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이곳 드넓은 평야는 인기가 없었지만, 난이도는 높음에 속했다.
필드의 특성도 특성이지만, 몬스터의 강력함도 남다른 구석이 없지 않았다.
거친 야생마와도 같은 말 몬스터들이 투레질을 하며 전투에 임했다.
“으아, 귀찮아!!”
천하의 류페이도 잠시지만, 흠칫할 정도로 녀석들의 공격은 거칠었다.
하지만 아무리 거칠다고 해도 결국 힘의 차이는 절대 극복할 수가 없었다.
“건방진!!”
촤자작-!
“이히히힝!!”
엘라드와 엘리니아까지 합류하자 아무리 거친 이생마들이라도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다른 언데드의 화력 지원도 필요가 없었다.
셋이서 다 처리해 버렸기 때문이다.
“젠장, 왜 방해하냐고!"
류페이는 혼자서 싸우는 것을 방해받은 느낌이라 화를 냈다.
“뭐야, 혼자 벅찬 거 아니었어?”
“벅차 보이기에 도와준 것인데.
혼자 할 수 있었다니 몰랐군.”
“뭐, 뭐야?!”
엘라드와 엘리니아는 다크 엘프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그렇게 사이가 나쁘진 않았다.
그렇다고 막 동료애를 느낀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엘프 스펙터인 엘라드도 그렇지만, 엘리니아도 워낙 쿨한 성격이었으니까.
다만, 이런 식으로 은연중에 동맹을 맺고 류페이를 몰아붙이는 정도였다.
“크아, 열 받아!!”
둘의 공격에 류페이는 열불이 올랐지만, 공격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류페이도 둘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료까진 아니더라도 같은 네크로맨서의 부하 정도론 여겨 주었다.
딱히 류페이의 인정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둘이었지만.
“셋 다 수고했어.”
누가 사냥하든 딱히 상관없는 요한은 그저 시체를 얻었다는 게 중요했다.
‘어디 보자, 전체적으론 이 녀석들이 필요 없긴 하지만…….'
그래도 잘만 사용하면 괜찮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하나만 일으켜 볼까?’
어차피 시체로 스켈레톤이나 다른 언데드를 보충할 필요성이 있었다.
시체를 정확히 쳐다보자 아이콘이 떠올랐다.
‘라이즈 구울!’
스킬을 사용하자 죽음의 마나가 죽은 블러드 트윈 헤드 호스에 스며들었다.
들썩-!
시체가 들썩이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이, 히히, 히힝!”
기본적으로 말의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살았을 때와는 달리 가래가 껴 있었고 중간에 끊기는 소리였다.
‘오, 괜찮은데?’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자세한 스펙을 확인해 보니 자체 전투력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활용도는 높아 보였다.
딱-!
손가락을 튕겨서 스켈레톤 워리어 1기를 불렀다.
“어이, 너 이리와 봐.”
류페이, 엘라드, 엘리니아가 알아서 다 처리한 덕분에 일반 언데드는 먼지 하나 묻지 않고 깔끔했다.
철거덕-!
철제 갑옷으로 무장한 스켈레톤워리어 1기가 보무도 당당하게 요한의 앞으로 다가왔다.
“차렷척-!
반복된 코딩 덕분에 군기는 바짝 들어 있었다.
“열중쉬어.”
척-!
“차렷."
척-!
“오케이, 각 잡고 이 녀석한테 올라타 봐.”
딱딱.
턱뼈를 두드려 대답한 스켈레톤워리어는 가볍게 구울 말에 올라탔다.
'흠.......'
요한은 스마트폰으로 녀석들의 코딩식을 살짝 손보았다.
그냥 올라타는 것으론 변화가 있을 리가 없었다.
‘일단 스켈레톤 워리어와 말의 정보를 공유시키고 중복되는 부분은 정리하고, 쓸모없는 스펙은 지우고 서로 도움이 되는 스펙은 키우면…….'
아주 간단한 작업이었다.
이번 코딩은 어렵지가 않았다.
간단하게 정리만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
약 30분 정도 열심히 코딩 작업을 했다.
띵-!
[새로운 언데드가 추가되었습니다.]
‘오, 진짜?’
그래도 혹시나 하였던 부분이었다.
겨우 말에 태워서 코딩식만 정리한 거였는데 새로운 언데드가 탄생했다는 메시지라니.
얼른 확인해 보았다.
당연히도 네크로맨시 하위 스킬이었다.
▶ 라이즈 스켈레톤 기병: 스켈레톤 워리어와 탑승을 할 수 있는 종류의 언데드를 합쳐서 탄생시킬 수 있는 스킬. 레벨당 1기의 스켈레톤 기병을 만들 수가 있다. (합성에 사용된 언데드는 해당 스킬의 보유 개수에서 감소한다.)
‘크으, 드디어!!’
라이즈 구울 이후로 새로운 순수언데드를 일으킬 수 있는 스킬이 생겼다.
기본 네크로맨시 레벨도 높기에 그의 언데드 군단은 양과 질 모두에서 급격한 상승이 가능했다.
‘후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좋아, 이런 식으로 팬텀 스티드를 만들면 내 자가용이 완성되겠지?’
일단은 스켈레톤 기병의 숫자를 늘리는 게 먼저였다.
원래는 시체 흡수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시체를 다 구울로 일으켜 스켈레톤 기병으로 만들었다.
척-!
스켈레톤 기병이 동시에 요한의 앞에서 무기를 받들었다.
군대가 아니다 보니 각자 들고 있는 무기가 조금씩 틀렸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 앞에 무기를 가져가는 자세를 취하자 꽤 멋있었다.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 뽕이지.
캬하, 취한다.’
역시 네크로맨서는 언데드와 있을 때가 제일 마음이 편했다.
‘평소에 몸도 좀 편했으면 좋겠지만.’
이미 포기한 지 오래였다.
본격적으로 언데드를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다른 언데드를 다 집어넣고.’
일반 언데드는 다 시체 수납으로 넣은 다음에 스켈레톤 기병만 데리고 다녔다.
두두두두-!
“오오오, 가즈아!!”
스켈레톤 기병의 선두엔 류페이가 있었다.
그녀는 기병으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덩치가 매우 큰 본 스파이더를 타고 빠르게 달릴 수가 있었다.
요한은 맨 뒤에서 본 골렘을 타고 그들을 따라 이동했다.
그 이후로는 간단했다.
기동력이 강화된 언데드 군단은 드넓은 평이를 질주하며 보이는 족족 말 몬스터를 학살하기 시작했다.
“이히힝!!”
“크하하핫, 오직 죽음만 있을 뿐이다!!”
가장 신난 건 역시 류페이였다.
빠르게 이동하며 원 없이 생명체를 죽이고 또 죽였기 때문.
전투에선 늘 선두에 서서 적을 학살하는 녀석임에도 생명체를 죽일 때마다 광소를 터트렸다.
본인 말로는 생명을 죽이는 건 늘 짜릿하고 새롭다나?
‘뭐, 언데드니까.’
언데드가 아닌 요한은 평생 이해하기 힘들 터였다.
‘리치가 되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
그리고 딱히 리치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일시적으로 리치로 변할 수 있는 스킬이 있다면 모를까.’
리치는 당장은 사무엘 하나론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마법 계열언데드는 보기 힘드네.’
아무래도 마법은 귀한 힘이다 보니 몬스터도 찾기가 힘들었다.
‘MUK 녀석들 덕분에 시체는 많이 구했지.’
그걸 잘만 이용하면 리치를 추가로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뭐, 딱히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법을 사용하는 언데드가 효율이 좋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
드넓은 평야의 말 몬스터들을 얼마나 학살하고 다녔을까.
“이히히힝-!!"
“응?”
다그닥, 다그닥-!
하늘에서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설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역시!!’
그곳엔 짙은 남색의 피부를 가진 뿔 달린 말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블랙 유니콘!!’
완벽한 검은색은 아니었으나 짙은 남색이면 블랙이나 다름없었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해 본 녀석은 유니크 몬스터로 이름은 그냥 유니콘이었다.
‘오케이, 녀석으로 정했어.’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유니콘은 누구나 타고 싶은 로망이 있는 몬스터이지 않은가.
요한은 녀석을 보는 순간 이미 타고 있는 상상을 해 보았다.
‘최고야!’
실제로 영국 정부는 이 유니크몬스터인 유니콘을 포획하고자 수많은 노력을 했었다.
유니콘을 단 1마리라도 포획할 수 있으면 영국의 상징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A급 테이머를 동원해 대규모로 포획 작전을 시도했다.
수많은 예산과 인원을 동원해 유니콘 포획 작전을 시도했지만, 완벽한 실패로 돌아갔다.
유니콘은 몬스터였지만, 매우 영악한 녀석이었다.
테이머가 있는 무리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투 중에도 테이머가 등장하면 귀신같이 도망치기 일쑤였다.
테이머가 숨어 있다고 해도 딱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녀석은 5km 밖에서 나는 테이머냄새를 맡고 도망칠 정도였으니까.
속박 스킬을 사용해도 테이머를 감지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막대한 예산을 날린 영국 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었고 직후 선거에서 여당이 바뀌기도 했다.
그런 유니콘이 요한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녀석은 비행하니까. 이 녀석을 부르는 게 좋겠지. 나와라.’
지잉-!
허공에 구멍이 생기며 그곳에서 거대한 비행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까아아악-!”
바로 삼족오였다.
그리고 비행이 가능한 하늘도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악!!]
공격은 바로 시작되었다.
‘혹시라도 놓치면 안 되니까.’
유니콘의 자태에 완전히 홀려 버린 요한이었다.
절대, 절대 놓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자, 공격!!”
“까아아악!!”
촤악-!
“이히히히힝-!!”
유니콘도 투레질하며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지잉- 파앙!!
“오오!”
유니콘의 뿔에서 광선이 쏘아졌다.
강력한 광선은 삼족오의 가슴을 관통했다.
“까아악!!”
구멍이 뻥 뚫린 삼족오는 괴성을 터트렸다.
“히힝?”
유니콘은 당황했다.
자신의 강력한 공격을 맞고도 멀쩡한 삼족오를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
‘흐흐흐, 삼족오는 새가 아니란다. 키메라지.’
언데드가 고통을 느낄 리가 없었다.
삼족오를 쓰러트리려면 완전히 신체를 파괴해야 했다.
아니면, 요한을 죽이거나 마나를 오링시키거나.
그렇지 않고선 언데드를 완전히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괜히 언데드 군단의 별명이 불사의 군단이 아니었다.
“사무엘.”
지잉-!
[부르셨습니까.]
“메이지들을 이끌고 지상에서 삼족오를 지원해.”
[명령대로.]
사무엘을 중심으로 한 스켈레톤메이지 부대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 냈다.
[파이어 블래스트!]
콰아앙-!
시뻘건 불길이 유니콘을 향해서 쇄도했다.
“이히히힝!!”
유니콘은 잔뜩 흥분하며 빠르게 허공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유니콘아. 너의 힘을 보여 줘 봐!!’
강하면 강할수록 언데드로 만들었을 때 희열이 있을 것이었다.
'흐흐흐.'
삼족오와 하늘이 힘을 합쳐서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히힝!”
파앙-!
유니콘의 광선은 지상도 폭격했다.
“베리어!”
사무엘은 방어 마법을 사용해 광선을 겨우 막아 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광선은 계속되었고 메이지들도 방어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건방진!!]
흥분한 사무엘은 큰 마법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