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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22화 (122/250)

21화

벌써 몇 건의 국제 의뢰를 훌륭히 수행하면서 러셀 길드의 명성을 드높이고.

베트남에선 세계 최초로 스카이 포탈을 막고 베트남 정부의 인정까지 받았다.

베트남 정부는 요한이 러셀 길드 소속인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러셀가문을 국내로 유치하려고 하고 있었다.

세력이 유럽권이었던 러셀 가문이 슬슬 아시아에까지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던 것도 요한의 국제적인 활약 덕분이었다.

길드 내로 축소하면 요한의 존재는 적자였지만, 가문 전체로 넓히면 엄청난 흑자였다.

그러니 요한이 요구하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비.”

엘레노아는 수행 비서를 불렀다.

“예, 아가씨.”

그녀와 달리 푸근한 이미지의 중년 여성이 대답했다.

“지금 당장 러셀 물산에 연락 넣어서 중형급 화물선 1척을 베트남다낭으로 보내라고 해.”

“중형급 화물선을 말인가요?”

"응."

“알겠습니다. 물산 사장인 레온 씨에게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A급 명령이니까. 배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최대한 빨리 보내라고 지시해.”

“예, 아가씨.”

그녀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가 곧바로 러셀 물산에 전화를 넣었다.

처음 전화를 받은 물산 사장 레온은 갑작스러운 명령에 당황했다.

안 그래도 요즘 생각보다 일거리가 많아서 옮겨야 할 물건은 많은데 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소형급도 아니고 중형급 화물선을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베트남 다낭으로 보내라니?

하지만 A급 명령이란 소리에 입을 다물고 곧바로 중형급 화물선 한 척을 베트남 다낭으로 보냈다.

물산 사장은 비록 러셀 성을 하사받지 못한 이였지만, 가문의 장학생이었다.

가문에 누구보다 충성하는 그는 A급 명령이 얼마나 무거운 명령인지 잘 알고 있었다.

[방금 배를 보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미스 러셀.]

“그럼.”

뚝-!

이비는 레온의 보고를 곧바로 엘레노아에게 전달해 주었다.

“수고했어.”

보고를 마친 이비가 나가고 엘레노아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후두둑-!

현재 한국은 한창 폭우가 내리는 중이었다.

그녀는 비가 오는 날이면 고향인 영국 생각이 많이 났다.

그녀의 조국인 영국은 비가 안오는 날보다 오는 날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김요한 헌터, 도대체 당신의 정체는 뭔가요?’

같은 S급 헌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신 활약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었다.

아니, 이건 S급 헌터를 떠나서 개인이 보일 수 있는 활약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 활약이면 미국의 3대길드는 와야만 비교할 수 있을 정도니까.’

새삼 그런 대단한 헌터가 길드소속인 게 자랑스러웠다.

두근두근-.

그녀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이상해, 요즘 왜 이러지?’

귀에 들릴 정도로 심장이 뛰는 건 처음이었다.

‘동맥 경화인가?’

그럴 리는 없었다.

건강관리는 가문 내에서도 최고의 의료진이 24시간 붙어서 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헌터는 마나를 체내에 순환시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질병 예방이 가능했다.

헌터만 걸린다는 마나류 질병이 아닌 이상 S급 헌터인 그녀가 병으로 쓰러질 일은 없었다.

‘그럼 뭘까?’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세차게 뛰는 심장 때문에 당황스러운 그녀였다.

***

요한은 오랜만에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황제 투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최근 다낭은 스카이 포탈로 인해서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었다.

외국인들의 발길도 뚝 끊긴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낭은 옛날부터 어업이 발달해 완전히 망하진 않았지만, 이대로 두면 도시 다낭은 사라지고 어촌 다낭으로 변할 위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요한이 뿌리는 막대한 돈은 그나마 연명하고 있는 주민들에겐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하암, 좋다.”

느긋하게 하품을 하며 선베드에서 느껴지는 햇빛을 즐겼다.

이렇게 느긋하게 몸을 태우는 건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현재 그의 곁엔 유나는 없었다.

그녀는 현재 다낭 대학교에서 열심히 법 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예 유학을 보내 줄까……?’

예전엔 그저 대학 입시를 위해서만 공부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유나는 공부 자체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판사 말고 법학자가 돼도 괜찮을 텐데.’

최근 미국으로 유학 자리도 알아보고 있었다.

점점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동생을 위해서.

웅성웅성.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요한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스릉.

프링고 1명이 검을 꺼내려고 했다.

“내가 부른 녀석들이야.”

“예.”

검을 집어넣고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부, 부르셨습니까, 김요한 헌터님.”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민간 기업 사장단 대표 뤽쑤언홍을 필두로한 무리였다.

손님들이 왔음에도 요한은 여전히 선베드에 선글라스를 끼고 누워 있는 채였다.

누가 봐도 무례한 태도였지만,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요한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았다.

감히 요한에게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진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제가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번에 약속한 것을 이행하기 위해서죠.”

“그, 그렇다는 것은?!”

휙휙-!

요한이 손짓을 하자 프링고 10명이 양어깨에 묵직한 가방을 가지고 왔다.

털썩-!

민간 기업 사장단 앞에 내려놓았다.

묵직한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이, 이것은?”

“그때 약속한 마석이죠.”

“헉, 버, 벌써 이만큼씩이나......?!”

민간 기업 사장단은 막대한 마석의 양에 놀랐지만, 사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한 번에 전량을 줄 마음은 없었다.

천천히 마석 맛을 들여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게 더 확실했다.

‘베트남에도 내 수족을 심어 놓는 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니까.’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요한 헌터님!!”

“이, 이렇게 저희를 신경을 써주시다니.”

민간 기업 사장단은 진짜 감동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늘 마석을 얻기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팔기로 한 헌터들은 번번이 약속을 어기고 국영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최고의 거래처이긴 했지만, 그건국영 기업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김요한 헌터는 국영 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인 자신들과 계약을 맺었고 약속을 지켰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딱 봐도 질 좋은 마석이 무려 20개의 배낭에 가득 차 있었다.

수수료만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었다.

“곧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자자, 어서 가자고. 최대한 비싸게 팔아 보자고!”

“좋지!!”

“으싸-!”

그들 하나하나가 명색이 한 기업의 사장이건만 그런 그들에게도 소중한 마석 배낭이었다.

사람을 시키지 않고 직접 들고 갔다.

“아 참.”

우뚝.

아니, 가려고 했다.

하지만 요한의 한마디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정확히는 통역관의 말이었지만.

“이번에 내가 스카이 포탈 내에서 금화랑 보석을 좀 얻었는데. 일부는 여기에서 처분하고 싶거든요?”

“......!!”

“맡겨만 주시면 목숨을 걸고 최고의 가격에 모시겠습니다.”

“동화엔 별로 관심 없습니다.”

“달러로 준비하겠습니다.”

“좋네요. 나갈 때 좀 나눠 드릴테니. 받아 가세요.”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민간 기업 사장단도 떠나고 다시 조용해졌다.

‘역시 조용한 게 최고야.’

촤악-! 끼룩끼룩-!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느끼며 수마에 빠져들었다.

***

며칠 뒤, 다낭 항구에 러셀 물산의 화물선이 도착했다.

보통 때라면 베트남에 수출할 물건을 싣고 와서 온 김에 수출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엘레노아의 A급 명령이란 소리에 그냥 빈 화물선을 보냈다.

“이렇게까지 큰 화물선은 필요 없는데…… 하하.”

제일 작은 선박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확실히 러셀 가문 아가씨의 배포는 그가 따라가기 힘들었다.

‘뭐, 보내 줬으니 감사히 써야지.’

곧바로 시체 수납 스킬 속에 있던 언데드 군단을 불러냈다.

구웅-! 촤르르륵-!

“……하아.”

나오자마자 스켈레톤 워리어 1기가 사고를 쳤다.

들고 있던 보석 꾸러미를 찢어 먹은 것이었다.

“너 일로 와.”

딱딱-!

스켈레톤 워리어는 턱뼈를 두드리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어쭈, 일로 안 와?!”

성큼성큼, 뒤로 도망치려는 스켈레톤 워리어에 다가갔다.

후다닥-!

아예 꾸러미까지 버리고 도망을 친 것이다.

“저 새X가 미쳤나!!”

스켈레톤 워리어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곧바로 엘라드에 잡혀 끌려왔다.

빡-!

“어디서 도망을 쳐!”

딱딱-!

스켈레톤 워리어는 억울한 듯 턱뼈를 두드렸지만, 몇 대고 더 머리를 가격당해야 했다.

“빨리 주워 담아!!”

사고를 친 스켈레톤 워리어는 처량하게 무릎을 꿇고 보석에 상처가 나지 않게 하나하나씩 손가락으로 집어서 새 보따리에 주워 담았다.

뼈다귀 주제에 굉장히 처량한 모습이었다.

전투는 몰라도 이런 종류의 일은 요한이 지시하는 게 가장 빨랐다.

다만 이대로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커다란 화물선에 이 많은 짐을 싣는 작업이 그리 쉬울 리가 없었다.

잠시 고민한 요한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그리고 곧바로 본 골렘 1기를 소환했다.

굳이 많이 소환할 필요도 없었다.

스마트폰을 켜서 본 골렘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이럴 땐 정말 본 골렘의 활용도가 500%가 넘지. 복잡한 일도 아니고 그냥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것뿐이니까.’

어떤 언데드보다 적합한 본 골렘이었다.

쿵-!

“히익!”

주변에 있던 베트남인 인부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본 거대한 몬스터에 기겁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한은 본 골렘을 조종하여 금은보화를 화물선에 실었다.

물론 중장비를 빌려서 베트남 인부를 시킬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워낙 중요한 화물이고 굳이 기다리면서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직접 할 수 있는 일이니 직접 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쿵-!

“다 끝났습니다!”

그렇게 화물을 다 싣고 요한도 화물선에 올라탔다.

“어, 헌터님도 배에 타십니까?”

“왜요?”

“아, 아니. 다름이 아니라, 헌터님처럼 귀하신 분이라면 빠른 비행기를 타시는 게…… 바다 사정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겠지만, 배는 인천까지 며칠이나 걸립니다.”

“괜찮아요. 조용하고 느긋한 것도 좋아하니까.”

“……정 그러시다면야.”

선장이야 요한이 타든, 안 타든 별로 상관없었다.

그냥 귀하신 분이 타신다니까, 예의상 말을 해 준 것뿐이니까.

‘지루하다고 징징대지만 않으면, 뭐.’

거지가 타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선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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