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56화 (156/250)

5화

요한이 영국의 스카이 포탈 공략에 참여한 사실은 BBC를 중심으로 빠르게 보도됐다.

BBC는 세계적인 방송국이었기에 한국 언론도 금방 캐치하고 기사를 써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김요한 헌터, 베트남에 이어서 영국 스카이 포탈에 도전하다]

[헌터 선진국 영국, 대한민국 헌터에 도움 요청]

기사가 났던 초기에는 다소 국뽕스러우면서도 중립적인 형태의 기사가 많았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자 의외의 방향으로 여론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김요한 헌터, 자국 스카이 포탈은 나 몰라라]

[한국 국민은 불안에 떠는데, 돈과 명예만을 찾는 실태]

[헌터의 극한의 이기주의,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태백 길드 마스터 이태백, “길드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스카이 포탈에서 국민을 지키겠다” 인터뷰]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요한을 비판하고 대형 길드를 찬양하는 기사로 가득해졌다.

그에 맞춰서 베스트 댓글의 성향도 바뀌었다.

[N 사이트 기사 댓글]

- 솔직히 김요한 헌터 빨아 주는거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음. 아무리 빨아 주면 뭐 함. 결국, 나라보단 개인의 이득이 먼저인 헌터인데.

- 한국에서 성장해 놓고 외국 좋은 일만 해 주네. 캬약, 퉤!

- 아 더럽다 더러워. 세금 혜택받아서 성장해 놓고 중요할 땐 쌩까는구나.

- 진짜 너무한다. 그래도 조국인데, 어떻게 저러냐.

- ㅉㅉ. 결국, 김요한도 어쩔 수 없는 헌터네, 헌터야.

최근 헌터의 이기적인 모습과 범죄 사건으로 인해서 이기적인 행동의 밈으로 ‘헌터 했다’라고 부를 정도였다.

요한의 영국 스카이 포탈 공략은 그런 이기적인 선택의 연장 선상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보통의 유명 S급 헌터를 이런 식으로 호도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유명한 S급 헌터는 대부분 길드와 재벌을 배경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

요한이 그런 다른 S급 헌터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면, 이런 식의 여론전은 쉽게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배경이란 게 없었다.

러셀 길드와 매니지먼트가 있긴 했지만, 한국에선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은 G3 중의 하나인 엄연한 최강국 중의 하나였다.

러셀 가문이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가문 중의 하나였지만, 대한민국은 세계를 호령하는 국가였으니까.

다만, 그들의 행태를 안 좋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대중 매체에선 찾아볼 수가 없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엔 웬만한 전문가들은 다 개인 채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특이 올튜브는 전문가들이 일반대중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였다.

그들은 이런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분개하며 비판했다.

이 중에는 구독자가 100만이 넘는 올튜버도 있었다.

[어떻게든 위협적인 상대를 깔아뭉개기 위한 기득권자들과 쉽게 선동되는 대중들!]

이런 제목과 단단히 화난 본인의 사진 썸네일을 올린 영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세상 모든 헌터사건을 훑어보는 훑린이입니다. 최근 김요한 헌터와 관련해 한마디 하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영상을 올린 건 구독자 수 180만의 훑린이라는 올튜버로 평소에도 김요한 헌터의 골수팬임을 자처하던 올튜버였다.

“지금 메인 언론사와 TV 매체 같은 곳에서 지속해서 김요한 헌터를 비난하던데. X이나 먹으라고 하세요. 아니,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뭡니까.

뭐?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헌터가 자국 스카이 포탈은 나 몰라라 한다고요? 허 참! 어이가 없어서. 이보세요.

언제부터 헌터가 공무원이었어요? 엄연히 개인이고 사조직이에요. 그리고 스카이 포탈은 지금 20대 길드가 사이 좋게 지분 나눠 먹기나 하고 있잖아요.

김요한 헌터에 요청이나 했어요? 아니요. 저는 개인적으로 헌터 협회에 인맥이 있습니다. 그분께 물어보니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 놓고 이제 와 애국타령? X이나 100번 까 잡수십쇼.”

훑린이라는 올튜버는 시작일 뿐이었다.

헌터 관련 올튜버 대부분이 요한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렸다.

때문에, 몇 개의 영상은 수위가 높다는 이유로 경고를 당하긴 했지만, 일반적인 여론과 달리 인터넷여론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D 커뮤니티 게시판]

- 확실히 냄새가 나. 헌터가 언제부터 국가를 위했다고 애국 타령?

- 그래, 저번에 포탈 폭주했을 때, 뜨거운 감자 길드가 강릉에 있었는데도. 강원도 협회 지부와 보상 관련 협의가 안 끝났다는 이유로 5시간이나 늦게 오는 바람에 사망자가 무려 5,000명이나 발생했다고. 그때 사건으로 내 친구가 죽었어!!

- 맞아, 남해 포탈 폭주 때는 흑진주 길드가 진주에서 출발했다면서 보상 문제로 협상이 안 돼 결국, 헌터 협회에서 토벌대를 내려 보냈어. 그 사고로 나는 부모님을 잃었어. 내 목표는 흑진주 길드를 무너뜨리는 거야.

ㄴ……너의 슬픔에 깊이 공감해.

나도 그 사건으로 여자 친구를 잃었어.

-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 길드나 헌터가 일반인이나 국가를 위했다고 이제 와 애국자 코스프레야!!

- 더러운 것들!!

이기적인 말이나 행동을 뜻하는 신조어 ‘헌터 했다’라는 말은 요한이 탄생시킨 게 아니었다.

엄연히 기존 헌터들이 벌였던 행태 때문에 발생한 일.

그런 이들이 갑자기 요한을 들먹이며 애국자 코스프레를 하니 헌터에 반감이 많은 이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인터넷 여론은 주류가 될 수가 없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요한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요한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러셀 매니지먼트가 알아서 요한에게 보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여론이 한국 내에서 주류입니다.”

“뭔 상관이야.”

"네?"

정작 요한은 무덤덤했다.

“여론이 나쁜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아, 저 그게…… 그래도 이미지라는 게 있는데.”

제임스는 요한의 단호한 태도에 당황스러웠다.

“내가 연예인이었나?”

“아, 아닙니다.”

“거봐,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아, 예……."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아무리 헌터가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론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가 없다고.

하지만 제임스는 입을 닫아야만 했다.

‘그래, 굳이 한국에서만 활동할 필요는 없으시지.’

S급 위의 S급이라 불리는 네크로맨서였다.

스카이 포탈도 공략할 수 있는 실력자가 굳이 한국에만 목을 맬필요는 없었다.

‘그래, 오히려 아쉬운 쪽은 한국이지, 요한 님이 아니야.’

애초에 소속된 길드도 러셀 길드로, 등록된 나라만 대한민국이지 국제적인 길드나 마찬가지였다.

현재도 본대는 베트남에서 있지 않은가.

‘우리는 한국의 러셀 매니지먼트가 아니라, 요한 님의 매니지먼트야.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겠어.’

지금까진 한국에서의 좋은 이미지 만들기였다.

하지만 이제부턴 세계화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었다.

‘최고의 스카이 포탈 공략자 컨셉으로 가면 될 거야.’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소스는 스카이 포탈이었으니까.

***

요한은 바로 영국의 스카이 포탈을 공략하지는 않았다.

‘거슬려, 너무 거슬려.’

바로 MUK 조직 때문이었다.

주변에서 이쪽을 감시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 여전히 정확한 위치를 노출하지 않았다.

정말 작정하고 감시만 주구장창하는 중이었다.

‘이상해 너무 이상해.’

폭풍 전야라고 할까?

무슨 짓을 하려고 마음먹지 않은 이상 이렇게 촘촘한 감시망은 불가능했다.

그것도 며칠째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엘레노아를 노리는 거겠지?’

물론 타겟엔 요한도 있을 터였다.

누구보다 든든한 엘레노아의 동맹이자 친구였으니까.

‘걸리기만 해 봐, 그냥 아주 박살을 내버릴 테니까.’

귀찮은 게 딱 질색인 요한은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도 딱 질색이었다.

“요한 씨.”

“어, 레아. 왜?”

엘레노아가 아침 일찍 요한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왔다.

“스카이 포탈이 있는 곳에 가 보지 않으시겠어요?”

“지금?”

“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뭐,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근처 분위기 정도를 알아보는 건 나쁘지 않겠지.”

“네."

겉으론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엘레노아.

‘응, 뭔가 신난 것 같은 느낌인데?"

하지만 요한은 묘하게 업된 거 같다고 생각했다.

‘기분 탓인가.’

중요한 일은 아니었기에 그러려니 생각했다.

엘레노아의 차를 타고 스카이 포탈이 생성된 곳으로 향했다.

영국의 스카이 포탈은 세인트 아이브만이라는 바닷가 위에 형성되었다.

세인트 아이브는 작은 관광지였다.

다른 국가는 대도시는 아니더라도 꽤 규모가 있는 도시에 스카이 포탈이 생성된 것과는 조금 달랐다.

때문에, 스카이 포탈의 대처가 늦기는 했지만, 국가적인 피해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였다.

다른 나라는 중요 도시 근처에 생성되는 바람에 대규모 인원이 사망하거나 도시 주변이 마비됐지만, 영국 내에서 이 지역이 갖는 중요성은 매우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협회에선 스카이 포탈 공략이 지지부진했다.

급할 게 전혀 없었기 때문.

하지만 정부는 달랐다.

다크 엘프 포탈 사례를 보고 탐이 났다.

새로운 개척지가 눈앞에 있었다.

대영 제국의 DNA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식민 지배든 교역이든, 뭐든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체하는 경제 성장률을 올리고 싶었다.

“다 왔어요.”

“한산한 시골 마을이네.”

“예쁘죠?”

“확실히. 근데 밤에 보면 좀 을씨년스럽긴 하겠다.”

“음, 뭐. 그건 어쩔 수 없죠.”

스카이 포탈에서 나온 몬스터로 인해서 상당수 건물이 파괴되어 있었다.

낮에 보면 운치 있고 영화 촬영지 같은 느낌이지만, 밤에 보면 폐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숙소는 있어?”

“네, 출발하기 전에 잡아 놨어요.”

“러셀 호텔?”

“네.”

“역시.”

“영국에서 러셀 호텔이 없는 곳은 없으니까요.”

“아, 네……."

“다만, 이곳에 있는 호텔은 럭셔리보다는 운치가 테마라 조금 소박해요.”

“뭐, 그건 딱히 상관없어.”

서민 출신 갑부다 보니 허름한 곳이라도 딱히 상관없었다.

그에겐 ‘감히 나에게 이런 초라한 곳을!’이라는 쓸데없는 자존심이 없었기 때문.

“네.”

엘레노아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후 도착한 호텔의 방을 본 요한은 입을 벌려야 했다.

“레아.”

“네, 역시 별론가요?”

“……아니, 소박하다며?”

“네, 소박하잖아요.”

절레절레.

요한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의 엘레노아를 보곤 고개를 저어야 했다.

‘이게 어딜 봐서 소박이야!’

소박하긴커녕 해변이라는 테마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인테리어였다.

‘이걸 소박하다고 하다니. 내가 돈은 많이 벌지만, 아직 재벌 마인드를 가지려면 멀었구먼.’

그리고 굳이 재벌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소박한 곳에서 못 지내면 그것도 나름대로 불편할 거 같은데.’

요한은 진지하게 재벌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32장. 러셸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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