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07화 (107/250)

6화

척.

상대방의 의도를 알게 된 요한의 다리가 저절로 꼬였다.

협상이란 게 급한 쪽이 지는 법이었고 지금 급한 쪽은 너무나도 당연히 베트남 정부 쪽이었다.

‘뭐, 이번 일은 내가 굳이 안 해도 손해는 없으니까. 여유롭게 나가야지.’

베트남에 빚을 걸 좋은 기회인 것은 확실히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존심을 굽혀 가면서까지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굳이 빚을 지우지 않더라도 베트남 말고도 갈 수 있는 휴양지는 꽤 있었고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호화롭게 지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한은 문득 의문이 생겼다.

‘베트남에도 좋은 S급 헌터가 많은데 왜 굳이 나한테 일을 맡기려는 거지?’

이번 검은 구멍 사건을 성공적으로 막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외국인이자 외부인이었다.

중요한 일을 맡기기엔 꺼림칙할게 분명한데 말이다.

궁금한 건 확실히 해결해야 하는 요한의 입이 열렸다.

“그런데 부이띠……엔중 씨?”

“아, 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베트남 정부에선 왜 굳이 저에게 이번 일을 의뢰하려는 건지?”

“아.”

“의아하네요. 베트남에도 제가 알 정도로 훌륭한 S급 헌터가 꽤 있는데 말이죠.”

농담이나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베트남엔 정말로 좋은 S급 헌터가 많았고, 아시아 헌터 강국 중 하나에 속했다.

그러니 요한은 굳이 외국인인 자신에게 일을 맡기려는 정부의 태도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저…… 원래는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요한 헌터님의 팬이니까 해 드리는 겁니다.”

“네?”

“아직 뉴스를 안 보신 거 같은데. 이번 검은 구멍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그건, 좀 큰일이네요.”

‘응?’

부이띠엔중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확 와닿는 건 아니었는데, 분명히 요한은 큰일이라고 하며 걱정이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근데, 어째서 기뻐하는 것 같지?'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대라고 하면 딱히 근거는 없었다.

그저 순수한 그의 느낌일 뿐이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어이가 없는 상황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 감이 좋은 부이띠엔중의 느낌은 맞았다.

사실 요한은 이번 검은 구멍 사태가 전 세계적인 일이라고 했을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그렇단 말이지. 내가 운이 더럽게 없어서 불행이나 사고를 몰고 온 게 절대 아니란 말이지.’

각성 초부터 그의 주변에서는 늘 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었다.

그래서 그는 무슨 저주라도 받은 게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이번에 벌어진 끔찍한 사건이 그의 불행 때문은 아니란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다만, 그런 기쁨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검은 구멍 사태로 꽤 많은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 끔찍한 인명 사고가 다른 곳에서도 발생했다는 것에 기뻐하다니 사이코패스 같지 않은가.

“뭐,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이번 검은 구멍 사태는 정말 심각하다고 합니다. 폴란드에서 발생한 검은 구멍 사태로 인해서 S급 헌터 1명이 사망하는 일도......."

“예, S급 헌터가 사망이요?”

그건 꽤 놀랄 일이었다.

S급 헌터가 사망하다니?

물론 S급 헌터라고 해서 다 무적은 아니었다.

무적이었다면, 인류가 여전히 포탈과 몬스터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포탈과 몬스터의 위협은 현재 진행형이었으며 몬스터와 헌터의 죽고 죽이는 굴레는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S급 헌터는 최강이란 칭호와 어울리게 몬스터에게 쉽게 죽는 존재가 아니었다.

정말 가끔 이레귤러 같은 보스몬스터가 나타나 S급 헌터가 죽는 사례가 10년에 1번 정도는 있었다.

그 외에는 S급 헌터끼리 싸우다 죽거나, S급 킬러의 칭호를 얻은 암살자에게 죽는 게 전부였다.

물론 늙어 죽는 것도 포함이었다.

“제가 상대한 균열에선 보스 몬스터가 없었는데. 다른 균열에선 있었나 봅니다.”

“예, 그렇습니다. 보스 몬스터가 없음에도 S급 헌터가 사망한 사례가 발생한 지금. 전 세계는 그야말로 비상사태입니다. 베트남에도 그런 위협적인 구멍이 생겨났고……."

‘그렇군.’

요한은 부이띠엔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체적인 문맥을 읽을 수가 있었다.

‘S급도 죽어 나갈 수 있는 검은 구멍 사태니까, 자국 헌터에게 맡기긴 부담스럽겠지. 이미 한 번 퇴치한 이력이 있는 외국인 헌터. 돈은 꽤 들겠지만,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 충분히 이득이라고 생각한 거야.’

요한의 생각은 정확했다.

베트남 정부로썬 혹시라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일에 S급 헌터를 투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도 한국인 S급 헌터가 검은 구멍 사태를 성공적으로 막아 주었으니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요한에게 맡기고 싶어했다.

“흠, 귀 정부에선 어떤 조건을 생각하고 있는지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김요한 헌터님께서 먼저 제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예?”

요한은 부이띠엔중의 말에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 게임도 아니고 선제시 좀이라니?

“그, 그게 사실. 저희 정부로썬어떻게 대가를 지급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지 않습니까. 어지간하면 S급 헌터는 최소한의 금액으로 쓸 수가 있습니다.”

“아, 하긴.”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국가가 베트남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보통 S급 헌터는 목이 빳빳하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사회주의나 독재 정권하에 있는 S급 헌터는 공짜와 다름없는 금액으로 국책 사업에 동원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베트남 정부로썬 S급 헌터인 요한에게 어떤 대가를 주어야 할지 잘 가늠이 되질 않았다.

“알겠습니다. 제가 먼저 요구하지요.”

꿀꺽.

“어, 어떤?”

부이띠엔중에겐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너무 과한 요구를 하면 베트남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이 자국 S급 헌터를 고용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인 요구를 해야겠지.’

그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일단 전액 현금으로 하면 귀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

아무리 그래도 협상 자리에서 패를 꺼낼 수는 없기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으론 맞다고 격하게 동의하는 중이었다.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강국이긴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그렇게 상위 국가가 아니었다.

여전히 아시아에서 세계를 논하려면 동북아 정도는 돼야 했다.

한, 중, 일은 꺾이지 않는 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전액 현금보다는 현금에 부동산을 얹는 방법이 좋을 듯합니다.”

“오, 부동산이라. 괜찮을 것 같습니다.”

베트남은 대한민국 인구의 2배정도 됐지만, 면적은 세 배가 넘는 3.3배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

물론 대도시에 있는 부동산 가격은 장난 아니긴 했지만, 현금으로 주는 것보단 훨씬 더 남는 장사였다.

부동산 소유권 자체는 넘어가지만, 결국 베트남 안에 있는 것이지 않은가?

현금처럼 주면 끝인 게 아니었다.

“아 참, 그리고 적당한 포탈 1개의 소유권도 거래 대상에 넣으면 좋겠군요.”

“흠, 한 곳이라면 어떻게든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트남은 면적 대비 포탈 수가 적은 것이지 절대적인 수치로만 보면 대한민국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포탈 소유권은 모두 정부가 관리하는 사회주의 국가.

한 개 정도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럼 현금+부동산+포탈 1개 소유권 해서 정확한 수치를 협상하도록 해 볼까요?”

“예, 알겠습니다.”

***

협상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이번 협상은 어디까지나 베트남정부가 아쉬운 쪽이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마지막으로 계약 사항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요한은 현재 베트남 정부 청사에 있었다.

그곳에서 총리이자 정부 수상과 만나 마지막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물론 실무자가 대부분 알아서 했고, 요한과 총리는 의례적인 대화만 나누었다.

“바나 힐 상공에 있는 블랙 스카이 포탈 지역을 책임지고 맡아 주는 대신, 베트남 정부는 귀하에게 월 1,000만 달러와 바나 힐 전체의 소유권과 운영권, 그리고 다낭의 북부 지역 일부의 소유권. 그리고 바익마 국립공원에 있는 포탈 소유권을 넘기기로 합의. 혹시 이의가 있으십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로 계약서에 사인하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계약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서로 계약서 1장씩에 사인을 하며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촤자자자작-!

그리고 이 계약 소식은 실시간으로 베트남 전역으로 방송되었다.

당연히 이 사실은 대한민국에도 알려졌다.

다른 이도 아니고 무려 세계 최초의 S급 네크로맨서 김요한 헌터의 일이었다.

현재로선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의 일이었다.

[N 사이트]

- 뭐지……? 이 뜬금없는 베트남발 뉴스는?

- 아니, 왜 김요한 헌터의 뉴가 베트남에서 들려오는 거야?

- 그러게, 우리나라도 지금 스카이 포탈 때문에 난리, 난리 개난리가 났는데?

- 우리 정부는 뭐 하냐. 지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 캬아아아악!!

인터넷 뉴스를 포함해서 올튜브같은 동영상 사이트까지.

모든 커뮤니티에서 이번 사건이 크게 다루어졌다.

한국은 무려 세종시 근처에서 스카이 포탈이 등장했다.

처음엔 발전이 지지부진하던 세종시도 끈질긴 정부의 노력에 결국, 특별 자치시다운 규모를 꾸리는 데 성공한 대도시였다.

그런 대도시 바로 코앞에서 스카이 포탈이 등장했으니 난리가 안 날 수가 없었다.

꽤 많은 인명 피해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협회에서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던 차에 자국의 S급 헌터가 떡하니 스카이 포탈을 전담해서 지키겠다니?

그것도 외국인 베트남에서!!

거기에다가 인명 피해를 좀 보긴 했지만,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까지 났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충청도권 전체가 들썩였다.

인근 땅값이 기하급수적으로 급락하기 시작했고, 일부 시민들은 아예 세종시를 등지고 떠나기도 했다.

[D 포탈 헌터 커뮤니티]

- 정부는 당장 대책을 세워라!!

- 아니면, 김요한 헌터를 지금이라도 모시고 오든가!!

- 아아악, 불안해 죽겠다고!!

- 있는 놈들은 도망치면 그만이지만, 나 같은 서민은 직장이 여기여서 어디 도망갈 곳도 없단 말이야 ㅠㅠ.

- 김요한 헌터님. 제발 돌아와요. ㅠㅠ.

여론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

“흠흠, 룰루.”

그런 한국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한은 바나 힐 호텔 스위트룸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탕탕탕-! 드르륵-! 드르륵-!

그리고 현재 바나 힐 전체가 공사로 정신이 없었다.

스카이 포탈이 생성된 지금, 당연히 관광지로서의 메리트는 한없이 0에 수렴했다.

대신, 바나 힐 건물들을 재건하면서 언제든지 재등장할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군 시설로 개조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비용은 베트남 당국에서 지원해 주었다.

요한이 방어를 최종 담당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곳은 베트남 땅이었다.

100% 요한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었다.

“오빠!”

“어, 어. 유나야.”

“나, 준비 다 했어.”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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