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38화 (138/250)

12화

휙휙-!

요한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지하 안쪽 꽤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나머지 다크 엘프는 입구 쪽에서 여전히 빌빌대고 있었다.

‘조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 좋은 재료를 놓치기 아깝단 말이야.'

그렇게 결정한 요한은 시체 수집을 사용해 은밀하면서도 빠르게 다크 엘프 시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샤악-! 샤악-!

썩어가며 악취를 풍기는 다크 엘프 시체가 하나, 둘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크흐흐, 다크 엘프 시체는 구울로 만들어도 쏠쏠하겠어.’

그만큼 정말 질이 좋은 시체였다.

다크 엘프의 시야에 있는 곳은 아쉽지만 포기했다.

괜히 그들과 척을 지어서는 좋을게 없었으니까.

‘아쉽지만, 그 부분은 내가 포기해야지.’

수집할 수 있는 시체는 전부 수집한 요한은 루펜과 따로 만났다.

척-!

“내놔.”

“아…… 그랬죠.”

“그래, 그러니까 내놔.”

퀘스트의 보상은 스킬만 있는 게 아니었다.

24시간 루펜이 보물처럼 보자기에 감은 채 들고 다니는 물건도 이번 퀘스트의 보상이었다.

이젠 스카이 포탈을 나갈 생각이기에 빨리 받고 끝내고 싶었다.

‘이젠 정말 지친다. 당분간은 휴가와 연구에만 집중해야겠어.’

솔직히 연구와 코딩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노동이었다.

그만큼 요한이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였다.

“응, 약속이니까. 당연히 줘야지.

여깄어.”

루펜은 순순히 요한에게 보자기를 넘겨주었다.

‘오, 드디어!’

무슨 물건인지는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루펜이 정말 보물처럼 들고 다니는 물건이었기에 좋은 것일거로 추측만 하는 상황이었다.

얼른 보자기를 벗겨보았다.

촤르륵-!

‘어, 활?’

보자기가 벗겨지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화려한 외형의 활이었다.

“어이, 루펜.”

“응, 왜.”

“활이 보물이야?”

“아, 설명을 안 했구나. 우리 다크 엘프는 활을 쓰긴 하는데.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없어.”

“엥, 그러면 내가 상대했던 와이번 라이더들이 쓰던 활은 뭐야?”

“아이참, 말은 좀 끝까지 들어.”

“아, 네……."

앙탈에 가까운 짜증에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 다크 엘프는 대대로 엘프를 약탈해서 활을 얻는 방식으로 무기를 보급했어.”

“약탈?”

‘완전 내 스타일인데?’

약탈 경제라니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은 간단한 수리 정도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활의 숫자는 꾸준히 줄어들었거든. 그 활은 그중에서 우리가 하이 엘프한테 털어 온 최고급 활이야. 하이 엘프는 우리 다크 엘프도 존경할 정도로 대단한 녀석들이라서 보물이라고 할 수 있지.”

“오, 그래? 아, 잠시만. 너희들은 존경한다면서 막 털고 그래?”

“우리는 그래.”

루펜의 표정은 더없이 뻔뻔했다.

“아, 그래.”

본인 입으로 그렇다는데 요한이 뭐라고 할 일은 아니었다.

“줬으니까 난 이만. 그리고 우리 다크 엘프를 구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지금은 그것밖에 없어서 그렇지만,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제대로 은혜 갚을게.”

“아, 수고해.”

루펜은 지금 상당히 바쁜 몸이었기에 대화도 얼마 못 하고 쌩하니 일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있어도 딱히 할 말도 없었기에 쿨하게 보내주었다.

‘다음에란 말은 안 믿으니까. 일단 활부터 확인해 봐야지.’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를 화려한 외형의 활에 가져다 대어 보았다.

[# 죽음을 부르는 봉인된 활]

‘뭐야, 이거. 하이 엘프 활이라며?’

흔히 생각하는 하이 엘프라면 뭔가 좀 성스럽고 깨끗한 이미지였다.

그런데 그런 하이 엘프의 활에 붙은 명칭이 ‘죽음을 부르는’이라니?

이건 누가 봐도 하이 엘프와는 전혀 맞지 않은 활이었다.

‘일단 자세히 확인해 보자.’

[# 죽음을 부르는 봉인된 활종류: 기생 활마나 증폭: ???

내구력: ???

부가효과: ???

가격: ???

물품 등급: ???

아이템 설명서: 기생 활, 특정개체에 들러붙어서 그 개체의 마나를 흡수하는 기생 생명체이자 아이템. 모든 능력치와 부가효과는 기생한 생명체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기생한 생명체의 마나를 사정없이 갉아먹어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해 하이 엘프 율리아스가 깊숙한 곳에 봉인했던 활]

‘기생 생명체라고?’

아무리 봐도 화려한 모양의 활인데 기생 생명체라니 살짝 황당했다.

‘근데 나한텐 왜 안 들러붙지?’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스마트폰엔 메시지가 하나 더 떠올랐다.

[기생 생명체도 취향이 있기에 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존재에 기생한다.]

‘아하.’

요한은 활이라곤 태어나 단 한 번도 쥐어 본 적이 없으니 활이 관심도 가지지 않는 것이었다.

‘재밌는 녀석이네! 이거.’

마음에 들었다.

만약에 정말 하이 엘프의 화살이고 성스러운 기운이 깃들었다면 여러모로 골치 아팠을 것이다.

자칫 경매장에 팔아서 돈이나 얻어야 할 수도 있었다.

딱히 부족하지도 않은 돈을 얻기 위해서.

하지만 기생 활이라니 어쩌면 네크로맨서인 그도 활용할 방법이 있을 수도 있었다.

‘어디 보자, 이걸 어떻게 한담?’

팔지 않는 건 기본 중의 기본.

그렇다면 활을 잘 쓰는 언데드를 얻는 게 먼저였다.

샤악-!

“주군.”

그때 요한의 곁으로 엘라드가 나타났다.

마나 소모는 많지만, 그녀만큼 근접 경호에 뛰어난 언데드가 없었기에 늘 곁에 두고 있었다.

“아, 엘라드. 왜?”

“송구스럽지만, 부탁 한 가지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오, 네가 부탁? 재있겠네. 한번 말해 봐.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들어줄게.”

빈말이라도 무조건 들어준다곤 하지 않았다.

언데드는 미연시 게임의 주인공이나 정령 같은 펫이 아니었다.

딱히 부하와 주인 간의 유대감을 늘린답시고 깊게 대화를 하거나 잘해 줄 필요가 없었다.

언데드는 그저 본능대로 네크로맨서에 충성하는 존재일 뿐, 친화도에 따라서 태도를 달리하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요한이 언데드를 좀 막대했지만, 어떤 언데드도 그런 태도에 불만은 없었다.

“그 활을 제가 가지고 싶습니다.”

“이걸 네가?”

“예, 허락만 해주신다면. 그 활로 주군을 지키고, 주군을 노리는 생명체를 꿰뚫고 싶습니다.”

“오, 각오가 꽤 날카로운데?”

“전 언제나 주군을 위할 뿐입니다.”

엘라드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흠…….'

잠시 고민을 해보았다.

물론 엘라드는 이번에 엘프 스펙터가 되면서 어떤 언데드보다 든든한 존재가 되었다.

그것과 아이템을 하사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고민은 짧았다.

“좋아, 그 부탁 들어주지.”

“감사합니다.”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엘라드는 덤덤하게 고개를 숙였다.

척-!

“자.”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건 기본이고.”

"......."

엘라드는 여전히 겉으론 무표정 하지만, 묘한 눈빛을 내면서 양손으로 기생 활을 받아 들었다.

그때였다.

촤악-!

"......!"

“오?!”

요한의 손에 있을 때는 잠잠하던 기생 활 몸체에서 촉수가 수없이 뻗어 나와 엘라드를 감쌌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할 법도한데 요한은 느긋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아니고 이게 기생 활이 기생하는 과정이었다.

놀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끄아아아악!!”

엘라드는 언데드가 된 이후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 근데 언데드가 고통도 느끼나?’

그럴 리가 없었다.

언데드는 이미 시체가 죽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이미 죽어 버린 시체가 고통을 느낄 일이 뭐 있겠는가?

‘뭐지?’

그렇게 엘라드의 비명이 약 5분 간 이어지다가 끝났다.

치이이익-!

녀석의 몸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땅-!

'응?'

스마트폰이 울렸다.

[엘프 스펙터 엘라드가 죽음을 부르는 기생 활의 시련을 이겨 냈습니다. 지금부터 기생 활은 엘라드에 기생하여 마나를 흡수할 것입니다.]

- 엘라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나가 2배 상승합니다.

[엘라드와 기생 활은 이제 1기의 언데드로 인식합니다.]

- 기생 활의 정보와 코딩이 가능해졌습니다.

‘……이건 또 웬 대박이래?’

데스나이트 류페이가 본 스파이더로 1차 대박을 터트리더니 지지 않겠다는 듯이 엘라드가 기생 활로 2차 대박을 터트렸다.

‘와, 둘이 라이벌인 건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또 경쟁하네.’

거느리는 주인으로선 부하들의 경쟁은 기쁜 일이었다.

굳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강해지고 성과를 내려고 하니까.

‘기생 활도 코딩을 할 수 있다는 거지?’

할 일이 1가지 더 늘어난 듯했다.

대박을 터트린 요한은 이제 진짜 스카이 포탈을 벗어나기 위해서 입구로 향했다.

“어이, 삼족오.”

촤악-!

허공에서 거대 저주받은 삼족오키메라가 등장했다.

이 녀석은 전투력도 나쁘진 않았지만, 개인 자가용 대신으로 만든 녀석이었다.

마나 소모가 막대해서 함부로 부르기엔 에러가 많았다.

“까아아악!!”

“숙여.”

“까아아악!”

“대답은 짧게.”

“까악.”

“좋아.”

삼족오가 숙여서 타기 쉽게 만들었다.

요한이 막 날개를 잡고 올라타려는 순간.

후다닥-!

그때 요한의 곁으로 한 무리가 재빨리 다가와 엎드렸다.

“구원자시여!”

“저희를 버리지 마옵소서!”

잠시 잊고 있었던 프링고 일족이었다.

그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요한의자비를 구했다.

“뭐야, 이제 공허 강점기도 끝났잖아. 너희들이 알아서 살아도 될 거 아니야.”

공허 강점기는 요한이 따로 만든 용어였다.

공허 간수가 직접 지배하는 모습이 마치 일제강점기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었다.

“구원자시여. 저희는 이미 다크엘프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녔습니다. 그들도 저희를 싫어하고 저희도 그들이 싫습니다. 이대로 떠나시면 저희는 그들과 끝없이 미워하고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구원자님을 따라서 이곳을 떠나고 싶습니다. 시키는 대로 뭐든지 할 테니 부디 저희를 거둬 주십시오!”

“거둬주십시오!!”

프링고 일족은 다급했다.

이곳 스카이 포탈이 그들의 고향이었지만, 다크 엘프의 이름을 버린 순간부터 이곳은 그들의 고향이기 이전에 지옥이었다.

캉구스와도 적, 다크 엘프와도 적.

그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요한을 따라서 밖으로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단독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이곳에서도 이방인 취급받아서 힘든데 포탈 밖은 오죽하겠는가?

몬스터 취급받으며 죽임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귀찮네.’

이들을 이끌고 가면 삼족오를 타고 갈 수가 없었다.

또 시간이 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냥 버리고 가기엔 너무 아까웠다.

“후우,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어나.”

“가, 감사합니다!!”

“역시 구원자님!!”

그들은 진심으로 기삐하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히 짐도 없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요한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이제 제발 좀 쉬자. 제발!!’

진심으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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