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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36화 (136/250)

10화

오금이 저릴 정도의 짜릿함이 척추를 타고 대뇌 전두엽까지 자극했다.

마지막 공허 간수의 기운이 그만큼 막강했다는 뜻이었다.

요한은 호흡을 가다듬고 마나에 집중했다.

지금은 집중 또 집중할 때였다.

‘조금만 방심해도 녀석한테 죽을 테니까.’

그렇게 녀석의 기운이 요동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임에도 안개로 자욱해 가시거리가 10m도 채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곳이었다.

저벅저벅-.

요한과 언데드 군단의 발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곳이었다.

[내가 있는 곳에 이렇게 빨리 오는 녀석이 있다니. 인간 주제에 제법이구나.]

그때 성별을 알 수 없는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나왔다.’

꽈악-!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강렬한 기운 만큼은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까지 오느라 수고는 많았지만, 여기까지다.]

휘잉-!

바람이 한차례 불었다.

‘응?’

‘위험합니다. 주군!!”

옆에서 호위하던 엘라드가 다급하게 반응하며 검을 휘둘렀다.

챙- 콰르릉-!

“헉!”

평범한 바람이 아니었다.

정말 찰나의 차이로 엘라드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바람은 그대로 요한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것이다.

시이익-!

“야, 야. 엘라드. 네 손!"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 보이거든?!’

겨우 바람을 튕겨 낸 것뿐인데도 스펙터인 엘라드의 손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만큼 방금 공격을 튕겨냈을 때 생긴 반발력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다행히 엘프 스펙터가 된 엘라드의 회복력은 밴시 때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연기를 뿜으며 순식간에 재생이 되었다.

‘후우, 다행이네.’

밴시였다면 이런 회복 속도는 물론이고 바람을 튕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현재 요한은 이 사실을 모르겠지만.

[호오, 제법 괜찮은 언데드를 여럿 데리고 있군.]

목소리는 진심으로 감탄한 기색이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굴던 마지막 공허 간수도 진짜로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녀석은 강력한 보스 몬스터지 신은 아니었으니까.

‘그래, 맞아. 녀석이 강력한 건 인정해.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쓰러트릴 수 없는 존재는 아니야.’

워낙 강력한 녀석의 기운에 잠시 움츠러들었던 그의 어깨가 활짝 펼쳐졌다.

자신감이란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는 요소였다.

꽈악-!

마검 요룬을 잡은 그의 손에서 힘줄이 잡혔다.

녀석의 견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슈욱- 쾅! 쾅!

본체는 어디 있는지 보여주지도 않은 채로 조금만 빈틈이 보이면 다양한 공격을 마구 해 대었다.

안개 속에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그런 공격은 치명적이었다.

쾅-!

‘제기랄!!’

녀석의 공격은 굳이 요한에만 집중되지 않았다.

몇 차례 엘라드의 훌륭한 대응으로 공격을 막아내자 시체를 공급받기 힘든 이곳에서 언데드 숫자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콰강-!

이미 좀비는 전멸한 지 오래였다.

좀비를 전멸시킨 녀석은 스켈레톤 워리어를 줄이기 시작했다.

‘지금으로선 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다.’

언데드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쳇, 이번엔 짜증 나는 녀석이네.”

본 스파이더를 타고 가는 류페이는 혀를 찼다.

그녀는 현재 제대로 싸우질 못해서 잔뜩 뿔이 난 상태였다.

“보이면 그대로 썰어버려야지.”

으득-!

이빨이 묵직하게 갈렸다.

***

가면 갈수록 녀석의 공격은 거세졌다.

“일단 닥X고 무조건 달려!!”

척척척-! 쿵쿵쿵-!

어쩔 수가 없었다.

마음은 정말 반격으로 절실했지만, 본체는 보이지도 않고 허공에서 공격만 계속 날아오니까.

그렇다고 혹시나 모를 본체를 찾아서 한곳에 오래 있을 수도 없었다.

‘그거야말로 녀석이 원하는 시나리오일 수도 있어. 그런 공격에 조금이라도 오래 노출됐다간 나 혼자 녀석 앞에 도착할 수도 있어.’

비록 본 아이덴티티나 저주술이 있다고 해도 힘의 근원은 어디까지나 언데드 소환이었다.

언데드를 다 잃는다면 보스 몬스터 앞에 가서도 딱히 할 게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요한이 재촉한 덕분에 빠르게 건물 가장 위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마저 녀석이 없으면 완전 나가린데.’

그런 불상사가 벌어지는 일은 없었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서 겨우 도착한 꼭대기 층은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곳이었다.

그리고 그 끝엔 누군가 희미하게나마 바닥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단순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양반다리를 하고 등엔 대검을 찬 채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마치 수련을 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네놈이구나. 마지막 공허 간수가.”

지금까지 만난 공허 간수는 검은색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번에 본 마지막 공허간수는 정반대인 하얀색의 느낌이 나는 녀석이었다.

[제법이구나. 이곳까지 살아서 오다니.]

녀석의 본체로 추정되는 존재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입도 벙긋하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생생하게 들렸다.

“왠지 기분 나쁜 녀석이네.”

[건방진 태도도 그렇고. 마음에 드는 녀석이군.]

“오, 그건 다행이네. 그래도 마음에 드는 녀석에게 죽으면 조금이라도 덜 억울하지 않겠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녀석의 기세에 잔뜩 주눅 들었던 요한이었다.

어느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오히려 녀석을 도발하기까지 했다.

[후후, 제법 도발도 할 줄 알고.

네 말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을 죽이는 것보다야, 마음에 드는 녀석을 죽이는 게 더 재밌겠지.]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스윽-!

공간 끝에서 앉아 있던 녀석의 본체가 사라졌다.

땅으로 꺼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안 속아. 본 월!!’

육체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지금처럼 이런 식의 기습에 당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구구구궁-! 쾅-!

땅에서 솟아난 본 월이 기습적으로 날아온 녀석의 공격을 막아 냈다.

‘이거 암살자 유형인가?’

네크로맨서와 암살자는 서로 상극이었다.

다만, 네크로맨서는 상성을 극복할 방법이 있었다.

‘가장 강력한 언데드를 호위에 둬서 녀석의 기습만 막으면 암살자 유형은 네크로맨서에게 어떤 타격도 줄 수 없지. 설사, 그게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말이야.’

그게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었다.

공허 간수의 공격은 본체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이곳으로 올라올 때처럼 다른 방향에서도 다양한 공격이 퍼부어졌다.

하지만 요한의 방어는 절대적이었다.

본 월과 엘라드가 모든 방향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방어해 냈다.

‘확실히 일반적인 길드였다면, 이곳에 올라오면서 지치고 올라와서는 정신없이 공격당하다가 죽겠어.’

그만큼 공허 간수의 공격은 빈틈이 별로 없었다.

막다가 지친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정작 우주 방어에 가까운 요한은 모든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지만.

‘마지막 보스답지 않잖아!’

“류페이!!”

“오케이, 그 말만 기다렸어!!”

류페이는 아까부터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요한의 지시에 따라서 자리를 지킨 채로 녀석의 공격을 막기만 했다.

그 기다림을 보상받듯 드디어 녀석의 행동과 공격 패턴을 읽은 요한의 명령이 떨어졌다.

“가자!”

“그그그그."

쿵-! 쿵-!

본 스파이더가 힘차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촤악-!

곧바로 거미줄을 뿜어냈다.

본 스파이더의 움직임은 결코 간단한 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명령을 내리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본 스파이더를 직접 조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요한이 직접 컨트롤하는 본 스파이더는 그야말로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다.

특히 끈끈한 거미줄은 빠르게 달려드는 녀석의 움직임을 봉쇄하는데 특효약이었다.

[건방진……!]

공허 간수의 목소리도 꽤 다급해졌다.

슥슥-!

스마트폰으로 컨트롤하면서 힐끔,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엘라드를 제외하고 전부 공격해. 특히 사무엘, 보조 좀 잘 해 주고.”

[예, 알겠습니다.]

메이지 부대는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였다.

아무래도 마법을 사용하는 스켈레톤이기에 녀석이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절반 정도라도 건질 수 있었던 건 요한이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메이지는 철저하게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다.

‘절반이라도 건진 게 아니야.’

어차피 제대로 된 화력은 사무엘에서 나왔기에 전부 잃지만 않아도 이득이었다.

행동 패턴을 읽힌 순간부터 녀석은 네크로맨서의 진짜 무서움을 느껴야 했다.

촤악-!

“으하하핫, 내 칼이 어떠냐!!”

특히 미친개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데스나이트 류페이가 가장 위협적이었다.

본 스파이더를 탄 채로 휘두르는 검은 매우 강력했다.

휘잉-!

공허 간수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특유의 사방에서 날리는 바람 공격이 류페이를 향해서 날아들었다.

‘이때 내가 나서는 거지.’

본 스파이더는 읽지 못하는 공격패턴도 멀리서 지켜보는 요한의 시야에선 달랐다.

촤악-!

거미줄을 뿌려서 바람 공격을 차단했다.

[크아, 젠장!!]

드디어 녀석이 본격적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전투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그렇다는 건 슬슬 끝내야 할 타이밍이란 뜻이겠지?’

류페이와 엘라드의 성장은 정말,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엘프 스펙터로 진화한 엘라드가 아니었다면, 이곳에 올라오기도 전에 녀석의 기습적인 공격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

처음엔 화를 냈던 시체 스틸이 전화위복이 되어 요한을 살리게 된 것이다.

“좋아, 슬슬 끝장내자.”

공허 간수가 당하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녀석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었고 다른 언데드들은 가까이 다가가기 무섭게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러나 전투력의 핵심인 언데드들은 꾸역꾸역 살아남아 공허 간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목숨을 건 전투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딴생각이 들었다.

‘스카이 포탈 전투가 끝나면, 또 한동안 다른 포탈 돌면서 시체나 모아야겠어. 어떻게 된 게 싸우면 싸울수록 내가 손해 보는 느낌이냐.’

다른 포탈에선 싸우면 싸울수록 남는 느낌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죽어라!!]

공허 간수도 이젠 필사적이었다.

[다크 엘프 로드도 어떻게 못 한 나다. 겨우 인간 따위에게 질 줄 아느냐?!!]

공허 간수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다크 엘프랑 인간이랑 뭔 상관인데?”

[크아아악!!]

공허 간수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버텨보았지만, 류페이와 본 스파이더 조합을 중심으로 본 골렘, 구울, 사무엘, 스켈레톤 워리어의 합동공격을 버틸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죽다니!!]

파박-!

“츠하아압!”

전투가 거의 끝나 가자 류페이가 본 스파이더에서 뛰어내렸다.

검을 역수로 쥐고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찍어 눌렀다.

파각-!

살이 갈라지고 뼈가 부서지는 끔찍한 소리가 울렸다.

[커, 커걱. 커걱.]

부르르르.

공허 간수는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28장. 포탈 장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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