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듀크와 운전기사처럼 눈이 빨갛게 변했고 피부엔 실핏줄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부어오른 인간 모습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것들은 다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다 쓸어버려.”
척척-!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줄을 맞추며 앞으로 나아갔다.
“크아악!”
‘응?’
듀크와 운전기사의 수준에 맞춰서 쉽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녀석들은 듀크나 운전기사와는 180도 다른 녀석들이었다.
더 빠르고, 더 강했다.
땅을 박차고 높이 튀어 올랐다.
신체 능력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 놈이었다.
‘하지만!!’
스켈레톤 워리어는 더한 괴물이었다.
텅-!
마치 무림 고수처럼 혹은 베테랑 병사처럼 방패를 교묘하게 틀어서 온 힘을 다해서 손톱을 내리찍는 괴물의 힘을 흘렸다.
"크억?"
분명히 제대로 들어갔다고 생각한 공격이 허무하게 흐르자 괴물의 입에선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촤악-!
빈틈을 놓치지 않은 스켈레톤 워리어가 검을 휘둘렀다.
원래는 목을 베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얼굴이 반으로 잘려 나갔다.
풀썩.
얼굴이 잘려나간 녀석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아차차, 일단 녀석들 정체부터.’
얼른 정밀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았다.
# 블러드 하운드종류: 일반 몬스터
위험도: E++(D)
설명: 피의 저주에 걸린 뱀파이어 하수인. 특히 인간을 숙주로 삼은 저주가 가장 많다. 블러드 하운드는 지능이 퇴화하는 대신 신체 능력이 크게 상승했다. 뱀파이어의 명령을 따르며 피와 인육을 즐긴다.
‘역시 뱀파이어였네. 피의 저주스킬이면 물지 않아도 하수인으로 만들 수 있네?’
그건 확실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흔히 아는 뱀파이어는 직접 입으로 피를 빨아야 했으니까.
‘뭐, 세상도 변하는데. 언제까지 뱀파이어가 가장 전염성이 부족한 타액으로 감염시키는 것을 고수하겠어. 발전해야지.’
촤악-!
“이거 너무 시시하잖아. 좀 더 괜찮은 녀석을 가져오란 말이야!!”
류페이는 단 한 번의 검도 막지 못하는 블러드 하운드의 약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좀 더 피가 튀기고 심장이 쫄깃한 전투를 즐기고 싶었다.
‘죽여도, 죽여도 더 죽이고 싶어!!'
그래서 일부러 본 스파이더도 소환하지 않았다.
녀석을 소환하면 더 많은 녀석을 빠르게 죽일 수 있겠지만, 짜릿한 손맛은 덜 느껴야 할 테니까.
언데드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요한은 더 멀리 보고 있었다.
어차피 군단은 굳이 직접 컨트롤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싸울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이후의 일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게 리더로써 해야 할 일이었다.
‘블러드 하운드의 설명만 보면 블러디 캐슬에 있는 몬스터는 뱀파이어가 확실해. 보스 몬스터라면 뱀파이어 로드 혹은 드라큘라겠지.’
그 자체는 뻔했다.
별로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스카이 포탈까지 공략했지만,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포탈은 언제나 위험 요소였다.
스카이 포탈을 공략했어도 마찬가지였다.
‘음, 가능하면 이번 기회에 포탈 장인의 증표에 대한 실마리를 좀 발견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갑자기 뜬금없이 나타난 포탈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잠깐만. 근데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문득 다른 게 떠올랐다.
‘영국이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니라. 건드리지 않는 포탈이라면?’
분명히 블러드 하운드 몬스터 설명에 적혀 있었다.
피의 저주 스킬의 숙주는 ‘인간’이라고.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언데드 군단에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수많은 블러드 하운드가 다 순수인간이란 뜻이었다.
‘이 많은 인간이 실종됐는데도 이슈가 안 됐고. 듀크 녀석도 몰랐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영국 정부야. 뭘 숨기고 있는 것이냐.’
역시 믿을 조직은 없었다.
그리고 역사적인 해적 국가다운 짓이었다.
‘뭘 숨기고 있는지는 몰라도. 내가 깡그리 불태워 주겠어.’
나쁜 놈의 계획을 무너뜨릴 때가 제일 짜릿했다.
‘뭐, 솔직히 나도 착한 놈이라고는 못 하지.’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는데도 기부도 하지 않았고. 사회 활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
요한은 당당했다.
‘아니, 인류를 위해서 몬스터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
뭘 더 바란단 말인가.
‘사회는 나한테 뭘 해 줬는데?’
부모님을 잃고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생존의 투쟁을 한 그였다.
하지만 국가는 그런 힘없는 남매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순수한 애국은 군대를 전역한 순간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저 한국이 그가 활동하는 데 가장 적합한 무대라고 생각해 남아 있는 것뿐이었다.
‘원래 나쁜 놈은 다른 나쁜 놈까지 파괴해야 진짜 나쁜 놈이지.’
애초에 네크로맨서에게 착한 놈프레임 자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촤아악-!
“으하핫!”
류페이가 6마리의 블러드 하운드목을 동시에 쳐내는 것으로 일차적인 전투는 끝이 났다.
“어이, 전투 끝났어!”
요한은 본 골렘의 어깨에 있었기에 소리를 크게 쳐서 전투 종료를 알렸다.
“오케이, 가자.”
“가즈아아!!”
척척-!
언데드 군단이 블러디 캐슬을 향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블러디 캐슬로 나아가는 길목에서도 꾸준히 블러드 하운드가 출몰했다.
그들은 기습적으로 언데드 군단을 공격했다.
문제는 그들이 노리는 게 요한이었는데 위치가 영 좋지를 못했다.
쿵-!
본 골렘의 어깨에 타고 있어서 공격이 쉽지가 않았다.
‘쯧, 멍청한 것들.’
무식한 공격들로 가득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류페이, 속력 더 올린다.”
“알았어!!”
척척척-!
언데드 군단은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이쯤이면 중간 보스처럼 뱀파이어 1, 2마리는 나올 줄 알았는데?’
사실은 원래 그럴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가 요한의 위험성을 깨닫고 전부 불러들였다.
괜히 상대도 안 되는 전투 치러서 힘을 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블러디 캐슬에 금방 도착할 수가 있었다.
‘……진짜 블러디 캐슬이 이렇게 컸을까?’
까악-! 까악-!
거대한 성이 요한을 맞이해 주었다.
그가 어제까지 머물렀던 성보다 족히 5배는 더 큰 규모의 성이었다.
거기에다가 조금 전까지 분명히 맑은 날씨였는데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하늘에 구름이 끼면서 날씨가 흐려졌다.
성 주변에 묘한 피 냄새도 피어 올랐고 음산한 게 귀신 나오기 딱 좋은 분위기였다.
‘진짜로 할로윈 파티를 할 만한 곳이네.’
물론 이게 진짜 성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흐흐흐, 싸울 맛이 나겠는데?”
류페이는 그저 신날 뿐이었다.
“하늘, 어때?”
[외부에서 좀 살펴봤는데. 마나로 방어벽이 처져 있어서 안은 보지 못했어. 입구는 정문이 유일한 거 같아.]
“그래. 나도 그런 거 같다. 자, 들어가자.”
스켈레톤 워리어를 앞장세워서 블러디 캐슬 안으로 진입했다.
구구궁-!
본 골렘이 육중한 성문을 열어주었다.
성안으로 들어가자 역시 외부에서 본 것처럼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본격적으로 성 내부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화륵-!
요한의 앞으로 전형적인 외견의 뱀파이어가 망토를 휘날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 블러디 캐슬에.”
마치 영국 신사처럼 정중한 자세로 인사한 녀석의 목소리는 미성이었다.
“어, 너 영국산이잖아. 근데 왜 한국어를 하냐?”
더 놀라운 것은 생긴 것도 영국인처럼 생긴 게 한국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글쎄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요한의 질문에 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너희가 이곳에 자리 잡은 몬스터냐?”
“우후후, 몬스터라니요. 그런 불쾌하고 저급한 단어는 사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희는 뱀파이어 일족이지 몬스터 따위가 아닙니다.”
화가 난 것 같으면서도 화가 난 티는 나지 않았다.
“뱀파이어 따위가 내 앞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냐. 그것도 1마리가?”
“누가…… 저 혼자뿐이라고 했나요?”
촤륵-!
망토를 옆으로 펼치자 그의 뒤에서 뱀파이어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마리, 100마리?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후후후. 자, 그러면 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당신이 이기나, 제가 이기나.”
“뭐, 얼마든지.”
시큰둥한 대답이었다.
타다닥-!
“좋아, 좋아. 이 정도는 돼야 싸울 맛이 나지. 으하하핫!!”
류페이는 검을 뽑아 들고는 무작정 앞으로 나아갔다.
“멍청하고 단순한 놈.”
샤아아-.
그 뒤를 엘라드가 쫓았다.
엘리니아는 묵묵히 요한의 옆을 지켰다.
‘잠깐만, 그런데 뱀파이어도 언데드 중의 하나잖아. 내가 어떻게 손에 넣을 방법이 없으려나?’
탐이 났다.
네크로맨서의 본능이 꿈틀거렸다.
지금은 비록 적으로 만났지만,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그들을 손에 넣을 수도 있을 테니까.
언데드라면 환장하는 요한이기에 탐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뭐, 지금 당장은 녀석들의 목을 쳐야 하지만.’
언젠가 부하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죽일 대상일 뿐이었다.
“캬아아아!!”
언데드 군단과 뱀파이어들이 부딪혔다.
촤자자작-! 콰가강-!
“크아아악!”
“캬아악!!”
기세 좋게 달려들었던 뱀파이어들은 순식간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무슨!!”
그들도 어이가 없었다.
데스나이트인 류페이가 마구 휘두른 것 같은 공격에 3마리의 뱀파이어가 당해 버렸으니 말이다.
“크흐흐흐,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이 희멀건 한 놈들아.”
뱀파이어의 전형적인 특징인 창백한 피부를 칭하는 말이었다.
“젠장, 죽어!!”
뱀파이어들은 각자의 장기를 충분히 발휘했다.
박쥐를 뿌리고 피를 뿌리고 날카로운 손톱도 휘두르고, 정말이지 언데드 군단을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단숨에 부수는 인물이 있었다.
“크하하핫!!”
쾅-!
“크헉!”
전사형 언데드 중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
바로 데스나이트 류페이였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반드시 뱀파이어 1마리가 불에 타 사라졌다.
“다 덤벼!!”
후웅-!
검을 한 차례 옆으로 턴 류페이는 이빨을 훤히 보이며 웃었다.
싸우는 이 순간이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어이!”
류페이가 요한을 불렀다.
“왜?”
“얘들 다 죽여도 되지?”
“얼마든지.”
원하던 대답이었다.
“크하하핫, 오케이!”
다시 검을 양손으로 잡은 류페이가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갔다.
“막아!!”
“데스나이트 따위가!!”
언데드인 뱀파이어는 데스나이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강한 녀석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기에 더 당황스러웠다.
“크하하핫!!”
류페이의 호탕한 웃음이 성 복도 전체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