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37화 (137/250)

11화

공허 간수는 질긴 생명력으로 쉽게 죽지 않았다.

“엥, 이걸 버텨? 음, 그럼 이건 어때.”

콰직- 콰드득-!

찌른 검에 힘을 주고 비틀었다.

[키에에에엑!!]

지금껏 온갖 고상한 척 다했지만, 공허 간수도 어쩔 수 없는 몬스터였다.

몬스터 특유의 긁는 소리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휘적휘적.

몇 번이고 살아 보겠답시고 팔을 휘저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만 좀 죽어라. 왜 이렇게 질척거려, 촌스럽게. 엘라드.”

“예, 주군.”

스아아아-!

엘라드가 하반신을 연기처럼 만들며 미끄러지듯이 여전히 비명을 지르는 공허 간수에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스걱-!

힘이 완전히 빠진 공허 간수였기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목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전투가 끝이 났다.

‘전투 자체는 쉽긴 했지만, 운이 좋았어.’

이건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류페이와 엘라드의 진화.

그리고 우연히 류페이가 직접 마무리한 공허 간수가 1%의 확률로 언데드가 됐다.

그게 이번 전투 승리의 주역이었다.

운이 만든 승리라고 해도 딱히할 말이 없었다.

‘뭐, 운도 능력 중에 하나니까.’

당당하게 말할 수가 있었다.

‘오, 드디어!’

퀘스트를 완료했으니 보상을 챙겨야 할 때였다.

스윽.

이번에 메시지가 아니라 안내인이 직접 나타났다.

‘다른 헌터도 나처럼 NPC가 실체화되려나?’

문득 그런 호기심이 생겼다.

딱히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스카이 포탈에 다시 들어올 때만 해도 스카이 포탈을 직접 오가는 건 요한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아! 그래. 조금 이따가 레아한테 물어보면 되겠다.’

헤어진 지 며칠이나 지났고 격렬한 전투의 연속이라서 잠시 잊고 있었다.

“먼저 축하드리겠습니다.”

여전히 냉랭한 목소리였다.

냉랭했지만, 요한은 오히려 냉랭한 그녀의 목소리가 반갑기만 했다.

“하핫, 축하는 무슨. 그냥 스킬얻으려고 하는 거지, 뭐. 이제 스킬얻을 수 있는 거지?”

“예, 이미 새로운 스킬이 추가됐습니다.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오오, 땡큐!”

이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헌터였다면 곧바로 잠을 청하거나 잠을 잘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사기급 특성을 가진 요한은 굳이 귀찮게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크으, 언제 느껴도 이 능력은 정말 사기라니까.’

매번 느끼는 감정이지만, 그때마다 자랑스러웠다.

일단 얼른 스마트폰으로 새로 획득한 스킬을 확인해 보았다.

[죽음의 소생 Lv.1]

#스킬 설명: 고대 존재했던 네크로맨서는 전용 스킬이 따로 없었다.

그저 죽음을 연구하던 그들은 죽은 자를 일으켰을 뿐이다. 무슨 언데드가 되는지에 대한 지식도 없었다.

일단 일으키고 보는 단순하면서도 네크로맨서의 근원에 가까웠던 그들. 봉인됐던 힘이 되살아났다.

▶ 리바이브: 시체마다 걸려 있는 조건을 달성하면 그 시체를 되살릴 수 있는 스킬. 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며 되살릴 수 있는 시체의 숫자는 스킬 레벨 1당 1기다.

▶ Z 바이러스: 스킬 사용한 곳을 기점으로 하여 (스킬 레벨

x10m) 범위 안에 있는 시체를 일시적으로 (스킬 레벨X1분) 동안 일으킬 수가 있다. 일으키는 언데드들은 다른 스킬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일어나는 언데드 종류는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다양해진다.

스킬을 본 요한의 눈이 몽롱해졌다.

‘이건 진짜 네크로맨서 스킬의 꽃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잖아!!’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시체를 그대로 되살리는 거 정말 필요했었는데!!’

현재 그의 시체 수집 스킬 안에는 정말 중요하고 든든한 시체가한 무더기 가득 존재했다.

차마 특정 언데드로 일으키기엔 너무 아까워서 아껴두었던 보스 몬스터 시체들.

보스가 아니라도 던전 포탈을 돌다가 발견한 유니크 몬스터도 잘보관해 두었다.

유니크 몬스터는 발견 확률이 매우 낮은 몬스터로 특히 그 가치가 매우 높았다.

유니크 몬스터는 모든 헌터의 파랑새 같은 존재였다.

귀한 몬스터고 마석의 효율도 일반 몬스터와 비교하면 100배, 사체 부속물도 최첨단 기술에 꼭 필요한 성분으로 가득했다.

경매에 나오기만 하면 모든 대기업이 붙어서 못 사서 안달이었다.

물건이 없어서 못 구하는 거지, 돈이 부족해서 구할 수 없는 게 아니었다.

그런 좋은 재료를 요한은 현재 이곳에서 얻은 공허 간수들 시체를 제외하고도 8구나 보관하고 있었다.

당장 시장에 내놓으면 모든 대기업이 1구라도 사기 위해서 온갖 아양을 다 떨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돈이 문제야? 언데드로 만들어야지!’

그에게 돈은 필요하면 언제라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재화에 불과했다.

그런 흔한 재화를 얻기 위해서 귀하디귀한 유니크 몬스터의 사체를 감히 팔 수가 없었다.

‘뭐, 마석은 팔아서 꽤 재미를 봤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더 원하지도 않았고 필요하지도 않았다.

‘어쨌든, 대박이다. 이 스킬 정말 대박이야!!’

마음 같아선 주변을 방방 뛰어다니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언데드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주변에 보는 눈이 있기에 차마 그것까지는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요한의 감각에 한 무리가 이곳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수가 있었다.

‘안개가 다 걷혔다?’

안개 때문에 주변의 지형이 정확히 보이질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개가 다 걷혀서 사소한 흔적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요한!!”

루펜이 팔을 붕붕 흔들며 방방뛰면서 달려왔다.

‘아, 안 뛰길 잘했다.’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미치도록 잘생긴 루펜이 저리도 추한데, 루펜과 비교하면 오징어도 부족한 그가 저렇게 방방 뛰었었다면 그야말로 추함의 극치였을 것이다.

‘하아, 정말 저 녀석과 옆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야.’

그만큼 압도적으로 잘생긴 녀석이었다.

파바박-!

어려도 다크 엘프라고 가벼운 몸짓으로 빠르게 달려온 루펜은 요한의 양손을 덥석 잡았다.

“고마워!!”

초롱초롱한 눈으로 웃으며 올려다보았다.

“정말, 고마워. 아직 모든 마을이 해방된 건 아니지만. 이곳에 있던 공허 간수를 해치우면서 우리에게 걸렸던 세뇌가 다 풀렸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을 거야.”

“오, 그래?”

루펜의 말에 반색했다.

‘그거 잘됐네.’

스카이 포탈이 좋은 사냥터인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젠 좀 쉬고 싶었다.

혹시나 다른 마을도 좀 부탁한다는 말이 나올까 봐 지레 움찔한 게 없지 않아 있었다.

루펜의 말대로라면 그것을 고민하진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굳이 필요하면 이제 다른 베트남 길드가 와도 되겠지. 아, 물론 포탈 이용료는 받아야겠지만.’

스카이 포탈은 엄연히 베트남 정부가 공인한 요한의 소유물이었다.

개방 자체도 그의 마음이고 어떻게 운영하는가도 그의 마음이었다.

‘스카이 포탈 내의 정보도 팔면 돈 좀 될 거야.’

벌써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어떤 식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돈이라는 것을 단순 재화라고 본다고 해서 욕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시체 〉 돈이라는 거지, 돈에 욕심이 없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좋아, 좋아. 난 좀 쉬어야지.’

당분간은 정말 푹 쉴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쿠르르릉-!

“어어?”

“어?”

갑자기 지진이 발생했다.

모두가 당황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포탈 변형이군요.”

안내인의 목소리였다.

“뭐, 포탈 변형?”

“네, 이곳 스카이 포탈을 수호하던 고유 보스 몬스터가 사망했습니다. 그러니 스카이 포탈의 봉인은 해제됐습니다.”

“해제됐으면 기존과는 뭐가 다른데?”

“큰 틀은 딱히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이 많이 조정됩니다. 스카이 포탈은 기존의 포탈과는 다릅니다. 하나의 세계입니다. 기존에 제한되었던 다양한 요소들이 되살아나고 플레이어분들은 그 요소를 즐기며 탐험도 가능합니다. 물론, 수준도 더 높아져 위험하겠지만요.”

“뭐?”

순간 안내인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쉽게 말하면 스카이 포탈의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뜻입니다.”

“아하, 처음부터 쉽게 말해주지.

괜히 복잡하게 말해서 말이야. 쯧쯧."

"......."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안내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요한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요한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기에 안내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다.

***

지진은 오래지 않아 바로 멈추었다.

진동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았기에 피해를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 참, 루펜.”

“응, 왜?”

“이곳이 다크 엘프 로드가 있는 마을이라며.”

“맞아.”

“근데 왜 다크 엘프가 1명도 안보이냐?”

공허 간수는 다크 엘프를 죽이는 존재가 아니었다.

재미로 몇 명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공허 간수는 간수라는 이름그대로 지키고 감시하는 존재들이었다.

다른 마을도 그랬고.

그런데 이곳 로드가 사는 마을엔 유달리 다크 엘프가 1명도 보이질 않았다.

“사실 우리도 잘 몰라.”

“뭐, 왜?”

“이곳 공허 간수는 특이하게도 안개로 마을을 감싸고 출입 자체를 막았거든.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단 1명도 오간 적이 없었어.”

“흐음, 확실히 수상하네. 조사할 필요가 있겠어.”

“그럴까?”

조사는 금방 끝났다.

“아……."

“이, 이런……."

마을에 살아 있는 다크 엘프가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을 지하에서 잔혹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꿈틀꿈틀.

검은색의 끈적한 액체가 징그럽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으으으......."

“주, 죽여 줘……."

넓은 지하엔 다크 엘프로 가득차 있었는데 절반 이상은 이미 죽은 듯 보였다.

살아 있는 다크 엘프도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동공은 풀려있었고 온몸엔 상처투성이였다.

입에선 침이 질질 흐르고 옅은 신음이나 죽여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크르르."

“고, 공허 병사다!!”

“제, 젠장!!”

쾅-! 쾅-! 찰그락!

“모두 진정해!!”

다행히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쇠사슬에 묶인 채로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쳤지만, 특수 사슬인지 공허 병사나 되는 몬스터의 몸부림에도 끊어지질 않았다.

‘아, 여기가 공허 병사를 만드는 실험실이었나 본데. 어쩐지 다른 마을에선 많아야 4마리 정도만 만났던 녀석인데. 여기서만 유독 100마리가 넘게 있다 했어.’

이제야 모든 미스터리가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저벅저벅-.

주변엔 끔찍한 것투성이였지만, 요한은 아무렇지 않게 지하를 걷기 시작했다.

다른 다크 엘프들은 여전히 충격에 허우적대고 있었다.

“흠……."

솔직히 이 정도로는 요한에겐 별다른 감흥을 줄 수는 없었다.

‘시체와 실험이야, 뭐. 나한텐 아주 익숙한 요소니까.’

영감의 말에 따르면 네크로맨서의 실험실은 이것보다 훨씬 더 지독하고 잔인했다.

이곳은 그저 다크 엘프와 어디선지 몰라도 잡아 온 캉구스를 공허 병사로 만드는 공장일 뿐이었다.

그와 달리 네크로맨서의 실험실은 온갖 시체 해부와 만들다 만 언데드로 인해서 끔찍한 지옥이라고 들었다.

‘흠, 살아 있는 녀석들은 몰라도 죽은 다크 엘프는 탐이 나는데.’

어쩔 수 없는 네크로맨서의 순수한 욕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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