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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16화 (116/250)

15화

오크와 닮은 캉구스답게 녀석들은 타고난 전사였다.

문명과 기술을 만들어 낼 정도의 지능은 부족하지만, 전투에 있어선 엘리트 종족이었다.

다크 엘프와는 오랜 숙적으로 다크 엘프 전사가 되기 위해선 캉구스와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전통이 있었다.

명예를 위한 전통이기도 했지만, 잘 들여다보면 실리적인 이유도 없지 않았다.

이곳 스카이 포탈 내부는 폐쇄적인 사회였다.

땅은 좁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넓지도 않았다.

또 제대로 된 종족이라곤 다크엘프와 캉구스밖에 없으니 발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2종족은 끊임없이 싸우며 약탈하여서 발전을 꾀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캉구스 마을을 약탈해서 얻었다.

다만, 최근엔 무슨 이유에선지 전사들이 너무 많이 차출돼 약탈할 수가 없어서 마을이 아사 직전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힘이 사라지고 캉구스의 공격에 전멸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마을도 입이 많아서 쓸모없는 인력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캉구스를 대신 사냥해 준다는 존재가 나타났으니 당연히 우르르 몰려와 이리저리 의뢰하는 건 아주 당연했다.

일단 요한은 의뢰를 다 받아들인 다음에 차분하게 조사를 시작했다.

특별한 과정이나 방법이 동원된건 아니었다.

“쿨럭! 쿨럭! 아, 그래서 뭐라고?”

“……루펜.”

“아씨, 귀찮게!”

휙-!

“아, 알았어. 하, 하면 될 거 아냐!”

루펜은 작게 반항해 보았지만, 주먹이 올라가자 양팔로 머리를 보호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 캉구스, 캉구스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아, 그 빌어먹을 캉구스 놈들!!

내가, 어?! 젊었을 때는 말이야. 녀석들을 검 하나로 휩쓸고 다녔었지.

내가 한때는 블러드 스톰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전사였단다. 흘흘.

나만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면 캉구스들이 기겁을 하며 도망쳤어요.

킬킬.”

‘피곤하네.’

마을에서 유일하게 캉구스와 수차례 싸워 본 장로는 약간 치매기가 있었다.

대화를 이어 나가기가 힘이 들었다.

요한은 루펜에게 다 맡겨 놓고 옆에서 조용히 듣기만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그러면 캉구스의 숫자는 얼마나 돼요?”

“잉, 많지.”

“ 얼마나요?”

“많~~~~아!”

다크 엘프 노인은 양팔을 쭉 펼치며 큰 원을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하아, 그러면 할아버지. 캉구스의 주요 전투 방식은요?”

“싸워.”

“네?”

“킬킬, 무차별적으로 그냥 덤벼들어. 내가 녀석들 벨 때 어쨌다면.

라떼는 말이야……. 근데 라떼가 뭐지? 갑자기 라떼가 먹고 싶어졌어. 킬킬.”

‘전혀 도음이 안 되는군.’

몇 번이고 더 정보를 얻기 위해서 노력해 봤지만(물론 루펜이), 전혀 소용이 없었다.

‘정보를 내놓으라니까. 계속 라떼만 찾고 있네. 쯧.'

“됐어. 그만해.”

“진짜 그만해?”

루펜도 지쳤는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요한을 올려다보았다.

‘젠장, 녀석의 이런 표정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나네.’

아직 젖살도 다 빠지지 않은 어린애의 얼굴인데도 미래가 아니라 지금이 기대되는 미소년이었다.

특별한 감정까지는 아니었지만, 잘생긴 남자를 보니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아니, 마음 바뀌었어. 1시간만 더 수고해라. 그리고 보고해.”

“에엑, 너무해!!”

“시끄러워.”

요한은 루펜의 머리를 살짝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보를 얻지 못한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몸으로 직접 부딪쳐서 알아내는 수밖에.’

사전 정보를 철저하게 알아내는 건 그의 철칙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정말 예상 밖의 사건이 많이 벌어지는 통에 그럴 수 없는 일이 더 많았다.

‘쯧, 마음에 안 들어.’

***

어차피 이곳에선 별로 할 일도 없었다.

‘뭐, 여성 다크 엘프 구경하는 재미는 좀 있지만.’

하지만 그의 주변엔 이미 다크엘프 못지않은 절세 미녀 엘레노아가 있었다.

동서양 혼혈이라 그녀의 미모는 더욱 돋보였는데 다크 엘프보다 예쁘면 예뼜지 딱히 부족한 게 없었다.

그러니 다크 엘프 미녀 구경도 그렇게 썩 매력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곧바로 마을을 나와 캉구스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로 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너의 역할이 중요해, 하늘.”

[에엥, 내가 정찰병 임무를 하라고?! 천하의 이 하늘을 뭘로 보고!!]

그녀는 요한의 지시에 반기를.......

“밴시.”

[에헷, 정답!]

들지 않았다.

언데드가 네크로맨서에 진심으로 반기를 들 리가 없었다.

하늘은 그저 장난기가 많은 언데드일 뿐이었다.

[그래서 뭘 하면 돼?]

“첫째, 인근을 싹 돌면서 대략적인 지형, 지물 파악 좀 해 줘.”

[흠, 오케이. 그건 어렵지 않아.

내가 모은 영혼 중에서 군인 출신도 있으니 어렵지 않을 거야.]

하늘이 데리고 있는 영혼은 요한의 직속이 아니었다.

밴시 주제에 다른 영혼을 지배하는 힘을 가진 그녀라 요한의 명령과 별개로 다룰 수 있는 유령 군단을 보유하고 있었다.

“잘됐네.”

[히히, 그리고 또 시킬 건 없어?]

“주변에 있는 캉구스 군락 위치와 대략적인 숫자도 좀 파악해 줘.

일단 그 정도면 되겠다.”

[응, 조금만 기다려 줘!]

“오케이.”

휘잉-!

하늘은 쏜살같이 날아서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런 사이에 요한은 언데드 군단을 일으켜 전투에 대비했다.

“그어어.”

“어어어.”

털썩.

워낙 많은 숫자의 좀비와 구울이 포진해 있는 탓에 언데드 특유의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처음엔 이 소리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리는 줄 알았지.’

거기에다가 시체 썩은 냄새까지 진동하니 보통의 정신력으론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도 네크로맨서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게 익숙해졌다.

‘옛날 생각 많이 나네.’

이렇게 조용히 생각에 잠긴 요한은 깊은 상념에 빠졌다.

“누구냐!!”

챙-!

‘음……?!’

함께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높은 충성도에 진중한 성격으로 근접경호하던 엘라드가 소리치며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허공이 아니야?’

분명히 허공이었는데, 검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스르르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암살자?!’

꿀꺽.

갑작스러운 상황에 마른침이 넘어갔다.

‘코앞까지 왔는데 눈치채지 못했어.’

그런 부분에서 네크로맨서인 요한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능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방의 능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이 녀석이 우리 일족으로 만든 언데드인가?”

몸에 딱 달라붙는 가죽 갑옷으로 무장한 다크 엘프 전사였다.

다른 여성 다크 엘프보다 훨씬 더 날카로운 인상이 특징이었다.

“너는?”

스릉- 챙!

그녀는 가볍게 검을 터는 것으로 엘라드의 검을 튕겨 냈다.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내 이름은 엘리니아. 마을의 유일한 상급 전사다.”

“뭐, 그렇다고 치고. 그런 귀한 분이 이런 누추한 곳엔 왜. 그것도 쥐X끼처럼.”

요한의 반응은 날카로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다크 엘프를 믿지 않았다.

루펜과 요한은 묘한 동맹 관계였지만, 다른 다크 엘프는 그저 지능이 높은 몬스터에 불과했다.

완전히 약해서 무시해도 될 정도라면 모를까, 바로 앞까지 왔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실력자라면 경계심이 드는 게 당연했다.

그러던가 말던가, 엘리니아라고 소개한 다크 엘프는 눈앞에 있는 엘라드를 빤히 쳐다보았다.

“엘라드?”

“오, 그 녀석을 아나 봐?”

“……이름 정도는. 이 녀석을 이렇게 보다니, 이게 바로 우리 다크엘프가 언데드가 됐을 때의 모습인가?”

“글쎄다.”

당연히 아니었다.

엘라드를 포함한 엘프 밴시들은 요한이 즉흥적인 기지로 만들어 낸 그만의 언데드였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이유는 뭐지?”

“캉구스를 사냥하러 간다고 들었다.”

“뭐, 이리저리 의뢰를 받아서 말이야.”

“나도 그 사냥에 끼워 줬으면 한다.”

“뭐?”

진심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엘리니아를 쳐다보았다.

“부탁하지.”

“내가 왜?”

진심으로 의문이었다.

네크로맨서에게 파티 사냥이란 거추장스러운 일이었다.

혼자 움직이며 시체를 모으고 그 시체로 언데드를 일으키며 싸우는 게 훨씬 편한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귀찮게 파티원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네크로맨서에게 동료가 있다면 더 편하겠다는 말은 소용이 없겠지. 대신 대가를 지불하겠다.”

“오, 대가?”

그렇다면 말이 180도 달라졌다.

‘스카이 포탈 내에 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가치가 높다.’

일반 다크 엘프가 별거 아니라며 내놓는 물건도 경매소에 가져가면 수십, 수백의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다.

‘상급 전사가 내놓는 것이라면?’

훨씬 더 가치가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은 피의 복수. 그 복수가 끝난다면 나를 너에게 바치겠다.”

뜬금없는 고백.

“……진심이냐?”

“그래.”

단호한 그녀의 대답.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잠깐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거든. 넌 딱 봐도 관리가 잘된 강인한 육체를 가진 전사야. 그리고 말 안 해도 머릿속엔 긍지로 가득 차 있겠지.”

"......."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진해서 언데드가 되겠다고?”

“뭐, 언데드로 만들던 너의 노예로 삼든, 누군가에게 팔든 상관하지 않겠다. 복수만 끝낸다면 그대에게 나를 바치지.”

“하, 거참.”

솔직히 요한은 이런 전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전투를 벌이거나 말다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너무 저돌적이니 오히려 이쪽이 더 당황스럽네.’

하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미룰 수는 없었다.

그가 내뱉을 말은 하나였기 때문이다.

"콜."

“콜? 그게 무슨 뜻이지. 긍정의 의미인 것 같은데 말이야.”

“맞아, 긍정의 의미야. 그 복수내가 돕도록 하겠어.”

“……고맙다. 약속대로 피의 복수만 끝난다면 그대에게 나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맹세한다.”

“방금 그 말 엄청 야하게 들린 거 알아?”

방금의 맹세로 요한의 경계심이 살짝 누그러졌다.

겨우 말 한마디로 경계심이 줄어드는 건 요한이 순진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루펜이 그랬지, 다크 엘프는 거짓말은 하지만, 거짓 약속이나 맹세는 하지 않는다고.’

그런 이유로 엘리니아의 맹세는 조금이지만, 그녀는 요한의 바운더리에 살짝 걸칠 수가 있었다.

덕분에 요한이 편하게 농담까지 건넸다.

인간관계에 둔감한 요한이 건네는 친해지자는 나름의 사인이기도 했다.

엘리니아는 요한의 장난에 미간을 찌푸렸다.

순한 맛이었지만, 드립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내가 보낸 정찰대가 오면 바로 사냥 가자고.”

“……알겠다.”

엘리니아는 찝찝한 표정으로 요한을 흘겨보았다.

잠시 뒤, 하늘이 돌아왔다.

[여, 요한. 나 왔어!]

“그래, 정찰은 잘했냐?”

[응, 그럼!!]

“그럼, 쭉 브리핑해 봐.”

[알았어, 야! 너 일로 와.]

우웅-!

[부르셨습니까. 하늘님.]

허공에서 군복을 입고 머리 한쪽이 움푹 들어간 군인 유령이 나타났다.

‘흠, 뭔가 호칭이 묘하네.’

하늘님이라는 호칭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머리가 움푹 들어가 조금 잔인해 보이는 건 그의 관심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어쨌든 하늘의 지시로 군인 유령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렇단 말이지…….'

장교 출신답게 체계적이면서도 자세하고 알아듣기 쉬운 내용에 군전문가가 아닌 요한도 이해하기가 쉬웠다.

24장. 캉구스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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