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81화 (181/250)

5화

출구를 안내받은 요한은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급할 건 없었지만, 이 위험한 공간에서 언데드 없이 있는 건 굉장히 불안했기 때문이다.

‘해저인들이 끝까지 우리 편이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당장은 호의적인 녀석들이었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세상이었다.

불안함에 떠는 것보다는 마음 편하게 언데드 군단을 이끄는 게 훨씬 나았다.

그런데 살짝 문제라면 문제였는데 출구가 굉장히 어이가 없었다.

“허, 참.”

이곳에 들어올 때는 마치 포탈처럼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른 곳도 이런 식으로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출구는 그냥 긴 통로였다.

통로의 끝은 언데드 군단이 대기하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만 빼면 그냥 평범한 동굴의 모습이었다.

꽤 걷긴 했지만, 드디어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후아!”

“드디어 밖이네요.”

“그래, 밖이야. 그래 봤자 스카이 포탈 안이지만.”

요한의 자조적인 한탄이었다.

언데드 군단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하늘.”

[응?]

“언데드 군단을 이곳으로 데리고와.”

[알았어!]

말 잘 듣고 재빠른 하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하늘을 열심히 코딩해 줬는데 딱히 활용은 못 했네.’

그렇다고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코딩하면서도 이걸 쓸 일이 없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 번 코딩은 요한이 수정하기 전까진 영구적인 것.

당장 쓸 일이 없다고 해도 문제될 건 전혀 없었다.

잠시 후, 하늘이 갔던 방향에서 언데드 군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구구궁-!

엄청난 규모의 언데드 군단이 빠르게 이동하자 마치 일대에 지진이라도 발생한 것 같았다.

“주군!!”

파악-!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엘라드였다.

엘라드는 요한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주군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번엔 확실히 실망스러웠어.”

관대한 용서는 없었다.

언데드는 딱히 자비를 보여 줘서 그들의 마음을 얻을 필요가 없는 존재였다.

그 어떤 짓을 하더라도 네크로맨서에 충성하는 게 언데드였다.

감정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벌을 내려 주십시오!”

“벌은 됐고, 이번엔 확실히 실망했으니까. 다음엔 절대 실망하게 하지 마. 정말 그때는 확 경호를 딴 녀석으로 바꿔 버릴 테니까.”

“예, 명심하겠습니다!”

“흐음, 이렇게 멀쩡한 것 보니까.

밑엔 몬스터가 아니라 딴 게 있었나 봐?”

조용히 있던 류페이가 끼어들었다.

그녀의 임무도 요한을 지키는 것이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게 꼴불견이라 살짝 째려본 요한.

류페이는 움찔하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아무리 류페이라고 해도 언데드는 언데드.

요한의 권능에 거부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강력한 류페이라고 해도 요한이 간단하게 소환을 취소해 버리면 사라지는 존재였다.

"흠흠."

마른기침하며 민망함을 덜었다.

“뭐, 아래쪽엔 평범한 던전이 아니라 지하 도시가 있더라고.”

요한도 이쯤 해 두었다.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뭐라고 한다고 딱히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

“지하 도시?”

류페이는 지하 도시란 말에 관심을 보였다.

“뭐, 여기와 비슷하긴 한데. 심해 어류들이 많은 곳이야. 딱히 대단할 건 없어.”

“그래?”

말은 그렇게 해도 관심이 있는 눈치였다.

[엘레노아!!]

“이히히힝!!”

그때 주인을 바꾼 템테이션이 눈물을 휘날리며 빠르게 날아왔다.

그리곤 곧바로 엘레노아에게 다가가 부비부비를 시전했다.

[걱정했다. 어디 갔었나!!]

“아, 템테이션 님. 죄송해요. 많이 걱정하셨죠?”

[걱정 많이 했다. 그래, 괜찮은 건가?]

“네,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히히힝!!”

‘어쭈?’

진짜 주인은 여기 있는데 임시로 설정된 엘레노아만 걱정하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엘레노아였기에 딱히 뭐라고 하진 못했다.

‘그래, 뭐. 유니콘이 밝히는 거야 본능인데 어쩔 수 없지.’

억울하면 유니콘이 좋아하는 상대로 태어나야지, 어쩌겠는가.

“이히히힝!”

뒤이어 요한의 애마인 팬텀 스티드가 다가왔다.

녀석은 이성이 없는 언데드.

템테이션처럼 별스럽게 굴지는 않았다.

조용히 요한의 곁에 다가와 설뿐이었다.

스윽.

그런 팬텀 스티드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언데드답게 피부는 차가웠다.

살아 있는 신수인 유니콘 템테이션과 달리 페가수스에서 팬텀 스티드가 된 녀석이었다.

피부엔 생기도 온기도 없었지만, 요한은 오히려 이런 게 더 좋았다.

‘네크로맨서로 지내다 보니, 같은 생명보다는 언데드에 더 정을 느끼는 건가.’

그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긴 했다.

그렇다고 딱히 나쁘진 않았다.

‘어차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싸 중의 아싸였으니까.’

네크로맨서가 아닐 때도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으니 딱히 큰 변화는 아니었다.

“아가씨,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대충 템테이션과의 눈물겨운 재회가 끝나자 수호자들이 다가왔다.

헤어진 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수호자들의 얼굴은 핏기가 전혀 없이 헬쑥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네크로맨서를 잃은 언데드 무리 가운데서 몇 시간을 보낸 것이었다.

특히 잔자클 구울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수호자들을 노려보았다.

만약에 류페이와 엘라드가 없었다면 그들은 그 자리에서 잡아 먹혔을 것이었다.

“다들 별일 없었어?”

“예, 예. 별일은 없었습니다......."

차마 자존심 때문에 무서웠다곤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간단한 재회가 끝나고.

“일단 스카이 포탈에서 벗어나자. 밖에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들어와야겠어.”

“네, 요한 씨.”

“알았어.”

“명을 따르겠습니다.”

잔자클 구울이 좀 아쉬웠지만, 휴식이 급했다.

그리고 밖에서 할 일도 있었기에 구울이 아깝다고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요한은 출구로 향하면서도 하늘을 주변에 보내며 계속해서 인근지역을 탐사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기록을 추가했다.

쉬지 않고 정찰하고 정보를 기록한 덕분에 스카이 포탈 내부 지도는 꽤 많이 완성될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의 정보 수집이었다.

***

요한은 잔자클 구울 2~3마리만 남겨 두고 다 소환을 취소시켰다.

“키에에액!!”

언데드의 소환 취소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소환이 취소된 잔자클 구울들은 연기가 되어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

류페이는 그런 잔자클 구울들을 묘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나머지 언데드는 시체 수납으로 넣고 포탈을 탔다.

“음, 누구지?”

“오, 미스터 킹이다!”

“드디어 나온 건가?”

“오오!!”

“미스터 킹, 미스터 킹!!”

“신수를 소유한 게 사실입니까!!”

스카이 포탈에서 나오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들은 요한이 들어간 이후부터 쭉 이곳에서 먹고 자면서 요한을 기다렸다.

시간과 돈이 많이 소비되었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모든 비용은 법인 카드로 사용했으며 상부에선 무조건 인터뷰 따오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3개 조로 돌면서 주변 경관을 즐기며 기다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요한이 나온 순간 전쟁은 시작되었다.

차차차차착-!!

카메라 플래시가 마구 터져 나왔다.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네크로맨서가 신수를 테이밍하는 게 가능한 겁니까?”

다그닥.

“응?”

“뭐야, 신수인 유니콘을 지금 미스 러셀이 타고 있는 거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미스터 킹이 테이밍한 게 아니었어?”

“……Fxxk!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기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에 당황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미 네크로맨서와 신수의 이질적인 조합이라는 기사가 나간 상황.

그런데 그걸 엘레노아가 타고 있다니?

이건 보도 사고나 마찬가지였다.

언론사의 신용이 걸린 문제였다.

기자들의 얼굴엔 다급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미스터 킹, 분명히 들어갈 때는 미스터 킹이 데리고 들어갔는데.

왜 지금은 미스 러셀이 타고 있는 겁니까?”

분명히 영국인 기자들이었지만, 유창한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취재 대상이 한국인이고 영어를 할 줄 모르다 보니 한국어가 가능한 기자를 동원하거나 한국어 통역을 붙여 주었다.

“글쎄요. 그걸 제가 설명할 이유가 있나요?”

“처음부터 엘레노아 씨의 신수였습니까?”

“글쎄요. 저는 바빠서 이만.”

“미스터 킹! 미스터 킹!!”

“수호자들, 길을 열어.”

“예, 아가씨!”

던전 안에선 그야말로 잡일꾼에 불과했던 수호자들이었다.

하지만 포탈에서 벗어나자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샤삭-!

“어어?”

기자들을 양옆으로 치우며 길을 만들었다.

“미스터 킹!!”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유니콘은 어떻게 된 겁니까?”

“블랙 유니콘이라니 혹시 팔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듣기론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에서 120조에 산다는 말이 있던데.

혹시 팔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기자들은 악을 쓰며 어떻게든 대답을 듣기 위해서 노력했다.

"......."

하지만 요한은 기자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로 수호자들이 만든 길을 지나갔다.

“미스터 킹!!”

꽤 큰 비용을 들이며 기다렸던 기자들이었지만, 아무런 인터뷰도 딸 수가 없었다.

“아아.”

“큰일 났다.”

“이거 어떻게 하지?”

요한이 떠난 자리엔 망연자실한 기자들만 남았을 뿐이었다.

스카이 포탈을 나온 요한은 곧바로 런던 공항으로 향했다.

주변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전용기에 올라탔다.

엘레노아도 별말 없이 요한을 따랐다.

“김요한 헌터님?”

“베트남으로.”

“아, 예. 알겠습니다.”

질문은 없었다.

무표정한 요한에게 쁨어져 나오는 기운은 감히 말을 붙일 수 없게 끔 했다.

‘헌터는 이런 게 좋단 말이야.’

쓸데없는 질문과 반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였다.

군대에선 이런 성격 때문에 꼰대라고 뒤에서 욕 좀 먹긴 했지만, 바꿀 생각은 없었다.

꼰대스럽긴 해도 편했으니까.

전용기는 베트남으로 곧장 향했다.

20시간 가까운 비행 끝에 베트남다낭에 도착한 요한.

공항을 나설 때도 별다른 인파는 없었다.

그가 베트남으로 향한 것은 기장만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시간도 새벽이라 조용히 공항에 착륙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 도착한 요한은 다크 엘프 포탈로 향했다.

“구원자시여!!”

“오오, 구원자시여!!”

다크 엘프 포탈 입구를 지키는 프링고 일족들은 요한을 보자 무릎을 꿇으며 경배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들이 요한을 존경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 시간에 어인 일이십니까?”

프링고 장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희들한테 따로 시킬 일이 있다.”

“오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무엇이든 목숨을 걸고 수행하겠습니다.”

“시킨 일 하려면 살아 있어야지, 목숨은 무슨.”

“구원자시여.”

요한은 품에서 종이 1장을 꺼냈다.

그리곤 프링고 장로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지금부터 너희들이 나를 위해서 구할 물건이다.”

“오오!”

프링고 일족들은 의욕에 불타올랐다.

37장. 스킬 스크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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