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73화 (173/250)

22화

“캬아아악!!”

콰득콰득-!

잔자클 사냥엔 잔자클 구울의 활약이 가장 컸다.

‘확실히 이 치명적인 전염 특성이 개사기야. 내가 가진 약점 중의 하나인 언데드 숫자 제한을 무시하고 언데드를 마구잡이로 늘려.

유지하는 데 마나 소모가 필요하지만, 그 외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물론 잔자클만 쓸 수 있다는 제한성이 있었다.

하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해양 생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잔자클은 육지로 가면 그렇게 활약하지 못할 터였다.

이곳 세인트 포탈에서만 활약해 줘도 밥값은 충분히 한 것이었다.

"크으으으."

잔자클 구울은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점점 더 늘어났다.

이젠 이 일대가 잔자클 구울로 뒤덮일 정도였다.

"으으으."

덜덜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ACE 공격대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꼭 적에게만 공포심을 느끼라는 법은 없었다.

잔자클 구울은 언데드 특유의 죽음의 마나를 풀풀 뿜어 댔다.

보통 언데드는 본능적으로 이 기운을 통제할 줄 알았다.

그래서 무작정 기운을 뿜어내진 않았는데 잔자클 구울은 오히려 더 이 죽음의 기운을 뿜어 댔다.

살아 있을 때의 특성 그대로 끝없는 식탐과 공격성이 드러난 것이다.

잔자클은 언데드보다 더 언데드같은 종족이었다.

움직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먹어 치우려는 괴물 종족이었으니까.

“다들 진정해. 호흡을 가다듬고 마나를 천천히 운용해.”

“대, 대장.”

그나마 공격대의 대장인 잭슨팔머만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부하들을 챙겼다.

물론 그도 죽음의 기운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가장 베테랑 헌터였고 죽음의 위기를 수없이 넘긴 역전의 용사였다.

ACE 공격대는 팔머가 창설한 게 아니었다.

지금 ACE 공격대의 간부급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창설하고 잭슨 팔머를 전문 대장으로 추대한 것이었다.

굳이 그를 영입한 이유는 자국화가 심해지는 영국 헌터계 속에서 드문 국제파 베테랑 헌터였기 때문이다.

ACE 공격대에 영입되기 전까진 팔머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활동하는 국제 헌터 조직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팔머는 국내로 들어올 생각이 없었는데 국제 활동 10년 차 때 심한 향수병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영국으로 들어와 ACE 공격대의 대장이 되었다.

국제적으로 활동할 때보다 훨씬 더 보람은 덜했지만, 그래도 영국에서 가족, 친척, 동료들과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지금까진 그의 국제적인 경험이 딱히 빛을 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아프리카나 중동 같은 과잉 포탈 지역과 달리 안전하게 운영되는 영국 내 포탈은 심심할 정도로 잔잔했으니까.

사냥하고 한참을 쉬고, 사냥하고.

이런 식의 반복이니 팔머의 경험은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죽음의 위기를 몇 번이고 넘기고 강력한 보스와 싸우면서 키운 정신력이었다.

잔자클 구울이 뿜어내는 기운이 강력하긴 했지만, 중동과 아프리카엔 더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우글거렸다.

“후욱, 후욱!”

팔머의 차분한 대처로 ACE 공격대 대원들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흐음.’

하늘에서 그런 ACE 공격대의 모습을 본 요한은 조금이지만, 감탄했다.

‘저놈 싹수가 괜찮은데. A급 헌터라고 했었나?’

요한은 팔머를 보곤 꽤 감탄했다.

당연하지만, 자신과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그는 S급 위의 S급 헌터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헌터였으니까.

그는 현재 쓸 만한 부하 헌터를 찾는 중이었다.

리바이브 스킬을 위해선 리바이브 재료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휘하 공격대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저 정도 녀석이면 괜찮긴 하겠네.’

당장 영입할 생각은 없었다.

첫인상이 좋긴 해도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성급하게 영입했다가 막상 별로면?

사람을 들이는 데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법이었다.

‘내가 영입할 녀석은 다크 엘프를 다뤄야 하니까.’

그는 공격대 전체를 영입할 마음이 없었다.

다크 엘프만 풀어 두면 왠지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도 못하고 마찰만 일으킬 것 같았다.

그래서 다크 엘프로 이루어진 공격대를 잘 이끌 리더가 필요했다.

‘금전적인 부분이야 내가 보전해주면 그만이니까.’

자세히 묘사되지 않아서 그렇지 현재 요한의 벌이는 어마어마했다.

드넓은 필드는 수준도 높고 사냥하기 어려운 곳이라 그렇지, 그것만 극복하면 엄청난 던전 포탈이었다.

요한이 나흘이 조금 안 되어 클리어하고 영국 협회에 판매한 마석 금액만 100억이 넘었다.

단일 판매로 최고 기록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물론 길드 단위의 거래에선 100억 이상은 쉽게 보였다.

왜냐면, 길드는 보통 마석을 보관해 뒀다가 한꺼번에 판매했으니까.

『기네스북』 에 등재된 최고 거래액은 5,500억이었다.

미국의 한 길드가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마석을 정말 오랫동안 보관해 두었다가 판매한 덕분이었다.

그런 기록을 위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 거래액으론 100억은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약 120억 정도 되는 거래는 몬스터 부산물은 제외된 액수라 더 대단했다.

영국 정부는 깜짝 놀랐다.

사냥 신고 접수 이후로 나흘이 살짝 안 돼서 무려 120억 원어치의 마석 거래였으니까.

왜 요한을 S급 위의 S급 헌터라고 칭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캬아아악!!"

아주 잠깐 쉬었을 뿐인데 잔자클 구울은 생명체를 갈구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저, 저 미친X들.”

천하의 류페이마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탐욕이었다.

‘음, 잔자클 말고 다른 이곳 스카이 포탈의 종족은 없나?’

그게 의문이었다.

다크 엘프 포탈은 프링고와 다크 엘프의 갈등이었다.

잔자클이 있다면, 잔자클과 대립 되는 다른 종족도 있다는 소리였다.

‘뭐, 99% 확률로 인어족이겠지만.’

이 부분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너무 뻔한 요소였다.

‘다른 종족이 나오려고 해도 나올 게 없잖아?’

굳이 꼽자면 아틀란티스인 정도일 텐데, 그렇다고 해도 인어족의 모습으로 나올 게 분명했다.

‘물론 하반신이 꼬리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뻔한 부분이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건 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종족과 만남은 곧 새로운 언데드의 탄생과도 같으니까.’

언제나 네크로맨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요한이었다.

***

“캬아악!!”

아직까지 잔자클의 영역인 듯 오직 잔자클만 등장했다.

‘뭐지, 이 녀석들 영역이 생각보다 훨씬 넓은가 보네.’

다크 엘프 포탈도 넓은 편이었지만, 이곳 세인트 포탈은 훨씬 더 넓었다.

‘음…….'

잔자클의 숫자는 이제 너무 많았다.

주변을 가득 메우는 게, 마치 영화 〈피라냐〉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면 세계 정복도 하겠다.’

오직 이곳에서만 쓸 수 있는 능력인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더 사냥에 집중하고 있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잔자클이 등장하는 빈도가 뚝 끊기기 시작했다.

‘오, 잔자클의 영역은 끝난 건가?’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속 시원했다.

잔자클 구울을 모으는 게 재밌긴 했지만, 그것도 반복되다 보니 지루하고 지치는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

문제는 깎아지는 절벽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마치 마리아나 해구처럼.

‘흠.......'

그래도 다행히 진짜 바닷속처럼 깜깜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나 미생물 같은 것들이 자체 발광하면서 빛을 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언데드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냥 놔두었다.

파괴할 수 있었지만, 파괴할 경우 빛이 사라지고 금방 다시 생성되는 의미 없는 녀석들이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인가.’

일단 먼저 할 것은 안전 검사였다.

촤아악-!

땅으로 내려온 요한은 스켈레톤워리어 1기를 불렀다.

“어이!”

딱딱-!

언제나 말 잘 듣는 워리어 1기가 다가왔다.

이번엔 짐꾼이 아니라 완전무장된 워리어였다.

“뛰어내려.”

딱……딱……?

“뭐야, 불만 있어?”

"......."

언제나 충성스럽던 워리어가 오늘따라 살짝 말을 안 듣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럴 땐 방법이 있었다.

“류페이!”

“어서 뛰어내려!”

퍽-!

요한의 부름을 받은 류페이가 뒤에서 있는 힘껏 스켈레톤 워리어의 엉덩이뼈를 걷어찼다.

딱딱-!

류페이와 비교하면 나약하기 그지없는 스켈레톤 워리어는 그대로 해구 아래로 뚝 떨어졌다.

“오?”

역시 바다답게 빠르게 떨어지지 않고 물의 저항을 받으며 서서히 아래로 떨어졌다.

“하늘.”

[응, 요한.]

“아래로 내려가서 스켈레톤 워리어 상태 좀 보고 와 줘.”

[알았어!!]

촤아악-!

물속이든, 바깥이든 전혀 상관이 없는 게 유령 언데드였다.

하늘이 빠르게 움직이며 아래로 내려갔다.

잠시 후 하늘은 위로 솟아올랐다.

[괜찮아.]

“그래?”

[응, 서서히 내려가더니 아래로 갈수록 속도가 느려져서 아무렇지 않게 땅에 닿더라고.]

“오케이.”

그러면 문제없었다.

다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래가 물속 저항이 더 심해.]

“여기보다 얼마나?”

[약 2배?]

“흐음, 꽤 힘들겠네.”

이곳에서도 움직이는 게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몸 쓰는 게 일인 사람은 그래도 쉽게 적응했지만, 요한은 아니었다.

‘어차피 내가 싸우는 게 아니지만, 쩝.’

그래도 몸에 걸리는 부하가 심해지는 건 기분이 나쁜 일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경험치를 더 받는 일인데.’

레벨을 올리는 속도가 올라간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래쪽에 영국의 공격대나 길드가 있으려나?’

꽤 많은 공격대와 길드가 세인트 포탈에 투입된 상태였다.

몇 개의 길드는 하늘의 정찰에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한은 그들을 일부러 피해 다녔다.

굳이 마주쳐서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는 척하기도 싫었기 때문.

쉽게 말해서 귀찮았다.

아래로 가면 안전하다는 것은 확인했다.

뛰어내리기 전에 할 말이 있었다.

촤악-!

"레아."

템테이션을 데리고 레아에게 다가갔다.

“네, 요한 씨. 아래쪽에 내려가야 하는 건가요?”

눈치 빠른 엘레노아는 금방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맞아, 아래쪽엔 어떤 몬스터가 존재할지 장담할 수가 없어. 어떤 위험한 것이 있을지도.”

“네, 이곳은 스카이 포탈이잖아요.”

스카이 포탈, 이 다섯 글자가 가지는 위력은 대단했다.

“그러니, 너도 포함해서 수호자 예비대 그리고 ACE 공격대원까지 같이 가겠다는 동의가 필요해. 싫으면 당장 말해. 이 근처에 영국길드가 있는데 그곳까지 데려다줄 테니까.”

이렇게까지 굳이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었다.

따라가든 남든, 그건 그들이 선택할 일이지 요한이 배려할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요한은 굳이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괜히 책임감을 느끼고 싶지 않으니까.’

요한은 그런 리더였다.

늘 선택과 책임은 그 당사자가 하는 것.

그게 좋은 리더인지는 고민해볼 일이었지만, 그의 스타일인 것만은 확실했다.

“네, 알겠어요.”

엘레노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ACE 공격대와 수호자들을 불러 모았다.

“부르셨습니까. 아가씨.”

“미스 러셀.”

그들이 모이자 엘레노아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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