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19화 (119/250)

18화

까마귀의 사체로 땅바닥이 가득차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 정도면 재료는 전부 준비가 됐고…….'

어떻게 보면 죄 없는 동물을 학살한 셈이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일말의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요한은 죄책감은커녕, 비슷한 감정도 느끼질 않고 있었다.

‘흠.......'

그저 이 사체들을 어떻게 해야 가장 최상의 언데드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흠, 역시 Simple of Best겠지?’

그는 딱히 예술 쪽으로 훌륭한 편이 아니었다.

아이디어가 좋거나 아무 때나 막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가장 좋은 생각은 아무래도 간단한 쪽이었다.

‘커다란 키메라 까마귀를 만드는 거야.’

유령들도 비행이 가능한 언데드였지만, 실체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필요할 때 탑승을 할 수가 없었다.

최근 탑승할 수 있는 언데드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까마귀 떼가 눈에 띄었으니 묵혀 두었던 키메라 제조술을 활용해 볼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아직 네크로맨서 영감에게 키메라 관련 지식은 배우질 않았다.

문제는 영감이 키메라 관련 지식을 알고 있는지도 확신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안내인 씨.”

안내인을 부르자 샤아-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네, 플레이어.”

언제나 똑같은 무감각한 표정과 말투의 안내인.

“이 키메라 제조술 스킬은 어떻게 쓰는 거야?”

이제는 그런 안내인의 모습에 익숙해진 요한은 그저 궁금한 것만 딱 물어보았다.

“하긴, 기존에 없던 종류의 스킬이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첫 번째로 플레이어의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십시오.”

“엥, 스마트폰?”

“예.”

“딱히 키메라와 관련된 건 없는데.”

새로운 스킬이 생기면 일단 무조건 코딩식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키메라 제조술 스킬만큼은 따로 코딩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딱히 스킬이 필요한 일도 없었기에 일단 내버려 둔 상태였다.

일단 시키는 대로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데?”

“P스토어를 확인해 주십시오.”

“그냥 어플 다운받는 곳에 뭐가 있다는 건지.”

그래도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그곳에서 ‘키메라 제조술’이라고 검색해 보십시오.”

“어?”

‘설마?’

얼른 검색해 보았다.

놀랍게도 검색 결과에 안내인의 말대로 ‘키메라 제조술’이라는 어플이 있었다.

툭.

바로 다운로드받았다.

“확인해 보십시오.”

“와, 스킬을 이런 식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니.”

“이게 다 특성 때문입니다.”

“그래, 그럴 것 같았어.”

그렇지 않고선 P스토어에 스킬이 있다는 게 설명이 되질 않았다.

‘정확히는 내 스마트폰에만 적용된 것이겠지.’

어쨌든 스킬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곧바로 사용해 보았다.

‘아, 이런 식으로 어플이 되어 있구나. 신기하네.’

백과사전 같기도 하고, 일반 사전 같기도 하고, 설명서 어플 같기도 했다.

‘아, 그렇다는 건 키메라 제조술의 레시피 모음집 같은 건가?’

샥샥-!

요한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키메라를 제조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

꼭 필요했던 설명이었다.

[조합할 재료를 카메라로 찍어 주십시오.]

‘찍어, 카메라로? 뭐, 시킨 대로 해야지.’

어플이 시키는 대로 까마귀 사체 전체가 나오도록 찍었다.

띵-!

찍자마자 어플의 알림이 울렸다.

‘응?’

스마트폰 화면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 저주받은 까마귀 1,000여 구로 제조 가능한 키메라 목록

1. 거대 저주받은 까마귀 키메라

[확인]

'......끝?'

다행인지 불행인지 만들 수 있는 키메라는 요한이 원했던 키메라였다.

조금 황당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원했던 것이 가능한 게 기쁘기도 하면서 딱 1개만 달랑 적혀 있으니 실망스럽기도 했다.

금방 이해는 할 수가 있었다.

‘하긴 원래 키메라라는 것이 여러 가지 시체 조각을 조립해서 만드는 거니까.’

지금 가진 시체 재료라곤 저주받은 까마귀 하나뿐이니 만들 수 있는 키메라도 하나인 것이다.

‘일단 만들자. 어떻게 시작하지?’

어플을 좀 더 만져 보았다.

‘이 확인 버튼인가?’

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터치되는 느낌과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지금부터 거대 저주받은 까마귀키메라 제작을 시작하겠습니다. 안내 음성대로 화면을 누르시면 됩니다.]

‘응, 내가 직접 안 해도 돼?’

맨손으로 시체를 만지작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저주받은 까마귀의 사체를 클릭해 뭉치세요.]

‘뭉쳐라…….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샥샥-!

스마트폰 화면을 손으로 만져 가며 메시지 뜬 대로 저주받은 까마귀 사체를 클릭해 뭉치기 시작했다.

스스슥-.

‘오오, 진짜로 저절로 움직이네?’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만지는 것뿐이었는데 그대로 현실에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와, 이게 진짜로 되는구나.’

신기함과 동시에 그의 손가락이 더욱 빨라졌다.

[저주받은 까마귀의 사체를 정교하게 뭉칠수록 더 완벽한 거대 저주받은 까마귀 키메라가 완성됩니다.]

‘완성도에 따라서 능력이 다르다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그의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수십배 상승했다.

꿀꺽.

‘가자!’

반짝이는 눈으로 신중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속도보다는 정교함이 생명이었다.

***

작업을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났다.

“오오, 드디어 좀 태가 나오는데?”

처음부터 모든 것을 보고 있던 류페이는 감탄했다.

괜찮은 언데드 동료는 언제나 환영이었다.

특히 자신이 탈 수도 있을 것 같은 언데드라면 더더욱.

몇 번이고 해체했다가 다시 만든 저주받은 까마귀 키메라는 그냥 단순히 크기만 큰 게 아니었다.

“어, 근데 왜 발이 3개야. 실수한 건가?”

[음, 어디서 본 거 같은데…….]

"......."

과거에 한국인이었던 하늘만 살짝 익숙할 뿐, 나머지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실수한 건가?”

[에이, 요한이 너같이 바보도 아니고 저런 걸로 실수를 왜 해?]

“뭐야, 이 빌어먹을 유령 따위가!!”

정말 툭하면 불이 붙은 둘이었다.

멀쩡한 한국인이 1명이라도 있었다면, 바로 눈치챘을 것이다.

고구려의 상징인 삼족오, 요한이 만들려고 하는 키메라의 정체였다.

[거대 저주받은 까마귀 키메라의 완성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이대로 완성하시겠습니까? (확인/취소)]

“됐다!!”

드디어 원하던 것이 완성되었다.

망설임 없이 ‘확인’을 눌렀다.

띵-!

# 거대 저주받은 삼족오 키메라 종류: 키메라

등급: B+

설명: 저주받은 까마귀 1,000마리의 시체를 뭉쳐서 만든 키메라로, 본래는 거대 저주받은 까마귀 키메라였으나 다리 3개로 디자인하면서 키메라의 이름이 변경됐다. 일종의 레어 키메라로 일반적인 키메라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과 위력을 발휘한다.

‘이야, 이게 딱 삼족오로 만들어지냐?’

그냥 까마귀를 디자인하다 보니 역사 공부할 때 가장 좋아했던 국가인 고구려가 생각나 해 본 디자인이었다.

‘겨우 다리 1개 늘렸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질까 생각했는데. 진짜 달라졌네.’

물론 정확한 수치를 본다고 해도 비교 대상이 없으니 체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명란이 거짓말을 할 리도 없었고 더 강력하다니 흐뭇할 따름이었다.

“까악!”

“오.”

삼족오 키메라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비록 짐승의 몸을 하고 있었지만, 키메라 언데드였다.

삼족오는 머리를 숙이며 요한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큭큭큭.'

새로운 언데드의 등장에 요한은 속으로 웃었다.

‘이걸로 퀘스트 1개를 완료했네.’

그가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는 3가지 조건 중 하나.

3번 조항에 있던 새로운 언데드하나를 만들라는 것을 완료한 것이다.

‘좋아, 1번도 잘 되고 있고 문제는 2번인데…… 거참, 퀘스트 한번 더럽게 하기 어렵네.’

미친 난이도에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새로운 언데드의 합류로 언데드군단은 더욱 활기가 돌았다.

촤아악-!

“까악! 까악!”

언데드 군단의 상공에 거대한 삼족오 1마리가 배회하며 언데드 군단의 위력을 몇 배나 뛰어나 보이게 해 주었다.

‘뭐, 실질적인 전투력은 아직 테스트 안 해 봐서 모르겠지만.’

지금 테스트하러 가는 중이었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간단하게 확인은 할 수가 있었다.

촤악-!

“크에에엑!”

“크아아악!”

캉구스 정찰대가 보일 때마다 그대로 덮치며 목을 쪼아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 시체는 고스란히 요한에게 가져왔다.

“수고했어, 1마리는 너 먹어.”

“까악!”

키메라는 일반적인 언데드와 달리 먹이를 먹었다.

당연히 신선한 고기를 특히 살아있을 때 먹는 것을 선호했다.

삼족오의 활약으로 요한은 훨씬 더 쉽게 2번째 캉구스 부락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뿌우우우웅-~첫 번째 부락과 달리 이곳은 북소리가 아니라 고동 소리가 깊게 울렸다.

“이번에 쉽게, 쉽게 끝내자. 알았지?”

“흐흐흐, 걱정하지 마. 네가 나설 일은 없을 테니까.”

[히히. 맞아, 맞아.]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당연히 요한도 나서는 편이었다.

하지만 일단 말은 그렇게 하면서 서로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본 골렘, 돌격해.”

쿵쿵-!

이번엔 미리 소환해 둔 골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다!”

“크르르."

캉구스 무리는 다가오는 거대한 공성 병기나 마찬가지인 본 골렘을 보곤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지옥을 맛보아야 했다.

“까아아악!!”

“허, 헉!”

이번 공성전은 기존과 달리 하늘에서 본격적인 화력 지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콰르릉-!

“크헉!”

“화, 화살을 쏴라!!”

삼족오가 부락 위를 빙빙 돌면서 중요한 망루를 그대로 몸으로 박살을 냈다.

“제, 제기랄.”

“가소롭군.”

이번에도 캉구스 부락을 이끄는 지휘관은 이른 시간에 갑자기 나타난 암살자에게 목이 날아갔다.

그저 깡과 힘으로만 싸우려고 드는 캉구스는 힘은 물론이고 전략&전술까지 동원하는 요한의 상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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