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한 기자의 멍청한 질문으로 인해서 기세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고 말았다.
“뭐, 시답지 않은 질문이 나온 거 보니까. 딱히 할 말이 없나 보군요. 기자 회견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어, 어?”
“김요한 헌터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기자들은 지금만을 벼르고 있었다.
외국에서 그렇게 많은 활약을 했음에도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 그 흔한 인터뷰 하나 없었다.
외국에 기자를 파견해 보았지만, 주변이 철저하게 차단되어 함부로 접근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에 요한이 귀국한다는 소식에 우르르 몰려온 것이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인터뷰 한 번 못 해본 한을 풀려고 했었다.
기자 1명의 말실수로 그 기회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조, 조금만 더 기자 회견을 진행해 주시면!!”
“어차피 계획에도 없던 기자 회견입니다. 질문도 별로고 비행기 타고 오느라 피곤하네요. 여기까지하겠습니다.”
“가시죠.”
요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리 대기하고 있던 러셀 매니지먼트 소속 경호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르르-!
“마, 막아!!”
“어떻게든 막아!!”
기자들은 결사적이었다.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서 온몸으로 막아 세웠다.
아니, 막아 세워 보려고 했다.
“어딜.”
그러나 그들은 러셀 매니지먼트의 위용을 잠시 잊고 있었다.
“옆으로 밀어.”
“예!”
러셀 매니지먼트 소속 특수 경호 부서는 전원 F급 헌터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부 수억 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할 일은 별로 없는 환상의 직업이었다.
공채는 없으며 러셀 길드에서 꾸준히 관리해 오던 헌터 리스트를 통해서만 특별 채용되는 구조였다.
러셀 길드는 가문에서 수호자를 뽑는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해 하급 헌터들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정책을 펼쳤다.
영국 출신 간부들은 그다지 기대하는 게 없었다.
본토에서도 그렇고, F급 헌터는 정말 별 볼 일 없는 하급 헌터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간부들의 예단이 철저한 오판이었다는 건 정책이 시작된 지 1달도 되지 않아서 밝혀졌다.
“뭐, 뭐야?”
“F급 헌터 맞아?”
“F급이 뭐 이렇게 뛰어난 거야?”
“미친……!”
그들은 왜 한국이 G3 국가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하급 헌터층이 아주 두텁다.’
영국의 자존심이랄까?
지금까지 그들은 독일이나 영국정말 많이 양보해서 프랑스, 그도 아니면 정~말 양보해서 과거 경제대국 3위에 빛나던 일본이 아닌 대한민국이 G3 국가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G3 국가를 정하는 데 있어서 뭔가 영국이 모르는 음모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러셀, 포터 가문처럼 세계적인 가문을 보유한 영국이 세계적 가문이 없는 한국에 밀리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으로 파견 가야 한다는 소식에 절망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헌터 영입을 위해서 한국헌터 실정을 조사해 본 결과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하급부터 상급까지 평균 수준이 너무 높아.’
영국에선 F급 헌터가 포탈에서 사냥한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워낙 수준이 낮아서 짐꾼 업무를 하거나 일반 업무를 보통 맡아서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F급 헌터도 E급과 공격대를 결성해 필드 포탈이지만, 사냥하러 다녔다.
영국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덕분에 다른 의미에서 러셀 매니지먼트 특수 경호부서 인원을 뽑는 게 어려웠다.
워낙 인재풀이 넓다 보니 선별하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어?’
사냥 자체를 즐기는 헌터도 많았다.
F급 헌터면서 사냥하러 다닐 수 없다는 이유로 러셀 매니지먼트 제의를 거절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허 참……!’
대부분 보조 업무를 하는 영국헌터 환경 특성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과거 게임 대회만 열렸다 하면, 대한민국 게이머들이 상을 휩쓸었다는 전설이 사실이었나 보네.’
현재 E-스포츠 산업은 사양화의 길을 걷고 있다.
단순 게임보다 재밌는 콘텐츠들이 많다 보니 게임에 열광하는 인원이 많이 줄었기 때문.
아, 물론 게임 자체는 여전히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게임 대회는 인기가 별로 없었다.
게임 대회를 보는 것보다 헌터사냥 모습이나 H-1이 훨씬 더 박진감 넘치고 재밌었으니까.
그런 식으로 선별된 인원들이 평소엔 거의 할 일 없이 지내다가 요한을 경호하는 임무에 투입되었다.
경호원으로 채용되기 전엔 필드포탈에서 목숨을 건 사냥을 하던 현역 헌터들.
그들이 숫자만 많다뿐이지 철저히 일반인에 불과한 기자들을 감당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어딜……!!”
중간에 함정같이 복병이 숨어 있었다.
바로 F급 헌터 출신의 기자였다.
전투에 적합하지 않은 능력을 보유하고 오히려 기자에 특화된 능력을 보유한 프리랜서 기자였다.
이들의 연봉은 5억이 넘을 정도로 매우 고액 연봉자였다.
일반인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오지나 포탈 안, 그리고 헌터만 출입이 허용된 곳도 드나들 수가 있었다.
최소 5억부터 시작하는 연봉자라 인건비가 부담될 수 있었지만, 언론사는 이 특별 기자를 어떻게든 회사로 들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특별 기자를 채용만 할 수 있다면, 연봉 따윈 우스울 정도로 많은 활약을 펼쳐 주기 때문.
하지만 F급 헌터도 사냥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환경 특성상 특별기자를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
그런 특별 기자 1명이 경호의 틈을 파고들려고 했다.
지잉-!
“헉!!”
하지만 조금도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일반인 기자를 상대할 때는 그나마 매너를 지키던 경호원들은 특별기자가 다가오자 곧바로 힘을 사용한 것이었다.
아무리 각성자인 특별 기자라고 해도 비전투 계열 능력자였다.
러셀 길드에서 선별한 재능 있는 전투 헌터를 그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꺼져, 안 그러면 다쳐.”
“예, 예. 죄, 죄송합니다.”
어딜 가더라도 각성자란 이유 하나로 대접받던 특별 기자였다.
하지만 현역 헌터 출신 경호원에겐 귀찮은 장애물에 불과했다.
특별 기자마저 튕겨 나가자 흥해가 갈라지듯이 인파가 옆으로 쫙갈라졌다.
기자들은 강제로 밀어냈고 그저 요한을 보기 위해서 온 팬들은 자발적으로 길을 만들어 주었다.
“꺄아악!!”
“김요한 헌터님, 정말 팬이에요!”
“사진, 사진 한 번만 찍어 주세요!”
현대에 들어서 헌터는 준 연예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유명한 헌터는 인기 연예인보다방송 출연이 많았으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많은 헌터가 헌터 생활을 하다가 은퇴하고 연예계에 올인하기도 했다.
정말 인기가 많아지면 벌이는 살짝 줄더라도 훨씬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가 있었으니까.
다만, 사냥 자체를 즐기는 한국인 헌터 특성상 연예인으로 완전히 전향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대신 연예인과 헌터를 겸해서 하는 사람은 꽤 많은 편이었다.
연예인을 겸하게 되면 매력적인 이성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기에 인기가 많았다.
최상급 헌터들이 재벌과 결혼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중~상급 헌터들은 연예인과 많이 결혼하는 편이었다.
물론 헌터끼리 결혼도 많았지만, 의외로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둘 중 하나는 안전한 직업이어야 혹시라도 모를 불의의 사태에 아이가 양친을 다 잃지는 않을 테니까.
벌떼처럼 몰려든 인파를 겨우 헤치고 나와서 요한은 곧바로 연구실로 향했다.
집으로 가지는 않았다.
‘집에 가 봤자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뭐.’
휴식은 충분히 취하고 있었다.
진짜 부자나 재벌들은 전용기에서 쉬는 게 쉬는 거냐고 하겠지만, 아직 생각까지 부자가 되기엔 많이 부족한 요한이었다.
전용기 정도면 아주 훌륭한 휴양지였다.
승무원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전용기에서 보내는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아예, 전용기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해 볼까. 하늘 위라면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겠지?’
기대를 잔뜩 안고 갔던 성 투어에서도 전혀 생각지 못한 방해를 받은 그였다.
이젠 오기가 다 생길 정도였다.
어떻게 하면 딱 계획한 대로 쉴수 있을까, 하는 종류의 오기였다.
‘그래, 영국의 세인트 포탈만 클리어하고 엘레노아도 빼고 혼자!
전용기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하는 거야. 괜히 누구랑 또 엮이면 피곤해질 수가 있을 테니까.’
휴식을 계획하며 생각하는 일은 언제 해도 즐거웠다.
전용 리무진을 타고 연구실에 도착한 요한은 수행원들을 밖에 내버려 두고 실험실로 향했다.
[흘흘, 정말 오랜만이군.]
“아, 네크로맨서 영감. 그동안 좀 바빠서 말이야. 연구는 잘 돼?”
어떻게 보면 참 뻔뻔한 태도였다.
[흘흘흘, 누가 방해 안 한 덕분에 마음껏 연구할 수 있었다.]
“그거 다행이네.”
살짝 비꼬는 태도에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다.
네크로맨서 영감이 보통 언데드와 다르다고 해도 결국은 언데드였다.
요한으로선 딱히 크게 대접해 줄 이유가 없었다.
“아 참, 이것들은 선물이야.”
후드득-!
요한은 영국에서 수집한 순수 마법사의 시체를 꺼내 주었다.
[오오!]
웃고는 있었지만, 기분이 별로였던 네크로맨서 영감은 반색했다.
그렇게 찾아다니던 육체를 얻을 수 있는 단서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건 비록 마나는 적지만, 마나에 대한 순수한 친화력. 마법사! 그래, 이거야. 흘흘. 이거야말로 진짜 리치를 만들 수 있는 재료야.]
리치는 언데드 중에서도 최상급 언데드였다.
천하의 데스나이트도 리치 앞에선 한 수 접어 줘야 할 정도였다.
데스나이트가 아무리 강력한 언데드라고 해도 언데드가 한계였다.
하지만 리치 중에서도 특별한 리치는 스스로가 네크로맨서가 될 수가 있었다.
물론 네크로맨서가 리치가 될 땐 100% 네크로맨서였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리치도 네크로맨서가 될 수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데스나이트보다 리치가 더 격이 높은 언데드라고 할 수가 있었다.
[흘흘흘, 이런 좋은 걸 가져와 주다니 화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게 끔 하는군.]
“네가 화가 났다고 해도 날 상대로 뭘, 어쩔 건데.”
[뭐, 어떻게 할 수는 없네만. 흘흘.]
네크로맨서 영감의 기분은 순식간에 좋아졌다.
“자주 못 올 거야. 이래저래 할 일이 많거든.”
[흘흘, 이런 선물만 가져와 준다면 서운할 건 없다네.]
“그래서, 내가 선물까지 챙겨 줬는데. 너는 뭐 없어?”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또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흘흘, 왜 없겠는가. 원래는 꺼낼 마음이 없었지만, 상황이 변했으니까.]
네크로맨서 영감은 품에서 양피지로 된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
‘응, 저건 스크롤?’
스크롤, 굉장히 귀하면서도 사용은 꺼려지는 아이템이었다.
양피지를 찢는 것으로 스킬을 딱 1번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희귀아이템이었다.
헌터에게 제일 중요한 스킬을 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비싸기도 더럽게 비싸고, 설사 누가 손에 넣어도 잘 사용되질 않았다.
‘비싼데 일회용이니까. 어떤 간큰 인간이 써 보겠어?’
그런 귀한 게 네크로맨서 영감의 품에서 나왔다.
‘잠깐만, 나는 네크로맨서 영감에게 돈을 준 적이 없는데.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