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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42화 (142/250)

16화

여전히 루펜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요한,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경쟁력이 떨어진다니?”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다크 엘프였다.

그러나 상대는 순수하고 단순한 루펜이었다.

다크 엘프 로드의 후손으로 언젠가는 다크 엘프 로드의 자리를 잇겠지만, 지금은 부족해 살아남은 소수의 장로에게 로드 교육을 받고 있었다.

현재 다크 엘프는 로드의 역할을 장로들이 대행하는 체제로 움직이고 있었다.

로드의 핏줄로 태어났지만, 공허간수 때문에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았던 루펜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다.

루펜은 진지한 표정으로 요한의 말을 경청했다.

“너희들 이제 막 공허 간수의 손에서 벗어났잖아. 아직 100%는 아니라지만.”

“응응, 맞아.”

“그동안 공허 간수의 지배를 받으면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부족해. 맞지?”

“응!”

“그런데 갑자기 인간이 물건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서 적당하게 교환하자고 하면 너희들은 힘들 게 다시 기술을 발전시키고 일하겠어. 아니면 편하게 교환이나 할래?”

“음, 아마도 교환하겠지. 그게 편하니까.”

“그래, 그렇게 편하게 10년 정도 교환만 하다가 갑자기 인간 쪽에서 교환비를 확 늘려버리면?”

"......."

루펜은 순간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순수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

오히려 눈치는 빠른 편이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눈칫밥을 좀 많이 얻어먹은 덕분이었다.

처음엔 헤맸던 그였지만, 요한의 의도를 뒤늦게나마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우리 다크 엘프 사회가 인간 세계에 종속될 수도 있겠네?”

“이제 좀 제대로 이해하네. 맞아.”

요한은 절대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도 엄연히 인간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편만 들어 줄 필요는 전혀 없었다.

어디까지나 중재자 입장.

중재자로선 어느 한쪽이 우세한 것보다는 동등한 게 가장 이득이었으니까.

한쪽이 종속되면 중재자는 필요가 없어지는 법이었다.

“아, 그래서 개방은 조금 있다가 하겠다는 거구나.”

“그래, 최소한 미지의 존재가 쳐들어오기 전만큼은 회복해야지.”

“히엑, 그 정도나?”

무려 수백 년도 전의 일이었다.

다크 엘프의 수명이 길다곤 하나, 너무 오랫동안 공허 간수의 지배에 허덕였다.

다크 엘프 숫자도 많이 줄었고 강제로 지배당하면서 장인도 없어진 지 오래였다.

“뭐, 어느 정도는 내가 도와줄 테니까.”

“정말?”

“그래. 괜찮지, 레아?”

“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엘레노아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녀가 아는 요한의 성격이라면 이번 일도 러셀 길드에 맡길 게 분명했으니까.

‘러셀 가문이 아니라, 러셀 길드로 다크 엘프와 개인적 친분을 다져 놓는다면 그야말로 기회야.’

그녀가 늘 조용하고 이성적으로 있다고 해서 야망이 없는 사람인건 절대 아니었다.

영국은 여왕이 있는 나라.

여성도 한 가문의 가주를 충분히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엘레노아는 러셀 가주 자리를 노리는 당당한 직계 가족이었다.

하지만 위에 경쟁자 오빠만 15명이었다.

다른 언니들은 이미 가주 경쟁을 포기하고 다른 가문으로 시집가 버렸기에 경쟁자가 아니었다.

물론 그 결정 또한 강제적이지 않은 그녀들의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러셀 가문의 가주 자리를 경쟁하기 위해선 헌터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엘레노아의 언니들은 굳이 힘든 헌터 일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었기에 순순히 포기했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었다.

가주 자리를 포기했더라도 러셀가문의 일원이 아닌 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엘레노아의 친언니는 유럽에서 유명한 화장품 기업 CEO였다.

가문에서 도와준 것도 없지는 않았지만, 러셀 가문은 절대 물고기를 잡아 주지 않는다.

물고기를 잘 잡을 수 있는 환경까지만 만들어 주는 게 가풍이었기에 그녀의 타고난 수완이 없었다면 절대 유럽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화장품 기업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엘레노아의 언니가 운영하는 화장품 기업은 현재 세계화를 추진 중이었다.

그래서 화장품 선진국 1위인 대한민국에 연구소를 차리고 한국 업계 2위 회사와 공동 연구 중이었다.

엘레노아는 가주 자리를 포기하지 않고 헌터가 되어서 도전 중이었다.

당연히 불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위에 오빠는 많았고 이미 영국이나 유럽 내에선 오빠들의 영향력이 막강했으니까.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국행이었다.

그녀의 피의 반은 어머니에서 받은 한국의 것이었고 한국은 중국,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3 헌터 강국이었으니까 망설임은 없었다.

큰 야망을 갖고 방문한 한국에서 그녀는 노란 머리 이방인일 뿐이었다.

혼혈이긴 했지만, 약간 동양미가 섞인 백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방인 취급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당당하고 굳건했다.

잠까지 줄여가며 훈련하고 노력하고 공부하며 결국, 20대 길드 안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G3 국가인 한국에서 최고가 된다면, 가주가 되는 것도 결코 헛된 꿈은 아닐 것이었다.

다크 엘프와의 친분은 그런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럼, 잘 부탁해.”

“네, 맡겨만 주세요.”

보석과도 같은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누가 봐도 참 든든했다.

그렇게 막 마무리를 하려던 참이었다.

“아 참, 요한.”

“응?”

“줄 게 있어.”

“줄 거?”

“응.”

이미 루펜과의 거래는 끝이 났다.

괜찮은 활을 받아서 충분히 만족했다.

그런데 갑자기 또 줄 거라니?

“이미 우린 거래 끝났잖아?”

“개인적인 부분이야 그런데. 장로들이 줄 게 있데.”

“장로?”

“응.”

‘뭐지?’

루펜도 아니고 친분도 전혀 없는 장로가 줄 게 있다고 하니 순간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배신? 아니야, 그럴 리는 없어.

다크 엘프가 나를 배신해서 득 볼게 전혀 없어. 아니면, 줄 게 있다는 핑계로 퀘스트 같은 일 주려나?'

만약에 그렇다면 절대 거부할 생각이었다.

‘휴가 계획표도 다 못 짰는데, 또 사냥이나 할 수는 없지!!’

마음을 굳건히 다지고 루펜을 따라서 장로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영감님들 요한 데리고 왔어.”

장로들이 있는 곳은 요한이 마지막 공허 간수와 싸웠던 바로 아래층이었다.

공허 간수와 싸웠던 곳은 루펜의 방, 즉 로드의 방이었다.

“오. 어서 오너라, 루펜. 인간도 어서 오고.”

다크 엘프 장로는 흔히 상상하는 쪼글쪼글한 노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꽃할배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고고하고 아름다운 노인의 모습이었다.

후비적-.

“무슨 일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요한으로선 귀찮은 부름일 뿐이었다.

귀를 파며 건성으로 물었다.

무척이나 건방진 태도였지만, 인간과 예절에 대한 기준이 다른 다크 엘프였기에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인간 그대에게 전해 줄 물건이 있어서 불렀네.”

“물건?”

“이걸세.”

저벅-.

장로 1명이 요한의 앞으로 다가가 펜던트 하나를 건넸다.

“이건?”

펜던트를 받아 든 요한은 앞뒤를 살펴보았다.

은으로 된 펜던트엔 앞뒤로 다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예쁘다는 것 말곤 딱히 알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미안하지만, 우리도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른다네.”

“뭐?”

뭔지도 모르는 물건을 준단 말인가?

왜?

“하지만 미지의 존재가 침략하기 직전 신탁과 함께 신전에 그 펜던트가 내려왔지. 다크 엘프의 운명을 바꾸는 존재가 나타나거든 그 보물을 전해주라고 말이야. 공허의 지배를 벗어나게 해준 자네야말로운명을 바꾼 자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지. 그래서 자네에게 그 펜던트를 건네는 걸세.”

“신탁이라……."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프링고 녀석들도 신탁이라고 말했었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같은 말을 2번이나 들으니 무턱대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뭐,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비교적 간단했다.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펜던트를 찍었다.

[# 포탈 장인 증표종류: 펜던트 (증표) 설명: 포탈 장인을 증명하는 증표. 이 증표가 있는 사람만이 OOO에 출입할 수가 있다.]

‘뭐야 이거. 이렇게 단순해도 돼?'

정밀 분석 프로그램에 아이템 전문이 나오긴 했지만, 설명을 봐도 무슨 아이템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포탈 장인은 또 뭐야?’

아무래도 각성몽 안에서 코딩 작업을 통해서 자세히 조사해봐야 할것 같았다.

“뭐, 일단 준 거니까. 잘 챙겨 둘 게.”

“그러면 되네. 그 정도면 충분해.

이거, 바쁜 사람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군. 이제부터 이곳과 바깥 세상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 같은데.

잘 부탁하네.”

“뭐, 그래.”

장로들도 생각이 많은 듯 보였다.

다크 엘프 포탈 안에서 할 일을 마저 다 끝내고 다시 삼족오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요한 씨.”

“응?”

“저 녀석 요한 씨의 개인 경호원인가요?”

“저 녀석이라면?”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다크 엘프요.”

“오, 느껴져?”

“네, 희미하지만. 존재 자체는 느껴져요.”

울렁-.

한쪽 공간이 살짝 울렁거렸다.

자신의 존재를 눈치챈 엘레노아의 말에 놀란 것이리라.

“크으, 역시 민감하네. 엘리트 S급다워.”

“엘리트는 무슨요.”

“뭐, 맞아. 마지막 공허 간수에 의해서 가족을 잃고 나한테 복수를 부탁했던 녀석인데. 복수가 끝나면 나한테 충성하기로 했거든. 은신 전문이라, 어지간하면 은신 상태로 내 주변을 지키고 있어. 나는 아무래도 육체적 능력이 부족하니까.

언데드를 소환하기도 전에 소리소문없이 당할 수도 있잖아.”

“든든하네요.”

“맞아, 든든하지.”

언데드를 소환하지 않고, 마나를 소모하지 않고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건 확실히 든든했다.

다크 엘프 포탈 밖을 빠져나가자 이번엔 프링고가 맞이해 주었다.

“다녀오셨습니까, 구원자님.”

잘 모르는 얼굴의 프링고였다.

“뭐야, 아예 포탈 앞을 지키는 거야?”

“아, 예. 이제 이곳은 저희의 땅이니 철저하고 책임감 있게 지키고자 중요한 곳엔 다 전사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뭐,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 거니까. 잘해봐.”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실망은 무슨.”

겉으론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시크하게 굴었지만, 그래도 부하라고 나서는 녀석들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레아.”

“네, 요한 씨.”

“프링고랑 잘 협동해서 확실히 관리 부탁해.”

“네,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일은 확실하게 우리 러셀 길드에도 기회니까요.”

스카이 포탈 No_001은 정식으로 명칭이 다크 엘프 포탈로 변경됐다.

어쨌든 다크 엘프 포탈을 어떻게든 이용해보려고 모인 이들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다.

[다크 엘프 포탈은 6개월 동안 폐쇄하며 준비가 다 끝난 6개월 후에 개방하겠습니다.]

“뭐, 뭐야?!”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으아아아!!”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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