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결국, 요한은 프링고 일족을 데리고 다시 그 지루한 행군을 해야만 했다.
그나마 덜 지루할 수 있던 것은 마지막 공허 간수를 제거하면서 스카이 포탈의 봉인이 풀려서 이제 다양한 생물들이 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없던 생물이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이 공간이 있던 차원과 다시 이어진 것이었다.
물론 미지의 존재가 아닌 이상 공간 자체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낼 순 없을 것이다.
과연 이게 일개 몬스터가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어쨌든 스카이 포탈이 된 이 세계는 좋든, 싫든 새로운 세계가 되어서 지구와 소통해야 할 운명이었다.
다만, 포탈의 소유권자인 요한이 얼마나 현명하게 중간 역할을 하는 가에 따라서 결과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뭐, 일단은 레아한테 맡길 예정이지만.’
그는 돈은 잘 벌어도 조직을 관리하는 일은 그다지 재능도 없었고, 흥미도 없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99%의 S급 헌터들이 길드 마스터인 것만 봐도 S급이 되어서 길드 마스터가 되면 정말 막대한 부를 손에 쥘 수가 있었다.
유능한 S급일수록 그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요한이 굳이 러셀 길드에 있는 것은 길드를 운영하는 게 귀찮았기 때문이다.
‘월급 꼬박꼬박 나와. 귀찮은 일대신에 해 줘. 굳이 귀찮은 길드마스터 따위 안 해도 먹고살 만하지.’
좀 더 많은 돈보다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중요했다.
지루한 행군 끝에 겨우 포탈 입구에 도착한 요한.
“수고했어.”
“까악!”
타고 가려고 불러냈었던 삼족오는 곧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곳까지 올 동안 주변을 정찰하면서 괜찮은 것들을 잡아서 바치는 역할을 했다.
삼족오가 마나를 많이 잡아먹긴 했지만, 다른 언데드가 많이 없을 때는 괜찮았다.
“덕분에 맛있는 거 좀 많이 먹었어.”
“까악!”
삼족오는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하고 다시 시체 수납으로 들어갔다.
별말 없이 포탈을 타고 밖으로 나갔다.
프링고 일족도 조용히 뒤를 따랐다.
지잉-!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빛을 타고 이동하는 느낌과 함께 스카이 포탈과는 또 다른 공기의 맛이 느껴졌다.
정말 오랜만에 지구로 돌아온 것이었다.
“아, 요한 헌터님!”
포탈 입구에서 나오자 누군가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제임스?”
“드디어 나오셨군요. 일을 끝내고 오시는 겁니까?”
“아, 응. 네가 여기에 웬일?”
“……제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 잊으셨나요?”
“아니, 그럴 리가. 너 내 담당이잖아?”
“그런데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요한 헌터님이 여기 계시니까 온 거죠!”
“아하.”
“아하는 무슨!!”
“화 좀 그만 내라. 사소한 일에까지 일일이 화내면 일찍 탈모 온다?”
“……후우, 아닙니다. 어쨌든 전 이곳 처리에 대해서 지시를 받아서 요한 헌터님을 뵙기 위해서 와 있습니다.”
“아, 그래. 마침 잘 왔네.”
“예?”
“할 말이 좀 있었거든. 계약서도 좀 써야 하고.”
귀찮은 일을 맡기기 위해서 러셀길드와 매니지먼트에 적을 둔 그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막 맡기는 건 절대 아니었다.
회사원 생활까지 하면서 사회생활에 단단히 적응된 그가 그렇게 물렁물렁할 리가 없었다.
사소한 것을 맡기더라도 철저하게 개인 변호사까지 대동해서 계약했다.
“그러니까, 스카이 포탈 관리 일을 러셀 길드에 맡긴다는 말씀이시죠?"
“빙고.”
“와, 정말 이건 대박 거래군요.
말씀하신 대로라면 이제 스카이 포탈은 사냥하기 알맞은 환경이 됐다는 소리잖습니까?”
“맞아.”
요한이 스카이 포탈을 횡단하면서 아무것도 확인 안 한 게 절대 아니었다.
하늘과 장교 유령도 정말 적극적으로 날아다녔다.
그래서 변화된 지형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몬스터나 동식물들이사는지까지 일일이 확인하게 시켰다.
자세한 정보는 정밀 분석 프로그램으로 돌리면 나오니 일단 다 확인만 하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마을도 몇 곳 들렸다.
보급품은 충분했지만, 다크 엘프마을의 물품을 얻고 식문화도 즐기기 위해서였다.
‘다크 엘프는 대체로 싱겁게 먹었지. 일반 엘프와 달리 육식은 즐기는 편이지만, 식문화가 그렇게 발달하진 않았어. 그래도 여기선 못 보는 동물들도 잡혀서 꽤 맛은 있었어.’
만약에 스카이 포탈과 베트남이 교역한다면 꼭 넣어야 할 품목이라고 생각했다.
‘아 참, 이젠 스카이 포탈이 아니라 다크 엘프 포탈이라고 이름을 바꿔야 하나?’
어쨌든 베트남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포탈이 귀중한 교역 지역이 될 수도 있었다.
훌륭한 사냥터를 공급할 수도 있었고.
“대, 대단하군요. 저, 이 사실을 사장님께 보고해도 되겠습니까?”
“해, 하라고 알려 주는 거야.”
“아……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관련 자료도 배포해.
이 사실을 널리 알리면 더 재밌지 않겠어?”
“아, 예. 알겠습니다. 혹시 가이드라인이 있으십니까?”
“아, 음…… 그냥 인터뷰 한 번하면 되겠다. 그 전엔 대충 내가 설명한 대로 기사 내고.”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제임스가 물러가고 일단 잠이나 푹 자기 위해서 설치된 휴게실로 향했다.
이곳엔 러셀 매니지먼트에서 보낸 직원들이 여럿 있었지만, 요한 전용 건물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감히 S급 헌터 전용에 손댈 배짱이 없었기 때문이다.
***
요한이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때, 러셀 매니지먼트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서 빅뉴스가 세계를 강타했다.
[베트남에 출몰했던 No_001 스카이 포탈이 사실은 꿀광?]
- 베트남 중부 도시 다낭에서 발생했던 최초의 스카이 포탈이 최초로 클리어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베트남의 포탈임에도 대한민국의 S급 헌터인 김요한 헌터가 담당하는 스카이 포탈이 30일 오전
07:30분을 기점으로 클리어가 된 것이다. 자세한 사실은 차후 인터뷰를 통해서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놀랍게도 획득한 자료에 의하면 스카이 포탈이 클리어되면 다른 포탈과 달리 일종의 새로운 세계가 된다고 했다. 자유롭게 오가며 그곳의 종족과 교류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김요한 헌터의 인터뷰가 이루어져야 알 것 같지만, 이 사실이 맞는다면 이로써 인류는 새로운 진보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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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사이트 커뮤니티]
- 님들 이게 무슨 뜻이죠?
-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김요한 헌터가 또 대형 사고 친 건 맞는듯.
- 헐, 대박. 진짜 대박. 스카이 포탈이 단순한 던전이나 필드 포탈이 되는 게 아니라, 이종족이 사는 새로운 세계가 된다고?
- 와, 그러면 엘프 주민이 있는 스카이 포탈이 클리어되면 엘프와 교류할 수 있는 거야?
- 대박!
- 님들아 잊었음? 김요한 헌터담당 스카이 포탈 주민이 그 다크 엘프님들인 거?
- 아!!
- 맞아!!
- 잠깐만, 그러면 베트남은 다크엘프와 교류할 수 있게 된 거야?!
- 헐!
- 나, 나, 나 당장 베트남 간다!!
- 여권, 여권!!
- 얼마 전에 베트남에 사람이 없어서 한국인 구한다는 구인/구직글 떴는데!!
- ……(이미 항공권 구매하러 간자의 온기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단순히 한국의 I 사이트 커뮤니티만 난리가 난 게 아니었다.
한국/영국에서 동시에 뉴스가 터졌고 뒤늦게 다른 나라까지 알려져 뉴스가 보도되었다.
어디까지나 자료를 뿌렸던 곳이 러셀 매니지먼트이기에 한국과 영국을 의도적으로 몰아준 것이었다.
전 세계는 충격에 물들었다.
[R 국제 사이트]
- Oh My God!
- Holly Shit!!
- God Dammmmm!!
그저 감탄사만 연발하는 사이트가 있을 정도였다.
스카이 포탈의 클리어는 세계 최초였다.
대부분의 스카이 포탈은 클리어는커녕 초입에서 빌빌대는 게 현실이었다.
S급 헌터가 껴있으면 뭐 하겠는가.
현지 종족이 전혀 협조를 안 해주니 스카이 포탈을 강점하는 몬스터는커녕 현지 몬스터와 싸우다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요한도 공허 간수와 싸워서 이길수 있었던 건 루펜을 시작으로 엘리니아, 프링고 일족까지 철저하게 협조해줬기 때문이다.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오로지 공허 간수와 병사하고만 싸웠으니 얻을 수 있었던 값진 승리였다.
애초에 그들과 친해진 것도 루펜을 우연히 만난 덕분이었다.
그런 기적과도 같은 우연이 쉽게 생길 리가 없으니 스카이 포탈 입구에서 빌빌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스카이 포탈의 최초클리어는 스카이 포탈이 생성된 모든 국가에서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또 단순히 클리어하면 끝이 아니라, 그 세계를 소유할 수도 있다니 더욱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전 세계에서 고위 공직자나 헌터들이 속속들이 베트남 다낭에 모이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베트남 다낭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서 숙소가 부족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동안의 불황으로 호텔 전체가 비어있었다.
원래라면 지금 시기가 한창 성수기라 정상적인 상황에서 사람이 몰렸다면 숙소 대란이 터졌을 것이다.
“어서 서둘러!”
“이때를 위해서 기다렸단 말이다!”
다낭 부흥을 위해서 참고 기다렸던 한인들이 소매를 걷었다.
문을 닫았던 호텔들이 문을 활짝열고 몰려드는 손님들을 맞았다.
‘감사합니다. 김요한 헌터님!!’
드디어 빛을 보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
한창 별장 선베드에 누워서 살을 태우는 중이었다.
다낭은 그야말로 핫플레이스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전 세계의 유명인사란 유명인사는 싹다 몰려왔다.
스카이 포탈의 비밀도 비밀이지만, 많은 부호나 헌터는 다낭 스카이 포탈에 더 관심이 많았다.
“엣헴!”
그중에서 가장 목에 힘을 주는 건 역시 베트남 소속 당국자들과 헌터였다.
이번 스카이 포탈은 엄연히 베트남 땅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그래서, 김요한 헌터는 언제 나온다는 거요?”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스카이 포탈을 클리어하시느라 심신이 많이 지쳐있으십니다. 며칠만 더 기다려보세요.”
“끄응.”
이곳에 있는 자들 대부분이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1분 1초가 수천, 수억 원에 달하는 가치를 가진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마 요한을 재촉할 수는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스카이 포탈을 클리어하느라 지쳐서 좀 쉬겠다는데.
스카이 포탈과 관련해서 아쉬운게 많은 그들이다 보니, 괜히 재촉 했다가 찍히면 남 좋은 일만 해 주고 손해를 보는 일이었으니까.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비싼 숙소에 머물면서 돈을 펑펑 쓰며 며칠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건 요한이 의도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천천히 나올수록 다냥엔 돈이 돌면서 활력도 함께 돌기 시작했다.
유명인들 말고도 일반인들 혹은하급 헌터들도 다낭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대부분 뭔가 콩가루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곳을 찾았다.
며칠 뒤, 드디어 요한이 인터뷰장으로 나온다는 소식이 돌기 시작했다.
“오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에 사람들은 잔뜩 흥분했다.
“드디어, 스카이 포탈에 대한 정보가 풀리겠군!”
“크하핫!!”
‘스카이 포탈은 우리가 차지하겠다!’
‘반드시 우리가 따내겠어!’
누구도 주겠다고 한 적은 없지만, 그들끼리 김칫국을 열심히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