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43화 (143/250)

17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6개월간 폐쇄였다.

기대에 부풀었던 이들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실망만 하고 있진 않았다.

“오히려 6개월이 기회일 수도 있다. 철저히 준비하자. 일단 다낭에 사무실부터 차려!!”

“하지만, 사장님. 마땅한 부지가 없습니다.”

“뭔 개소리야. 김요한 헌터 땅있잖아. 거기 임대하면 될 거 아니야!”

“아, 예!”

혹시 임차인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봐줄까 싶어서 어떻게든 요한과 엮이기 위해서 사활을 걸었다.

6개월을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6개월 후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래, 오히려 잘됐어. 안 그래도 급하게 오느라 준비가 덜 됐는데. 6개월 동안 철저히 준비하는 거야.

일단 러셀 길드와 우호 관계부터 다져야겠어.”

다크 엘프 포탈 관리를 러셀 길드가 맡기로 한 건 확실했다.

6개월의 여유가 생겼으니 그 부분을 케어할 차례였다.

“바로 한국에 사람 파견해. 할 수 있으면 러셀 길드 본부 주변에 사무실도 하나 차리고.”

“예!!”

다크 엘프 포탈에 관심이 있는 모든 조직이 한국으로 모여들었다.

러셀 길드가 비록 러셀 가문의 조직이었지만, 엄연히 엘레노아의 개인 조직이었으니까.

그들도 알고 있었다.

가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한국행을 택했다는 것 정도는.

높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보력은 필수였다.

엘레노아의 야망이 딱히 비밀도 아니었기에.

하지만 그들은 한국에 도착해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땅값이 왜 이렇게 비싸?!”

러셀 길드의 본부는 강남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싼 곳으로 유명한 곳에 있었다.

매물도 잘 없었기에 돈이 있어도 건물을 얻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규모가 큰 곳은 어떻게든 임대라도 할 수가 있었지만, 규모가 작은 곳은 어쩔 수 없이 강북으로, 아니면 서울 외곽에 사무실을 얻어서 매일같이 출퇴근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다크 엘프 포탈 사건으로 전 세계는 베트남에 관심을 두는 동시에 자국 내 스카이 포탈에 제대로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이 대표적이었다.

쾅-!

“겨우 코딱지만 한 나라의 헌터가 스카이 포탈을 클리어하고 그곳을 교역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대국인 우리는 도대체 뭣들 하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중국 베이징 헌터 협회 본부.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의 99층회의실에선 고성이 오갔다.

세계 질서는 G3 국가가 중심이긴 했지만, G3 내에서도 서열은 분명히 존재했다.

여전히 미국 1위, 중국 2위, 한국 3위.

그나마 미국은 전통적인 강국이었기에 중국이 참을 수 있었지만, 중국 1개 성보다도 작은 국가인 한국에 따라잡힌 건 중국으로서도 충격이었다.

때문에, 한국발 뉴스만 나오면 가장 긴장하는 국가가 일본과 중국이었다.

일본은 이미 넉아웃당해서 질투만 하는 수준이었지만, 중국은 달랐다.

실질적인 경쟁국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국으로서도 큰 충격이었다.

소국이지만 경쟁국 헌터가 그것도 꾸준히 분쟁이 있는 베트남에 발생한 스카이 포탈을 클리어하고 그곳을 아예 교역 대상으로 삼았다?

이미 좁아질 대로 좁아진 지구였기에 새로운 개척 시대를 뜻하는 이번 사건은 어떻게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헌터가 100명이 죽든, 1,000명이 죽든 무조건 클리어해!! 안 그러면 네놈들 모가지 다 잘라 버릴테니까!!”

다행히 중국으로선 6개월의 시간이 생겼다.

요한이 6개월간 포탈 폐쇄를 발표했으니까.

그 안에 반드시 스카이 포탈 하나라도 클리어해야 했다.

아니, 해야만 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날 중국의 전 길드엔 스카이 포탈 원정대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떨어졌다.

말이 모집이지 S급 헌터 100명을 강제로 징집했는데, 소속 길드들은 울상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미국은 강제력은 없었다.

그저 경제적인 미끼를 던졌을 뿐이었다.

스카이 포탈을 먼저 클리어한 길드에 스카이 포탈의 지분을 나눠주겠다고 했다.

처음엔 그저 위험한 만큼만 좋은 포탈인 줄 알았던 곳이 클리어하면 대박인 것을 깨닫고 미국 각 지역의 명문 길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대스카이 포탈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한은 적당히 베트남에서 더 휴식을 취했다.

엘레노아가 급히 일을 처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영국으로 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김요한 헌터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또?”

“예, 이번엔 베트남 정치국 국장이란 자가 한 번만 뵙게 해 달라고 찾아왔습니다.”

“하아, 귀찮네.”

다크 엘프 포탈로 인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지만, 그 어떤 나라도 베트남만큼 엉덩이에 불이 난 곳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베트남은 이미 스카이 포탈을 포함한 인근 바나 산 일대의 소유권을 요한에게 완전히 넘긴 상태였다.

그때는 그저 다낭과 그 일대를 지키기 위해서 떠넘기기 식에 가까웠다.

땅 좀 넘겨주고 아무런 인력 소모 없이 스카이 포탈에서 다낭은 물론이고 베트남 중부지역을 지킬수 있었으니 대박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변했다.

최악의 재앙인 줄 알았던 스카이 포탈이 사실 알고 보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러니 베트남 정부로썬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하아, 그렇다고 뺏을 수도 없고……."

상대가 일반인이었다면, 아무리 높은 직위거나 부자라고 해도 뺏었을 것이다.

베트남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였으니까.

예외적으로 개인재산을 인정하고 있을 뿐, 기본적으로 재산은 국가 소유였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

‘S급 위에 S급이라고 불리는 김요한 헌터를 적으로 두기엔 너무 부담스럽다. 특히 그의 클래스도…….'

베트남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네크로맨서라는 클래스였다.

S급 헌터라는 신분?

베트남에도 얼마든지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적?

베트남은 미국도 중국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주 독립국이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라는 클래스는 두려웠다.

‘혹시 앙심을 품고 좀비 바이러스라도 살포하면 큰일이야.’

그리고 어쨌든 베트남은 요한과정식 계약으로 소유권을 넘겼다.

사회주의 국가라지만, 그래도 문명국인데 중국처럼 돈 될 거 같다고 날름 뺏기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다크 엘프 포탈 소유권은 어쩔 수 없더라도 베트남 정부 소속 길드를 좀 잘 봐 달라고 부탁하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그래서 베트남 고위 공직자들이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는 것이었다.

“어떻게 돌려보냅니까?”

“후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차는 한 잔 마셔야지. 들어오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면, 쫓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다낭을 외국 별장으로 삼았기에 베트남 정치인들과는 사이를 돈독하게 해 두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만나 주는 건 아니었다.

“아 참, 정치국장 서열이 몇 위라고 했지?”

“예, 10위입니다.”

“오케이, 적당하네. 오라고 해.”

“예.”

서열 20위 안의 정치인만 만나주었다.

아무나 다 만나 주면 무척이나 귀찮으니까.

더 재밌는 점은 오히려 이런 걸 만나주는 정치인들은 좋아했다.

묘한 특권 의식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정치국장 르엉 끄엉이라고 합니다.”

“아, 네. 김요한입니다.”

‘이름 참…….'

베트남 식 이름은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잘 되질 않았다.

어쨌든 르엉 끄엉의 태도는 공손했다.

베트남 서열 10위라는 직위가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현재 김요한은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상했다.

국가 주석도 함부로 대하기가 어려웠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만 30분 넘게 나누다가 돌아갔다.

‘하이고, 의미 없다. 빨리 영국으로 가서 성 투어나 하고 싶네.’

벌써 기대가 되었다.

러셀 가문처럼 돈 많고 명문에 전통을 중시하는 가문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곳이라면 무척이나 아름다울 테니까.

‘전문 카메라맨을 고용할까?’

여행에서 남는 건 추억이지 않겠는가.

‘그래, 전문 카메라맨 1명을 고용해서 사진을 찍게 하고 그걸로 앨범을 만들면 보기 좋겠지?’

“제임스.”

“네, 헌터님.”

“한국에 연락해서 영국 여행 때 데리고 갈 사진작가 1명 섭외 좀해 봐.”

“고용할 때 제가 알아야 할 게 있습니까?”

“음, 일단 실력은 기본이고 젊은 작가가 좋겠어. 여행 다닐 때 따라다닐 테니까. 젊은 쪽이 체력이 좀 더 좋을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까지 구해보겠습니다.”

“오케이.”

“그럼.”

대충 준비는 끝난 듯싶었다.

‘영국에서 뭘 하면서 즐겨 볼까.

아, 성 투어도 성 투어지만. 축구경기도 관람해야지. 직관!!’

해외 축구도 좋아하는 편이었다.

막 골수팬까지는 아니어도 영국특유의 직관 문화는 경험해보고 싶었다.

‘기대되네.’

***

엘레노아의 준비가 끝이 났다.

다크 엘프 포탈 자체는 6개월간 폐쇄였지만, 러셀 길드는 다크 엘프 포탈 관리를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게 1~2개가 아니었으니까.

그 바쁜 와중에도 엘레노아는 요한과의 여행을 빼지 않았다.

요한은 바쁘면 굳이 같이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여행을 갈 곳은 많이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엘레노아는 요한과 함께 영국행을 고집했다.

‘거참, 이런 거 일일이 대접 안해 줘도 길드 안 나가는데.’

요한은 그녀가 무리하면서까지 여행에 동행하는 이유가 어떻게든 길드에 잡아 놓기 위해서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출발하는 날이 다가왔고 둘은 아침 일찍 다낭 공항에 나와 있었다.

“오, 이게 그 유명한 러셀 가문전용기?”

“네, 맞아요.”

크고 화려한 데다가 멋지기까지한 전용기가 다낭 공항 활주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러셀 가문은 비행기 제조업체를 소유하고 있었다.

가문 직계 가족만 특권으로 개인 커스텀 제작을 허용해 주었다.

물론 비용은 1파운드의 D/C도 없었다.

비행기 1대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나 시간을 생각하면 개인 커스텀제작해 주는 것 자체가 큰 특권이었다.

엘레노아도 당연히 100% 돈을 지불하고 커스텀 제작으로 보유한 전용기였다.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전용기였는데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실용적인 비행기로 선정이 되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몇 명의 전문가들은 만약에 엘레노아가 러셀 항공 사장으로 재직했다면,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을 장악했을 거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정작 엘레노아는 자신의 커스텀전용기 1대만 디자인하고 다시는 디자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진짜 비행기 좋네.”

“먼저 타세요.”

“오, 땡큐.”

전용기 내부는 외부보다 더 좋았다.

“캬하, 어째 비행기 안이 내 집보다 좋아.”

요한은 연신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만큼 전용기 내부는 아늑했고 실용적이었으며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여기서 먹고 자도 되겠다. 좋아.”

요한은 아직 몰랐다.

러셀 가문의 진짜 모습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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