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24화 (124/250)

23화

“크라켄의 머리를 분쇄해!!”

“알았어!!”

“명령대로!!”

파악-!

류페이와 엘라드는 갑판 끝을 밟고 크라켄 머리를 향해서 뛰어들었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공중에서 크라켄에게 반격당하면 그대로 바다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언데드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버리면 아무리 그라도 되살릴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최악의 적, 크라켄을 죽일 생각밖에 없었다.

“흐아아압!!”

"......."

촤악-! 촤악-!

류페이와 엘라드는 필사적으로 크라켄에 매달려서 각자의 검을 휘둘렀다.

3자루의 검이 크라켄의 살점을 마구마구 파헤쳤다.

크라켄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대왕오징어처럼 생긴 크라켄이었지만, 다리는 10개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많은 다리가 잘려나갔음에도 아직도 꽤 많은 다리가 남아 있었다.

스르륵-!

3개의 다리가 움직이며 류페이와 엘라드를 노렸다.

‘내가 가만히 내버려 둘 줄 알고?’

아직 마지막 카드가 1장 남아 있었다.

“삼족오!!”

지잉-!

“까아아악!!”

공간이 갈라지면서 지금까지 숨겨 두었던 비장의 한 수가 등장했다.

‘바다를 제압하려면 역시 하늘이지.’

물고기를 사냥하는 1마리의 고고한 물새처럼 삼족오가 빠르게 활강하듯이 나타났다.

“삼족오, 크라켄을 제압해!!”

“까악! 까악!”

촤악-!

까마귀 특유의 소리를 내면서 재빨리 크라켄을 덮쳤다.

콰직-!

“쿠오오오-!!”

류페이와 엘라드를 노리던 다리 3개는 그대로 삼족오를 감싸는 데 사용해야 했다.

불리한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크라켄의 기세는 여전했다.

'음?'

그러다 문득 요한은 크라켄이 소리를 낼 때마다 벙긋거리는 입이 눈에 띄었다.

‘호오?’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본 골렘!’

80개의 뼈를 추가로 소모하여 본 골렘을 1기 소환했다.

슥슥-!

스마트폰을 잡았다.

‘이 녀석은 내가 직접 조종해서……!’

“구륵?”

일명 빅맘이라고 불리는 살덩이가 디룩디룩 올라온 좀비 1기를 잡아챘다.

녀석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 하질 못했다.

틱틱-!

본 골렘을 더 정교하게 조종하여 손으로 잡은 빅맘을 마치 투수처럼 그대로 크라켄의 입안으로 던져 버렸다.

‘들어가라!’

쏙-!

‘됐어!!’

부드럽게 빅맘 좀비가 크라켄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시야각에서 막 사라지려고 하는 중이었다.

‘시체 폭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푸확-!

“쿠룩?!”

삼족오와 류페이, 엘라드를 상대하느라 정신없던 크라켄.

처음엔 입안에 들어간 작은 이물질 따위에 신경 쓸 겨를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입에서 뭔가 퍽! 하고 터지는 순간부턴 달랐다.

“쿠오오오!!”

괴로움에 온몸을 비틀었다.

‘크크크.’

그 모습을 본 요한은 비릿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빅맘은 일반적인 좀비가 아니지.’

실질적인 전투력은 거의 없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진짜 위력은 전투력이 아니라 빅맘 그 자체였다.

녀석의 디룩디룩 부풀어 오른 살집 안엔 독액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치명적인 독이 시체 폭발과 동시에 크라켄의 입 전체로 퍼져 나갔다.

시체 폭발 자체의 위력도 어마어마했다.

부드러운 입 내부를 갈기갈기 찢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 상처로 독이 스며들자 위력은 10배, 100배에 달했다.

“쿠륵! 쿠륵!”

크라켄은 당황했다.

워낙 질긴 생명력을 보유했기에 독으로 생명 자체에 위협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아 있긴 하더라도 대부분 다리가 잘렸고 잘린 다리를 회복하는 데 많은 마나가 소모됐다.

거기에다가 제일 큰 다리를 꽉 잡는 본 골렘 2기와 머리를 난도질하는 2기의 날쌘 언데드.

가장 위협적인 건 몸통 자체를 억센 발톱으로 잡은 채 단단한 부리로 사정없이 쪼아 대는 삼족오까지.

마나가 소모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극독이 퍼져 나가자 천하의 크라켄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크륵, 크륵쿠궁-!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하자 지칠 줄 모르고 힘을 주고 있던 본 골렘 2기로 인해서 크라켄의 본체가 점점 배로 가까이 다가왔다.

쿵-!

결국, 놈의 본체는 배에 바짝 붙었다.

척!

요한의 손바닥이 어깨 위로 올라갔다.

“크아아악!!”

“크어어억!!”

딱딱-!

독이 잔뜩 오른 언데드 군단이 드디어 크라켄의 본체에 올라타는데 성공했다.

“사정없이 난도질해. 끔찍한 고통과 죽음을 느끼게 해 줘라.”

“캬아아아악!!”

원래 생명체에 분노가 가득한 언데드였다.

그런 존재들이 술사인 네크로맨서의 분노까지 받으니 기세가 백배상승했다.

콰드득-! 푹푹!

사정없이 물어뜯고 찌르고 베었다.

크라켄 몸 전체를 새까맣게 언데드가 둘러쌌다.

"쿠으으으."

크라켄이 드디어 완전히 힘이 빠졌다.

‘보인다!’

힘이 빠져나가자 느낄 수 없었던 포탈의 기운도 함께 느껴졌다.

이때야말로 헌터에 있어서 최고의 기회였다.

본 골렘을 조종해 녀석의 어깨를 밟고 위로 올라섰다.

마검 요룬을 휘둘러 강력한 공격스킬을 사용했다.

‘본 스피어!!’

촤악-!

거대한 뼈가 나타나 크라켄의 본체 정중앙을 관통했다.

“쿠오오오!!”

‘마무리다!’

막 끝을 내려는 순간.

샤악-!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엘리니아가 나타나 검을 휘둘러 크라켄의 마석을 뽑아내었다.

‘뭐야, 저거?’

촤아아아-!

끝까지 저항하던 크라켄이 결국 숨이 끊어졌다.

"......"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엘리니아를 쳐다보았다.

배신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이런 행동 자체가 배신이 아니었고, 배신하더라도 딱히 무섭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이가 없는 건 똑같았다.

“야, 너 뭐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난 좋은 타이밍에 몬스터의 숨을 끊었을 뿐이다.”

“……아오!”

화가 났지만, 일단은 꾹 눌러 참았다.

결국, 엘리니아도 부하였다.

요한이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쩝, 그래. 이겼으니까.’

쿵-!

엘리니아는 성격답게 미련 없이 바위만 한 보라색 마석을 요한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젠 마무리를 할 차례였다.

이젠 더없이 좋은 재료가 된 크라켄 사체를 쳐다보았다.

‘오우, 더럽게 크네.’

정말 거대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잡았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결국 내가 잡은 거지. 흐흐흐.’

이렇게 뿌듯할 수도 없었다.

‘자, 구경은 그만하고 시체 회수부터 해야지. 시체 수집!’

지잉-!

스킬이 사용되자 힘없이 바다에 떠 있던 크라켄의 사체가 빛나더니 그대로 요한에게 흡수되었다.

‘좋다, 꼭 크라켄 자체로 언데드를 만들어서 바다에 데리고 다녀야지.’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대, 대박!!’

놀랍게도 이 모든 장면을 촬영한 사람이 1명 있었다.

러셀 물산 소속의 화물선 승무원으로 평범한 엔지니어였다.

다만, 모험을 즐기고 배짱이 좋아 겁이 별로 없었다.

다른 승무원들이 갑판 아래로 도망칠 때, 혼자만 선장실에 남아서 보물 1호인 카메라로 크라켄 레이드를 촬영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의미 있는 기록이라도 남기고 죽자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다의 제왕이자 최악의 몬스터라고 불리는 크라켄이 허무하게 쓰러졌다.

세계 최초의 레이드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 기록적인 장면을 평범한 일반인 엔지니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록한 것이다.

‘대박, 대박!! 이거 방송국에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두근두근-!

인생이 180도 바뀔 상상에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든 상황이 끝나자 슬슬 하나둘씩 갑판 뒤로 올라왔다.

“끄, 끝난 겁니까?”

“아, 네. 레이드는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그런데 배가 좀 많이 부서졌네요.”

“아, 일단 긴급 점검부터 해 보겠습니다. 다행히 손상이 심하지 않아서 침몰하지는 않겠지만, 운행할 수가 없으면 긴급 요청을 해야 할 겁니다.”

“잘 부탁해요.”

“하하, 헌터님이 계시는데 걱정안 합니다. 하핫!”

선장은 호쾌하게 웃었지만, 요한의 속은 아니었다.

‘아니, 혹시라도 배가 침몰하면 내 보물 다 날린다고.’

요한에겐 보물이 더 중요했다.

‘쩝.’

“일단 서둘러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

화물선 외부가 많이 찌그러지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운행하는 데는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

외관은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도 인천항에 안전하게 정박할 수가 있었다.

“뭐야, 러셀 물산 화물선 맞지?”

“그런 거 같네. 근데 외벽 왜 저래?”

“전쟁터라도 다녀온 거야?”

“베트남 간다고 들었는데?”

설마 몬스터와 싸웠다곤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바다 한가운데서 몬스터가 나타난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야?”

하지만 그들의 의문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척척척-!

“헉!”

“저, 저건 또 뭐야?!”

배에서 내리는 끔찍한 무리.

바로 요한의 소중한 보물을 챙긴 언데드 군단이었다.

“어, 언데드?!”

“아……! 러셀 물산이 물건을 그렇게 급하게 하역하고 빈 채로 간이유가 저거였네!!”

항구 직원들도 바보가 아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헌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드물었다.

디지털 다이어트 같은 것만 하지 않는다면 요한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아, 잠깐만. 그렇다는 건 김요한 헌터가 배에 타고 있었다는 건데. 분명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배가 왜 저런 거아?”

“설마, 화가 난 김요한 헌터가 깽판을 피운 건가?”

항구 직원들에겐 킹리적 갓심…… 아니,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헌터란 예민한 존재였다.

조금만 기분 나쁘게 해도 깽판은 기본이고 자칫 일반인을 다치게 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헌터가 인기는 많으면서도 비판받는 직업이기도 했다.

항구 직원들의 주목을 받으며 보기에도 끔찍한 언데드 군단이 기세좋게 오와 열을 맞춰서 하선하고 있었다.

촤르르륵-!

"......"

"......?"

이번에도 보따리가 찢어지며 금화가 쏟아졌다.

스켈레톤 워리어는 바짝 굳어 버렸다.

“야, 이 개X끼야!!”

아니나 다를까, 요한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딱딱-!

얼른 도망치려고 했다.

“본 스피어!!”

얼마나 화가 났으면 스킬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쾅쾅쾅-!

단단한 뼈 수 개가 사고 친 스켈레톤 워리어 주변에 박히면서 마치 뼈 감옥을 연상케 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었다.

“넌 뒤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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