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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49화 (149/250)

23화

“적이라……."

듀크는 인상을 찡그리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가 충성하는 러셀 가문이었지만, 적이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가 망설이는 이유는 요한의 질문하는 의도가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왜 그렇게 뜸을 들여?”

“아, 아닙니다. 러셀 가문은 늘 옳은 일을 위해서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적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 그래.”

‘웃기고 있네.’

듀크의 말이 우스웠다.

아무리 엘레노아의 집안이라고 해도 편들어 줄 게 있고 없는 게 있었다.

‘아무리 네가 그렇게 물고 빠는 러셀 가문이라고 해도 결국, 나쁜 짓도 많이 할 텐데 옳은 일은 무슨.'

세상에 깨끗한 조직은 존재하지 않았다.

덜 더러운 조직만 있을 뿐이었다.

‘이거 간접적으로 물어보려니까 힘드네.’

그렇다면 방법을 좀 다르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듀크.”

“예.”

“영국은 옛날부터 마법사로 유명했잖아.”

움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본능적으로 근육이 수축하는 건 숨길 수가 없었다.

‘역시, 듀크도 알고 있었나 보네.’

일개 집사가 알 정도면 그만큼 러셀 가문과 마법사 조직의 대립은 유명하고 역사가 길다는 뜻이었다.

‘스마트폰 검색으론 나오지 않았으니까.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아니란 뜻이겠고.’

“예, 영화나 소설에선 많이 나왔죠. 마법사 멀린을 모르는 영국인은 없으니까요.”

“그렇지?”

‘이렇게 내 말을 피해간다 이거지?’

그렇다는 건 적어도 러셀 가문내에선 쉬쉬한다는 뜻이었다.

일단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상 물었다가 괜히 러셀 가문과 엮이면 피곤해. 난 그냥 조용히 휴양이나 즐기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거니까. 조심해야지.’

러셀 길드와 엮인 거라면 어떻게든 도왔을 것이다.

하지만 러셀 가문은 그의 관심 밖이었기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아깝네. 영국이 마법사로 유명하니까 마법사만으로 이루어진 길드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더니.”

“마법사가 강한 길드는 몇 개 있습니다.”

“피닉스 길드 같은?”

“예.”

“에이, 그건 나도 알고 재미도 없지. 피닉스 길드야 그냥 길드 마스터 별명이 매직 마스터잖아?”

매직 마스터.

본명은 제임스 포터, 40세 중년으로 피닉스 길드의 마스터로 영국 최강의 헌터 중 1명으로 손꼽혔다.

그의 핵심 스킬인 매직 마스터리는 범용성이 가장 뛰어난 스킬로 꼽혔다.

노력이 필요했지만, 노력만 하면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기급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강점이었다.

어쨌든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스킬이기에 상대방의 특징만 파악하면 상성이 되는 마법을 익혀서 힘으로 압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노력과 시간 그리고 재물이 많이 드는 작업이긴 했지만, 보통 헌터는 스킬이 제한적이란 것을 생각하면 S급 위에 S급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또 한 번 배운 스킬은 영원하니 레벨이 오를수록 성장하는 속도가 거의 2배 이상이지.’

영국이 자랑하는 헌터이며 멀린의 재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모르지. 포터인가 포드인가 하는 놈이 아까 본 녀석들의 수장일지.’

“그렇습니다.”

듀크는 어떻게든 말을 돌리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뭐, 됐어. 아니면 어쩔 수 없지.”

“예.”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아,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성 투어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

4박 5일을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다.

이제 다음 성으로 넘어갈 차례였다.

“듀크, 다음은 어디야?”

“아, 예. 다음은 비교적 최근에 재건한 블러디 캐슬입니다.”

“블러디 캐슬, 뭔 성 이름이 그러냐?”

“아, 블러디 메리가 사랑했다고 전해져 오는 성을 복구 및 재건한 거라 그렇습니다.”

“아, 블러디 메리. 나도 알아. 칵테일로도 유명하잖아.”

“예, 아무래도 그쪽으로 꽤 유명해 할로윈 때 파티장으로 많이 쓰이는 곳이지요.”

“지금 가는 곳이 그곳이라고?”

“예.”

“혹시 여기서 서북쪽으로 가야 하는 거야?”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리무진에서 스마트 패드로 업무를 보던 듀크가 고개를 들어서 요한과 눈을 마주쳤다.

블러디 캐슬의 위치는 지도엔 정식으로 등재가 되지 않았다.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기도 하면서 러셀 가문의 비상 피난처가 되는 곳이기도 했기에 최대한 비밀로한 것이다.

그런데 외부인이자 한국인인 요한이 대뜸 위치를 맞춰 버리자 당황한 것이었다.

“하아, 내 팔자가 왜 이러냐 진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래도 편하게 쉬는 건 포기 해야겠다.”

“그게 무슨?”

“너, 블러디 캐슬인가 뭔가 하는 곳, 러셀 가문에서 마지막으로 쓴게 언제야?”

“3년 전입니다. 작년과 재작년 때는 일이 있어서 파티를 안 열었습니다.”

“혹시 성 관리인하고는 주기적으로 연락해?”

“딱히 안 합니다. 성 관리인들은 다 러셀 가문에 충성하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굳이 연락하지 않고 성을 쓸 일이 있을 때만 연락합니다.”

“일반적인 성 투어 코스엔 블러디 캐슬 포함 안 되어 있지?”

“예, 거긴 특수한 장소라 가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만 출입이 허용됩니다.”

“젠장.”

꼬치꼬치 캐물은 요한은 확신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영국은 G3 국가는 아니었지만, 헌터 선진국 중의 하나였다.

포탈 대비가 아주 잘되어 있는 국가였다.

‘스카이 포탈은 아니겠지?’

서북쪽에서 강력한 포탈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쪽에 블러디 캐슬이 있는 건 당연히 몰랐다.

강하게 느껴지는 포탈의 기운, 그리고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그만의 불운의 전적들이 있기에 혹시 몰라서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블러디 캐슬이 있는 방향이란다.

‘어떻게 한담. 이대로 가? 아니면 빼고 러셀 가문에 연락을 넣어?’

막 고민하던 차였다.

“커헉!”

“우읍!”

“뭐야?”

갑자기 운전기사와 듀크가 목을 붙잡고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설마, 여기까지 포탈의 범위야?’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짐꾼들도 당당히 포탈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만 봐도 포탈에 일반인이 출입 못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괴로워하는 현상은 포탈 혹은 특정 몬스터의 힘이 작용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부우웅-!

끼이익-!

"큭!"

목을 잡고 괴로워하는 기사가 얼떨결에 액셀을 밟았는지 갑자기 앞으로 쭉 나가는 리무진.

핸들도 잡지 않아서 마구잡이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곧 듀크의 눈이 빨개지더니 손톱도 자라났다.

마치 뱀파이어라도 된 것처럼 보였다.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 듀크는 리무진이 정신없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곧바로 요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언데드를 부를 공간이 부족해!’

스킬 설명에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아공간에 있는 언데드를 부르기 위해서는 여유 공간이 필요했다.

‘일단 내가 시간이라도 벌어야지.

티쓰!’

오랜만에 사용해 보는 스킬이었다.

공간의 제약 때문에 적은 숫자의 송곳니가 나타나 듀크에게 쇄도했다.

퍼버벅-!

“크아아아!!”

‘젠장!’

소용없었다.

송곳니가 빠르게 날아가 온몸에 박혔음에도 잠시 멈칫할 뿐 그대로 달려들었다.

‘흐읍!’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촤악-!

다행히 늦기 전에 누군가 리무진을 세로로 베었다.

리무진 전체가 2등분으로 갈라지면서 듀크와 떨어질 수가 있었다.

균형과 엔진을 잃은 리무진은 그대로 옆 도로로 처박혔다.

타악-!

요한도 처박히기 전에 누군가 빠르게 다가와 그를 들쳐 안았다.

“오?”

“괜찮으십니까?”

아공간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엘라드였다.

“늦었잖아.”

“죄송합니다.”

“리무진을 가른 건?”

“엘리니아입니다.”

“크아아아!!”

바로 앞에서 사냥감을 놓친 듀크는 분노했다.

“크악! 크악!”

리무진 기사는 사고 난 리무진 사이에 낀 상태였다.

버둥거리며 어떻게든 리무진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주변에 피가 흥건할 정도로 하반신이 완전히 박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괴성을 지르며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촤악-!

과도한 힘주기 때문인지 껴 있던 하반신이 그대로 찢어져 피를 뿜어 댔다.

벅벅-!

다리가 완전히 찢겨 나갔음에도 땅을 기어서 다가오려고 했다.

푹-!

엘리니아의 검이 그대로 운전기사의 머리를 꿰뚫었다.

“더러운 것.”

“크아아아!”

듀크도 다시 달려들었지만, 요한의 근처도 오지 못하고 목이 떨어졌다.

놀랍게도 죽은 듀크와 운전기사의 몸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 자리엔 작은 마석 1개씩만 떨어져 있었다.

‘시체가 없어?’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비록 입구에서 본 2명인지 2마리인지 구분은 안 되는 녀석만 잡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계속 이럴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 잠시 정신이 없어서 스마트폰으로 분석하는 거 깜빡했네.’

딱히 상관은 없었다.

왜냐하면, 블러디 캐슬인가 뭔가 하는 곳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딱 보니까, 보스 처리하지 않고는 못 나갈 거 같네.’

무슨 현상인지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그는 현재 포탈 안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인 것만은 확실했다.

‘분명히 난 포탈 입구를 통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포탈에 들어와 있다는 게 참…….'

이제는 별일을 다 겪어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나와라, 나의 언데드들아.”

지이잉-! 척척-!

공간 전체가 흔들리며 몸을 숨겼던 언데드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그어어어!!”

“어어어억!!”

“흐흐, 좀 오래 걸릴 줄 알았더니. 이렇게 빨리 또 싸울 기회가 생기네.”

류페이는 그저 싸울 생각에 기쁠 따름이었다.

‘어떤 녀석일지 걸리기만 해 봐, 아주. 사지를 뜯어 버릴 테니까.’

즐거운 휴양을 방해하는 놈들이었다.

절대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근데 이번에도 시체가 없는 녀석이면 꽤나 피곤해지겠어.’

본 골렘까지 1기 소환해 녀석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하늘.”

[응, 요한!]

“장교 놈이랑 가서 주변 정찰 좀 해.”

[응, 알았어.]

평소엔 지독하게 말을 안 들으면서 전투 때는 언제나 충실한 하늘이었다.

휘잉-!

하늘이 사라지고 요한의 신호에 따라서 언데드 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주변에서 피 냄새와 함께 몬스터로 추측되는 마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꽤 많은데?’

파바바박-!

그리고 무엇인가 열심히 뛰어오는 소리.

“크아아아-!!”

익숙한 괴성도 함께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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