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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33화 (133/250)

7화

룰루~.

이때만큼은 콧노래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아……!’

휙휙-!

시체에 다가가던 요한은 고개를 돌리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정말 힘들게 잡은 공허 간수였다.

그 귀하디귀한 시체를 저번처럼 언데드가 함부로 뜯어먹을까 봐 바짝 긴장한 것이다.

“흠흠.”

찔리는 게 있는 류페이는 헛기침을 하며 애써 요한의 시선을 외면했다.

“발 치워.”

구궁.

본 골렘은 누르고 있던 발을 치웠다.

시시식-!

“윽, 냄새.”

발을 치우자 그나마 억제되고 있던 냄새가 훅! 하고 올라와 요한의 코를 강하게 타격했다.

시체 썩는 냄새도 이것과 비교하면 향기로운 편에 속할 것이다.

팔로 코를 막은 요한이 제대로 그곳을 보곤 깜짝 놀랐다.

‘시체가 없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레벨까지 오른 것 보면 분명히 죽었을 텐데?’

본 골렘이 밟은 탓에 움푹 파인 곳곳엔 공허 간수의 체액으로 보이는 끈적거리는 것들이 많긴 했다.

살아 있다고 보기엔 힘들었는데 요한의 눈엔 아무런 아이콘이 뜨지 않았다.

보통 시체를 보게 되면 옆에 아이콘이 뜨면서 어떤 아이콘을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다르게 할 수가 있었다.

그런 아이콘이 전혀 뜨지 않았다는 것은 시체가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설마, 시체가 없는 몬스터인가?’

그런 종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가장 대표적인 몬스터가 유령 계열 몬스터였다.

죽으면 마석만 떨어지고 그대로 사라졌다.

‘서, 설마. 이번 공허 간수도 그런 몬스터라고……?!’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도 쓰라린 가슴의 상처가 생생했다.

네크로맨서가 된 이후 처음으로 상처까지 입어가며 쓰러트린 보스몬스터였다.

그런 보스 몬스터를 잡고 시체를 얻지 못했다니?

‘이, 이건 악몽이야……., 최악이었다.

[요한, 저기!]

“응?”

하늘이 한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엔 멀리서 보기에도 뭔가 반짝이는 물체가 있었다.

‘마석인가?’

그나마 마석이라도 건질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곳으로 걸어가는 요한의 어깨는 한없이 늘어져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어?’

가까이 가서 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석인 줄 알았던 물체가 자세히 보니 마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솔하게 바로 손으로 집지 않았다.

‘괜히 막 정신을 뺏는 돌 같은 거면 어떻게 해.’

이런 험난한 장소에서 방심은 곧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체를 알 수 없을 때는 무조건 철저히 확인한 뒤에야 손으로 잡아야 했다.

스마트폰으로 보석의 사진을 찍었다.

[# 공허석종류: 에너지석마나 증폭: ???

내구력: ???

부가효과: ???

가격: ???

물품 등급: ???

설명: 공허 생명체의 힘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에너지석. 공허석의 정확한 활용도는 제대로 알려진 게 없다. 공허석의 쓰임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에 데이터가 일정치 않아서 명확히 기재할 수가 없다.]

‘공허석?’

다행히 만지면 안 되는 종류의 아이템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마음 놓고 다가가 공허석을 주워서 확인해 보았다.

‘묘한데…….'

확실히 묘한 기운을 내뿜는 광석이었다.

좋다, 나쁘다를 나눌 수 없었다.

‘그 추악한 괴물의 몸속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이런 묘한 기운을 내뿜지?’

공허 간수의 이미지와 죽을 때 뿜어졌던 악취를 생각하면 정말 손에 대기도 힘들 것 같은데 말이다.

‘공허석이라. 챙겨 두면 나쁠 건 없겠어.’

새로 획득한 아이템이었다.

그것도 정밀 분석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각성몽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게 좋겠어.’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그가 정말 편해진 것은 많았다.

많은 정보처리를 굳이 꿈속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각성몽 내에서 하는 게 가장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할 수 있는 게 현실이었다.

스마트폰은 좁은 화면에서 정보를 처리해야 했고, 각성몽은 공간 전체를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그가 하는 스킬 능력 코딩은 컴퓨터로 하는 작업과는 상당히 달랐다.

‘아니면 연구실에 가져가도 되겠지.’

그의 연구실엔 연구하다 죽은 귀신이 1명 붙어 계시니 말이다.

[요한, 그거 뭐야?]

하늘이 요한의 뒤에 바짝 붙어서 공허석을 쳐다보았다.

“이거 신경 쓰여?”

[응, 무척이나 신경 쓰여.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왠지 살아 있을 때 본 것 같은 느낌이야.]

“뭐?!”

하늘의 말에 깜짝 놀랐다.

‘생전에 본 적이 있다고?’

그녀는 애매한 추측성으로 말하긴 했다.

요한은 그게 추측이 아니라 확실히 맞을 거로 생각했다.

‘하늘 정도 되는 격의 영혼을 가진 녀석이 헛소리할 리는 없어. 그리고 그녀는 흑암 여제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헌터였어. 아마 거짓말은 아닐 거야. 그러면 어디서, 어떻게 공허석을 본 걸까?’

적어도 그가 아는 헌터 아이템목록엔 공허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존재했다면 정밀 분석 프로그램이 모를 리가 없었다.

공허석을 얻은 건 스카이 포탈 내에서만 존재하는 공허 간수를 잡아서였다.

‘흑암 여제는 스카이 포탈이 나오기도 전에 존재하던 헌터야. 그렇다는 건 어디서 어떻게 본 거지?’

“자세히 봐봐.”

혹시 하나라도 더 생각이 날까 싶어서 하늘 앞으로 공허석을 가져다 대 보았다.

[엥?]

하지만 하늘의 반응은 싸늘했다.

[뭐 하는 거야.]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요한을 노려보았다.

“뭔가 느껴진다며?”

[나 생전의 기억은 거의 없다니까. 그냥 느낌이 익숙한 거야. 그게 뭔지는 하나도 모르겠어.]

“그러냐.”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연구하면 알 수 있게 되겠지만, 정보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후우.”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공허석을 얻어서 좋긴 한데. 마석도 없고, 시체도 없고.’

여전히 시체를 얻지 못한 건 정말 천추의 한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류페이, 엘라드.”

"응."

“예, 주군.”

“뺑뺑이다.”

“응?”

“예?”

“오늘 안에 공허 간수 3마리 이상 반드시 잡는다. 알겠어?!”

의지로 활활 불타올랐다.

겨우 2번째 공허 간수일 뿐이었다.

최소 8번의 기회가 있으니 포기하기엔 일렀다.

‘첫 번째로 잡았던 녀석은 시체를 확실히 얻었으니까 포기할 이유도 없지.’

“오케이!!”

“주군의 명대로.”

류페이는 그저 더 싸울 수 있어서 좋았고 엘라드는 충성을 다할 뿐이었다.

응성웅성.

상황이 끝나자 멀리서 숨어 모든 것을 지켜보던 다크 엘프 전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동자엔 혼란스러음이 가득했다.

‘지, 진짜로 고, 공허 간수를 이겼다고?’

다크 엘프들은 미지의 존재에게 세뇌당한 탓에 공허 간수에 감히 저항할 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나 공허 간수의 힘을 얕보는 건 절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가장 자세히 아는 존재라고 자부할 수도 있었다.

바로 옆에서 오랫동안 봐 왔으니까.

그렇기에 요한이 공허 간수와 1:1로 싸우겠다는 말에 송장 하나 치우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비웃듯이 깔끔하게 승리했다.

‘이게 가능해?’

머릿속이 이보다 복잡할 수가 없었다.

그건 다른 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외, 감탄, 복잡함…….

다양한 감정으로 요한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뭐, 왜. 시체 좀 사용한 게 불만이야?”

정작 요한 본인은 전사들이 전투 중에 동족의 시체를 쓴 것 때문에 째려본다고 생각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었다.

모든 전투 장면을 지켜본 전사들은 아무도 요한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다크 엘프는 긍지가 높은 종족.

정당하게 싸우다 죽은 것은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워낙 호전적인 종족이다 보니 흔히 타락한 엘프 정도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건 인간 기준이었고 다크 엘프는 엘프와 전혀 관계없는 종족이었다.

그저 닮은 외모에 피부가 갈색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크 엘프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아, 아니야. 불만이라니. 그건 정당한 전투였잖아.”

“그래?”

“그래!”

요한이 살짝 안심한 표정을 보이자 루펜이 재빨리 분위기를 전환했다.

“그런데 요한 대단하다. 어떻게 그 괴물 같은 공허 간수를 혼자 잡어?”

“흠, 운이 좋았지.”

말은 그렇게 해도 표정엔 거만함이 살짝 묻어 나왔다.

평소엔 까칠해도 누가 칭찬이나 아부를 하면 살짝 풀어지는 성격이었다.

물론 완전히 풀어지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지만.

“좋아, 좋아. 이대로 나머지 공허간수까지 다 처리해 버리자고.”

“정말, 어디 딴 데로 안 새고?”

루펜은 솔직히 불안했었다.

공허 간수 1마리 잡았다고 쉬러돌아갈 거라고 할까 봐.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당연하지. 시간 없어.”

아직 지치지 않았다.

“오케이, 내가 제대로 안내할게.

나만 믿어 요한!”

루펜은 신이 나서 외쳤다.

사랑하는 동족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해방되는 것이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

루펜이 길잡이 역할을 자처했지만, 생각보다 딱히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요한에겐 훨씬 더 좋은 내비게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충성!]

“야 좀. 충성하지 말랬지. 내가 군인이냐?”

아직도 군인으로 복무할 때만 생각하면 X 같은 선임 만나서 고생한 기억이 떠올랐다.

‘길 가다가 만나면 진짜, 아는 척 팍팍 해 줄 테다.’

일부러 찾지는 않았지만, 우연히라도 만나면 조금은 골려 줘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쌓인 게 많았다.

[죄, 죄송합니다…….]

장교 유령이 가져오는 정보를 스마트폰에 넣는 게 훨씬 더 길잡이로서 훌륭했다.

덕분에 요한의 스마트폰엔 스카이 포탈 지도 데이터가 차곡차곡쌓이고 있었다.

‘스카이 포탈을 다 클리어했을 때, 이만큼 훌륭한 정보도 없지.’

그런 장교 유령의 노력으로 요한은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가 있었다.

[후후, 감히 네가 날 상대로 싸워서 이기겠다고?]

3번째 공허 간수는 극한의 빙계 마법을 사용하는 여성체 몬스터였다.

3m가 넘는 키에 화려한 드레스같은 갑옷을 입은 모습의 몬스터였다.

스킬 1방, 1방이 정말 강력해 보유한 언데드 40%가 무너지고서야 겨우 사냥에 성공할 수가 있었다.

“고, 고맙소.”

그 마을을 지키던 장로는 거의 절을 하듯이 요한을 환영하며 감사했다.

‘이제 7곳 남았다.’

그러면 정말, 정말 원하던 스킬을 새롭게 얻을 수 있으리라.

그러면서 요한은 틈틈이 잠을 자면서도 각성몽에 들어가 코딩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일 전투의 연속이라 피곤함에도 마음을 강하게 먹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후우, 피곤하다.’

그럴 때마다 챙겨 온 자양 강장제도 잊지 않았다.

또 피곤하면서도 할만은 했다.

‘내가 한창 프로그래머로 구를 때는 1시간 자고 출근하고도 그랬지. 그때와 비교하면 별거 아니야.’

눈물 나는 월급쟁이의 비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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