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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44화 (144/250)

18화

러셀 항공의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커스텀 전용기는 바깥소리가 일절 들리지 않는 방음 기술을 자랑했다.

조용한 실내에서 비행을 마음껏 즐길 수가 있었다.

“와인, 샴페인, 양주가 있습니다.

무엇으로 준비해 드릴까요?”

“와인.”

“와인은 총 5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종류는......."

“아무거나 챙겨 줘.”

“네, 알겠습니다. 잠기만 기다려 주십시오.”

전용기엔 한국인 승무원들이 다수 타고 있었다.

“레아.”

“네?”

“왜 한국인 승무원들이 타고 있는 거야?”

“아, 이 항공기를 등록한 곳이 한국이에요. 한국 국적 비행기는 의무적으로 한국인 승무원을 40%까지 채용해야 한다고 규정에 나와 있었어요.”

“거참, 까다로운 규정이네.”

으쓱.

승무원의 국적 따위는 엘레노아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다낭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직항로가 없었기에 1회 경유를 해야 해서 약 10시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예전 석유 연료를 사용했을 때는 17시간이었지만, 연료와 엔진 기술의 발달로 7시간을 단축할 수가 있었다.

10시간이 조금 넘는 비행시간이었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았다.

‘확실히 일등석보다 훨씬 더 좋네.’

당연한 말이었다.

최고의 좌석인 일등석이라고 해도 결국, 일개 좌석일 뿐이었다.

하지만 전용기는 달랐다.

일등석은 좌석을 빌려주는 것이지만, 전용석은 공간 전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공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좌석이 주는 답답함이 전혀 없었다.

그런 제한이 없는 덕분에 10시간이든, 그 이상의 시간이든 쾌적한 여행이 가능했다.

또 실시간으로 언제든지 부르기만 하면 달려오는 승무원들로 여행자체가 휴양 같은 느낌이었다.

“이거 중독되겠는데. 이참에 나도 전용기 1대 구매할까?”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다.

굳이 귀찮게 관리할 바에야 그냥 널리고 널린 일등석을 타는 게 낫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확실히 여러모로 전용기가 편해요. 내부도 그렇지만, 언제든 필요할 때 바로 뜰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아, 그렇긴 하겠다.”

워낙 정적으로 생활해 왔던 요한이었다.

급히 비행기를 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겠지.’

베트남의 다크 엘프 포탈을 맡았을 때부터 국제적인 활약을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어.’

스카이 포탈이 생겨나고 포탈 장인이라는 인장까지 받았다.

그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전용기는 필수겠지.’

물론 급할 때는 삼족오에 올라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삼족오라도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항공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탑승감도 최악이니까.’

안락한 전용기와는 비교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

“요한 씨.”

“심심하시면 사우나 같이 들어가 실래요?”

“어, 어?”

화악-!

지금까지 덤덤하던 요한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다른 이가 그런 말을 했다면, 인상을 찌푸리고 쳐다보았을 것이다.

꽤 많은 여성이 요한에게 구애하는 중일 정도였으니까.

현재 대한민국에서 그보다 뛰어난 신랑감은 없었다.

대부분의 S급 헌터는 기혼자이거나 재벌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 커넥팅이 전혀 없는 미혼의 유명한 S급 헌터는 요한이 거의 유일했다.

유미연 같은 헌터도 소수나마 있긴 있었지만, 조용히 활동하는 헌터답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요한과 이어지고자하는 이성은 많았다.

단 1명도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귀찮아.’

생존을 위해서 살아왔던 그에겐 이성 관계란 그저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엘레노아는 달랐다.

조건만 보고 달라붙는 그저 그런 이들과는 근본부터가 달랐으니까.

아무리 요한이 매력적인 신랑감이라고 해도 엘레노아는 러셀 가문의 일원인 것만으로도 사는 세상이 달랐다.

결혼이나 상대방의 조건에 목매달 이유가 전혀 없는 존재였기에.

또 엘레노아의 미모는 사람에게 상처받고 실망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의 마음도 살짝 녹일 만큼 뛰어났다.

그런 엘레노아가 함께 사우나를 하자니 멀쩡할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재빨리 제정신을 차렸다.

“비, 비행기 안에 사우나실도 있어?”

“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전용 복장을 걸치고 들어가야 하니까요.”

“흠흠, 내, 내가 언제 걱정 따위를 했다고.”

어쩐지 살짝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엘레노아와 함께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니 10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곧 런던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자리에 앉으셔서 안전띠를 착용해 주십시오.”

찰칵-.

“오, 드디어 영국!”

“조금 이르지만, 영국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해요.”

“흐흐, 고마워.”

해외여행은 언제나 설렘이 가득했다.

영국 날씨는 지구 반대편에 살면서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요한마저도 알 정도로 유명했다.

“역시나 흐리네.”

“……저도 오랜만에 와 보니까 확 느껴지네요.”

그녀도 정말 오랜만에 영국에 와보는 것이었다.

4계가 뚜렷하고 일조량이 많은 한국에서 살다 보니 오랜만에 방문하는 모국의 날씨가 영 적응되질 않았다.

아무리 그리웠던 고향이라도 별로인 건 별로인 것이었다.

“아가씨!”

그때 누군가 ‘ELENORE’라고 적힌 펫말을 든 채로 다다닥! 뛰어와 그대로 엘레노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와락-!

“아가씨, 정말 보고 싶었어요!!”

TV나 영화에선 흔히 볼 수 있지만, 현실에선 보기 힘든 메이드 복장을 한 여성이었다.

엘레노아에 안긴 여성의 눈에선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엉엉, 아가씨. 정말 보고 싶었어요.”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메이드 복장의 여성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사이인가?’

대략적인 사이 정도는 추측할 수가 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담당 시녀였겠네.’

현대에 시녀가 웬 말이냐고 생각 하겠지만, 유럽 귀족 문화의 전통은 여전했다.

재능은 있지만, 보육원에 버려진 아이들 혹은 빈민층 가족을 거둬들여 철저히 교육해 러셀 가문에 충성하도록 만들었다.

세월은 변했어도 사람은 변하지 않기에 러셀 가문에 은혜를 입은 사람 대다수가 러셀 가문에 충성하고 있었다.

뭐, 이게 다 러셀 가문이 여전히 돈과 힘이 든든하게 받쳐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응, 오랜만이야. 일레나.”

“엉엉, 아가씨.”

‘거참.’

공항 한복판에서 마치 이산가족상봉하듯이 절절한 모습은 주변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웅성웅성.

“뭐, 뭐야?”

“무슨 일이 났어?”

“어, 저 사람. 러셀 가문의 엘레노아잖아?”

“어, 진짜네?”

“옆에 남자는 누구지?”

요한은 세계적 유명 인사였지만, 결국 동양인이었다.

서양인들은 동양인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했기에 요한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직까진 없었다.

찰칵-! 찰칵-!

엘레노아 러셀의 미모는 세계적으로 유명했기에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엘레노아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몇 명은 아예 곧바로 SNS에 이상황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달리 인터넷 반응은 조금 달랐다.

[I 타그램]

- 어? 어? 어어?

- 저기 저 남자, 킴이잖아!

- 킹!

ㄴ 웬 킹?

ㄴ 몰랐어? 킴 별명이 킹이잖아!

킹!

ㄴ 어떤 친구가 킴, 킴하는데 발음을 착각해서 킹이라고 하는 바람에 킴의 별명이 킹이 됐지. 어때, 어울리잖아?

ㄴ 하긴.

-  그런데 킹이 영국에 온 거야?

- 대박, 지금 런던 공항에 있다는 거잖아. 그것도 러셀가의 아가씨와!

- 둘이 막 찐한 사이 아니야?

ㄴ 에이…… 설마?

ㄴ 아냐, 혹시 몰라. 둘이 친하게 지내다 보니 눈이 맞았을 수도 있잖아.

특히 영국 SNS는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다크 엘프 포탈의 주인이 되면서, 더 핫한 주인공은 없었다.

“레아.”

“아, 네. 죄송해요. 일레나, 일단 진정하고 집으로 가자.”

“훌쩍, 네. 근데 그쪽은 누구세요?”

일레나는 붉어진 눈으로 요한을 쳐다보았다.

“직장 동료.”

“네, 반갑습니다. 러셀 길드 2팀장 김요한이라고 합니다.”

요한이 말하면 엘레노아가 통역해 주었다.

“아아, 반갑습니다. 저는 엘레노아 님의 전속 시녀 일레나라고 합니다.”

“네, 반가워요.”

실제론 별 감정이 없었지만, 예의상 반갑다고 해 주었다.

그렇게 3명은 러셀 가문에서 보내 준 차를 타고 러셀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

***

영국의 유서 깊은 가문답게 본 저택은 런던 교외에 존재했다.

드넓은 대지를 가진 저택은 러셀 가문의 위용을 잘 보여 주는 상징과도 같은 건축물이었다.

“아, 하세요. 아~.”

"......."

"......."

저택으로 가는 차 안.

넓은 공간의 리무진 안에서 민망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헤어진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이 찰싹 달라붙어서 온갖 아양을 다 떨고 있었다.

‘젠장.’

성인 여자가, 그것도 같은 여성에게 아양 떠는 꼴이 보기 좋을 리가 없었다.

"......."

엘레노아는 익숙한 일이란 듯이 대하고 있었다.

‘쯧.'

살짝 거북함을 느낀 요한은 러셀 가문의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창밖 풍경이나 봐야 했다.

“여기서부터가 러셀 가문의 땅이에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네, 당연히 없죠. 저택은 더 안쪽에 있으니까요.”

이때부터 뭔가 살짝 불안해졌다.

“……얼마나 더?”

“대략 30분 정도?”

“어마어마하네.”

걸어서 30분도 아니고, 차를 타고 30분을 가야 나오는 저택이라니.

그것도 가문 소유의 땅이.

‘도대체 러셀 가문의 부는 어느 정도란 거야?’

러셀의 부는 막강했지만, 전 세계에서 러셀 가문만 부유한 게 아니었다.

동등 또는 그 이상의 수준의 부와 명예를 가진 가문은 꽤 있었다.

미국의 콕스, 맥밀란, 마스, 코크, 월튼 가문.

프랑스의 아르노, 베탕쿠르 가문.

멕시코의 슬림 가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가문.

독일의 로스차일드 가문까지.

여기에다가 다른 나라의 왕족까지 더하면 러셀 가문과 비교할 만큼 명문 가문은 많았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러셀 가문이 가장 유명한 것은 위에 나열된 가문들은 역사가 매우 오래된 가문이었다.

헌터 시대 이전부터 쭉 명문 가문이었던 그들이었기에 헌터 시대 이후에도 꾸준히 축적해 왔던 부를 이용해 여전히 명문 가문으로서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셀 가문은 그들과 달랐다.

헌터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몰락한 귀족 가문에 불과했다.

지역에선 꽤 유명하고, 조상도 유명한 사람이 많아서 전통은 있었어도 몰락해서 평범한 유지 정도였다.

하지만 헌터 시대 이후 빠르게 가세를 확장하면서 순식간에 세계를 지배하는 명문가 반열에 들었다.

그야말로 자수성가,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었다.

이런 성공담은 전 세계인들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

그래서 다른 가문보다 러셀의 유명세와 인기가 높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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