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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72화 (172/250)

21화

어떻게 보면 이미 그는 베테랑 네크로맨서였다.

지금까지 훑어본 언데드만 운동장에 4열 종대로 세우면 2바퀴 반이 넘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잔자클을 사냥하고 일으킨 언데드는 확실히 특이했다.

잔자클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던 상황에서 문득 다른 게 떠올랐다.

‘아니, 잠시만. 꼭 잔자클만의 특징은 아니잖아.’

힐끔.

무표정한 채로 묵묵히 서 있는 엘라드를 보았다.

‘그래, 스카이 포탈에 들어가기도 전에 일반적인 언데드가 아니라, 새로운 언데드를 손에 넣었지.

엘프 밴시라는 특이한 언데드를 말이야.’

스카이 포탈을 겪은 이후로 조금씩이지만, 희한한 경험을 몇 번했다.

하지만 어쨌든 엘프 밴시가 돌연변이 언데드의 시초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이것도 그것의 연장 선상인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였다.

물론 증거는 매우 부족했지만, 어차피 그의 일이었다.

굳이 증거를 들이밀며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아아악!!”

다만, 잔자클 구울은 엘프 밴시처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언데드인 것은 아니었다.

‘그건 좀 안타깝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곳 한정해선 이 녀석이 더 좋을지도?’

요한이 확인한 잔자클 구울의 특성은 이랬다.

▶ 치명적인 전염: 잔자클은 동족을 매우 중요시하는 종족이다.

그러나 이런 특징이 언데드가 되면서 특이하게 변형됐는데, 잔자클구울은 동족에 한해선 언데드 보유 제한 없이 무한대로 감염시킬 수가 있다. 잔자클 구울의 공격을 받은 잔자클이 사망에 이르면 잔자클 구울로 깨어난다.

‘……일장일단이 확실한 특성이고, 이곳 한정이란 것도 아쉽긴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엄청난 특성이야.’

시체만 꾸준히 공급된다면 무제한으로 다룰 수 있는 언데드.

그것도 허수아비 같은 녀석이 아니라, 잔자클 같은 엄청난 몬스터를.

‘이거, 어떻게 보면 내가 다크엘프 포탈을 손에 넣은 게 우연이 아닐 수도 있겠는데?’

다크 엘프 포탈 클리어 때는 다크 엘프를 아군으로 주어서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순전히 우연이라고 생각해 이번 세인트 포탈을 클리어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잔자클을 구울로 일으키니 이곳 포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을 내려 주었다.

‘만약에 이 모든 일이 누군가의 의도이자 뜻이라면 참 고약한 존재네.’

변태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일이었다.

‘잔자클, 잔자클이라.’

이름과 외모 모두가 낯선 괴물이었다.

그런 녀석을 제한 없이 다룰 수 있는 건 엄청난 전력 상승이었다.

‘잠깐만, 그런데 얘들, 밖에서 숨쉴…… 아. 언데드지, 참.’

다른 멀쩡한 이곳 포탈의 생명체는 밖에서 숨을 못 쉴 수도 있었다.

아니면, 바닷속이 아닌 환경에서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언데드라면 달랐다.

이미 죽어 버린 시체에 호흡 기관이 어딨겠는가?

‘흐음, 그러면 잔자클을 잔뜩 만들어서 밖에 한 번 다녀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는데?’

수많은 잔자클을 맨 선두에서 이끄는 존재라니.

외모도 외모인지라 아무리 잘봐줘도 마왕에 가까운 모습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시비를 거는 녀석들은 좀 줄어들겠지. 괜찮은데?’

꼭 한 번쯤은 시도해 볼 만한 일이었다.

‘요즘 내가 너무 얌전하게 굴어서 그런가, 시비 거는 녀석들이 조금씩 느는 느낌이란 말이야.’

영국 정부가 하는 꼴도 마음에 안 들었고, 특히 MUK가 신경을 살살 건드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놓고 시비를 걸었다면 어떻게든 박살을 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문명사회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이기엔 양심상 찔릴 수밖에 없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요한이라 남의 생명을 뺏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단, 요한의 성격상 나쁜 놈 조지는 건 아무렇지 않아 했다.

‘그래서 브루마 그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목을 꺾어 버려야지.’

브루마는 이미 그의 머릿속의 데스노트에 이름이 적힌 상태였다.

죽일 수 없으면 죽을 만큼 괴롭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런 과정 중 하나가 위협 시위가 될 수가 있었다.

‘브루마 러셀 그 녀석. 내가 그런 식으로 위협 시위를 하면 오금이 저리겠지.’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평소에 요한이 누군가에게 먼저 시비를 걸지 않아서 착각하는데, 요한은 결코 좋은 성격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목표가 뚜렷하게 정해지면 그 누구보다 악랄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한창 예민한 학창 시절에 부모를 잃고 천애 고아가 되고, 어린 여동생과 단둘이 살다 보니 학교엔 금방 소문이 돌았다.

아무한테도 밝힌 적이 없는 정보임에도 부모 없는 자식이라는 식으로.

증거는 없지만, 요한은 담임이 다른 학부모들한테 이야기했다고 생각했다.

부모의 여부는 담임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였으니까.

그래서 요한은 선생님이란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실제로 학교생활 하는 데 그들이 도움이 된 적은 없었으니까.

아무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강해지는 것으론 부족했다.

프로 격투기 선수가 아닌 이상은 혼자서 다수를 상대로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요한은 그 누구보다 독해졌다.

싸움에선 지더라도 철저하고 은밀하게 복수를 했다.

다시는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공포를 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만큼 처절한 환경에서 자라 온 그가 좋은 성격일 리가 없었다.

브루마 러셀은 철저하게 잘못 걸린 것이었다.

“요한 씨.”

생각에 빠져 있던 요한을 건져낸 것은 엘레노아였다.

“응?”

“우리 당분간은 밖으로 나갈 계획은 없죠?”

“응, 여기서 적어도 1달은 있을 생각인데?”

당연한 말이지만, 스카이 포탈은 클리어 제한 시간을 정해 놓을 수도 없을뿐더러 빨리 클리어하고 싶다고 해서 맘대로 되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을 좀 더 철저하게 분석하고 조사해서 클리어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일단 1달 정도 이곳에서 사냥에만 집중해 보면서 적응하는 게 먼저였다.

“그렇다는군.”

“그, 그럼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도 함께할 수 있을까요. 이미 전력도 많이 상해서 저희 팀만 다닐 수는 없고 우리끼리만 움직이기엔 살짝 두렵습니다. 저, 저희가 잡일을 싹 다 담당해서 하겠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그렇다는데요?”

고귀한 신분인지라 통역사 노릇이 귀찮을 법함에도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요한과의 대화를 통역해 주었다.

“쯧, 방해만 되지 말라고 해.”

“네, 요한 씨.”

ACE 공격대 대장인 잭슨 팔머는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재 ACE 공격대는 정예 대원을 모조리 잃은 괴멸 상태였다.

부상자는 포션으로 금방 치료할 수 있었지만, 전력 약화가 치명적이었다.

‘만약에 이대로 입구로 향하다가 잔자클을 또 만나면 우린 전멸이야.’

그럴 수는 없었다.

사망자의 시신이라도 빨리 인계 받기를 바랄 가족들에겐 가혹한 일이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가, 감사합니다!”

잭슨 팔머는 조금이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가자, 레아.”

“네, 요한 씨.”

그렇게 요한은 잔자클 구울을 새롭게 전력으로 삼아서 진군을 다시 시작했다.

“캬아악!!”

촤아악-!

그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것은 놀랍게도 잔자클 구울이었다.

녀석들은 그저 평범하게 음직일때도 전력 질주로 헤엄치며 먼저 앞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생명체가 보이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

“저, 저 빌어먹을 놈들이!!”

그런 잔자클 구울의 모습에 가장 분개하는 건 역시 류페이였다.

“내가 죽여야 할 놈들을 자기들이 다 죽이려고 하네!!”

잔자클이 나오기 전엔 류페이가 가장 호전적인 언데드였다.

그런데 잔자클은 광적인 모습까지 보여주며 생명체들을 말살하려고 했다.

천하의 류페이도 살짝 기가 죽었다.

“흐, 흥. 쫄아서 양보해 주는 건 아니라고. 그, 그냥. 후배한테 기회를 주는 것뿐이라고.”

“아무도 안 물었어, 류페이. 왜 혼잣말을 하고 그래?”

“혼잣말 아니거든!!”

“그럼 누구한테 한 말인데?”

“있어!!”

홱-!

기분이 상한 류페이는 몸을 돌려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류페이의 심사가 뒤틀렸든, 말든 전투는 계속되었다.

“캬아악!!”

잔자클 구울 무리와 진짜 잔자클 무리가 충돌했다.

쾅쾅쾅-!!

전투 초반은 당연히도 일반 잔자클이 더 유리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구울은 생명체의 힘의 70%의 힘밖에 내질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고통과 공포를 느끼지 않아 전투 방법 자체가 거칠었다.

콰직콰직-!

물어뜯고 할퀴고 눈알을 파 버리는 무식한 전투였다.

초반엔 10마리의 잔자클 구울의 피해가 생기더라도 딱 1마리만 죽이면 상황이 바뀌었다.

‘시체 폭발!!’

잔자클 구울 뒤엔 든든한 아군인 요한이 있었다.

쾅-!

“크아아악!!”

잔자클이 똘똘 뭉쳐 있는 곳에서 폭발이 발생하자 잔자클, 구울 가리지 않고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고통을 모르는 잔자클구울이 곧바로 녀석들을 공격하며 피해를 줬다.

“캬아아악!!”

한 번이라도 잔자클 구울에 물린 잔자클이 죽자 새로운 구울로 깨어났다.

그런 식으로 구울은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잔자클은 숫자가 줄어들었다.

“크에에에엑!!”

잔자클 몇 마리가 소리를 질렀다.

지잉-!

[잔자클이 아군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빨간 머리의 여전사의 모습인 안내인이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예전보다 좀 더 많은 자유도를 얻은 것 같았다.

‘이것도 다 스카이 포탈 덕분인가?’

요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군 호출이라.”

녀석들을 딱히 제압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대였다.

‘어서 오라고.’

찾으러 다니기 귀찮은데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촤아악-!

잔자클 무리가 엄청난 속도로 헤엄치며 다가왔다.

“캬아아악!!”

지원군이 왔다고 생각한 잔자클무리의 기세가 올라갔다.

‘이때 고춧가루를 뿌려 주면 개꿀이지.’

“사무엘!”

[예, 알겠습니다.]

지잉- 파지직-!

리치인 사무엘과 스켈레톤 메이지 무리가 동시에 스킬을 준비했다.

[라이트닝 볼텍스!!

쿠르릉- 쾅쾅!

엄청난 전류 폭격이 잔자클 떼들 사이에 떨어졌다.

짜릿한 전류가 땅을 타고 흐르며 모든 잔자클을 통구이로 구울듯이 지지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케에에엑!!”

생명력이 강한 해양 몬스터라고 해도 짜릿한 전기에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

괴성을 지르며 괴로워했고 그건 훌륭한 빈틈이었다.

“으하핫, 이젠 내 차례다!!”

쾅쾅-!

류페이가 본 스파이더를 타고 뛰어다니며 잔자클의 목을 베기 시작했다.

요한은 굳이 류페이의 움직임을 막지 않았다.

전략적으로 모든 잔자클을 구울로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억지로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뭐든지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어차피 사냥할 잔자클은 넘치도록 많아. 굳이 류페이의 기를 꺾으면서까지 복잡하게 처리할 필욘없지.’

쿵쿵-!

류페이의 검이 화려하게 수놓기 시작했다.

[하암. 졸리다, 주인.]

“참아.”

[심심하다, 주인.]

“참으라고.”

딱히 할 일이 없는 템테이션은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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