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빡-! 빡-! 빡-!
“아오, 이젠 내 손이 다 아프네.”
손바닥 신공이 사고를 친 워리어의 마빡을 3대나 후려쳤다.
“너 이 새X 일부러 그러는 거지?”
절레절레.
“절레절레는 지X 왜 많고 많은 스켈레톤 중에서 너만 사고를 치고 앉아 있냐. 어?!”
스켈레톤 워리어들은 얼핏 보면 다 똑같이 생긴 언데드에 불과했다.
하지만 계속 함께 싸운 요한은 확실히는 아니지만, 각각의 특징정도는 대충 알고 있었다.
특히 사고뭉치 워리어는 가장 큰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해골에 수술 구멍 2개가 뚫려 있다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이 녀석만 그런 특징이 있어서 구별할 수 있었다.
딱딱-!
뭔가 변명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턱뼈를 열심히 두드렸지만, 똑같은 음의 반복을 이해할 리가 없었다.
“오냐, 넌 오늘 뒤졌어!”
소매까지 걷었다.
기겁한 워리어는 재빨리 도망치려고 했지만, 뼈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딱딱…….
바닥에 축 늘어진 워리어.
하도 많이 맞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탁탁-!
“후아, 이제 좀 시원하네.”
손바닥을 털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런데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방금 내가 본 스피어로 만든 뼈감옥을 스킬로 만들면 어떨까?’
본 스피어는 결코 가벼운 스킬이 아니었다.
꽤 많은 마나를 잡아먹는 강력한 공격 스킬이기에 지금처럼 하나하나 소환해서 감옥처럼 만드는 건 어려웠다.
‘흠, 코딩으로 될 것 같긴 한데…….'
코딩은 뛰어난 특성이긴 했지만, 아예 관계없는 스킬을 창조할 수는 없었다.
만약에 코딩만으로 새로운 스킬을 뚝딱 만들 수 있었다면 요한은 이미 세계를 지배했을 것이다.
코딩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꽤 제한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 내에서 어떻게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방식은 가능할 수도 있을 거야.’
100% 확신하는 건 아니었다.
막상 해 보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도전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후다닥-!
그때 누군가가 헉헉거리며 재빨리 다가왔다.
“헉, 헉! 기, 김요한 헌터님. 인천항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 저는 인천항만공사의 사장인 최칠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보통 헌터 1명이 왔다고 공기업사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나오진 않는다.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요한이 VVIP라는 뜻이었다.
“아, 네.”
정작 대우를 받는 쪽은 뚱했지만.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소환수들이 들고 오는 게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힐끗.
처음 보는 사이에 친한 척하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인천항만공사라는 커다란 공기업을 책임지고 있는 사장이었다.
요한이 정이 별로 없는 성격이었지만, 아주 기본적인 예의까지 말아먹은 건 아니었다.
물론 뚱한 태도는 여전했지만.
“이번에 제가 포탈에서 얻은 금은보화들입니다.”
팅-!
손가락으로 튕겨서 금화 하나를 던져 주었다.
"어이쿠!”
나이가 50이 넘은 최 사장은 둔한 몸으로 겨우 금화를 떨어트리지 않고 받을 수가 있었다.
“허, 헉!!”
딱 봐도 고풍스러운 느낌이 아주 매력적이고 깨끗한 금화였다.
꿀꺽-!
‘이, 이게 24K면 대, 대박이다.
자, 잠깐만…… 저 많은 언데드가 가득 싣고 있는 게 다 이런 거라면?’
디잉-!
"헉!"
“사, 사장님!”
최 사장이 갑자기 띵한 느낌과 함께 쓰러지려고 하자, 수행원들이 재빨리 부축했다.
공기업 사장으로 꽤 많은 연봉을 받았다.
거기에다가 위치가 위치라 뇌물도 좀 받다 보니 24K 금은 아니더라도 자식을 18K 금수저 정도론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금은보화는 본 적이 없었다.
인천항만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많은 물량을 봤어도 금과 보석이 이만큼인 것은 절대 볼 수 없는 규모였다.
‘이, 이게 바로 S급 헌터의 클래스인가.’
삐질-.
그저 그 유명한 요한에게 얼굴이나 보이려고 온 최 사장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규모의 일이 벌어지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조금 잘살긴 해도 재벌도 아닌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스케일이었다.
“왜요, 필요한 금이라도 있어요?”
“아, 아닙니다. 하하. 그, 그저 구,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싱겁긴……."
최 사장의 놀람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척척-!
처음엔 안 그랬는데 언데드 군단에 느낀 게 있는 것인지 프링고 일족은 3열로 질서 정연하게 움직였다.
오히려 언데드 군단보다 훨씬 하나가 된 느낌으로 박력이 넘쳤다.
“어, 어?!”
일반인들은 언데드에 이어서 2차로 놀라야 했다.
“에, 엘프?!”
“어, 어떻게 엘프가 존재할 수가 있는 거지?”
판타지 종족인 엘프였지만, 영화나 미국 드라마 같은 곳에서 자주 나오는 종족이었다.
여전히 사랑받는 〈반O의 제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족이었으니까.
다만, 프링고는 일반 엘프와 달리 피부가 갈색이고 이마에 뿔까지나 있었다.
그런 미세한 차이까진 일반인이 알 턱이 없었다.
“우와…… 진짜 예쁘다.”
“흔히 예쁜 여자보고 엘프녀, 엘프녀 하는데 이건 엘프한테도 물어봐야 했었네.”
“그러네, 사람을 가지고 비교할게 아니네.”
다크 엘프도 일반 엘프와 같이 미의 종족이었다.
다만, 엘프와 차이점이 있다면 다크 엘프는 활이 주 무기인 일반엘프보다 쌍검을 쓰다 보니 팔다리가 더 길고 갈색 피부라 탱탱하고 건강미가 넘쳤다.
엘프와 다크 엘프의 미세한 차이는 두 종족에 익숙한 사람이나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둘 다 미친 듯이 예쁜 종족일 뿐이었다.
“와……."
주륵.
노출도가 높은 복장이다 보니 항구 직원들의 눈빛이 몽롱해지고 침도 질질 흘렸다.
엘프의 미모는 내성이 없는 이들에겐 위험한 무기였다.
“일단 찍어. SNS에 올리자. 무려 엘프라고, 엘프! 좋아요 1만 개는 기본이지.”
“오오, 오케이!”
찰칵찰칵-!
항구 직원들의 스마트폰이 유달리 바빴다.
***
그날 SNS는 2가지 이유로 난리가 났다.
인천항 직원들이 올린 다크 엘프의 미친 미모에 1타.
업로드한 영상이 화물선 위에서 낚시하는 조회 수 215짜리가 마지막인 무명 올튜버가 올린 전투 영상에 2타.
문제는 한 타, 한 타가 너무나도 강력했다.
그야말로 전국에 폭풍을 가져온 것이다.
[D 사이트]
- ……봤음?
-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을 못 잡겠다.
- 하아, 평범한 나한테 너무 자극이 세다.
- 미치겠다.
- 그런데, 김요한 헌터는 어떻게 크라켄을 1:1로 싸워서 이기냐.
- 인간 아님.
- 그야말로 헌터의 신 그 자체!!
- 김요한 헌터를 찬양하라!!
너무나도 강력한 뉴스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2번째 뉴스는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청와대는 긴급 비상 대책 회의가 소집되었다.
“……보셨습니까?”
“예, 대통령님.”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
일반 관료들이 이번 일에 대책이 있을 리가 없었다.
민생이나 경제, 외교를 담당하는 그들이 평범한 몬스터도 아니고 바다의 제왕 크라켄을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협회에 연락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이럴 땐 역시 협회에 전화하는 게 제일 빨랐다.
[N 사이트]
- 이젠 바다에서까지 몬스터가 있다고?
- 우리 어쩌냐…….
- 우리가 G3가 되면서 에너지자립도나 기본 원료는 자체 생산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출지향 국가잖아.
- 그런데 바다에서 크라켄이 나왔다고? 그것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 미쳤다, 미쳤어. 그렇다는 건 크라켄이 나온 근처나 심해에 포탈이 생겼다는 뜻이잖아?
- 하긴, 산이나 들, 지하에 포탈이 생성되는데 바다라고 생성되지 말란 법은 없겠지.
- 그래, 맞아. 우리가 모르는 포탈이 많을 수도 있어. 문제는 바닷속이라 티가 안 나는 거지.
- 이번 크라켄은 재수가 없게 포탈 안에 바다 생물이 있었을 수도 있어.
- 문제는 알아도 찾아서 막을 수가 없다는 거야.
- 헐.......
- 우리 한국 바닷길 막히면 다 죽잖아!!
- 제, 제발….
2번째 영상은 정말 심각했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없어졌지만, 미지의 땅인 한반도 북부라 육로는 여전히 막혀 있었다.
대한민국에 있어서 바닷길은 생명 길이었다.
크라켄 1마리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에 크라켄이 1마리 더 나온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매번 요한이 배를 탈 리도 없고, 그렇다고 레이드 팀을 매번 배에 태울 수도 없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도 눈치 없는 이들은 있었다.
[I 사이트]
- ㅗㅜㅑ. 님들 다크 엘프 누님들 봤음?
- 김요한 헌터님을 찬양하라!!
- 대박, 존예. 대박!
- 님들 이게 진짜 엘프녀였습니다!
- 우리가 지금까지 엘프녀라고 칭송한 건 허구였어요!
- 오징어를 엘프라고 한 듯.
- ㅠㅠ. 당장 죽어도 좋으니 다크 엘프 미녀와 식사라도 한 번 해봤으면.
ㄴ 나두 ㅜㅜ.
[N 사이트]
- 와아, 님들 다크 엘프 오빠들 봤음?
- 대박, 개 잘생김!
- 남자친구 삼고 싶음!
ㄴ 나두 ㅜㅜ.
- 손이라도 한 번 잡아봤으면.
- 특히 그 우수에 찬 눈빛…. 그 눈동자에서 수영하고 싶더라.
ㄴ ㅇㅈ.
다들 진지하게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할 때 그들은 오직 다크엘프 미녀들의 미모에만 관심이 있었다.
대부분 방구석 폐인들로, 그들에게 사회나 인류는 그닥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당장 그들의 욕망에만 충실할 뿐이었다.
***
한창 대한민국 전역이 떠들썩하고 있을 때,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길드 마스터와 독대 중이었다.
“놀랐어요. 그 크라켄을 혼자서 잡으시다니.”
“아, 뭘요. 운이 좋았죠.”
까칠한 요한도 그나마 엘레노아 앞에선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
‘오늘따라 마스터의 분위기가 들떠 보이네.’
거의 티는 나지 않았다.
그나마 엘레노아와 자주 독대하고 눈칫밥을 하도 먹어서 타인의 감정에 예민한 요한이기에 판독이 가능할 정도로 미미했다.
“아 참, 그것도 봤어요.”
“네?”
“다크 엘프.”
“아…… 뭐, 그것도 운이 좋았죠."
시크하게 대답했다.
신경 쓰일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지만, 헌터가 된 이후로 남의 시선을 거의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크라켄도 크라켄이지만, 세계 최초로 등장한 이종족에 특히 서양에서 관심이 많았다.
크라켄은 아시아 쪽 일이었기에 관심이 덜 갈 수밖에 없었다.
당장은 크라켄이 나온 곳을 피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솔직히 이런 말 하기엔 좀 민망하지만. 요한 씨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말 놀라워요.”
엘레노아의 칭찬에 손사래를 쳤다.
“에이, 뭘 또 그렇게까지. 그냥 S급 헌터니까 이런저런 일 많이 겪는 거죠. 마스터도 이런 일은 흔히 겪잖아요?”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본인의 헌터 생활이 스펙터클하다 보니 다른 S급 헌터도 그럴 거로 생각해 버렸다.
“……아, 네.”
엘레노아는 딱히 그 부분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오지랖은 그렇게 넓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이번 일과 관련해서 할말이 있어요.”
“할 말이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