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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77화 (177/250)

1화

거대한 배 무덤에선 진한 죽음의 냄새가 풍겼다.

요한에겐 익숙한 향기였다.

‘설마, 저곳에 존재하는 몬스터가 언데드인 건가?’

정말 의외였다.

이곳 해저 지형의 스카이 포탈에서 언데드의 향기를 맡게 될 줄이야.

‘아, 하긴. 수에트 녀석도 날 보는 순간 네크로맨서인 걸 눈치챘으니까. 해저 세계라고 해도 있을 건다 있고, 알 건 다 아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이치에 맞았다.

딱히 틀린 생각도 아니었다.

스카이 포탈은 바깥 세계와 다를 뿐 이곳도 하나의 세상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문제라면 누군가 인위적으로 분리했다는 점과 몬스터가 많이 살고 있다는 점이었으니까.

그러니 일반적인 포탈과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맞았다.

[주인, 저기로 갈 건가?]

“일단은 고민 중이야. 바로 저기로 갈 것인지, 아니면 잠시 밖에 다녀왔다가 갈 것인지.”

[내 생각엔 잠시 밖에 다녀오는 게 나을 것 같다.]

“왜, 겁나?”

[아니다. 나같이 위대한 유니콘이 겁이라니. 말도 안 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템테이션은 겁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말이라는 생물이 태생적으로 겁이 많다 보니 신수라고 해도 그 근본이 말인지라 그런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뭐, 하지만 네 말도 맞기는 해.”

[그렇지?!]

템테이션은 눈에 띄게 반색했다.

정말 녀석이 무서워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지치기도 하고 밖에서 재충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 터.

“레아.”

“네, 요한 씨.”

“이곳까지 개척했으니까. 일단, 밖에 나가서 재정비하고 다시 돌아 오자. 수호자 녀석들도 많이 지친 거 같으니까.”

“벌써요?”

솔직히 엘레노아는 한참은 더 있을 줄 알았다.

사실 요한도 좀 더 오래 있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템테이션이 잠시 나갔다 오자고 하니 그러자고 한 것뿐이었으니까.

“이 녀석이 잔뜩 겁먹어서, 나갔다가 오려고. 밖에서 할 일도 있잖아?”

“뭐, 그렇긴 하지만요.”

엘레노아는 벌써 나간다는 게 좀 아쉬웠지만, 요한이 그러자고 하니 순순히 따랐다.

어차피 완전히 철수하는 것도 아니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한 다음에 오자는 것이니까.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바로 철수하자. 어차피 돌아가는 길도 좀 알아봐야 하니까.”

이곳까지 온 길을 돌아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 깎아지르는 절벽을 오르는 건 헤엄을 아주 잘 치거나, 날 수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했으니까.

“네, 요한 씨.”

그렇게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하늘, 출구가 있는 곳 기억하지?”

[당연하지, 나보다 똑똑한 유령찾기 힘들걸?]

“우리가 온 곳은 해구 때문에 돌아가기 힘들어. 그래서 다른 길을 좀 찾아줘야겠어.”

[응, 알았어. 나한테 맡겨 줘!]

솨아-!

하늘은 위로 솟구치며 어디론가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 주변을 살살이 조사하며 미니맵을 만들고는 있지만, 워낙 넓고 지형도 복잡해 아직 조사가 안 된 곳도 많았다.

하늘은 그런 곳까지 살살이 조사해 출구로 향하는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흠…….'

하늘을 정찰 보내고 요한은 배 무덤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밖에 나가면 일단 뭐부터 해야지?’

템테이션이 잠시만 나갔다 오자고 해서 나가는 것이지만, 딱히 할 일을 정해 두진 않았다.

일단 할 일의 순서부터 정하는 게 먼저일 거 같았다.

‘그래, 영국에도 경매장이 있을 테니까. 돈이 좀 아깝긴 해도 리바이브 스킬 재료를 사야겠어.’

이곳 세인트 포탈엔 수에트 같은 괴물이 넘쳐 났다.

다크 엘프 포탈처럼 다크 엘프들의 협조를 얻을 수는 없으니 최대 한 전력을 높이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이곳 세인트포탈이 다크 엘프 포탈보다 한 수위였다.

‘하긴, 모든 스카이 포탈의 수준이 같을 리는 없겠지.’

던전 포탈이나 필드 포탈이 포탈마다 수준이 다른 것처럼.

‘뭐, 수준이 높은 만큼 강력한 언데드로 탈바꿈할 재료도 많다는 뜻이니까.’

잔자클 구울 말고 밖에서도 얼마든지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언데드가 필요했다.

그 부분도 확실히 조사가 필요했다.

‘이거 할 일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걸?’

영국에서야 딱히 할 일이 없긴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다크 엘프 포탈도 관리해야 했고, 한국으로 돌아가 네크로맨서 영감과 알아볼 일도 있었다.

또 지금은 베트남에선 부족한 공부를 위해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있는 유나를 보기도 해야 했다.

‘나가지 말까…….'

산적한 문제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저 한탄에 가까운 푸념일 뿐이었다.

귀찮음을 잘 타는 그였지만, 그렇다고 책임감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저질러 놓은 일을 처리할 생각을 하니 아찔할 따름이었다.

‘후우.’

시름만 깊어졌다.

잠시 후, 하늘은 성공적으로 길을 찾아왔다.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헤햇, 당연하지. 나만큼 요한을 위하는 언데드가 어딨다고!]

지금까지 하늘은 전투 중엔 그렇게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잠재력만 따지면 흑암 여제를 따라올 존재는 없었다.

류페이의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고 해도 과거 정말 적수가 없다고 알려진 1세대 헌터의 4대 황제 중 1명인 흑암 여제.

그녀의 격과 비교하면 봉황 앞에 반딧불이라고 해도 충분했다.

폭주 상태라고는 해도 북한 전체를 소멸시킨 게 바로 흑암 여제였다.

북한에도 뛰어난 S급 헌터가 있었음에도 북한의 멸망을 막지 못했다.

1개 국가를 소멸시켰던 존재의 영혼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헌터 출신인 류페이라고 해도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평범한 밴시로 존재하며 보조적인 일만 할 뿐이었다.

‘설마, 의식적으로 전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건가?’

코딩 정보로 봐도 딱히 내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또 유령 언데드를 코딩하는 건 쉽지도 않았다.

현재로선 기다리며 훗날을 기대하는 게 전부였다.

[미니맵 확인해 봐.]

“오케이, 으엑. 엄청나게 돌아가야 하네?”

[응, 일자로 나 있는 길은 역시 큰 절벽이 가로막고 있어서 전부 움직이기엔 힘들더라고.]

“끄응.”

이런 건 확실히 불편했다.

만약에 요한 일행이 소수의 헌터로 이루어진 공격대라면 절벽을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조금씩 나눠서 올라가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언데드 군단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냥 돌아가는 게 나을 정도였다.

[그래도 여길 봐봐.]

삑-!

하늘이 미니맵의 화면을 직접 조종해 주었다.

‘이젠 맵을 컨트롤도 할 줄 아네?, 점점 더 발전하는 하늘이었다.

딱히 이런 종류의 코딩을 해 준 적이 없었지만, 스스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게 영혼의 격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화면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보였다.

“여긴?”

[위에서 그냥 내려다보면 별거없는 지형인데. 잠시만.]

지잉-.

스마트폰이 마나 반응을 보이더니 화면이 또 바뀌었다.

“이건?”

마치 열화상 카메라를 켠 것처럼 빨갛게 표시되는 곳이 생겨났다.

[마나 탐지를 해 봤는데. 아무래도 지하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아.]

“그래?”

[응, 위험해서 자세히 알아보지는 못했는데. 안 그래도 출구로 가려면 절벽을 피해서 돌아가야 하는데.

여기마저 돌아가면 시간이 2~3배는 더 걸릴 거야. 아무것도 없어서 재미도 없고. 몬스터든 마을이든, 이곳을 확인하면서 지나가야 할 것 같아.]

“오케이, 알겠어. 정말 수고 많았어.”

[히히!]

칭찬에 정말 약한 하늘이었다.

***

휴식이 끝나고 곧바로 하늘이 찾아온 우회하는 길로 향했다.

[주인, 주인.]

“왜 또.”

잠시도 조용히 있질 못하는 템테이션이었다.

솔직히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었다.

말을 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사소한 것 하나까지 물어보고 말을 거는 게 살짝 귀찮았기 때문이다.

[쭉 궁금했었는데. 저 인간 여자, 누구야?]

“누구, 레아?”

[오, 이름이 레아인가?]

꿈틀-.

갑자기 템테이션이 엘레노아의 애칭을 부르니 왠지 기분이 나빴다.

“정확히는 엘레노아다.”

빠르게 수정해 주었다.

[엘레노아라는 인간, 정말 예쁘다. 내 취향이다.]

“뭐?”

[소개 좀 해 줄 수 있나, 주인?]

"......."

‘미친 유니콘.’

유니콘이 여자를 그렇게 밝힌다는 건 그냥 루머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유니콘을 악의적으로 깎아내리기 위한 거짓으로.

하지만 아무래도 루머라고 생각했던 게 루머가 아닌 듯했다.

템테이션은 진지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엘레노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요한이 다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이거 이대로 괜찮으려나?’

괜히 폭주하는 게 아닐까 걱정되었다.

‘음, 잠시만. 조금 고깝긴 해도 이 녀석을 레아한테 빌려주면 나한테 오는 관심이 조금 줄려나?’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신수와 함께 있는 모습이 SNS에 100% 탔을게 분명했다.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어 댔는데 모를 리가 있을까.

요한은 주변에 무관심할 뿐이지 눈치가 없는 게 아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밖에선 난리가 났을 게 분명했다.

‘내가 만약에 헌터가 아니라, 헌터 마니아였던 일반인이더라도 난리가 났을 테니까.’

어둠 계열인 네크로맨서와 빛의 계열인 신수가 함께 있는 모습이라니.

충분히 덕질 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아마도 포탈 밖으로 나가면 여러 곳에서 귀찮게 들러붙을 게 뻔히 보였다.

지금까진 그냥 참고 넘어가야겠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레아를 좋아하니 빌려줘도 될 것 같은데.’

현재 요한은 굳이 템테이션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에겐 팬텀 스티드인 페가수스가 있었으니까.

현재 녀석은 딱히 할 일도 없이 시체 수납 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아무리 말이라고 해도 언데드니 날뛰고 싶을 것이었다.

“어이, 템테이션.”

[왜 그러나? 주인.]

“너 엘레노아와 함께 있을래?”

[오, 그래도 되나?]

“어차피 네 소유권은 나한테 있으니까. 그냥 내 명령으로 엘레노아를 태우는 것뿐이니까.”

[하겠다. 꼭 하고 싶다 주인. 나 저렇게 미녀를 태워 본 지 5,000년은 된 거 같다! 저렇게 미녀도 정말 오랜만에 봤다!]

“그래?”

[그렇다 주인!]

템테이션은 잔뜩 흥분했다.

허락만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이 흥분했다.

“워, 워. 진정하라고 천천히 해줄 테니까.”

[알았다, 주인. 믿겠다!!]

요한은 템테이션을 타고 엘레노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레아.”

“네, 요한 씨.”

“혹시 이 녀석한테 관심 있어?”

“그게 무슨?”

엘레노아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눈빛으로 반문했다.

문장 자체를 이해 못 한 건 아니었지만, 말의 뜻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녀석이 네가 마음에 들었나 봐. 너를 태우고 싶어 하네. 그래서 너만 괜찮으면 빌려줄까 하고.”

“정말요?!”

엘레노아는 깜짝 놀랐다.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신수를 빌려주겠다니?

팔겠다는 말이 아니라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퇴색되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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