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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70화 (170/250)

19화

“레아!”

“네, 요한 씨.”

일단 곧바로 엘레노아를 호출했다.

그녀는 현재 이곳에 온 사람 중에서 가장 고생이 많았다.

수호자들의 실전 훈련을 겸하고 있어서 직접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도 수호자들 스스로가 싸울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헌터이기 이전에 책임감 넘치는 러셀 가문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앞쪽에서 영국 공격대가 이종족의 공격을 받는 것 같아.”

몬스터가 아니라 이종족이라고 표현했다.

“아……!”

똑똑한 엘레노아가 그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는 몇 없는 스카이 포탈을 제대로 경험한 헌터였으니까.

프링고 사냥을 원 없이 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왜?”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곧 전멸할 것 같다네.”

“네?”

새하얗고 잡티 하나 없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곳에 투입된 영국 공격대는 그야말로 정예 중의 정예였다.

어떻게든 두 번째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최고의 길드를 초빙해 다양한 보상까지 약속하며 그들을 투입했다.

그런데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괴멸 위기라니?

남이라고 하지만, 엘레노아는 쉽게 납득이 되질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

“혹시, 그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어째서?”

“물론 그들이 죽는 것은 저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요. 하지만 그들은 꽤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을 수도 있고 그들을 도와줌으로써 적들의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도 있어요. 어떤 특별한 사정으로 그들이 공격당하는 중일 수도 있으니까요.”

냉철한 엘레노아는 그저 같은 동포라는 이유로 돕자는 게 아니었다.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를 근거로 대었다.

실제 이유였으니 딱히 어려울 건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어.”

“문제요?”

“내가 다크 엘프 포탈을 클리어 했을 땐 공허 간수에 불만이 많은다크 엘프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었어. 그런데 이번에 공격대를 구하겠다고 저들을 공격했다간 영원히 저들의 적이 될 수도 있어.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스카이 포탈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2세대 포탈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반 필드 포탈이나 던전 포탈과는 그 격을 달리했다.

인류는 현재 이 스카이 포탈을 차세대 먹거리로 규정하고 최선을 다해서 공략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수백 개에 달하는 스카이 포탈 중 클리어가 된 건 베트남의 다크 엘프 포탈 딱 1개뿐이었다.

각국의 정부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스카이 포탈이 가지는 잠재적인가치는 어마어마한데 요한 혼자서 클리어한 것을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여도 클리어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으니까.

‘뭐든지 요령이 중요한 거야. 무조건 누른다고 그게 눌려?’

옥수수 전분과 물을 1:1로 섞은 것은 강하게 때릴수록 더 단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포탈이란 게 그런 거지.’

머리를 써야 하는 일에 힘만 쓰려니 내 몸만 피곤해지는 것이었다.

‘딱히 가르쳐 줄 마음은 없지만.'

중요한 정보는 독점할수록 가치가 있는 법이었으니까.

"......."

요한의 반문에 엘레노아는 고민했다.

선택지 둘 다 확실성을 담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일단은 바로 앞의 문제부터 해결하겠어요.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오케이, 네가 그렇게 결정했다면야.”

선택의 책임을 전가하는 게 절대 아니었다.

그저 엘레노아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고, 그조차도 어떻게 판단 해야 할지 감이 잘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내가 생각한다고 해서 그대로 상황이 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헌터가 된 이후 발생한 사건은 대부분 즉흥적이었다.

의도하거나 생각해서 벌어진 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순리대로 운명대로.’

마치 주문처럼 한 문장을 속으로 읊조렸다.

엘레노아의 결정대로 요한은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이 유도하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해 영국인 공격대가 전투하는 곳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콰강-!

“크아악!!”

“아악!!”

“셀리온!”

“디온, 힐링!!”

“제기랄, 힐링을 쓰고 싶어도 쓸 틈이 없다고. 나를 지켜 줘야 할 거 아니야!!”

전투 현장은 그야말로 개판 5분 전이었다.

주변은 엉망진창이었고 몇 명의 영국인 헌터는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주변엔 이곳 스카이 포탈의 주요 세력인 인어족이 헤엄치듯이 공중을 빙그르르 돌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인 공격대는 그런 인어들을 전혀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젠장, 이렇게 강하다는 말은 없었잖아!!”

“그러면 그렇지, 빌어먹을 정부를 믿은 우리가 바보였어!!”

“이곳에서 살아 나가면 제대로 비난해 줄 테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죽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인어족으로 보이는 적들은 매우 강력했고 숫자도 별로 줄지 않았다.

하지만 이쪽은 이미 메인 탱커 1명이 쓰러졌고 메인 딜러 1명 역시 쓰러진 상태였다.

메인 탱커와 딜러가 멀쩡할 때도 밀렸던 상황이 갑자기 반등할 이유는 없었다.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제군들.”

공격대 리더인 잭슨은 주변을 둘러보며 공격대 대원들과 눈을 마주쳤다.

눈을 마주치면 고개를 숙여서 경의와 존경을 표현했다.

레이스 길드원들은 마지막 전투를 준비했다.

쿠룽-! 쾅-!!

“캬아아악!!”

“쉬익! 쉬익!”

그때 인어들 틈으로 번개가 내려쳤다.

인어 1마리가 그대로 적중당해 통구이가 되었다.

특히 이곳은 소금물인 바다였기에 전기 속성의 스킬 공격력이 훨씬 더 상승했다.

약한 전류에라도 노출이 된다면 꽤 짜릿한 고통을 맛봐야 했다.

"크으으."

번개에 적중된 인어는 곧바로 죽지는 않았다.

바다 생명체는 전체적으로 방어력과 체력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바닷물로 인해 강화된 번개라도 몇 번은 버텨 낼 수가 있었다.

촤아악-!

대신 주변 인어들은 헤엄을 치며 일단 흩어져 번개 공격을 피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벼락을 맞아서 아직도 몸이 찌릿찌릿한 동료 인어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였다.

“캬아악!!”

번개 공격을 한 존재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자신을 버린 동료에 대한 분노인지 포효를 터트렸다.

촤아악- 퍽!

하지만 곧 검은 기운으로 만들어진 화살 1자루가 날아와 그대로 녀석의 미간을 꿰뚫었다.

"......."

화살이 날아온 궤적의 끝엔 파란색 피부의 엘라드가 검은 기운을 풀풀 풍기며 화살을 든 채 서 있었다.

“케, 케객!”

아무리 생명력이 강한 해양 생물이라고 해도 번개에 적중당한 직후에 화살이 날아와 미간을 꿰뚫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

주변 인어들이 조금만 도와줬어도 녀석은 죽지 않았을 것이었다.

‘흐음.’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요한은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지금 만난 인어들이 진짜 이곳의 주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지능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 프링고 같은 녀석일까?’

만약에 그렇다면 다행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생긴 것도 포악하고 잔인하고 못생긴 거 보니까, 아무래도 그게 맞는 거 같은데.’

“캬아악!!”

인어들은 뒤늦게 요한의 존재를 눈치챘다.

빠르게 요한을 향해서 헤엄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진짜 혐오스럽네.”

말 그대로 그들은 끔찍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몸 곳곳엔 갈퀴가 자라나 있었고, 눈은 초점을 잃은 회색 눈동자에 손톱이 길게 자라나 있는 흉측한 괴물이었다.

“류페이, 자신 있지?”

“큭큭큭,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한 거야?”

“뭐…… 그래?”

“자신감이 없었던 적이 없거든!”

스릉-!

류페이는 비릿하게 웃으며 검을 뽑았다.

그 틈을 타서 요한은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서 녀석들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잔자클종류: 해저 몬스터

위험도: B

설명: 해구에 사는 해저 생명체.

시력은 없지만, 머리끝에 있는 더듬이로 음파와 열을 감지해 먹잇감을 찾는 몬스터. 같은 몬스터라고 해도 배가 고프면 마구잡이로 잡아먹는다. 코를 킁킁거린다면 배가 고픈 상황이기에 도망치는 게 가장 좋다. 녀석들은 더듬이로 신호를 보내며 동료를 끌어들이는 능력도 있다.

‘……역시, 인어가 아니었네.’

잔자클이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몬스터였다.

“자, 가자!!”

류페이를 선두로 해마에 탑승한 스켈레톤 나이트가 앞으로 뻗어 나갔다.

이곳은 바다였기에 일반적인 말을 탄 스켈레톤 나이트보다는 해마를 탑승한 스켈레톤 나이트가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켈레톤 나이트를 해마로 교체해 두었다.

생각대로 기동성이 훨씬 더 좋아졌다.

땅을 타고 이동하는 게 아니라, 땅에서 살짝 떨어져 물 흐르듯이 달리는 해마였다.

“캬아악!”

“흐압!! ”

후웅- 쾅!

“캬아아악!!”

류페이는 죽음의 마나가 가득 담긴 검을 휘둘렀다.

잔자클과 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을 진동시켰다.

잔자클 수 마리가 동시에 파동에 휘말리며 튕겨 나갔다.

쿵쿵-!

본 스파이더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류페이는 S급 헌터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요한이 가진 최고 전력이라고 칭할 만했다.

엘라드는 꽤 섭섭해하겠지만, 현실은 늘 냉혹했다.

쾅- 촤악-!

“캬아악!!”

본 스파이더와 류페이가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잔자클 무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류페이에 묶인 잔자클의 옆을 스켈레톤 나이트 무리가 파고들었다.

촤악-!

지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스켈레톤 나이트의 공격은 그렇게 큰 효과가 없었다.

류페이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잔자클은 스카이 포탈의 메인 종족이었다.

영국인 공격대도 몰아칠 정도로 강력한 녀석들.

소수의 언데드에 쉽게 당할 리가 없었다.

퍽-! 딱딱-!

몇 마리의 스켈레톤 나이트는 해마를 탄 채로 잔자클에게 잡혔다.

콰득-!

잔자클이 손에 힘을 주자 투구와 함께 두개골이 으스러졌다.

하지만 이쪽은 언데드였다.

푹-!

“케엑!”

두개골이 부서지는 와중에도 검을 녀석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스켈레톤나이트의 두개골이 부서지는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피슝- 퍽!

“켁!”

가슴이 꿰뚫린 잔자클의 미간에 또다시 화살이 꽂혔다.

뇌가 파괴되자 녀석은 선 채로 숨이 끊어졌다.

이때를 놓칠 요한이 아니었다.

템테이션을 탄 채로 기회만 노리던 요한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시체 폭발!’

갓 만들어진 싱싱한 잔자클을 매개체로 강력한 폭탄이 생성되었다.

콰아앙-!

“크에에에엑!!”

언데드가 사용하는 사악한 스킬답게 시체 폭발은 매개체로 삼은 시체가 강력할수록 폭발력도 향상했다.

엄청난 폭발이 발생해 주변의 잔자클도 함께 끌어들였다.

주변에 있던 잔자클 몇 마리는 죽고 조금 떨어져 있던 잔자클은 크게 다쳤다.

“류페이, 슬슬 마무리 지어. 시체 폭발은 또 사용하기 싫으니까.”

“오케이, 나한테 맡겨 줘.”

류페이의 검이 화려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엘라드도 바쁘게 활을 쏘았다.

그녀의 화살 1발에 잔자클 1마리의 목숨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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