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20화 (120/250)

19화

“크엑!”

스걱-!

캉구스는 인간과 달리 부락이 완전히 함락당했음에도 항복하는 경우는 없었다.

마지막 1마리마저 죽을 때까지 항전 또 항전하다가 그 한 마리까지 죽어서야 모든 게 끝났다.

‘뭐, 난 이게 더 편하니까. 괜히 인간처럼 항복하겠다느니, 포로 대우해 달라느니 하면 귀찮아.’

캉구스를 사냥하는 이유는 녀석들의 시체를 모아서 힘을 비축하고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였다.

스카이 포탈을 차지할 마음이 전혀 없기에 포로는 귀찮은 짐일 뿐이었다.

슥슥.

이번에도 역시 전투가 끝나자 엘리니아가 묵묵히 도축 작업에 몰두했다.

도축하는 데 꼭 필요한 캉구스시체를 제외하면 전부 요한이 수집스킬로 흡수했다.

[요한, 요한!]

“왜, 뭔데?”

그때 하늘이 갑자기 요한의 앞으로 다가왔다.

[땅속에서 생명체 반응이 다수느껴져.]

“뭐, 지하?”

[응!]

‘감옥 같은 건가, 아니면 지하에 대피소를 마련한 건가?’

힐끔.

요한은 뒤를 살짝 돌아봐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묵묵히 작업하는 엘리니아를 보았다.

‘저 녀석은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이 사실을 알려 줄 이유가 없었다.

“하늘.”

[응!]

“유령 애들 데려다가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 좀 찾아봐.”

[응, 알았어!]

쉬잉-!

그녀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잠시 후, 하늘은 요한에게 입구를 발견했다고 알렸다.

딱히 할 일 없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의미 없이 코딩식을 보던 중이었기에 얼른 그곳으로 향했다.

“여기야?”

[응, 튼튼한 철문으로 막혀 있는데다가, 무너진 나무들로 인해서 안 보여서 찾는 데 애 좀 먹었어.]

“오, 수고했어. 너 만질 수 있었으면 머리라도 쓰다듬어 줬을 텐데.”

[됐거든!]

베에-!

하늘은 혀를 귀엽게 내밀었다.

익살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모습이었다.

‘하긴, 이 녀석의 외모는 엘레노아 못지않은 사기급이지. 다만, 속을 알 수 없는 오래된 할망구라는 게 문제지만.’

순진무구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속은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마녀였다.

그녀 1명 때문에 북한이 멸망했을 정도였으니까.

‘음, 근데 계속 밴시로 있으려나.

흑암 여제 정도 되는 영혼이면 밴시로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딱딱.

스켈레톤 1기가 다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너 나중에 보자.”

[베에!]

척척!

요한이 지나가자 스켈레톤 워리어 옆으로 비키며 길을 만들어 주었다.

“오, 저긴가?”

향한 곳엔 지하로 통하는 입구로 보이는 육중한 철문이 있었다.

손잡이로 보이는 곳엔 쇠사슬로 감겨 있었다.

“열어.”

딱딱.

스켈레톤 워리어가 철퇴로 자물쇠를 끊고 문을 열어 주었다.

지하는 어두웠다.

군데군데 꺼져 가는 횃불만이 겨우 시야를 밝혀 주고 있었다.

“하늘, 도깨비불.”

[에잇, 귀찮게!]

말은 그렇게 해도 도깨비불을 사용해 주변을 밝혀 주었다.

계단을 타고 완전히 안으로 들어온 요한의 코에 거슬리는 냄새가 느껴졌다.

심각한 악취였다.

‘오물, 피, 그리고 시체 썩은내?’

언데드 무리 속에 있을 때보다도 더한 악취였다.

스릉.

혹시나 모를 습격을 대비해 마검 요룬을 꺼내서 앞으로 나아가 보았다.

도깨비불을 의지해 천천히 나아간 지하는 다행히도 별다른 습격은 없었다.

“으으.......”

“흑흑.”

어느 정도 지하로 들어오자 묘한 소리도 함께 들렸다.

‘신음과 울음소리.’

얼른 그곳으로 향해 보았다.

“어?”

그곳엔 놀랍게도 알몸 상태인 다크 엘프 수백 명이 쇠사슬에 묶인 채로 있었다.

몇 명은 이미 죽은 채로 썩어 가는 중이었다.

‘아, 여기가 감옥 같은 곳인가 보네.’

요한의 등장에도 다크 엘프들은 그저 멍한 눈빛으로 각자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들의 눈엔 희망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요한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 올라 주변을 확인해 보았다.

[억울해…….]

[다 죽일 거야…….]

‘오, 역시. 있었네.’

수백 명의 다크 엘프 중에서 이미 죽어서 썩어 가는 시체도 꽤 있었다.

시체 주변엔 요한이 찾던 원혼도 몇 기 볼 수가 있었다.

몇 기의 영혼은 저승으로 떠났는지 시체보다는 숫자가 적었다.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안 그래도 공허 간수 때 잃은 엘프 밴시를 보충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곳에 있는 이승을 떠나지 못한 원혼들을 불렀다.

‘콜 밴시.’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구천을 떠도는 악령 밴시가 깨어났다.

그것도 정신력이 보통이 아닌 다크 엘프의 원혼이.

‘이게 끝이 아니지.’

“너희들 육체로 돌아가라. 잃었던 육체를 되찾아라.”

[꺄아아악!!]

지잉-! 지잉-!

정확히 스킬로 등록된 기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밴시 스스로 탄생시킨 이 능력은 강력한 언데드를 탄생시켰다.

후드득-!

완전히 썩어 문드러졌던 시체들은 밴시의 빙의로 눈을 떴다.

후드득.

썩은 살은 떨어져 나가고 그곳엔 매끈한 파란색 살이 돋아났다.

‘뭐야, 저거. 언데드 맞아?’

언데드라면 보통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징그러운 종족이었다.

‘그때는 막 죽은 시체여서 그런게 아니었어?’

이번엔 다 썩어 문드러진 시체를 이용했음에도 저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냥, 엘프 밴시가 그런 거였구나. 신기하네…….'

“뭐, 뭐야?”

“지금 무슨 일이?”

그제야 동공이 풀린 채로 멍하니 있던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다크 엘프들이 반응했다.

흐느적 흐느적.

하지만 이미 탈진 상태인 그들이 대단한 움직임을 보인 건 아니었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늙은 다크 엘프 1명이 대표로 나서서 요한에게 물었다.

그저 요한의 제일 근처에 있었기에 그가 나선 것이었다.

“음, 아…… 음, 뭐라고 소개해야 하지?”

막상 소개하려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냥 간단하게 하자.,

“캉구스 사냥꾼. 캉구스 사냥꾼이다.”

“오오, 캉구스 사냥꾼!!”

다크 엘프 노인은 흥분해 소리쳤다.

‘응?’

대충 둘러대듯이 말했을 뿐인데도 생각보다 반응이 격했다.

“드, 드디어 예언의 그분께서!!”

‘예언, 뭔 예언?’

요한이 의아해하는 와중 다른 다크 엘프들의 반응도 이상했다.

“예언의 그분이 오셨어.”

“우리의 구원자!!”

“그분이 오셨어!!”

분명히 조금 전까지 탈진 상태로 뻗어 있었다.

그런데 마치 약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움직였다.

‘어, 잠깐만. 이 녀석들, 보통 다크 엘프가 아닌데?’

얼핏 보면 다크 엘프와 비슷하게 생겨서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하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뿔?'

큰 뿔은 아니었다.

이마 제일 위에 작은 뿔 2개가 양쪽으로 나 있었다.

‘뭐야, 얘들. 다크 엘프는 맞아?’

뿔 2개를 제외하면 조금 전까지 보았던 다크 엘프와 똑같이 생겼다.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구원자 시여. 부디 저희를 구원하셔 주시옵소서.”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구원은 개뿔, 난 네크로맨서라고!’

신을 믿는 신관과 상극이자 대척점에 존재하는 게 바로 네크로맨서였다.

그런데 신을 믿는 신관들이나 하는 구원을 내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 왜 가는 곳마다 귀찮은 일천지야!’

그냥 무시할 생각이었다.

구원을 내릴 능력이나 재주 따윈없었으니까.

늙은 다크 엘프는 그 기색을 눈치채고 얼른 엎드렸다.

“구원자시여, 이곳엔 캉구스들이 약탈한 보물들이 많습니다!”

쫑긋.

보물이란 말에 요한의 귀가 쫑긋거리며 틀려던 몸을 그대로 유지했다.

“보물?”

“예, 캉구스는 오크라 불리는 몬스터와 비슷한 종족으로 오크와 비슷하게 욕심이 아주 많습니다. 이 세계가 외부 세계와 연결될 때 다크 엘프 못지않게 자주 나가는 종족이기도 하지요. 가끔 외부 세계를 약탈해 돌아올 때마다 얻은 것들을 이곳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 둡니다. 저는 그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데?’

물론 여전히 구원 따윈 내릴 줄 몰랐다.

‘뭐, 일단 감옥에서 풀어 주는 것 정도는 쉬우니까.’

귀찮을 것 같긴 했지만, 보물을 얻을 수 있다는 데 귀찮음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야, 이 문 열어.’

딱딱.

쾅-! 쾅-!

가차 없는 스켈레톤의 철퇴에 감옥의 자물쇠는 박살이 났다.

끼익.

오랫동안 기름칠을 하지 않아 낡은 문이 열렸다.

“자, 다들 나와. 당신은 보물이 있는 곳을 안내하고.”

“구원자를 안내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영광 따윈 그에게 별 감흥을 주는 단어가 아니었다.

늙은 다크 엘프는 지하 감옥보다 훨씬 더 깊숙한 곳으로 요한을 안내했다.

굉장히 복잡한 길을 지나고 지났다.

“여기야?”

“예, 이 문 안쪽에 캉구스들이 약탈한 보물을 보관해 두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케이, 열어.”

쾅-! 쾅-!

이번 문은 확실히 튼튼했다.

의외의 피해까지 발생했는데, 무식하게 철퇴를 휘두르다가 철퇴가 부러지는 바람에 튕겨 나간 철퇴가 그대로 옆에 있던 다른 스켈레톤워리어의 해골을 박살을 내 버린 것이다.

풀썩.

"......."

어이없는 표정으로 사고를 친 워리어를 쳐다보았다.

긁적 긁적.

해당 워리어는 머리를 긁으며 민망함을 표현했다.

“에휴, 내가 너희들에게 뭔 말을 하겠냐.”

요한은 트롤 구울을 1기 불러내고 나서야 육중한 철문을 부술 수가 있었다.

“오오!!”

약탈물이라고 해서 딱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캉구스의 취향이 이상한 것일 수도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보물 창고 안엔 황금과 보석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야, 좋은데?”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캉구스는 특히 금과 보석에 욕심이 많은 녀석이지요. 딱히 화폐란 개념도 없어서 쓸 일도 없지만 말입니다.”

“뭐, 덕분에 나는 대박이 났네.”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얘들아, 짐 챙겨라.”

딱딱.

‘일단은 챙겼다가 스카이 포탈 입구 주변에 묻어 둬야겠어. 아니지, 일단은 밖에 나갔다 오자.’

루펜과의 약속이 있었지만, 딱히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녀석은 급해 보였지만, 그건 요한과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다.

‘스카이 포탈을 해방해 준다고 했지, 언제까지 해방한다고는 안했으니까.’

일단 급한 일이 생겼으니 그 일부터였다.

***

요한은 스켈레톤 워리어와 좀비, 구울까지 동원해 산더미 같은 금과 보석을 챙길 수가 있었다.

“그건?”

막 작업을 마친 엘리니아가 요한을 보고 물었다.

“지하에 녀석들이 챙긴 보물이 많더라고. 그래서 내가 챙겼지.”

딱히 숨기지는 않았다.

요한이 사냥한 녀석들이기에 보물의 소유권은 어디까지나 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니아가 놀란 건 다른 것이었다.

“너, 너희들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