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아, 내가 귀신이지.”

“시답잖은 농담은 치우고 집중해.”

“네이, 네이. 난 늘 집중하거든?”

“아닌 거 같은데?”

“뭐?”

투덜거리는 사이에 삼족오 키메라는 하늘에서 생성된 포탈에 거의 다 다다랐다.

멀리 있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포탈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원래 포탈이란 게 이렇게 내부가 흰히 보이는 거였나?’

절대 아니었다.

포탈은 마치 이동 마법처럼 어디론가 쑥 이동되는 구조였다.

내부를 볼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허허허허허.’

요한은 속으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어째, 이상한 포탈을 만날 때마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냐.’

결과는 늘 좋았지만, 아무리 봐도 재수가 터졌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후우.’

호홉을 가다듬은 요한은 삼족오 키메라를 이끌고 포탈로 향했다.

포탈 내부는 어떻게 보면 참 심플했다.

공중요새가 하늘에서 떠다니며 요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그 공중요새가 엄청 거대하다는 점이었다.

곳곳에 대포도 설치되어 있었고 주변엔 비행선도 떠다니는 중이었다.

‘와, 이젠 스팀펑크냐?’

덜컹-! 덜컹-!

포탈 속 세계는 정말 다양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판타지를 바탕으로 하는 곳이 많았다.

다크 엘프 포탈만 봐도 전형적인 중세 유럽 배경의 판타지 아니던가.

그래도 가끔 분위기가 다른 포탈이 있긴 했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엔 조금이지만, 동양풍 몬스터가 서식하는 동양 버전의 세계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노골적인 다른 배경은 처음이었다.

요한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포탈을 아는 건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스팀펑크처럼 특이한 포탈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덕후도 분야가 존재했는데, 요한의 전공은 포탈이었으니까.

‘이거 일이 점점 꼬이는 거 같은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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