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78화 (178/250)

2화

‘정말 좋아하네.’

엘레노아의 눈빛을 본 요한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그 도도하던 엘레노아도 신수 앞에선 무장 해제될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만큼 신수란 녀석은 대단한 존재긴 하지.’

신수에도 등급이 존재했고, 특히 유니콘은 희귀한 신수였다.

또 쓸모도 많아서 유니콘 같은 희귀 신수를 가진 신수 소환사는 국가에서 다양한 임무를 맡았다.

동시에 막대한 연봉과 대우를 약속받기도 했다.

그런 신수를 빌려주겠다니.

막대한 돈을 내서라도 성사시켜야 할 거래가 아닐 수 없었다.

“음, 공짜로 빌려주는 건 좀 그렇지?”

“그럼요. 어떤 조건이든 말만 해주세요. 가문의 힘을 동원해서라도 전부 맞춰 드릴게요.”

“뭐, 임대료는 됐고.”

‘아, 뭘 요구하지?’

요구할 게 없는 게 아니었다.

2가지의 요구 사항이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요구하기엔 조건이 셌다.

그러니 하나만 골라서 요구하는 게 맞았다.

‘음…… 이게 낫겠지?’

결정한 요한은 입을 열었다.

“소문에 따르면 러셀 가문에 네크로맨서 전용 보물이 하나 있다고 하던데.”

“아…… 알고 계셨네요?”

“뭐, 소문으로만 들었지. 확신하지는 못했는데. 진짜로 있었나 보네.”

“네.”

‘그걸 주기는 좀 힘든데.’

유니콘이 아무리 탐이 난다고 해도 빌리는 것이었다.

빌리는 데 그것을 소비하기엔 수지가 맞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유니콘을 팔아 준다면 교환할 마음이 있었지만.

“나도 그거 좀 빌려줘.”

“아, 빌린다고요?”

“당연하지. 나도 빌려주는 건데 빌려야지, 달라고 할까 봐?”

“아, 죄송해요.”

“뭐야, 진짜로 달라고 할 줄 알았어?”

“네.”

“거참, 과하게 솔직하네.”

“죄송해요.”

“아니, 뭐 죄송할 건 없고.”

농담하기 참 어려운 상대였다.

“어때, 거래할래?”

“네, 그 정도라면 제 선에서도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거래할 게요.”

“좋아, 잘 생각했어.”

거래는 성립되었다.

“모두 정지!”

척-!

요한은 언데드 군단을 멈추게 하고 템테이션을 끌고 완전히 착륙했다.

[오오, 주인. 된 건가?]

“그래, 당분간은 내가 아니라, 엘레노아의 말을 따르도록.”

[으하핫, 고맙다, 주인!! 이 은혜는 잊지 않겠다!]

“은혜는 개뿔.”

[인간, 반갑다. 나는 위대한 유니콘, 템테이션이다!!]

“반가워요. 템테이션 님. 저는 엘레노아 러셀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참 보기 힘든 모습인 공손한 태도였다.

천하의 엘레노아라도 귀하다는 유니콘 앞에서는 저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쯧, 여자나 밝히는 변태 말 주제에.'

템테이션의 시커먼 속을 잘 아는 요한으로선 저절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얼른 타 봐라. 언제든지 너를 태울 준비가 되어 있다.]

“네, 템테이션 님.”

엘레노아는 템테이션의 목을 잡고 가뿐하게 뛰어올라 녀석의 등에 탑승했다.

“이히히히힝!!”

오랜만에 태운 미녀로 인해서 템테이션은 잔뜩 흥분했다.

[흐흐흐.]

음흉한 웃음도 빼놓지 않았다.

“아, 그런데. 이러면 요한 씨가 탈 게 없어지지 않아요?”

뒤늦게 엘레노아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빨리도 묻는다. 난 괜찮아, 이 녀석이 있거든.”

요한이 검을 한쪽으로 뻗자 공간이 갈라지며 페가수스가 언데드화된 팬텀 스티드 1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히히히힝!!

푸르륵-!

그동안 스킬 속에 갇혀 있던 한을 털어 내는 듯이 힘차게 투레질했다.

“그, 그건?”

“아, 이 녀석은 템테이션 걔를 얻을 때 사냥했던 보스급 몬스터페가수스를 언데드화 시킨 거야.”

“와, 대단하네요.”

그녀는 팬텀 스티드 모습을 보곤 진심으로 감탄했다.

“잠깐만요. 그러면 지금까지 보스급 몬스터로 만든 언데드를 두고 유니콘을 탄 거예요?”

“뭐, 그렇지. 팬텀 스티드는 따로 보관할 방법이 있지만, 유니콘은 없으니까.”

“그렇군요. 어쨌든 감사드려요.

잘 탈게요.”

“뭐, 그거면 충분해.”

엘레노아가 만족해하니 요한도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푸르륵-!

팬텀 스티드는 여전히 흥분 상태였다.

“아 참, 레아.”

“네, 요한 씨.”

“상황 브리핑 좀 해 줄게.”

“브리핑이요?”

“아까 말해 줬어야 했는데. 깜빡하고 넘어갔는데 말이야. 이 앞에……."

스마트폰을 보여 주며 하늘이 정찰한 결과를 알려 주었다.

돌아가야 한다는 점과 지하에서 뭔가가 관측되었다는 사실도.

요한의 말에 집중한 엘레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알겠어요. 수호자들에게도 그렇게 말해 둘게요. 아무래도 그게 최선인 거 같네요.”

“그래, 부탁해.”

“네.”

시끄러웠던 템테이션까지 정리한 요한은 다시 언데드 군단을 전진시켰다.

척척척-!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은 선두엔 스켈레톤이 아니라, 잔자클 구울이 있다는 점이었다.

웅성웅성.

수호자들은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방금 봤어?”

“미스터 킹이 유니콘을 아가씨한테 넘겼어.”

“신수를 넘기다니?”

“그게 말이 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판 걸까?”

“에이, 설마. 미스터 킹도 S급 헌터고 소문난 갑부라던데 돈 때문에 신수를 판다니. 말도 안 되잖아.”

“하지만 우리가 본 건 뭐야?”

그들은 나름대로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살다, 살다 신수를 거래하는 현장을 보게 됐으니 말이다.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특정 헌터가 보유한 신수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이런 소문이 퍼진다면 난리가 날게 분명했다.

아마 전 세계에서 신수를 사겠다고 돈다발을 들이댈 게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그들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수호자들이 궁금해하거나 말거나, 언데드 군단은 하늘이 탐색한 곳 주변까지 다다를 수가 있었다.

촤악-!

팬텀 스티드를 탄 요한과 템테이션을 탄 엘레노아는 공중에서 멀리보는 중이었다.

“저곳이 그곳인가요?”

“맞아, 여기까지 왔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선 뭔가 함정 같은 게 아닐까?”

땅속에 뭔가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그게 뭔지는 파악이 어려웠다.

“역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나.”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오케이, 가자.”

“네, 요한 씨.”

템테이션을 탄 이후로 엘레노아는 요한과 함께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언데드 군단은 곧 위험 지역까지 다다를 수가 있었다.

‘이렇게까지 왔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미니맵으로 다시 확인해 보니 확실히 바로 아래였다.

“워워, 내려가자.”

“이히히힝!!”

팬팀 스티드를 조종해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곳은 바닷속 황량한 황무지와 비슷했다.

말라비틀어진 산호초나 수중 식물들로 가득했고 모래와 흙이 많았다.

다만, 바닷속이기에 바람도 불지 않았고 모래 먼지가 날리지도 않았다.

‘그냥 지나쳐도 되려나?’

딱히 문제는 없어 보였다.

혹시나 개미지옥 같은 몬스터가 있으면 어쩌나 고민했지만, 고민한 게 바보 같을 정도로 고요했다.

그때였다.

스윽-!

"?!"

분명히 느꼈다.

사각에 놓여서 시야엔 잡히지 않았지만, 땅이 조금 움직인 것이.

“레아.”

“네.”

“잠깐만, 따라와 봐.”

“네.”

엘레노아를 데리고 움직임이 느껴진 곳으로 향했다.

보통은 그가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류페이나 엘라드, 엘리니아 같은 경호 언데드를 불러서 시키는 편이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엘레노아와 직접 움직였다.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한 요한과 엘레노아.

‘아무것도 없는데?’

땅 위는 물론이고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히 이상한 것은 없었다.

‘뭐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앞으로 다가갔다.

“아, 요한 씨. 조심……."

촤아악-!

“!!”

그때 요한이 밟은 땅이 쑥 꺼졌고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려던 엘레노아가 손을 뻗었다가 잡혀서 함께 땅속으로 끌려갔다.

“주군!!”

그림자에 숨어 있던 엘라드가 얼른 나서 보았지만, 이미 요한과 엘레노아는 땅속으로 꺼진 뒤였다.

“젠장!!”

엘라드는 어떻게든 함께 가 보려고 했지만, 이미 땅은 원상태가 된 후였다.

급한 마음에 땅을 공격해 봤지만, 그냥 구덩이가 만들어질 뿐이었다.

“꺄아아악!!”

쾅쾅-!

스킬까지 사용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으으......."

요한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 잡았다.

뿌옇던 시야가 돌아오면서 주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는?’

고개를 몇 번이고 더 털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옆엔 엘레노아가 잠을 자듯이 누워 있었다.

“레아, 레아. 정신 차려 봐, 레아.”

“으음.”

요한이 몸을 흔들자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눈을 뜬 엘레노아, 요한과 다르게 딱히 아픈 곳은 없어 보였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꽤 자괴감이 들었다.

‘역시 육체파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난 죽겠는데.’

지끈-!

‘으윽!’

두통이 상당했다.

“아, 요한 씨. 괜찮으세요?”

“두통이 좀 있는 것 빼곤 괜찮아. 레아 너는?”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엘레노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검을 꺼내 주변을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모를 몬스터의 습격에 대비한 것이다.

“나 좀 일으켜 줘.”

“아, 네.”

엘레노아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요한도 몸을 일으켰다.

‘레아는 검을 쓰는데도 손이 참 부드럽네.’

어떻게 보면 참 변태 같은 생각이었지만, 요한은 순수했다.

보통 검을 다루면 손에 굳은살이 생기기 마련이었으니까.

여전한 두통을 느끼며 요한도 주변을 살펴보았다.

‘젠장, 하필이면 수납한 언데드가 없을 때 이래.’

생각도 못 한 네크로맨서의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지 전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이거 이곳이 스카이 포탈 속의 또 다른 던전이면 굉장히 골치 아플 것 같은데.’

물론 시체 공급으로 기본적인 언데드 소환은 가능했다.

하지만 스카이 포탈 수준이면 류페이나 엘라드 같은 엘리트 언데드가 필수였다.

기본적인 언데드론 이곳 수준의 몬스터를 감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끄응, 출구도 안 보이고.’

돌아가고 싶어도 출구가 보이질 않았다.

이곳으로 분명히 떨어진 것 같은데 떨어진 곳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앞으로 가보자.”

“네, 요한 씨.”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어째, 일이 술술 잘 풀린다고 했어.’

적어도 포탈과 관련해선 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던 그였다.

이곳 세인트 포탈에선 별일 없다 싶었더니 이렇게 사고가 발생했다.

‘스읍, 하아.’

호흡을 가다듬고 엘레노아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제발 별일 없기를 속으로 기도하면서.

“요한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응?”

“요한 씨만큼은 꼭 지켜 드릴 테니까요.”

"......."

‘아오, 쪽팔려.’

같은 S급으로써 지금의 제 모습이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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