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48화 (148/250)

22화

“해치웠나?”

시이이익-!

마나포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서 사방에서 마나가 느껴졌다.

마나에 민감한 마법사들도 피어난 연기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는 상태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큭큭큭큭."

“헉?!”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연기를 뚫고 홀러나오는 목소리만으로도 회심의 일격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크하하하!!”

후웅-!

류페이가 검을 휘두르자 주변에 자욱했던 연기와 먼지가 깔끔하게 사라졌다.

“크읏!”

“젠장, 러셀 놈들. 저런 괴물 같은 수호자를 숨기고 있었다니.”

“어떻게 하지?”

“후퇴, 후퇴한다.”

“장비는?”

“……버린다.”

“어쩔 수 없지.”

이 작전을 위해서 거금과 많은 시간을 투자한 장비였다.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지만, 목숨보다 중요할 수는 없었다.

또 목숨을 몇 개 바쳐서 건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들이 수호자라 착각한 류페이는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일단 방어 마법을 사용한 후에 철……!”

철수 명령을 하려던 차였다.

푸욱-!

“컥!”

리더로 보이던 마법사 1명의 가슴을 검 1자루가 뚫고 나왔다.

“커, 커컥!”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입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눈에서 초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A!!”

그들은 작전을 나갈 때 반드시 팀원을 알파벳으로 불렀다.

혹시라도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철저하게 막기 위해서였다.

가장 서열이 높은 A가 순식간에 당해 버린 것이다.

“후우.”

류페이의 미친 어그로에 정신이 팔린 사이, 잠시 모습을 감추었던 엘라드가 A의 가슴을 꿰뚫은 것이었다.

풀썩.

그들은 헌터가 아니었다.

마법엔 능숙했지만, 헌터처럼 생명력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기에 금방 숨이 끊어졌다.

“허, 헉!”

“도, 도망쳐!!”

‘뭐야, 왜 이렇게 시시해?’

요한이 하도 조심할 것을 당부해서 뭐라도 있는 녀석들인 줄 알았다.

막상 상대해 본 녀석들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겨우 1명 죽었다고 도망치는 꼴이라니 어차피 죽일 녀석들이었지만, 더 처참하게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후다닥-!

그들은 장비도 내팽개치고 얼른 공간 이동 장치로 향하려고 했다.

“엘라디 다리오사!”

최대한 마법을 난사하며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어딜 가려고!’

류페이는 고맙게도 요한에게 저들의 전멸을 명령받았다.

까아아아아-!

충실한 엘라드 역시 전멸을 명령 받았기에 단 1명도 놓칠 마음이 없었다.

솨아아-!

연기처럼 이동하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으아악!”

“크아악!!”

마법사들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난사하며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고자 했다.

공간 이동 장치와도 그리 멀지 않았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

솨아아-!

“헉!”

그들의 희망과는 다르게 다리 부분이 연기가 되어 빠르게 이동하는 엘라드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킥킥킥.”

앞에서는 엘라드가 뒤에는 소름끼치게 웃는 류페이가 있었다.

애초부터 마법사들이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 살려 줘......."

마법사들은 절규했다.

***

전의를 상실한 마법사는 결국, 단 1명의 생존자 없이 전멸했다.

파지직-!

동시에 공간 이동 장치도 함께 사라졌다.

반대 방향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탓이었다.

“쿵, 이제야 좀 살겠네. 말을 못한다는 게 이렇게 불편한 일일 줄이야.”

“그래서 네가 천하다는 거다, 데스나이트.”

“뭐야?!”

함께 싸운 전우임에도 둘은 여전히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였다.

“둘 다 그만해. 어떻게 부를 때마다 싸워?”

모든 전투가 끝난 뒤에 여유롭게 걸어온 요한이었다.

“킁, 이 녀석이 시비만 안 걸면 싸울 일 없거든?”

“……죄송합니다.”

둘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요한은 어느 한쪽 편도 들어 주지 않고 공평하게 대했다.

솔직히 말해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 주면 귀찮은 일이 생기기에 그러는 것뿐이지만.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저, 저 녀석은 요한 킴?]

요한은 똑똑히 보였다.

이곳에서 죽은 17명의 마법사 영혼이.

그들은 요한을 보더니 입을 쩍벌렸다.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누구보다 러셀 가문을 싫어하는 그들이 최근 러셀 가문과 친하게 지내는 동양의 괴물을.

[그래, 어쩐지 수호자치곤 너무 강하다 했어.]

[……하아.]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

그들은 이제 인간이 아니라 마법사 출신의 영혼이라 의식이 조금 뚜렷한 유령일 뿐이었다.

“오오, 좋아. 역시 마법사 출신이라 막 유령이 됐는데도 의식이 비교적 뚜렷하네. 마음에 들어.”

이런 녀석들을 언데드로 만들면 꽤 괜찮은 작품이 나왔다.

“하늘.”

휘잉-!

바람과 함께 하늘이 등장했다.

[응, 요한!!]

“괜찮은 재료 같으니까. 잘 훈련시켜.”

[알았어!]

영혼은 하늘에게 맡기면 정말 편했다.

[이리 와 이 떨거지들아!!]

[아, 안 돼!!]

[억울해!]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마법사 영혼들은 어떻게든 도망쳐 보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유령도 미약하지만, 언데드는 언데드였다.

하위 언데드는 절대 상위 언데드를 거역할 수가 없었다.

“아 참, 하늘.”

[응?]

“이 녀석들이 뭐 하는 놈들인지.

팬티 색깔까지 싹 다 조사해 줘.”

[응, 알았어!]

원래 흑암 여제의 성격인 것인지 그녀는 영혼을 괴롭히고 고문해 정보를 알아내는 데 희열을 느꼈다.

꽤 많은 영혼들이 그녀의 손에 고통받다가 원하는 정보를 토해낸 뒤에야 겨우 언데드가 되거나 요한에 흡수되어 마나가 되었다.

이제 요한에게 가장 중요한 시체 처리가 남았다.

손바닥으로 펼쳐서 시체 위에 가져다 대 보았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은은하게 마나가 느껴졌다.

‘좋아, 역시 시체부터 남달라. 일단 당장은 필요가 없으니까 16구는 저장하고, 1구는…….'

이번에 새롭게 얻은 스킬인 리바이브를 시험할 좋은 기회였다.

스마트폰을 꺼내 설치하지 않았지만, 새롭게 생겨난 리바이브 어플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원하는 시체의 사진을 찍으라고 나왔다.

찰칵-!

마법사 시체 전체가 나오게끔 찍었다.

사진이 찍히는 동시에 로딩 중이라고 뜨면서 사진 가운데서 뭔가 빙글빙글 돌았다.

띵-!

잠시 후 오븐이 끝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사진 옆으로 뭔가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리바이브 레시피]

‘헐, 이런 거까지 떠?’

무슨 홈메이드 치킨도 아니고 레시피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스킬은 사용해야 했기에 레시피로 나온 것들을 확인해 보았다.

1. 하급 마석 10개.

2. 에보이트 나무뿌리 100개.

3. 홉고블린의 어금니 30개.

4. 오크 방광 50개.

레시피를 본 순간 나온 표현은 단순했다.

‘……더럽게 귀찮게 하네.’

뭐,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매니지먼트한테 다 시켜야겠다.’

돈을 아끼려면 직접 구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더 중요한 시간이 소모되었다.

수준이 낮은 포탈에서만 나오는 것들이라 레시피 재료 구할 시간에 수준이 맞은 던전 포탈을 돌고 그 돈으로 사는 게 더 남는 장사였다.

레시피 화면을 캡처해서 곧바로 제임스에게 보냈다.

띠링-!

[이건?]

[구해 놔. 성 투어하고 있을 테니까. 그쪽으로 보내고.]

[알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뜬금없이 부탁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었고 제임스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대충 준비가 끝나자 나머지 1구의 시체도 깔끔하게 보관했다.

‘흠, 이번 일은 러셀 가문에게도 비밀로 하는 게 낫겠지?’

괜히 설명한답시고 시간과 노동을 쏟고 싶지 않았다.

러셀 가문과 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엘레노아와 관련된 일일 때만이었다.

“수고했다.”

“흐흐, 이런 일엔 얼마든지 불러 달라고.”

지잉-!

바이저를 올린 류페이는 뼈가 훤히 보이는 볼을 실룩이며 대답하고는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조금만 더 자주 불러 주십시오.”

“응?”

“좀 더 곁에서 가까이 네크로맨서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아, 그래?”

“예.”

엘프 스펙터인 엘라드의 충성심은 다른 언데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언데드라기엔 감성적인 부분이 컸다.

‘이종족인 엘프라서 그런가?’

네크로맨서 영감은 그 부분에 관해선 요한에게 딱히 해 준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아니, 특성일 수도 있잖아?’

그의 2번째 특성인 A.I.지금까진 그저 스마트폰을 통해서 안내인을 만나는 데만 효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에 A.I 특성 덕분에 내 언데드가 좀 더 자율적이라면?’

그의 언데드는 유달리 다른 네크로맨서가 소환하는 언데드보다 강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코딩도 코딩이지만, 전투 방식 자체가 정교했으니까.

‘그게 다 시의 덕분이고 엘라드가 마치 언데드가 아니라, 하나의 종족 같은 느낌인 게 A.I 덕분이라면?'

그렇다면 요한이 소환한 언데드는 평범한 되살아난 시체가 아니라 하나의 종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생명 탄생이라고 해도 부족할 게 없으리라.

‘흠…….'

그 부분은 확실히 재고하고 연구 해 볼 가치가 충분했다.

“엘라드.”

“예.”

“그러면 너는 내 그림자 속에서 나를 계속 호위해라.”

“영광입니다.”

엘라드의 눈이 살짝 커지며 미미하지만,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다.

***

“아, 헌터님. 산책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요한이 성으로 돌아오자 가이드역할의 러셀 매니지먼트 직원이 마중 나왔다.

“그래.”

“저녁 준비가 끝났습니다. 식당으로 가시죠.”

“오, 저녁. 아 참, 영국 음식 아니지?”

“예, 프랑스 셰프가 준비한 프렌치 디너 코스 요리로 준비했습니다.”

“오오, 프렌치.”

영국 방문 첫날, 여행 왔으면 역시 로컬푸드라며 영국 요리를 2끼먹었다가 정말 후회막급이었다.

‘아니, 무슨 카레는 느끼하고 밍밍한데 피시앤칩스는 으으.’

피시앤칩스는 그냥 기름이었다.

한입 먹는 순간 콜라 250ml 1캔을 원샷해야 할 정도로 니글거렸다.

영국 음식이 왜 그렇게 악명 높은지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어이, 듀크.”

“예, 헌터님.”

“너 러셀 가문에 대해서 좀 알아?”

“예, 저는 순수 매니지먼트 직원이 아니라 러셀 가문에서 집사로 일하다가 차출됐으니까요.”

“오, 그래. 혹시 그러면 러셀 가문의 적에 대해서 잘 알겠네?”

은근히 돌려서 물어보았다.

‘모른 척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지.’

듀크도 러셀 가문 사람이기에 직접적인 언급은 피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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