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원래 계획대로라면 유나는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유나는 귀국을 선택하지 않았다.
“나, 오빠가 베트남에 있는 동안 나도 이곳에 있을래.”
“뭐?”
요한은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살짝 당황했다.
동생이 굳이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
물론 교류도 없는 친척이야 알바 아니지만, 유나의 모든 인맥은다 대한민국에 있었다.
친구, 선생님 등등…….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베트남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나는 고집했다.
“나, 오빠가 베트남에서 일하는 동안에 베트남에 유학 형식으로 있을게. 허락해 줘.”
“……알았어.”
유나에겐 한없이 약했다.
“고마워, 오빠.”
그렇게 유나는 요한이 귀국하는 날까지 베트남에서 교환 학생 형식으로 대학교에 다니기로 약속했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유나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외국이란 건 좀 그렇지만, 그래도 베트남은 치안이 좋은 편이니까.’
거기에다가 영어도 능숙하니 말이다.
다만, 그래도 불안하니 엘레노아에 연락해 경호 인력을 좀 요청했다.
베트남에도 경호를 전문으로 하는 헌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러셀 길드보다 나은 곳은 전 세계 기준으로 해도 찾기 힘들었다.
‘그리고 굳이 내가 속한 길드 말고 다른 길드를 구하는 것도 웃긴 일이니까.’
어차피 러셀 길드는 다국적 길드를 모체로 하고 있었다.
공식적인 국적은 한국이나 5살먹은 어린이도 러셀 길드의 모체는 러셀 가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트남에 경호 인력을 투입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유나 학업까지 처리하고 나서야 마음 편하게 검은 구멍을 감시할 수가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나의 숙소는 대학교 근처의 아파트로 잡아 주었다.
같이 살 수도 있겠지만, 검은 구멍 바로 밑인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한 곳에 절대 유나를 둘 수 없지.’
물론 이곳에 있지 않다고 해서 100% 완벽하게 안전해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위험은 적어도 그가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었다.
반면 몬스터에 의한 위험은 그가 통제할 수가 없었다.
벌어진 뒤에 막을 수밖에 없는 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또 유나는 이제 20살이야. 어느 정도는 독립성을 키울 필요가 있어.’
그렇다고 내버려 두겠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유나가 더는 어린아이가 아닌 것을 인지하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끔 도와주겠다는 소리였다.
그는 소중하다고 무조건 끼고도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냉정하고 이성적이었다.
그건 누구보다 사랑하는 여동생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었다.
“와, 여기가 오늘부터 내 숙소야?”
휙휙-!
유나는 오늘부터 베트남에서 자신만의 터전이 될 집을 보곤 입을 쩍 벌렸다.
전체적인 크기는 한국에 있는 집과 비교하면 좁았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응, 이미 계약도 다 끝났고 집세도 다 완납했어. 한국 돌아갈 때까지 편하게 쓰면 돼. 궁금한 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매니저한테 전화하고.”
“응, 알았어. 오빠도 몸조심해.”
“으이그, 난 나보다 네가 더 걱정이다.”
“뭐야, 내가 오빠보다 훨씬 더 똑똑한 거 몰라?”
“대신 약해 빠졌지.”
“흥, 그건 오빠가 헌터라서 그런 거잖아!! 그전엔 왕 몸치였으면서.
나보다 축구도 못 했어. 기억 안나?”
“흠흠, 그건 과거일 뿐이야.”
“킥킥, 오빠도 참. 알았어. 조심해, 알았지?”
“알았다니까.”
남매는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를 걱정했다.
***
유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뒤에 요한은 스카이 포탈 아래의 숙소 옥상에서 자리를 잡고 누웠다.
옥상에 해먹을 설치해 편하게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카이 포탈이라…… 도대체 정체가 뭘까?’
헌터 덕후인 그는 헌터가 된 이후에도 실시간 정보를 조금도 놓치지 않고 수집하고 접했다.
그렇기에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이상 현상에 대해서 심도 있게 관심을 주고 있었다.
원래 그의 목표가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어느새 굵게 변한 것도 필드 포탈에서 보스 몬스터를 만난 직후라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얇아선 곤란했다.
누구보다 굵고 질겨서 끊어질 수 없는 끈이 되어야 했다.
그래야만 자신의 목숨은 물론이고 소중한 이의 목숨까지 지킬 수가 있었다.
그래서 요한은 끊임없이 강함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유나를 지키겠다는 각오가 그의 신념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었다.
‘음…….'
요한은 하늘을 감시하는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뉴스를 보는 중이었다.
‘역시 인구와 면적이 가장 넓은 중국을 선두로 스카이 포탈이 많이 생겼네.’
중국엔 무려 5개의 스카이 포탈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종류의 몬스터가 등장했고.’
[중국: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외계 종족]
[미국: 사이보그]
[러시아: 수인 전사]
.
.
.
[호주: 맹독을 주머니에 품고 터지며 굴러다니는 몬스터.]
‘어이쿠, 호주는 익숙한 녀석들이 나타났구먼.’
이건 끔찍하면서도 유쾌한 소식이었다.
‘전 세계는 현재 큰 혼란에 휩싸이는 중이라고 했지. 과연, 이곳 다낭도 안전할까?’
물론 요한은 스카이 포탈을 막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 100%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물론 그것에 대한 준비도 미리 해 두었다.
‘다낭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유나를 하노이로 대피시키라고 해두었지.’
그러기 위한 경비행기와 비행기도 뜨기 힘들 때를 대비한 헬기마저 준비해 두었다.
그래서 그 부분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스카이 포탈을 막는 것이었다.
척.
“흐음, 그러니까. 저 똥구멍같이 생긴 게 새롭게 나타난 포탈?”
“그래, 맞아.”
당연한 말이지만, 요한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가장 강력한 언데드 몇 기를 상시 소환해 둔 상태였다.
“헹, 재미없어. 네가 사용하는 스킬 안에 있을 때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따분하진 않았는데.
전투도 안 하고 밖에 있으려니 몸이 다 쑤셔.”
“참아, 참는 것도 능력이야.”
"흥!"
류페이의 왼손에 편안하게 들린 머리가 콧방귀를 뀌었다.
“역시, 대가리가 없는 천한 언데드는 무례하군. 감히 위대하신 네크로맨서를 그딴 식으로 대하다니.
주군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갖추어라.”
그런 듀라한을 못마땅해하는 언데드가 있었다.
“뭐야, 이 푸르딩딩한 밴시 따위가!”
바로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엘프밴시였다.
꽤 놀랍게도 엘프 밴시는 다 똑같은 엘프 밴시가 아니었다.
요한에게 죽임을 당한 와이번 라이더 중에서 리더 격인 다크 엘프가 자연스레 네임드 밴시가 되어 있었다.
밴시 중 가장 강력하고 리더 격으로 통하는 엘프 밴시였다.
요한은 흔쾌히 그녀를 자신의 권속으로 삼아 주었다.
‘흠, 권속 전용 어플 하나 만들어 봐야겠다.’
아직은 권속이라고 해서 딱히 녀석들이 쥐는 이득은 없었다.
그저 요한의 명령을 대표로 받고 다른 언데드를 이끌 수 있는 권한이 전부였다.
‘권속 전용 어플을 만들어서 녀석들 관리는 그 어플로 따로 하는 거야.’
그러면 권속을 따로 관리할 수 있고 녀석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뭐,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지만.’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는 게 오랜만이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그의 프로그래머 본능이 빛을 보이는 것이었다.
“듀라한 따위가 말이 많군.”
스릉-!
“더러운 밴시가!!”
둘은 그야말로 앙숙지간이었다.
자유분방한 듀라한과 규율과 서열을 중시하는 엘프 밴시는 도무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이었다.
“그만.”
뚝.
같은 언데드란 공통점 말고도 둘은 요한에게 충성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군.”
“흥!!”
스륵- 탁!
검을 검집에 넣은 류페이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어디 가서 검이라도 휘두를 생각이었다.
둘의 다틈을 말 한마디에 끝낸 요한은 다시 스마트폰에 집중해 정보 수집에 최선을 다했다.
‘인터넷에 쓸 만한 정보가 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잘 찾다 보면 쓸 만한 정보가 조금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아, 진짜 없네.’
하지만 그런 그의 믿음이 깨지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했다.
'하긴, 스카이 포탈이 발생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쓸 만한 정보가 있을까.’
정보가 없는 지금으로선 지켜보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떤 폭탄일지도 모르는데, 지켜보는 게 전부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
우웅-!
요한은 갑자기 느껴지는 마나 파동에 눈을 번쩍 떴다.
그가 예민하다기보다는 느껴진 마나가 심상치 않은 게 더 컸다.
쉭- 탁!
류페이가 빠르게 옥상으로 복귀했다.
“심상치 않은 마나의 흐름이군요.”
“……저기, 엘라드.”
엘라드는 요한이 엘프 밴시의 리더 격인 그녀에게 지어 준 이름이었다.
지어 준 거긴 하지만, 생전의 이름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었다.
“예, 주군.”
“아직도 생전의 기억이 전혀 없어?"
“예, 그렇습니다.”
“쩝, 그렇구나.”
“죄송합니다.”
“아냐, 그럴 수도 있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조금 안타까웠다.
‘아주 중요한 정보를 불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살려 두지 않았을까.’
지능이 있는 것을 알았을 때, 정보를 무조건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게 실수였다.
‘뭐, 조금 있으면 알 수 있겠지.’
스카이 포탈이 반응하고 있었다.
뭐라도 나온다면 확인해 볼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쉬익- 둥둥둥둥둥!
“뭐야, 저건?!”
스카이 포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수십, 수백 개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와 하나씩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 빛줄기 안에선 다크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역시. 지난번 일은 시작일 뿐이었어!’
“모두 전투 준비!!”
“오호, 드디어 전투. 기다렸다고!”
류페이의 머리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안 그래도 지겨웠는데 딱 좋다는 반응이었다.
스릉-.
엘라드도 쌍검을 뽑아 들었다.
“엘라드, 괜찮겠어?”
“무엇이 말입니까?”
“아냐, 아무것도.”
고개를 저은 요한은 언데드 군단을 불러내었다.
“자, 확실하게 처리하자고.”
“으흐흐, 좋아.”
“예, 주군!”
그렇게 언데드 군단과 다크 엘프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후아, 피곤하다.”
요한은 오랜만의 마나 소모에 벅차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무려 수백의 다크 엘프였다.
그들은 일반적인 몬스터와 달리 철저히 훈련된 전사들이다 보니 전투 자체가 체계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요한이 승리했고 승리의 나팔을 불 차례였다.
하지만.
촤악-!
“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