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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15화 (115/250)

14화

네크로맨서인 요한과 작은 마을 소속인 다크 엘프 사이에선 묘한 기운이 흘렀다.

다만, 이 묘한 기운은 대부분 다크 엘프 쪽에서 나는 것이었다.

“흠......."

요한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즉, 다크 엘프들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성 다크 엘프는 요한을 경계와 질투, 여성 다크 엘프는 호기심과 호감을 느끼는 묘한 상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인간, 지금 뭐 하는 걸까?”

“글쎄다. 아까부터 이상한 물체만 빤히 바라보는데.”

“저거 마법 아이템 아닐까?”

“오, 그럴 수도 있겠다.”

어디를 가도 여성들의 수다는 정말 말릴 수가 없을 정도로 셌다.

“이 녀석들!!”

“꺄악!!”

하지만 그런 여성 다크 엘프들은 박력 넘치는 호통에 비명을 질러야 했다.

“어서 가서 일하지 못하겠느냐?!”

“도, 도망가자!!”

우르르르.

천둥이 치는 것 같은 불호령에 다들 냅다 도망쳤다.

“흥, 칠칠치 못한 것들. 지금이 어떤 때인데 한가하게 인간 구경이나 하는 건지.”

혀까지 차며 한심한 표정으로 도망치는 여성 다크 엘프들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다른 여성 다크 엘프보다한 뼘은 더 큰 키에 묵빛의 몸에 쫙 달라붙는 가죽 갑옷으로 무장한 여전사였다.

그녀의 눈엔 냉혹한 카리스마가 흘러넘쳤다.

그녀는 다른 여성 다크 엘프와 달리 날카로운 눈빛으로 요한을 째려보다가 어디론가로 향했다.

‘으으, 진짜 어떻게 하지. 다른건 몰라도 시체 부족은 좀 뼈아픈데.’

요한은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했다.

시체를 어떻게 공급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힐끔.

그러면서 주변 다크 엘프를 곁눈질로 훑어보았다.

‘저 녀석들을 엘프 밴시로 만들면 딱 좋겠는데 말이야.’

엘프 밴시는 정말 매력적인 언데드였다.

기존 스켈레톤 워리어나 구울, 좀비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유령 소환 스킬인 콜 밴시로 만들 수 있는 언데드였기 때문이다.

‘쩝,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동맹인데 그럴 수는 없지.’

다크 엘프는 세뇌로 인해서 공허간수와 싸울 수 없었지만 요한과 싸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루펜을 만나지 않았다면, 공허간수와 다크 엘프 둘 다 상대하고 있었겠지.’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된 루펜이 보상을 걸고 의뢰만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팔자 좋게 만날 사이 자체가 아니었다.

‘쩝, 괜히 그랬나.’

살짝 후회되긴 했다.

마음 같아선 다 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한 번 약속한 것을 다 엎어 버릴 수도 없고. 하아, 답답하네.’

그렇게 죄 없는 스마트폰을 신경질적으로 만지며 해결책을 마련해 보려고 했다.

“인간!”

그때 요한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펜이 또 해맑은 표정으로 곁에 다가왔다.

“왜, 또 뭔데?”

뚱한 표정으로 맞이하는 요한.

“응, 왜 그래. 기운이 없어?”

그래도 눈치란 게 아예 없지는 않은지 요한의 딱딱한 표정을 보며 물었다.

“고민이 있어서 그런가. 왜?”

“에엑, 인간처럼 강한 존재가 고민이라니 말도 안 돼!”

루펜은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했다.

“에휴, 네가 뭘 알겠냐.”

“뭔데, 뭔데. 알려 줘 봐. 혹시 알아, 내가 짠! 하고 해결해 줄지?”

“쩝, 그래. 나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별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루펜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에엑, 겨우 그거야?!”

“겨우 그거라니, 인마. 난 나름대로 심각하거든?”

“후후, 그거라면 내가 확실하게 해결해 줄 수가 있지!”

“응, 뭔 소리냐?”

“흐흐, 인간은 몰랐구나. 이곳엔 우리 다크 엘프 말고 몬스터가 살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뭐?!”

벌떡-!

루펜의 말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다른 몬스터라니!!’

정말 존재한다면 고민 자체를 할 필요가 없었다.

부족한 시체를 그 몬스터로 해결하면 그만이었으니까.

“후후, 어때. 이제 내가 괜찮은 존재라는 느낌이 팍팍 와?”

"......."

요한은 루펜을 뚱한 표정으로 보았다.

좋은 소식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루펜을 치켜세워 주고 싶지 않았다.

이 쓸데없이 귀엽고 잘생긴 왕자님처럼 귀해 보이는 녀석에게 칭찬하자니 배알이 꼬였기 때문이다.

“시끄럽고. 그 정보나 줘 봐.”

“좋아, 줄게. 단!”

“응?”

“인간도 보시다시피 이곳 마을의 사정이 좋지 못해. 얼마 전에 전사들이 다 끌려가서 멀쩡한 다크 엘프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 그러니 이들이 부탁하는 일 몇 개만 수행해 줘.”

“일?”

“응!”

그때였다.

띵-!

‘응?’

스마트폰에서 갑자기 알람이 울렸다.

‘알람?’

지금 그의 스마트폰은 인터넷이 끊긴 상태였다.

거기에다가 무음 상태로 돌려 두었다.

그러니 보통의 방식으로 알람이 울릴 이유가 없었다.

‘설마?’

그렇다면 남은 건 그의 능력과 관련된 일이었다.

그는 루펜과의 대화 중임에도 대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았다.

스마트폰 화면엔.

[새로운 스킬 코드식 어플 확인.]

‘어, 새로운 스킬 코드식 어플?’

코드식 어플.

일단 단어만 보고 풀이해 보자면 새로운 스킬을 만들 수 있는 코드식이 적힌 어플이란 뜻이었다.

‘그런데 확인이라고?’

그렇다는 것은 아직 100% 요한의 것이 아니란 뜻이었다.

‘일단 확인해 보자.’

바로 메시지를 눌러 보았다.

[새로운 스킬 ‘죽음의 소생’ 코드식 확인. 이 코드를 얻기 위한 조건 확인.

1. 다크 엘프 100명의 의뢰를 수행할 것.

2. 다크 엘프 마을 10곳을 해방할 것.

3. 새로운 언데드 종류 1개를 추가로 만들어낼 것.

위 3가지 조건을 충족할 시 새로운 스킬 코드식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뭐야, 이거?’

메시지 내용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이게 무슨 게임이야?!’

RPG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퀘스트였다.

‘와, 무슨. 스카이 포탈 안에 들어왔다고 이런 게 생겨?’

그러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스킬을 이런 식으로도 얻을 수도 있단 말이지?’

특히 네크로맨서에겐 스킬이 귀하고도 귀했다.

어떤 방법이든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잠깐만, 그런데 이거……?’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 알람 그리고 메시지가 루펜이 말하는 순간 울렸단 말이지. 그것도 녀석이 의뢰 좀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과 동시에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관련이 있다고밖에 볼 수가 없었다.

‘허 참, 이게 이렇게 흘러가냐?’

어이가 없으면서도 묘한 관계에 흥미가 생겼다.

‘일단 해 보자. 해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

“인간?”

“아, 음. 그래, 좋아.”

“예스!”

루펜은 주먹을 쥐며 어퍼컷 자세로 좋아했다.

“그래서, 그 몬스터에 대한 정보는?”

“아, 맞다. 그러니까 어떤 몬스터냐면……."

루펜의 설명에 따르면 스카이 포탈엔 공허 간수와 다크 엘프 말고도 몸에 털이 무성한 오크 종족이 서식하고 있었다.

‘일종의 멧돼지 같은 녀석들인가?’

루펜이 그 오크를 묘사할 때를 보면 일반적인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에 가까웠다.

‘거기에다가 일반적인 오크보다 훨씬 더 크고 야만적이지.’

다크 엘프는 그들을 캉구스라고 불렀다.

‘흐흐흐. 좋아, 좋아. 시체를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좋아, 다 불러. 나한테 의뢰 넣고 싶은 다크 엘프는 다 오라고 해!”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줘!”

후다닥-!

루펜은 어디론가 급하게 뛰어갔다.

잠시 후.

웅성웅성.

요한의 주변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크 엘프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윽!’

장난이 아니었다.

엄청난 숫자의 인파에 천하의 요한도 살짝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인파 자체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늘 엄청난 양의 언데드 군단에 둘러싸이는 그였다.

그런 그가 숫자 때문에 기가 죽는 건 말이 안 됐다.

기가 죽은 이유는 이 많은 다크엘프의 의뢰를 들어줘야 하니 벌써 귀찮음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뭐, 어쩔 수 없지. 스킬을 위해서라면 귀찮음 정도야!’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본격적으로 의뢰를 받기 위해서 다크 엘프 1명씩 만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의뢰인은 성숙한 미모가 돋보이는 다크 엘프였다.

“나는 캉구스 가죽 100개가 필요해요.”

‘존댓말이 없는 건 아니었군. 그렇다는 건 역시 루펜이 그냥 싸가지없는 거였어.’

그렇게 납득이 되었다.

“캉구스 가죽 100개라. 그러면 보상은 뭐죠?”

“보상?”

“네, 의뢰를 받아 준다고 했지.

그 의뢰를 공짜로 해 준다고는 한 적 없죠. 캉구스 가죽 100개를 가져오면 당신은 저에게 무엇을 줄건가요?”

"......."

성숙한 미모의 다크 엘프는 요한의 말에 살짝 당황했다.

그녀는 캉구스 가죽을 가공해서 가죽옷이나 갑옷을 만드는 다크 엘프에게 납품하는 일을 했다.

그 전엔 남편이 캉구스를 사냥해다가 줬는데 얼마 전 공허 간수에 잡혀가 감감무소식인 이후로 그녀의 생업은 완전히 끊긴 상태였다.

“제, 제가 드릴 수 있는 거라곤이 목걸이밖에 없어요.”

그녀는 품에서 거친 디자인의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흠......."

요한은 스마트폰으로 분석 프로그램 스킬을 사용했다.

[ 다크 엘프의 흑요석 목걸이 종류: 액세서리(목걸이) 마나 증폭: 11.03내구력: 2,300부가 효과: 두통 방지 예상가격: 1,220억~1,330억등급: ★★★☆]

‘……뭐야 이거?!’

참고로 요한은 분석 프로그램을 돌릴 때 경매소에서 보여 주는 방식과 똑같이 보이게끔 설정해 두었다.

가격은 비슷한 효과의 아이템을 기준으로 산출하도록 했다.

그런데 겨우 아무런 전투 능력도 없어 보이는 성숙한 미모의 다크엘프가 쌈짓돈을 꺼내듯이 꺼낸 것이 무려 1,220~1, 330억 원가량의 목걸이였다.

그것도 마나 증폭률이 11.03이라는 미친 수치의 물건이었다.

‘이게 말이 돼?!’

부가 효과는 두통 방지라는, 있으나 마나 한 효과였지만 어차피 부가 효과는 말 그대로 곁다리 효과에 불과했다.

아이템의 진정한 가치는 마나 증폭에 있었다.

그 마나 증폭을 무려 11.03이라니, 그것도 액세서리에 불과한 목걸이가.

‘이거 경매에 풀리면 장난 아니겠는데?’

희망 가격보다 훨씬 더 잘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당장은 요한이 차야겠지만 말이다.

“이걸로 부족한가요?”

“흠흠. 뭐, 부족하긴 하지만. 아쉬운 대로 어쩔 수 없죠. 의뢰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흠흠, 다음!”

성숙한 미모의 다크 엘프는 시작일 뿐이었다.

“저는 이거……."

“저는 이걸……."

다들 쌈짓돈을 꺼내듯이 주섬주섬 꺼낸 물건들이 하나같이 고부가가치의 아이템이었다.

‘이거 실화냐?’

요한은 애써 입꼬리를 내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의뢰를 받아들여 주었다.

‘흐흐흐, 대박이다. 대박이야!!’

다크 엘프와 동맹을 맺은 것을 후회했던 요한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캉쿠스고 뭐고 다 쓸어 주마!!’

죽었던 눈빛이 다시 의욕을 되찾으면서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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