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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79화 (179/250)

3화

“크흠.”

엘레노아가 선두에서 움직였고 요한은 그 뒤를 따랐다.

원래 그의 포지션이 후방이었지만, 오늘따라 뭔가 묘하다고 느낄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야?’

땅속인 것은 대충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이곳이 던전인가 아닌가가 중요했다.

언데드를 땅 위에 두고 온 요한으로선 이곳 스카이 포탈의 몬스터를 엘레노아와 둘이 감당하기엔 무리가 많았으니까.

‘제발 안전한 곳이기를.’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생각이었지만, 지금으로선 그렇게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었으니까.

저벅저벅-.

"......."

둘 다 말없이 조용히 길을 걸었다.

출구를 찾아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으니까.

얼마나 더 걸었을까.

멈칫-.

“요한 씨.”

엘레노아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 나도 방금 느꼈어.”

둘의 예민한 감각에 무엇인가가 잡혔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마나를 감지하는 것이 만능은 아니었다.

대략적인 부분은 알 수 있어도 자세한 것은 파악할 수 없었다.

‘끄응, 적이 아니어야 할 텐데.’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차였다.

[요한~!!]

“어?”

지잉-!

그때 위에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잠시 헤어졌던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얼굴엔 걱정이 한가득하였다.

“하늘?”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어떻게 된 줄 알았잖아!!]

“뭐야, 여기 어떻게 온 거야?”

[어떻게 왔긴, 그냥 왔지.]

“아 참…… 너 유령이었지.”

[응!!]

유령들은 물리력이 없기에 벽이나 땅을 그냥 통과할 수 있었다.

하늘도 그냥 쑥 밑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다른 유령들은?”

[아, 그냥 나 혼자 왔어. 아마 위에서 넋 놓고 있을걸?]

“하긴.”

아무리 열심히 언데드를 코딩해 주더라도 술사와 떨어지면 어지간한 언데드는 거의 멍청이가 됐다.

그나마 류페이나 엘라드 같은 엘리트 언데드가 근처에 있으면 조금 나은 편이었다.

아마 류페이나 엘라드 같은 충성심이 강하고 지능이 높은 언데드가 주변에 없었다면, 요한과 멸어진 그 순간 수호자들과 잭슨 팔머는 그대로 언데드의 먹잇감이 되었을 것이었다.

그들은 정말 운이 좋게도 살아남는 것이었다.

“후우, 그래도 다행이네. 너라도 있어서.”

[역시 나밖에 없지?]

“그래, 너밖에 없다.”

[히히!]

칭찬에 약한 하늘이 하안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정말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기도 했다.

하늘은 요한이 가진 언데드 중에서 전투력으론 그렇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는 아니었다.

실제로 하늘의 일은 대부분 전투 외적인 일이 많았을 정도였으니까.

“레아.”

“네.”

“잠시만 쉬었다가 가자.”

“네?”

딱히 무슨 일을 한 것도 아니어서 쉴 이유는 없었다.

의아한 엘레노아였지만, 요한이 그러자고 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풀썩-!

“요한 씨?”

“레아, 나 각성몽에 좀 다녀올게.

주변 경계 좀 해 줘.”

“네, 그럴게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오, 땡큐. 고마워, 여기서 무사히 탈출하면 밥이나 같이 먹자. 내가 쏜다.”

그저 고마움에 별생각 없이 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엘레노아의 표정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네, 요한 씨.”

“그럼.”

땅바닥은 영 불편했지만, 지금은 불편하고 안 하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각성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플레이어.]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말투의 안내인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그녀와 대담이나 나누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양손을 옆으로 확 펼치자 푸른 창이 떠올랐다.

요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하늘의 코딩창을 열었다.

‘시간은 넉넉하지 않지만, 최대한 하늘을 코딩해야 해., 지금까지 하늘을 집중해서 코딩한 적은 거의 없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냥 밴시라서?

아니면, 전투에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서?

바빠서?

딱히 이유를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냥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요한의 곁에 있는 유일한 언데드였다.

녀석을 최대한 정교하고 철저하게 코딩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우득-!

손가락뼈를 푼 요한은 최대한 집중해서 그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코딩을 하기 위해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조건 강하게. 강하게!’

샥샥-!

그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플레이어, 시간이 됐습니다.]

“아, 벌써?”

[네, 그러기에 평소에 좀 해 놓지 그러셨습니까?]

안내인의 힐난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유가 없었다.

“그럼, 수고해.”

[안녕히 가십시오.]

평소였다면 조금은 수다를 떨거나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딱히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장소였다.

한가하게 수다나 떨고 있으면 양심이 없는 것이었다.

“으음.”

“끝나셨어요?”

요한이 잠에서 깨자 엘레노아는 바로 반응했다.

그도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로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아, 응. 끝났어. 이제 가자.”

“네, 요한 씨.”

휘잉-!

[에헷, 요한. 나 엄청나게 강해진 거 같은데. 요한이 해 준 거야?]

“그래, 지금까지 별로 신경을 써주지 못했잖아. 그동안의 사과라고 생각해 줘.”

[흐음, 사과가 너무 싼 거 아니야?]

“뭐야?”

[꺄하하하.]

하늘은 그저 해맑을 따름이었다.

그래도 1기뿐이지만, 언데드를 얻게 된 요한은 힘을 내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단 1기뿐이었지만, 언데드가 옆에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든든한 일이었다.

***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도착했다.

“어?”

“응?”

[에엥?]

몬스터 소굴 정도로 생각했던 곳은 멀쩡하면서 아름다운 지하 도시가 건설되어 있었다.

‘이건 또 뭐야?’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였다.

‘여기에 왜 지하 도시가 있어?’

통로에서 느꼈던 기운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선 이곳은 환상이나 거짓이 아닌 진짜 있는 세계였다.

‘진짜 의외네.’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뭔가 안도가 되기도 했다.

‘이곳이 무식한 사냥터는 아니란 거잖아. 그렇다면 말로 협상할 수도 있겠고, 쉽게 출구를 찾을 수도 있겠어.’

더 나아가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만 있다면, 이곳을 전진 기지로 삼을 수도 있었다.

‘하늘이 찾은 루트는 잔자클과 싸우진 않을 수 있겠지만, 거리는 좀 머니까. 이런 중간 지점이 있으면 사냥하기 훨씬 편하겠지.’

물론 이곳이 외부인에게 우호적이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요한 씨.”

엘레노아도 꽤 의외의 상황에 직면해 살짝 당황스러워하는 중이었다.

“일단 가보자. 가 봐야 알 것 같아.”

"네."

저벅저벅.

지하 도시에 가까이 다가가자 입구가 보였고 그곳을 지키던 이들도 요한 일행을 보곤 살짝 소란이 벌어졌다.

‘소란은 벌어졌지만, 딱히 큰 적대감은 느껴지지 않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정지!”

우뚝.

의외로 지하 도시에선 익숙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레아, 넌 어떤 언어로 들려?”

“전 영어요.”

한국 국적이 있다고 해서 평생을 영국에서 산 그녀가 모국어인 영어를 넘기고 한국어가 들릴 리가 없었다.

“아하.”

‘아무래도 자동 번역인가 보네.’

자동 번역이 되는 경우와 아닌 경우가 나뉘는데, 다행히도 이곳은 자동 번역을 지원해 주는 곳이었다.

‘이런 점이 내가 포탈은 절대 자연 발생이 아니라고 하는 거라고.’

마치 프로그램을 짠 것 같지 않은가.

이건 절대 자연 발생으로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처음 보는 종족인데. 어인도 아니고 해룡족도 아니고.”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으로 보이는 이들은 특이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해양 생물을 의인화하면 딱 이렇게 될 것 같은 외모였다.

수인족을 예로 들자면.

수인족 중에 견인족이 인간과 개를 합친 것 같은 외모지 않는가.

다만, 특성이 인간보다는 다른 생물에 더 특화되어 있었다.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들은 일단 문어를 베이스로 한 모습이었다.

‘높은 확률로 문어겠지.’

즉, 대머리란 뜻이었다.

“우리는 외부 세계에서 온 인간이다. 지나가다가 구멍에 빠지는 바람에 이곳에 오게 됐는데, 악의는 없다. 그저 나가는 출구만 찾았으면 하는데, 길 좀 물어도 되겠나?”

“으음, 인간이라. 역사책에서 본적이 있는 종족인데. 그들은 육지에 산다고 하지 않았나?”

“글쎄다. 어떻게 하지?”

“기록으로 따지면 전례가 별로 없는 일이잖아. 장로님께 물어봐야지.”

“아, 그렇네. 저들을 장로님께 데리고 가면 다 해결해 주실 거야.”

“오오, 좋은 생각!! 역시 너는 해저인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

“으핫,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들은 자신을 ‘해저인’이라고 칭했다.

둘은 지원을 요청하며 천천히 요한과 엘레노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경계를 풀지는 않았다.

비록 멍청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순진할지언정 바보는 아니었다.

도시에 침입한 적에게 경계를 소흘히 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장로님께 인도될 것이다. 저항은 포기하고 순순히 우리 말을 따른다면 목숨은 앗아 가지 않겠다.”

“콜, 좋아.”

요한은 순순히 양팔을 들어서 항복 의사를 보여 주었다.

지금은 전투보다는 평화를 말할 때였다.

스윽-.

요한이 항복하자 엘레노아도 순순히 항복했다.

“좋아, 말을 잘 듣는 놈들이군.

지금은 정체를 알 수 없으니 경계하지만, 좋은 놈들인 거 같다.”

단순한 해저인은 말 잘 듣는 요한과 엘레노아가 좋게 보였다.

"넌 뭐냐.”

그리곤 밴시 하늘을 보며 물었다.

[난 유령인데. 나도 항복해야 해?]

“못할 거 뭐 있냐. 빨리 항복해.”

[항. 복.]

누가 봐도 연기 같은 말투였다.

누가 속아 넘어갈까 하겠지만......

“하핫, 말 잘 듣는다. 기분 좋다.”

해저인은 흐뭇할 따름이었다.

그들은 항복한 요한 일행을 도시중앙으로 안내했다.

‘흐음.’

요한은 해저 도시를 마음껏 구경했다.

상당히 아름다운 도시였다.

건축 양식도 낯설었고 건물이 지어진 형태도 특이했다.

웅성웅성.

“외부인이다.”

“우와 신기해.”

해저인들은 요한 일행을 보며 매우 신기해했다.

무슨 동물원 원숭이 취급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신기한건 요한도 마찬가지였기에 피장파장이었다.

“신기하지?”

“네.”

[나도, 나도 이들이 무척 신기해.]

“그래, 잘 봐 둬.”

[응!]

그들은 약 20분 정도 더 걸어서 장로가 있다는 도시 중심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이곳엔 무기를 들고 들어갈 수 없다. 나중에 다 돌려줄 테니, 무기를 회수하겠다.”

“그래, 꼭 돌려만 달라고.”

“당연하다.”

지금 와서 무기를 줄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요한과 엘레노아는 각자의 무기를 꺼내 무기 전용함에 하나, 둘꺼내놓았다.

요한은 별거 없었다.

마검 요룬 1자루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레노아는 달랐다.

절그럭- 달그락- 툭.

“……이 녀석, 이상하다. 무기가 너무 많다.”

벌써 10개가 넘는 무기를 몸에서 꺼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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