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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28화 (128/250)

2화

루펜의 합류는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철없는 꼬맹이가 도움이 되면 얼마나 되겠는가.

스카이 포탈에 처음 들어왔을 때야 길잡이가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조금 도움이 되었지만.

“이쪽입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길잡이‘들’을 보유한 요한이었다.

다크 엘프면서도 다크 엘프인 것을 거부한 프링고가 요한에게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이다.

루펜은 다크 엘프 중에서도 젊은 편이었다.

하지만 프링고 장로는 젊었을 때는 엘리트 전사일 정도로 경험이 풍부했다.

오히려 루펜보다 더 훌륭한 길잡이였다.

이렇게 되니 굳이 루펜과 같이 다닐 이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한때는 같이 다닌 정이 있기에 차마 냉정하게 내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동행하기로 했다.

끼룩-! 끼룩-!

새 3마리가 하늘 위로 지나쳐갔다.

스카이 포탈 내부엔 다크 엘프와 캉구스가 가장 많긴 했지만, 다른 생명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다크 엘프와 캉구스만 있다면, 그들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을 테니까.

척척척-!

“꾸익!”

일반 짐승들은 멀리서 느껴지는 죽음의 기운에 감히 주변으로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오랜 기간 캉구스와 다크엘프 사이에서 생존해 온 강력한 맹수들임에도.

킁킁-!

“크르르."

“깨갱!”

가장 호전적인 회색 늑대 무리도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 심하게 경계하며 도망치기 바빴다.

그렇다고 전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허 병사?”

“예, 구원자님.”

“처음 들어보는데.”

프링고 장로는 공허 병사란 존재를 조심하라고 일러 주었다.

처음 들어보는 몬스터이자 단어였다.

짚이는 것은 있었다.

“공허 간수와 관계된 거야?”

“예, 그렇습니다. 과거 미지의 존재로 인해서 완전히 타락해 버린 캉구스와 다크 엘프의 영혼이 공허의 힘으로 다시 깨어난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자세한 것은 저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전승된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공허병사는 실제로 존재하는 몬스터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공허 간수만큼 추악하고 강력한 녀석들이지요.

조심하셔야 합니다.”

“뭐, 알려 줘서 고마워.”

“별말씀을. 우리 프링고는 구원자님께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모든 부분에서 도움을 드리는 게 당연하지요.”

본인도 몇 년을 살았는지 까먹은 장로는 부드럽게 웃을 뿐이었다.

‘공허 병사라…… 전승된 내용만으로 따지면 딱 언데드잖아?’

물론 죽은 자를 살렸다고 해서 100% 언데드 종족인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요한같이 네크로맨서 같은 죽음의 마나, 즉 흑마법으로 살려야 언데드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흥미는 생기네.’

알아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싸워야 할 테지만.

그의 예상대로 언데드 군단을 노리고 공허 병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음?’

요한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순간엔 이미 늦었다.

쾅- 콰르르릉-!

‘뭐, 뭐야?’

언데드 군단 한쪽에서 강력한 폭풍이 몰아쳤다.

자연 폭풍이 아니라, 누군가 만들어 낸 폭풍이란 게 문제였다.

비록 폭풍이 친 곳은 좀비들이 모여 있는 비교적 약한 곳이었지만, 피해 규모는 꽤 컸다.

“저건 또 뭐야?”

파악-!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류페이였다.

그녀는 땅을 박차고 폭풍이 친곳을 향해서 달려갔다.

지잉-!

“하늘!”

[알았어. 요한!]

하늘도 요한의 부름에 나타나 폭풍이 친 곳으로 향했다.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한 사이에 발생한 기습이었다.

“기, 기습이다!”

“구원자님을 보호하라!!”

스릉- 스릉-!

프링고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철컥- 탁!

그들의 무기는 다크 엘프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검이 2자루인 것은 비슷했으나 양손에 다 드는 쌍검 형태인 다크엘프와 달리 프링고인 그들은 손잡이 끝을 연결해 사용하는 일명 ‘쌍인’ 형태의 무기를 사용했다.

물론 그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다크 엘프로부터 버림받고 다크엘프란 이름을 버리고 프링고로 살아가기로 맹세한 그 날부터 바꾼 것이었다.

샤샤삭-!

프링고 전사들은 요한을 중심으로 빙 둘러싸서 방어진을 구축했다.

“오버들 좀 하지 마.”

요한은 그들의 모습이 웃겼다.

“이 기운은 공허 병사입니다. 결코, 만만하게 보시면 안 됩니다.”

“아, 이 기운이 공허 병사야?”

스카이 포탈에선 처음 느껴 보고, 처음 들어보는 것투성이였다.

이번에도 역시 낯선 기운이었는데 프링고 장로는 공허 병사라고 알려 주었다.

“예, 그렇습니다.”

“구경 가자, 구경.”

“하, 하지만.”

“뭘 그렇게 쫄고 그래. 나 못 믿어?”

“아, 아닙니다.”

공허 병사의 위력을 잘 아는 장로는 살짝 머뭇거리긴 했지만, 차마 그렇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프링고 전사들과 눈빛을 나누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구원자님을 지키게.’

‘맡겨만 주십시오.’

공허 간수에겐 저항할 수가 없었지만, 공허 병사에게는 저항할 수 있었다.

요한은 언데드를 이끌고 폭풍이 몰아친 곳으로 향했다.

챙챙- 쾅!

그곳은 현재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쾅-!

“크윽, 제기랄!”

‘류페이가 밀려?’

그것도 다수랑 싸우는 것도 아니었다.

딱 1명? 1마리?

어쨌든 보스도 아닌 몬스터와 1:1의 싸움에서 류페이가 밀리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다.

퍽-!

“크악!”

어떤 부위보다 단단한 머리로 방어를 했음에도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젠장!”

후웅-!

그 틈을 이용해 어떻게든 검을 휘둘러 보았다.

휙-!

하지만 공허 병사는 가볍게 피하며 몇 번의 덤블링으로 뒤로 벗어났다.

‘저게 공허 병사?’

처음 장로에게 공허 병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까맣거나 잿빛의 징그러운 괴수를 상상했었다.

손톱도 길고 이빨도 뾰족뾰족한 괴수.

하지만 실제로 본 공허 병사는 그런 이미지와는 180도 달랐다.

오히려 언데드보다 더 고상하게 생겨서 몬스터가 아니라 이종족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몬스터인 특징은 확실했다.

“후욱!”

녀석들은 하나같이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일반적인 가면이 아닌, 피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생생한 가면이었다.

꿈틀꿈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대는 게 멀리서 보면 별로 티가 안 났지만, 가까이서 보니 상당히 징그러운 모습이었다.

‘몬스터 맞네. 내가 착각했네.’

“끄응, 처음부터 4마리씩이나.”

장로는 신음을 삼켜야 했다.

공허 간수만큼 강력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약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었다.

그런 공허 병사를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4마리를 맞닥뜨리다 꽈악-!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심각한 프링고와는 달리 요한의 얼굴엔 웃음이 달려 있었다.

“어이, 류페이. 웬일이야. 벌써 퇴물된 거야?”

“뭐?!”

안 그래도 1:1로 밀려서 빡쳐 있던 류페이였다.

그런 상황에서 요한이 긁어대자 진심으로 화가 났다.

“1:1로 밀리다니. 쯧쯧, 믿었던 너마저.”

“이…… 이……!! 빌어먹을 술사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분노를 공허 병사에게 쏟아 내었다.

“죽어어어어!!”

쾅-!

강력한 데스 블레이드가 공허 병사에게 쏟아졌다.

샥샥-!

이번에도 가벼운 동작으로 데스블레이드를 피했다.

하지만 이것은 요한이 의도했던 일이었다.

‘음, 일단 저 정도인가?’

헌터가 된 이후로 지식이나 지능만큼은 아니지만, 힘과 민첩 스탯이 급격하게 상승한 그였다.

일반인 정도는 맨손으로도 쉽게 제압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헌터 기준으로 하면 여전히 그는 몸치 중의 몸치였다.

다만, 그렇다고 아예 그 부분을 포기한 게 아니었다.

‘할 수 없다면 보자.’

이 각오로 네크로맨서로써 언데드를 지휘하고 적의 수준을 파악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도움이 된 것은 역시 그의 특성과 스킬이었다.

지잉-!

그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빠르게 돌아갔다.

공허 병사를 담은 스마트폰 화면에 드디어 떠올랐다.

# 공허 병사 (다크 엘프) 종류: ???

위험도: ???

설명: 공허의 가면을 쓴 다크 엘프. 육신의 힘은 이미 다했지만, 공허의 힘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강력한 공허의 힘을 보유한 가면이 떨어지면 그 힘을 다해 육체가 가루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장로의 말은 반만 맞았다.

‘음, 아쉽게도 언데드는 아니었네.’

4마리의 절반은 다크 엘프였고 나머지 절반은 캉구스였다.

다크 엘프로 만들어진 공허 병사는 빠르고 가벼웠고 캉구스로 만들어진 공허 병사는 묵직하고 단단했다.

파바박-!

캉구스로 된 공허 병사가 휘두르는 대검에 좀비 십수 마리가 한 번에 반 토막이 났다.

‘쯧.'

보기 영 거슬렸다.

“엘라드.”

샤악-!

“예, 주군.”

허공에서 나타난 엘프 밴시의 리더인 엘라드가 무릎을 꿇었다.

“처리해.”

“명령대로.”

샤삭-!

엘프 밴시 15기가 빠르게 공허병사 1마리에게 쇄도했다.

챙챙챙-! 촤악-!

‘베었다?’

엘라드의 검이 캉구스 공허 병사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어?’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상처만 났지 피는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거참 단단한 녀석이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보유한 스킬은 많은 편인 그였지만, 마나 소모 때문에 전투 때마다 모든 것을 빵빵하게 사용할 수는 없었다.

싸울 때마다 최대한 스킬을 적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마나 회복 스킬이 있다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마나 회복 스킬이 있으니까 이 정도를 버티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었다.

강한 적을 만나면 쓰기 싫더라도 써야 했다.

안 그러면 죽을 테니까.

마검 요룬을 든 요한은 마나를 최대한 활성화했다.

‘약화! 출혈! 시야 차단!!’

모든 저주 스킬을 총동원했다.

샤아아악-!

스킬이 사용되자 그 강인해 보였던 공허 병사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굼떠지는 게 눈에 보였다.

‘그렇지!’

역시 저주 스킬만큼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스킬이 없었다.

저주 스킬 하나론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전투 자체에서 변수를 창출하는 데는 최고였다.

스아아아-!

공허 병사의 몸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입으로 내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괴로워하는 것 같은 소리였다.

“엘라드!! 류페이!!”

파박-!

저주 스킬이 걸린 것을 확인하자 류페이와 엘라드가 재빨리 움직였다.

“죽어!!”

스앙-!

류페이의 검이 파워풀하게 공허병사를 향해 쇄도했다.

저주 스킬에 당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공허 병사가 아예 무너진건 아니었다.

녀석도 재빨리 검을 들어서 공격을 방어하고자 했다.

콰직-!

[!!]

놀랍게도 공허 병사의 검이 그대로 파괴됐다.

촤악-!

파괴된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그대로 공허 병사의 가슴을 길게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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