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바깥을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상황이었다.
그것과 상관없이 요한과 엘레노아 일행은 스카이 포탈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영국 세인트 아이브에 나타난 스카이 포탈은 바닷속이라는 컨셉의 포탈이었다.
다행히 숨은 쉴 수가 있었다.
만약에 숨을 쉴 수 없이 산소통을 들고 가야 하는 필드였다면, 요한은 물론이고 요한 100명이 와도 클리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산소통 기술이 좋아도 보충 없이 종일 차고 다닐 수도 없고, 만약에 전투 중에 산소통이 파괴라도 된다면.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그나마 다행히도 숨은 쉴 수가 있었지만, 음직임 자체가 느려진건 어쩔 수가 없었다.
숨은 쉴 수 있었지만, 엄연히 바닷속이었으니까.
또 다른 점이라면 꽤 깊어 보이는 데도 위에서 햇빛이 비쳐서 매우 밝다는 점이었다.
실제 바닷속은 수심 몇십 미터만 내려가도 햇빛이 전혀 들어오질 않는 깜깜한 어둠뿐이었다.
‘그런 것만 봐도 포탈 자체는 자연 발생이 아니라,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거야. 그게 신이든 악마든, 아니면 초월자든.’
어떤 학자들은 포탈을 자연 발생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근거 없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그 학자만의 근거로 무장한 채 다양한 이유를 밝히는 데 일반인일땐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하버드 출신의 똑똑한 사람이 한 주장이니 말 자체는 앞뒤가 맞았으니까.
하지만 헌터가 되어서 직접 포탈을 다녀 본 결과론 전부 개소리였다.
‘이게 자연 발생이면 전투기를 분리해 놓고 수십억 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조립된다는 것도 믿어야지.’
아무리 봐도 인위적인 생산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힌트가 포탈 장인의 증표에 있다고 생각, 아니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스카이 포탈을 클리어해서 추가적인 힌트를 찾아야 해.’
첫 증표가 스카이 포탈이었던 다크 엘프 포탈에서 나왔으니 두 번째, 세 번째도 스카이 포탈에서 나오리라 생각했다.
보글보글-.
입을 열 때마다 물방울이 생겨나서 위로 올라갔다.
“말하는 것도 신기하네요.”
세인트 아이브 스카이 포탈에 대해서 정보는 들었던 엘레노아였지만, 들어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러셀 가문도 별도로 스카이 포탈에 공격대를 투입한 상황이었다.
“와, 신기해.”
“그러게, 우리가 스카이 포탈에 들어올 줄이야.”
수호자 예비대들도 지금 상황이 신기했다.
원래 그들은 아무것도 할 계획이 없었다.
무기한 대기 명령이 떨어졌었다.
경험상으로 이럴 땐 정말 오랫동안 대기만 해야 했는데, 갑자기 엘레노아 아가씨의 등장으로 상황이 180도 반전되었다.
‘신기한데,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흥분되면서 두렵기도 했다.
요한이 최초로 스카이 포탈을 공략한 이후 아주 잠시 평가 가치가 낮아졌었다.
요한 혼자 공략할 정도인데 우리도 할 수 있다! 라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아주 잠시지만, 스카이 포탈 붐이 불었고 많은 공격대가 스카이 포탈로 향했다.
하지만 결과는?
겨우 2주라는 짧은 시간의 붐은 안타까운 죽음만을 양산했다.
소중한 국가의 전력이 많이 스러졌고, 특히 중국과 일본은 A급 헌터 다수를 잃는 큰 타격을 입어야 했다.
중국은 S급 헌터 2명이 크게 다치기도 했다.
육체적인 타격은 회복 스킬로 극복할 수가 있었지만, 정신적 타격이 너무 커서 적어도 1년 이상의 요양을 해야 했다.
단 2주라는 짧은 시간에 스카이 포탈은 다시 그 위상을 찾을 수가 있었다.
이 짧은 붐 이후로 요한은 아무것도 안 했음에도 명성이 크게 올라갔다.
이런 큰 피해를 양산한 스카이 포탈 공략을 혼자 했으니까.
라이벌인 중국과 일본은 베트남의 스카이 포탈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헐뜯었다.
만약에 이 말을 요한이 들었다고 해도 딱히 반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준이 낮은 건 몰라도 다크 엘프의 협조를 얻어서 비교적 쉽게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은 맞았으니까.
다만, 요한은 그런 말이 나오는 줄은 몰랐다.
다크 엘프 포탈 이후로 딱 필요한 정보만 얻고는 마음 편하게 휴식만 취했으니까.
“가자, 레아.”
“네, 요한 씨. 모두 출발!”
수호자 예비대는 엘레노아가 직접 통솔해야 했다.
모든 인력이 동원되어 관리자급 수호자가 단 1명도 남아 있질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엘레노아가 직접 통솔해야 했다.
“수고가 많네.”
“괜찮아요. 옛날 생각도 나고 재밌어요.”
“오, 그 태도 매우 훌륭해.”
[주인, 이곳 정말 기분 나쁘다.]
뽀르르-!
템테이션은 입을 여니 거품이 나자 신기했다.
“조용히 해.”
[너무하다, 주인.]
템테이션은 시무룩해졌다.
“아 참, 템테이션.”
[어, 무슨 일인가. 주인!]
고개를 내렸던 템테이션이 얼른 고개를 올렸다.
두 눈이 초롱초롱 빛이 났다.
요한은 녀석이 살짝 부담스러웠다.
“여기서 움직이는 데 무리가 없겠어?”
[당연하다. 나를 뭐로 보는가, 주인. 나 유니콘 템테이션은 오랜 세월을 살면서 바다의 몬스터와도 수 없이 싸워 봤다! 빠르게 움직이는 건 기본이고 빠르게 헤엄도 칠 수 있다!]
“오, 대단한걸?”
이히히히힝-!
[내가 좀 대단하다.]
조금만 칭찬해 줘도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템테이션이었다.
요한은 언데드 군단을 불러내 스카이 포탈 탐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세인트 아이브 스카이 포탈은 환경에 알맞게 해양 몬스터가 등장했다.
“캬아아악!!”
맨 먼저 요한 일행을 반겨 준 건 커다란 해마 몬스터였다.
해저 대형 해마종류: 일반 몬스터
위험도: C+
설명: 해저에 서식하는 대형 해마. 해저에 서식하다 보니 눈이 멀었다. 하지만, 마나를 감지하는 능력이 발달하고 매우 빨라서 사냥에 능숙했다. 강력한 해저 사냥꾼.
‘와우, 처음부터 C+등급이라니.
만만치 않겠네.’
스카이 포탈은 같은 등급이라도 다른 곳보다는 더 강력한 몬스터가 출현했다.
그것도 특별한 종족을 주축으로 해서 말이다.
‘이곳엔 어떤 종족이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으려나.’
그게 가장 궁금했다.
촤아악-!
해저 대형 해마는 큰 코에서 강력한 물줄기를 뿜어내며 공격했다.
“으앗!”
수호자 예비대는 첫 전투에 제대로 적응하질 못했다.
수준 차이는 둘째고 환경 자체가 너무 혹독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예비대라고 해도 러셀 가문에서 직접 선별한 재능있는 헌터였다.
하지만 그런 헌터라도 바다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적응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쯧쯧."
요한은 그런 한심한 모습을 보곤 혀를 찼다.
그들의 모습이 머리론 이해가 돼도 가슴으론 이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촤아악-!
정작 본인은 편하게 템테이션 등에 탄 채로 빠르게 헤엄치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오옷, 이 느낌 뭐야. 이상해!!”
류페이는 물속에서 싸우는 느낌을 낯설어하면서도 재밌어했다.
촤악-!
지상에서 휘두르는 것보다 검의 속도가 2/3 정도에 불과했다.
“여기서 검을 열심히 휘두르면 훈련 효과 좋겠는데?”
‘어, 잠시만?’
류페이의 말을 듣곤 요한은 머리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얼른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에 방수 기능은 있었지만, 이곳이 실제 바다 속이었으면 그대로 박살 났을 것이다.
이곳은 해저였지만, 수압은 그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내인 씨.”
촤아악-!
[네, 플레이어.]
“어?”
스카이 포탈에선 모습을 실체화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한 요한이 얼른 안내인을 불러 보았다.
그러자 거품이 생기며 안내인이 모습을 보였는데, 안내인의 모습을 본 요한은 깜짝 놀랐다.
“그 모습은?”
“저에겐 딱 정해진 실체는 없습니다. 환경에 알맞게 모습이 결정 됩니다. 즉, 플레이어가 스카이 포탈이라고 칭하는 곳마다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오, 신기하네.”
안내인의 말대로 그녀의 모습은다크 엘프 포탈과는 확연히 달랐다.
얼어붙을 것 같던 냉미녀였던 다크 엘프 포탈과 달리 이번엔 적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 느낌이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안내인 씨, 이곳 필드 특성에 관해서 물을 건데. 좀 아는 거 있어?”
“기본적인 사실은 이곳에 들어온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그렇단 말이지. 내가 이곳에 들어와 한 가지를 추측해 보았는데. 혹시 이곳에선 경험치를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거야?”
류페이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추론해 본 것이었다.
이곳 환경은 왜 굳이 바닷속으로 설정하고 숨을 쉴 수 있게 하고 수압이 낮게 했을까?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류페이가 말한 훈련 효과에서 힌트를 얻을 수가 있었다.
“……그렇습니다.”
“진짜로?!”
“예, 이곳 스카이 포탈은 열악한 환경을 제공하는 대신에 플레이어의 성장을 돕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걸 알아차리시다니, 대단하군요."
“뭘, 대단하기까지야. 그렇단 말이지……."
이곳 세인트 아이브 스카이 포탈 공략에 별다른 열정이 없던 요한의 눈이 빠르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포탈 장인의 증표만으론 그의 열정을 태우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의지의 한국인이자 게이머이기도 한 요한이었다.
그에게 경험치 추가 이벤트는 안하던 게임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특히 헌터로써 레벨은 힘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스킬레벨 경험치도 추가로 얻을 수 있어?”
“예, 그렇습니다.”
“오케이, 좋아!”
사냥에 대한 열정이 불타기 시작했다.
‘크흐흐. 열렙이다, 열렙.'
***
추가 경험치 얘기를 들은 이후로 요한의 폭주는 시작되었다.
“자자, 멍청한 언데드들아. 더 빨리 움직이란 말이야!!”
“그어어어!”
“으어어어!”
그래도 나름대로 자제하던 언데드 군단을 조금의 아낌도 없이 모조리 불러냈다.
두두두- 촤악!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언데드인 스켈레톤 기병도 총동원했다.
촤악-!
“크에엑!”
가장 기본적인 해저 대형 해마들은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해마를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잠깐만, 쟤들도 해마(海馬)……
잖아?’
한자를 직역하면 바닷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해마를 사용해 스켈레톤 기병을 만들 수 있다는 건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어차피 시체는 많아. 시험해 볼가치는 충분하지.
만약에 성공만 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해마는 이곳에 적응한 몬스터야.
언데드로 만들어도 육지 몬스터를 언데드로 만든 것보단 훨씬 더 나을 수도 있어.’
언데드는 어느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종족이었다.
시체를 기반으로 존재하는 종족이었으니까.
‘라이즈 구울!’
죽은 해마를 구울로 일으켰다.
“그륵!”
살점이 절반은 뜯겨 나간 해마구울이 피를 줄줄 흘렸다.
‘와우, 일반적인 언데드보다 더 끔찍한 모습이네.’
언데드의 특징이 징그러움이지만, 해마 구울은 그게 좀 심했다.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언데드에게 있어서 징그러움은 흠이 아니었다.
외모로 압도하는 특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장점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워리어 1기, 일로 와.”
딱딱-!
스켈레톤 워리어가 당당히 등장다.
‘어떻게 되려나.’
꼭 성공했으면 하는 실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