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87화 (187/250)

11화

요한이 등장하자 강당은 오직 카메라 셔터 소리만 울렸다.

몇 번의 경험으로 요한이 얼마나 까칠한 존재인지 기자들은 학습할 수가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주제를 모르고 까불다가 기자 회견 자체를 통으로 날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오히려 기자들 사이에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삼류 찌라시 언론사를 일부러 막는 현상도 있었다.

출입 자체를 막을 수가 없다면, 앞자리에 있는 것만큼은 방지하려고 했다.

괜히 앞에 있다가 이상한 질문을 하면 곤란했으니까.

“아아, 정식 기자 회견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하하하.”

시작은 가볍게 농담으로 풀었다.

“뭐, 제가 절차는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니까.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원래는 제 대리인인 제임스에게 맡겨야 하는 일이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제가 직접 기자 회견장에 나오게 됐습니다. 제가 이번에 발표할 내용은 바로 스킬 스크롤을 제작해 판매하는 정식 법인을 설립했기 때문입니다.”

"......?"

“에?”

“뭐?”

기자들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 한마디도 입에서 나오질 못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지금 우리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너무 혼란스러워 제대로 입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

갸웃-.

“뭔 소리지?”

“스킬 스크롤?”

“그게 뭐야, 먹는 건가?”

기자단 중에서도 맨 뒤에서 무리를 이루고 있는 기자들은 오히려 반대로 이해를 하지 못해 입을 열지 않았다.

뭐라도 질문을 하려면 그 주제를 알아야 할 텐데, 그들은 가난한 찌라시 언론사 출신이었다.

이곳에 온 대형 언론사 기자들은 헌터 전문가들이었지만, 그들은 그냥 찌라시만 모으는 기자들이었다.

그때였다.

척-!

기자 1명이 팔을 들었다.

“저, 저……."

“네, 말씀하세요. 머리에 브릿지 넣으신 기자분.”

“제가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는데. 저희가 잘 알고 있는 스킬 스크롤이 맞습니까?”

“네, 정확히 맞습니다. 스킬 스크롤은 마법 처리가 된 종이에 특정 스킬을 부여해 누구라도 그게 설사 일반인이라도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아이템이죠.”

“저, 정말 그걸 제작해서 판매한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이미 1차 물량은 준비가 됐습니다. 회사 설립이 마무리되는 대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경매장을 이용하는 건가요?”

“아니요. 오직 제가 설립할 회사에서만 별도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경매장에서 팔 거면 왜 굳이 법인을 설립하겠습니까?”

꿀꺽-.

워낙 강렬한 충격에 총대를 메고 질문을 하는 기자들 말고는 뒤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요한의 입에 집중하고 있었다.

헤어 브릿지를 넣은 기자는 어쩌다 보니 기자들의 대표가 되어서 질문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었다.

“지금 너무 충격이 커서 혼란스러운데요. 분위기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가벼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설립하시는 회사의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K&S입니다. 킴 앤 스크롤.”

“아아, 그러면 조금 전에 단순 판매가 아니라, 제작 및 판매라고 하셨는데. 정말 스킬 스크롤을 제작하는 게 가능한 겁니까. 김요한 헌터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지금까진 그게 불가능하다고 알려졌기에 믿기 힘들 정도로 놀랍습니다.”

“하하, 그럼요. 이것도 스킬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저는 우연히 스크롤을 제작할 수 있는 스킬을 얻었고 그걸로 제작해서 판매하려는 거죠.”

“와아, 대박.”

“이미 사냥만으로도 준재벌급 수익을 올리는 김요한 헌터인데. 스킬 스크롤을 제작해서 판매한다? 도대체 돈을 얼마나 끌어모으려는 걸까?”

“당장 기사 써. 일단 날림이라도 써. 특종이야, 특종!!”

“예, 예!!”

타다다닥-!

“어, 어?”

“우리는 뭐 해, 어서 기사 써!!”

“예!”

뒤늦게 기자들은 난리가 났다.

이 미친 뉴스를 최대한 빨리 내기 위해서 타자가 빠른 기자들이 동원됐다.

“기자 회견은 이쯤 하고 자세한 내용은 따로 보도 자료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럼.”

“기, 김요한 헌터님!!”

기자들은 어떻게든 좀 더 요한을 잡아 보려고 했지만, 낙장불입.

요한이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요한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사람 자체도 별로 없었다.

***

관련 기사는 곧바로 전 인터넷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언론 관련 사이트는 기본이었고, 온갖 주제의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기사로 난상 토론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애니 덕후들의 사이트에서도 이 주제로 갑론을박이 오갔다.

특히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 커뮤니티에선 그야말로 폭탄이 터진 것과 같았다.

[EE 커뮤니티 채팅방]

- ……사실일까?

- 글쎄요. 사실 믿음은 안 가지만, 이렇게 요란하게 사기를 칠 리가 없겠죠. 김요한이 무슨 이득을 보겠다고?

- 그래, 맞아. 그리고 믿든 안 믿든 조금만 기다려 보면 진실을 알게 되겠지.

- 만약에 이게 사실이면 정말 대박이야. 스킬 스크롤 시장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를 삼킬 수가 있다고. 세계 유일의 독점 기업이 되는 거야!

- 헐, 아직도 믿기지 않아.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 지금까지 던전에서만 소량 나왔던 스크롤인데!

-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기적의 헌터. 김.요.한!

- 우우우-!!

EE 커뮤니티는 시작에 불과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이 사실이 빠르게 퍼지면서 특히 헌터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일본 2CH]

- 아아, 우린 형님한테 또 졌다.

- 이제 인정하자. 아니, 아예 한국의 속국이 되자.

- 희망 자체가 사라졌다. 저 기업이 설립되면 우린 이길 가능성은 없다.

- GG

- 대한민국 만세!

- 사과하고 다시 한국과 정식으로 국교 체결해야 해!

- ㅜㅜ.

특히 일본은 그야말로 초상집이라고 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세계적인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을 따라잡는 데 혈안인 일본이었다.

지금까진 많이 불리하더라도 언젠가는 따라잡을 수 있겠지, 라는 희망을 품고 힘을 내었다.

하지만 요한이 준비하는 회사가 설립된다면 모든 게 다 끝이었다.

일본 국민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협회 수뇌부들도 충격은 마찬가지였다.

쾅-!

“칙쇼!! 조센징 따위가 스킬 스크롤이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가!!”

“그러게 말입니다. 거짓말이 분명합니다!!”

“빠가야로!! 김이 무슨 이유로 거짓말을 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밝혀질 텐데! 아직도 현실 파악이 안 됐어?!”

일본 헌터 협회 간부들은 그야말로 시장통처럼 굴었다.

이곳저곳에서 고성이 오갔고 거친 욕설도 때때로 들렸다.

대한민국을 따라잡기 위해서 전 국민을 갈아 넣고 있는 상황에서 이 소식은 그야말로 지지도가 떨어지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하급 헌터를 잡아먹는 정책을 ‘타도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던 협회였다.

그런데 이렇게 거리를 벌려 버린다면 더는 이 정책을 유지할 명분이 없었다.

“지금 하급 헌터들의 여론은 어떻소?”

“최악입니다. 아직까진 긴가민가 한 정도라 심하진 않지만, 만약에 저 말이 사실이라면 더는 정책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끄응.”

일본은 중국 못지않게 헌터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 국가였다.

타도 대한민국이란 핑계로 하급 헌터를 희생해 모든 대우와 복지를 상급 헌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급 헌터는 간단한 협회의 도움도 받기 힘들 정도였다.

이젠 그 한계가 보이는 듯했다.

“……모든 정보력을 한국에 집중하고 되도록 스킬 스크롤 제작 방법을 알아내는 방향으로 합시다.”

“행동 코드는?”

“레드 등급이요.”

“허허, 레드……."

레드 등급은 정보기관이 내릴 수 있는 최고 등급이었다.

국가 위기 사태에만 내리게끔 되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알고 물러가겠습니다.”

“예, 회의는 여기까지 합시다.”

중국도 이번 뉴스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일본처럼 초상집 분위기는 아니어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한국과 라이벌 의식이 있는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대하며 한국을 보고 있었다.

- 스킬 스크롤이 제작된다면, 여벌의 목숨을 쉽게 사들일 수 있게 되는 것.

- 그야말로 신의 선물이다.

- 가격만 저렴하다면, 수많은 헌터의 목숨을 살릴 엄청난 기회.

- 김요한 헌터가 부디 다른 헌터를 불쌍히 여겨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출시해 줬으면.

또 다른 시장은 그야말로 격동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로 스킬 스크롤 시장이었다.

스킬 스크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들은 하루아침에 똥값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여론은 크게 2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1. 스킬 스크롤을 제작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거짓말이다. 존버 만이 답이다.

2. 김요한 헌터가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 팔아야 한다.

2개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후자 쪽은 어떻게든 지금이라도 빨리 스킬 스크롤을 판매하려고 했다.

처음엔 구매한 가격에 올려 보았다.

과거였다면, 올리자마자 팔렸을 것이다.

스킬 스크롤이란 게 돈 때문에 못 구하는 게 아니라, 물량이 부족해서 못 구하는 것이었기 때문.

하지만 그들은 단 1개도 팔지 못했다.

여전히 스킬 스크롤이 탐나긴 했지만, 어차피 내려간 가격도 아니고 적정가.

요한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고 나서 구매해도 늦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니, 몇 개 팔리기도 했다.

현실 감각이 없는 스킬 스크롤 도매상들이 요한의 말이 거짓이라고 근거 없이 맹신하며 존버를 위해서 사들인 것이었다.

***

일주일 후, 원래는 금방 영국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요한은 여전히 한국에 있었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스킬 스크롤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샥샥-!

스킬 스크롤 제작도 그의 코딩 능력에 닿는 요소였다.

덕분에 그가 코딩을 통해서 제작한 스킬 스크롤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스크롤보다 상등품이었다.

같은 스크롤이라도 효율 자체가 달랐다.

힐링 스크롤은 동시에 다수를 회복할 수 있고, 회복력도 우수했다.

그걸 본 요한은 딱 한 마디를 했다.

‘오, 이거 더 잘 팔리겠는데?’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다만, 문제는 강화된 스크롤은 요한만 만들 수 있었다.

‘이건 프리미엄 붙여서 따로 팔아야겠다.’

그는 언제까지 이곳에 틀어박혀서 스크롤만 제작할 수는 없었다.

그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네크로맨서로서 사냥 다니는 것이었으니까.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고 평소보다 훨씬 더 광을 낸 제임스가 들어왔다.

“헌터님, 시간이 거의 다 됐습니다.”

“알았어, 가자고.”

“예, 제가 모시겠습니다.”

드디어 K&S의 오픈 날이 다가왔다.

이번 오픈 행사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얼마 전엔 베트남에 있는 엘레노아에게 축하 전화를 받기도 했다.

비록 바빠서 가지는 못하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요한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둘이 핑크핑크한 관계도 아니고 굳이 만나서 축하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근히 오늘따라 엘레노아와 함께하고 싶은 요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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